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웨이(陳薇·54)는 중국에서 최고 전염병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현역 인민해방군 소장이다. 여성인 천 장군은 2014년 에볼라 발병 당시엔 세계에서 처음으로 유전자 기반 에볼라 백신을 개발했다. 중국 군사의학연구원 소속인 천 장군과 인민해방군 연구진은 지난 1월 말 코로나19의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武漢)에 도착한 이후 지금까지 백신 개발에 매달려왔다. 천 장군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백신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중국 보건당국은 지난 3월 18일 천 장군이 이끄는 연구진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천 장군은 “백신 설계와 재조합,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조건 아래의 생산, 백신의 품질 평가를 신속히 마쳤다”고 밝혔다. 백신 개발은 사전설계와 동물시험 및 인체시험 등 임상시험에 성공해야 한다. 중국 보건 당국의 백신 임상시험 승인은 미국 제약회사인 모더나 세러퓨틱스와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을 시작한 지 19시간 만에 이루어졌다.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그동안 천 장군 등 인민해방군 소속 과학자들에게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것을 지시해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앙군사위원회가 인민해방군 과학자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인민해방군 과학자들을 비롯해 연구진 1000여명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투입됐다. 중국에선 지금까지 모두 9종의 백신이 개발됐는데, 임상시험에 들어간 것은 천 장관의 연구진이 처음이다. 백신이 코로나19 예방에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사실이 입증돼 실제 사람들에게 접종할 수 있기까지는 통상적으로 1년~1년6개월이 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백신 개발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가능성이 높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미국과는 달리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인 중국은 그동안 인권 등을 외면해왔기 때문이다. 중국 전염병 분야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 원사는 “9월쯤이면 인체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왕쥔즈 중국 과학원 원사도 “코로나19 백신 연구와 개발 분야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중국은 다른 국가에 절대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생명공학 회사인 스테미르나 세러퓨틱스의 한 연구원이 코로나19 백신 실험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생명공학 회사인 스테미르나 세러퓨틱스의 한 연구원이 코로나19 백신 실험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백신 개발 속도전 벌이는 중국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를 놓고 백신 개발 경쟁 등을 비롯해 이른바 ‘바이러스 전쟁(Virus War)’을 벌이고 있다. 백신 개발은 무엇보다 제약·바이오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로, 세계 시장 규모는 1조2000억달러(1418조원·2018년 기준)나 된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중국제조 2025’ 계획을 통해 로봇, 인공지능(AI), 통신장비, 항공우주, 제약·바이오 등 10대 첨단 산업을 육성해 오는 2025년까지 제조업 강국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적극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중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3%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상당한 발전을 해왔다.

중국 정부는 제약·바이오 산업 분야에서 세계 1위인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자국 기업들의 외국 기업들과의 인수·합병(M&A)을 적극 지원해왔고, 인력과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왔다. 심지어 중국의 산업스파이들은 미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노하우와 데이터 등을 몰래 도둑질해왔다.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CFDA)은 시장 선점이 중요한 의약품을 신속히 개발해 시판할 수 있도록 임상시험 심사 기간을 60일 이내로 단축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지난해 기준 임상시험 규모가 전년 대비 34.4% 증가해 전 세계 3위로 두 단계 뛰어올랐다. 상하이그린밸리제약이 지난해 11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승인받은 결실도 있었다.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대한 승인이 이뤄진 것은 17년 만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중국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자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의 도약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2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팀과 제약·바이오 업체 경영진들과의 연석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해줄 것을 당부한 것도 중국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양국은 또 치료제 개발을 놓고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2일(현지시각) 마이크 펜스 부통령,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함께 백악관 캐비닛룸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제약회사 임원들과 회담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2일(현지시각) 마이크 펜스 부통령,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함께 백악관 캐비닛룸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제약회사 임원들과 회담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제약·바이오 산업 패권을 잡아라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 발원지를 놓고 공방전을 벌이는 것도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패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31일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가 발생했다고 보고한 이후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자 미국 정부는 지난 1월 31일 최근 2주간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의 미국 입국 금지와 자국민의 중국 여행 금지 조치를 내렸다. 당시 중국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이 공포를 과장하고 있으며,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방해하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의 조치에 반발했다. 미국 정부가 애초부터 강경한 조치를 내린 것은 코로나19가 자국으로 전염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였지만 중국의 도전을 이참에 꺾어놓으려는 속셈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게다가 미국 일각에선 중국이 생물학무기를 개발하려다 코로나19를 퍼뜨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대(對)중국 강경파인 톰 코튼 상원의원(공화·아칸소주)은 지난 2월 6일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은 처음부터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해 거짓말을 해왔다”면서 “코로나19가 우한에 있는 중국 정부 산하 연구소 및 생화학무기 프로그램과 연관됐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추이톈카이 미국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 2월 9일 “코튼 의원의 발언은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라면서 “완전히 미친 소리”라고 비난했다.

이후 양국의 공방전은 잠잠했다가 중난산 원사가 지난 2월 27일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가장 먼저 출현했지만 꼭 중국에서 발원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시 주석이 3월 2일 군사의학연구원과 칭화대 의학원을 방문해 연구원들과 좌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바이러스의 근원과 전파경로에 대한 연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시 주석은 이어 지난 3월 4일 열린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도 “바이러스의 발원지 연구를 강화하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이런 지시를 내린 것은 자신과 공산당 지도부의 초기대응 미흡에 대한 비판을 희석하고 중국 책임론을 회피하려는 것이다.

심지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월 12일 트위터에 “로버트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 3월 11일 하원 청문회에서 독감 증세를 보였던 사람이 사망했는데 사후 부검 결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면서 “코로나19를 우한에 가져온 것은 미군일지도 모른다”는 글을 올렸다. 지난 1월 말 중국 인터넷 공간에선 지난해 10월 18일부터 27일까지 우한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군이 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소문이 퍼졌다. 하지만 우한 진인탄병원은 “외국군 선수 5명이 말라리아에 걸려 치료했었다”며 “코로나19와는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런데도 자오 대변인이 미군 전파설을 주장한 것은 중국이 코로나19 발원국이란 오명을 지우고 미국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트위터를 공식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 자오 대변인이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은 글을 올렸다는 건 개인의 주장이 아니라고 분석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우한이 발원지라는 점을 부인하는 진짜 이유는 코로나19가 수습된 이후 자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이 국제적인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정부는 중국이 발병국이란 낙인찍기에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최근 6차례나 ‘우한 바이러스’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중국이 초기 대응 실패로부터 주의를 돌리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코로나19는 우한에서 유래했다”면서 “당시 중국이 이를 은폐하는 바람에 국제사회가 대응에 나서는 데 두 달이 걸렸다”며 중국의 ‘적반하장(賊反荷杖)’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아예 ‘중국 바이러스(Chinese virus)’라고 부르면서 중국이 발원지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18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초기 국면에 중국으로부터 어떤 정보도 받지 못했다”면서 “만약 우리가 중국 바이러스에 대해 일찍 알았다면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중국 책임론’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것은 그것이 중국에서 왔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명칭은 인종차별적인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는 미국 내에서 코로나19 확산의 정치적 책임이 자신에 쏠리는 것을 막고 국제사회에도 중국의 책임이라는 점을 못 박으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의도는 첨단 미래산업인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패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 2월 20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베이징의 군사의학과학원을 찾아 코로나19 백신과 항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2월 20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베이징의 군사의학과학원을 찾아 코로나19 백신과 항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photo 뉴시스

중국의 ‘건강 실크로드’ 구축

미·중의 바이러스 전쟁은 양국의 패권 다툼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제사회의 불신을 만회하기 위해 각국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시 주석은 대규모 원조를 통한 ‘건강 실크로드(健康丝绸之路)’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시 주석은 3월 16일 코로나19 확산으로 ‘제2의 중국’이 되고 있는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은 이탈리아와 함께 전염병과 싸우고 건강 실크로드를 구축하겠다”면서 “의사 등 전문가팀을 파견하고 의료 물자도 힘닿는 데까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중국은 300명의 중환자실(ICU) 의사와 간호사들을 이탈리아에 파견하고 31t 분량의 의료 물자까지 보냈다.

중국은 또 유럽연합(EU)에 200만개의 수술용 마스크와 20만개의 N95 마스크, 의료용 방호복, 진단키트 5만개를 지원했다. 중국은 동남아 각국에도 각종 지원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유엔 193개 회원국 대표들에게 서한을 보내 “우리는 국제사회와 연대를 강화해 전염병과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최대 원조국’을 자임하고 나선 셈이다. 브래들리 세이어 미국 텍사스주립대 교수는 “중국이 코로나19 위기를 ‘건강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며 “중국이 세계 패권이란 전략 목표를 위해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달리 키신저 중·미관계연구소 국장은 “중국이 오히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이 시행한 ‘마셜플랜’과 유사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도 중국의 공세에 맞서 기축통화국으로서 달러화를 무기로 통화스와프를 통해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미국은 지난 3월 20일 한국을 비롯해 호주,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뉴질랜드,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등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수단이지만 정치·외교적 의미도 상당하다. 미국은 이번 조치에서 중국과 홍콩, 대만 등 중화권 국가들을 배제했다. 미국의 의도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국 중심으로 구축된 제조업의 글로벌 공급망(GSC·global supply chain)을 재편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등 각국의 기업들은 대부분 그동안 ‘세계의 공장’이라는 말을 들어온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각국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실제로 중국에 대한 지나친 경제 의존 때문에 이탈리아·이란·한국 등이 코로나19 사태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향후 산업적 측면과 ‘안보’를 연계해 자국 기업은 물론 동맹국 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 벗어나도록 유도하는 전략에 나설 방침이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는 앞으로 미국 정부가 자국과 동맹국 기업들에 중국에서 공장을 이전하도록 촉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콧 해럴드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코로나19 사태가 트럼프 정부가 향후 동맹국들에 중국 견제를 강화하도록 요구하는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무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전염병은 핵전쟁보다 더 재앙적”이라고 강조했듯이 전 세계가 고통을 겪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중국의 독재 체제 때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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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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