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美 대선]  코로나가 미국 선거판을 바꿨다
  • kakao 플러스친구facebooktwiteryoutube
  • 검색
  1. 세계
[2600호] 2020.03.23
관련 연재물

[美 대선]코로나가 미국 선거판을 바꿨다

김회권  국제·IT 칼럼니스트 judge003@gmail.com

▲ 지난 3월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photo 뉴시스
미국 워싱턴주는 현재 미국 내에서 코로나19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곳이다. 지난 3월 16일 기준 코로나19로 생긴 미국 내 사망자는 65명인데 이 중 42명이 워싱턴주에서 발생했다. 공포가 가장 엄습하고 있는 이곳에서도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은 열렸다. 지난 3월 10일 ‘미니화요일’이라고 불리는 날, 민주당 후보들은 워싱턴주를 포함한 6개 주의 선거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양자 대결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상황에다 코로나19까지 확산하고 있으니 ‘감염’이라는 관점에서는 최악의 조건이 갖추어졌다. 투표소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고 긴 줄을 서며 다른 사람이 만진 손잡이나 전자투표 기계를 만지는 모습을 상상한다면 끔찍할 법도 했다. 그런데 막상 워싱턴주 선거관리위원회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왜일까. 워싱턴주는 우편으로 투표를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거지역 중 하나다. 등록한 유권자는 선거 2주일 전에 자신이 입력한 주소지로 날아온 투표용지를 받는다. 투표 방법은 두 가지다. 투표용지에 기입해 투표 당일 투표함에 직접 넣거나, 투표일 전까지 우편으로 발송하면 된다. 심지어 필요하다면 투표용지를 직접 인쇄할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투표용지를 들고 나왔을 사람들이 올해는 대부분 집에서 투표를 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바꾼 선거 모습이다.
   
   지난 3월 3일 벌어진 ‘수퍼화요일’ 경선 때만 해도 코로나19는 선거판에 큰 변수가 못 됐다.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을 때도 미국은 관전자의 마음으로 사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했다. 본격적으로 미 대륙에 감염자가 속출하자 인파가 붐비는 각종 행사들이 취소됐다. 선거는 크게 요동쳤다. 대규모 유세가 취소됐고 조지아주를 비롯해 일부에서는 경선 일정까지 연기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갑자기 코로나19는 주요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며 대선을 움직이고 있다.
   
   
   투표 연기·온라인 집회… 달라진 대선 풍경
   
   일단 선거의 일정과 모양새를 바꿔버렸다. 루이지애나주가 4월 4일 치르기로 했던 공화당과 민주당의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6월 20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조지아 주정부도 “선거관리 직원과 가족, 공동체의 건강을 보호하는 게 최우선이다”라며 3월 24일로 예정됐던 공화당과 민주당의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5월 19일로 미뤘다. 3월 2일부터 시작됐던 사전투표도 일시 중단됐다. 3월 17일 투표가 예정돼 있는 오하이오와 애리조나, 플로리다, 일리노이주 등은 촉박한 시간 탓에 일정을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오하이오주가 투표 시작 8시간을 앞두고 주지사 직권으로 중단 결정을 내렸다. 경선을 연기해 달라는 소송을 법원이 기각했지만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드와인 주지사가 전격적으로 선거를 멈춰버렸다.
   
   선거 일정 변경만큼 후보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건 유세 방식의 변화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대선주자들의 유세가 코로나19로 모두 멈춰 섰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2일부터 계획돼 있던 네바다와 콜로라도주 모금 행사를 취소했다. 유세의 변화는 민주당 후보들에게 더 예민하게 다가온다. 일단 바이든이나 샌더스도 오하이오, 플로리다 유세를 취소했다. 대신 이들의 전장은 인터넷 공간으로 이동했다. 바이든은 3월 13일에 지지자와 온라인 집회를 처음 개최했다. 하지만 연결 오류 등으로 2시간이나 시작이 지연됐고 연설이 잘 들리지 않는 등 어려움만 부각됐다. 샌더스는 바이든보다 더 여유가 없다. 유튜브를 통해 연설을 하며 비대면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지만 수퍼화요일 이후 바이든이 잡은 승기를 빼앗아 오기에 온라인 유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여론의 관심, 미디어를 통한 파급력 등은 오프라인 집회가 강한데 이게 봉쇄당했다. 샌더스가 지금의 판세를 뒤집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후보다.
   
   샌더스 못지않게 트럼프 대통령도 코로나19가 반갑지 않다. 바이든의 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수처럼 꽂힌다. 지난 3월 13일 기자회견에서 바이든은 말했다. “우리는 모두 과학을 믿고 있다.” 과학적 데이터를 믿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통렬한 비판이었다. 기후변화를 ‘날조’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위협을 전문가 집단이 경고할 때도 가볍게 여기며 애써 신뢰하지 않으려 했다. 바이든은 “코로나19 문제는 정치와는 무관하다”고 못 박았다. 과학적 경고를 무시하는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문제를 민주당의 정치 공세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기자회견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리더가 진실을 말하는 것,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 성실한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발언 하나하나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하는 문장으로 이루어졌다.
   
   
▲ 지난 3월 13일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TV 연설이 중계되는 동안 한 주식 중개인이 뉴욕 증권거래소 장내를 걷고 있다. photo 뉴시스

   전염병이 뒤흔든 경제지표
   
   코로나19는 선거의 쟁점마저 바꿨다. 경제, 이민, 낙태, 총기 등 미 대선의 단골 레퍼토리보다 우선 순위가 된 건 지도자의 위기관리와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이 쟁점이 돼버린 건 지난 3월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표정으로 코로나19 대책 특별 연설을 한 다음 날부터의 일이었다. 백악관의 대책을 비웃듯 3월 12일 벌어진 충격적인 주가 대폭락은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영국을 제외한 유럽 국가에서의 미국 입국을 30일간 금지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고 있는 기업과 개인에 대한 납세 기한 연기 △중소기업에 대한 저리 융자 지원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그는 “역사상 해외에서 유입되는 바이러스에 맞서는 가장 적극적인 대책이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의 대책이 발표된 다음 날, 주식 시장은 개장과 동시에 매도 주문이 쇄도했다. 38년 만에 벌어진 주가 대폭락은 시장이 얼마나 백악관을 불신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애써 고개를 돌려왔던 건 경제 때문이었다. 도덕성과 발언, 자질에서 비판받는 정치인이지만 경제 지표는 그가 재선 가도에 내세울 대표적 업적이었다. 특히 경제 지표 중에서도 고용과 주가는 자랑거리였다. 실업률 3.5%는 50년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재선의 관건 중 하나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약 8% 정도 획득하는 데 그쳤던 흑인 유권자의 표심을 얼마나 더 가져오는지 여부였다. 트럼프 정부는 그간 흑인의 고용 확대가 이뤄졌고 지금이 사상 최저의 흑인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코로나19 변수가 실업률을 뒤흔들게 생겼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USBEA)의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미국 내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12%나 되지만 고용 점유율은 8%에 불과하다. 반면 제조업보다 낮은 GDP를 차지하는 보건·사회복지 분야(8%), 소매업(6%), 숙박·음식서비스업(3%) 등은 9~13%의 고용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서비스업이 일자리에 기여하는 비중은 제조업보다 크다. 문제는 서비스업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성립한다는 점이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을 흩어지게 만드는 병이기에 서비스업은 가장 영향을 받는 분야다. 여기가 타격을 받으면 해고가 늘고 실업률은 상승하며 고용은 감소하게 된다.
   
   이미 뉴욕 주지사는 500명 이상이 모이는 장소의 폐쇄를 명령했으니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볼 수 없게 됐다. 콘서트와 전시회뿐만 아니라 프로 스포츠 경기도 이미 중단됐다. 디즈니랜드도 3월 14일부터 영업을 중단했는데 이런 쇼 비즈니스나 스포츠 산업은 일자리가 많은 분야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길도 막았으니 숙박업 등도 당장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용 확대라는 실적을 내세우기 점점 어려운 환경이 조성돼 가고 있다.
   
   
▲ 지난 3월 13일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텅 빈 뉴욕 JFK공항 1터미널 모습. photo 뉴시스

   ‘오바마 지우기’가 가져온 비극
   
   주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만9864였다. 올해 2월 12일 기록한 숫자는 무려 2만9551이었다. 취임 때보다 1.5배나 상승한 지수는 백악관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3월 11일 코로나19 대책 연설을 하고 난 뒤부터 주가는 폭락했고 3월 13일 지수는 2만 부근까지 떨어졌다. 그간 이뤘던 주가 상승의 업적이 지워지는 데 걸린 시간은 단 이틀이었다.
   
   보다 근본적인 불신은 보건 정책에 대한 경시에서 찾을 수 있다. 2018년의 사건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오바마 정부가 만든 질병예방 프로그램을 제거하는 데 집중했는데, 당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산 중 ‘글로벌 감염 예방 프로그램’ 예산을 무려 80%나 삭감했다. 여기에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담당 국장이 항의하고 사임하자 이 부문을 담당했던 국제건강안보팀을 해체시켰다. 이 연구팀은 지금까지 휴업 상태로 알려져 있다. 올 2월에 발표된 2021년도 예산에서도 전염병 발생에 대비한 ‘글로벌 보건 프로그램’의 예산 중 30억달러를 삭감했다. 이런 삭감 퍼레이드의 결과는 처참했다. 당장 미국 내 보건부 산하 100여개 기관 중 코로나19 검진이 가능한 곳은 단 3개에 불과했고 초반 확산을 방치하는 결과를 빚었다.
   
   게다가 코로나19 문제가 제기됐을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를 11월 대선과 묶어 발언하는 경우가 많았다. “민주당이 러시아 게이트와 탄핵에 실패했기 때문에 코로나19를 정치적 무기로 활용한다”는 식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바이러스 대책보다 민주당 대책에 방점이 찍혔고 자연스레 초동 조치가 늦어졌다. 연간 약 2만7000명이 사망하는 미국의 독감과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비교하며 감염의 위험을 과소평가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32명의 사망자가 나온 3월 12일에도 “다른 작은 국가에서는 사망자가 더 나오고 있다”고 말하며 미국인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 워싱턴포스트는 “코로나19 문제에 대한 거듭되는 발뺌, 잘못된 발언과 행동은 금융 시장을 동요시켰고 유럽 동맹국들과의 관계도 손상시키면서 대통령직의 신뢰를 실추시켜 버렸다”고 비꼬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미국 퀴니피악대학이 내놓은 여론조사는 흥미롭다. 3월 9일에 발표한 조사를 보자. 위기대응 능력을 묻는 질문에서 샌더스(50%)와 비교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44%를 얻어 6%포인트 격차를 보였지만 바이든과 비교했을 때는 56% 대 40%로 16%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코로나19의 공포가 미국을 덮칠수록 이 차이는 더욱 큰 변수가 된다. 가디언은 “앞으로 2개월 안에 민주당 후보가 사실상 결정될 뿐만 아니라 트럼프 정부가 사실상 끝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