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4일 기자회견을 가진 호얏셍 마카오 행정장관. ⓒphoto 신화·뉴시스
지난 3월 24일 기자회견을 가진 호얏셍 마카오 행정장관. ⓒphoto 신화·뉴시스

확진자 31명, 사망자 0명. 지난 3월 26일까지 받아든 마카오의 코로나19 성적표다. 2019년 기준으로 마카오를 찾은 관광객은 3940만명. 이 중 중국 본토에서 온 관광객만 2700만명에 달한다. 한데 지난 3월 26일 기준으로 마카오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31명에 그친다. 사망자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다. 마카오의 코로나19 성적은 사실상 단일 경제권으로 묶여 있는 홍콩과 비교해 봐도 경이적이다. 홍콩의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는 410명으로, 사망자는 4명에 달한다.

마카오의 확진자 수가 적은 것은 인구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카오의 전체 인구는 67만명. 하지만 마카오는 지역 인구를 동등선상에 맞춘 인구 10만명당 확진자 수를 따져봐도 상당히 양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마카오의 인구 10만명당 확진자 수는 4.62명으로, 비슷한 여건의 홍콩(5.48명)이나 싱가포르(11.07명)보다 적다. 10만명당 확진자 수가 마카오보다 적은 곳은 경이적인 코로나19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대만(0.99명) 정도에 그친다. 한국의 지난 3월 26일 기준 인구 10만명당 확진자 수는 17.82명이다.

인구 10만명당 확진자 4.62명

마카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최초 발견된 것은 지난 1월 22일, 우한에서 온 관광객 2명이 최초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다. 한국(1월 20일)보다 이틀 늦다. 사실 인구가 67만명에 불과한 마카오는 코로나19가 덮칠 경우, 지역 자체가 소멸될 수 있을 만큼 작다. 마카오의 전체 육지면적은 32.8㎢로 서울 여의도(2.9㎢)의 11배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마카오와 이어져 있는 중국 광둥성의 누적 확진자(1444명)는 발원지인 후베이성(6만7801명) 다음으로 많았다.

코로나19가 덮치면 도망갈 데조차 없는 마카오의 ‘선방’ 비결은 카지노 폐쇄로 모아진다. 카지노 등 도박업은 마카오 경제를 떠받치는 최대 산업이다. 2018년 기준 마카오 전체 GDP에서 도박업이 차지하는 비중만 약 54%가량. 마카오의 사행산업 감독당국인 ‘마카오 도박감찰협조국(DICJ)’에 따르면, 지난해 마카오 전체 도박장이 올린 수입은 2924억파타카(약 45조원)다. 하지만 카지노는 밀폐된 공간에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몰린다는 점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딱 좋은 환경이다.

이에 지난해 12월 신임 행정장관으로 취임한 호얏셍(賀一誠) 행정장관은 재정수입 감소를 무릅쓰고 지난 2월 5일부터 마카오의 6개 카지노 회사가 운영하는 41개 카지노 등 도박장 영업을 모조리 중단시켰다. 마침 행정명령을 단행하기 전날 확진된 9번째 확진자가 마카오 코타이스트립의 한 카지노 호텔에서 근무했다는 사실도 고려됐다. 9번째 확진자인 29세 여성은 8번째 확진자의 조카로, 증상이 나타난 뒤에도 약 일주일간 호텔에 출근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마카오 당국은 같은 날짜로 관내 영화관, 공연장, 실내오락실, 탁구장, 볼링장, PC방, 헬스클럽, 사우나, 마사지, 가라오케, 나이트클럽 등을 막론하고 모든 유흥업소에 15일간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마카오 도박장의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꺼진 것은 1847년 마카오를 지배하던 포르투갈 식민당국이 세금징수 목적으로 도박을 합법화한 이래 사상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2018년 초대형 태풍 ‘망쿳’이 들이닥쳤을 때로 이때는 32시간에 불과했다. 15일간 영업중단 조치는 전례가 없었다.

3월 18일 모든 외국인 입국금지

마카오의 도박장 폐쇄 조치는 단기적으로 마카오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마카오의 도박장들은 연중 최대 성수기인 중국 춘절(春節·중국설) 연휴 직전 단행한 우한 봉쇄 조치(1월 23일)로 이미 지난 1월 수입이 221억파타카로 전년 동기(249억파타카) 대비 11.3%가 감소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 2월 도박장 수입은 31억파타카(약 4860억원)로 전년 동기(253억파타카)에 비해 무려 87.8%가 급감했다. 코로나19의 확산세를 멈추기 위해 마카오 정부로서는 대단한 도박을 한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마카오 정부의 도박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신규 확진자가 거의 없어 마카오 카지노는 15일간의 영업중지와 추가로 30일간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 3월 20일부터 전면 재개한 상태다. 41개 카지노 중 37곳이 문을 열었는데, 전체 6739개의 게임테이블 가운데 80% 인 5400개 테이블이 다시 손님을 받고 있다. 물론 당국의 방침에 따라 재개장 후에도 입장객을 상대로 발열검사를 한 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만 입장시킨다. 또 게임테이블 간격을 늘리고, 도박장에서 취식도 일절 금지시켰다. 후베이성 방문자의 출입은 여전히 금지된다.

이와 함께 마카오 당국은 지난 3월 18일부터는 옛 식민모국인 포르투갈을 비롯해 모든 해외 여행객의 마카오 입국을 금지시킨 상태다. 한국인 관광객도 입국금지 대상이다. 이 같은 조치에는 지난 3월 15일 마카오에서 11번째로 확진된 사람이 포르투갈에서 두바이와 홍콩을 거쳐 마카오로 들어온 한국인이란 사실도 감안됐다. 현재 마카오 입경이 가능한 사람은 명목상 같은 국가에 속하는 중국 본토와 홍콩, 대만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14일 이내 해외 방문 이력이 있는 사람은 제외된다.

강제 영업중단 조치로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한 마카오 당국은 지난 3월 18일부터 모든 주민에게 3000파타카(약 46만원)의 소비카드를 발급하는 식으로 내수회복에도 나서고 있다. 4월 한 달간 카드를 나눠준 뒤 5월 1일부터 7월 1일까지 3개월간 한시적으로 쓰게 하는 방식이다. 내수 진작을 위해 공공요금이나 항공권, 배표, 카지노 등을 제외한 영역에서 하루 최대 300파타카(약 4만6000원)까지 쓰게 했다. 2019년 기준 마카오의 1인당 GDP는 8만1151달러로 세계 3위다. 이동섭 마카오 한인회장은 “취업비자는 제외하고 시민권이나 거주권이 있는 사람에게만 소비카드를 준다”며 “마카오 현지 교민 700명 중 350여명 정도가 대상”이라고 말했다.

마카오식 초강경 조치는 경쟁관계에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도 따라할 정도다. 세계 최대 도박시장인 라스베이거스를 관할하는 미국 네바다주 주정부는 지난 3월 18일부터 모든 카지노와 유흥업소에 30일간 영업중단 조치를 내렸다. 1931년 미국 네바다주에서 도박이 합법화된 이후 처음 내려지는 최장 기간의 영업중단 조치다.

반면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한국에서는 서울 강남과 이태원, 홍대 일대의 클럽과 포차 등 유흥업소들이 여전히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만 지난 3월 23일부터 순차적으로 휴장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 3월 23일부터는 파라다이스그룹이 운영하는 워커힐 카지노 등 4개 카지노가, 3월 24일부터는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운영하는 강남 세븐럭 카지노 등 3개 카지노가 각각 2주간 휴장에 들어갔다. 진정한 ‘방역모범국’인 마카오에 비해 늦어도 너무나 늦은 셈이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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