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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호]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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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통신]올림픽 연기 이끈 트럼프·아베의 50분 통화

도쿄= 이하원  조선일보 특파원 may2@chosun.com

▲ 지난해 5월 일본을 국빈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골프장에서 아베 총리와 찍은 셀카. photo 아베 트위터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 총리를 설득,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도록 함에 따라 두 정상의 ‘브로맨스(bromance·남자들 간의 특별한 우정)’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두 정상은 서로를 ‘도널드’ ‘신조’라고 퍼스트 네임으로 부르는 사이인데 이번엔 “트럼프가 올림픽 문제로 위기에 처한 아베를 구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세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 중에서 도쿄올림픽 1년 연기를 가장 먼저 이슈화한 이는 트럼프다. 지난 3월 13일 그가 애용하는 트위터를 통해서였다. 당시는 아베 정권이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 올림픽 정상 개최를 모색해 국내외에서 비난을 받고 있던 시점이었다. 트럼프의 이런 언급 후 11일 만인 지난 3월 24일 아베 총리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1년 연기’ 합의에 도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월 24일자 1면 톱 기사에서 아베가 도쿄올림픽 연기로 선회한 배경에는 ‘밀월(蜜月)’ 관계인 트럼프의 조언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 3월 13일 트럼프와 아베 간의 전화통화에서는 이런 대화가 오갔다.
   
   아베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트럼프 “올림픽을 1년간 연기해야 한다. 관객이 없는 상태에서 하는 것보다는 1년 연기하는 것이 좋다.”
   
   아베 “도쿄올림픽을 중지하는 선택은 있을 수 없다.”
   
   트럼프 “도쿄올림픽을 1000% 지지한다. 어쨌든 일본에서 (1년 연기해) 도쿄올림픽을 열어달라. 올림픽 경기장도 멋있지 않은가.”
   
   
▲ 지난 3월 24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 1면 톱 기사. 도쿄올림픽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아베와 트럼프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상세하게 실렸다.

   트럼프는 이날 50분간의 전화 회담에서 ‘1000% 지지’ 표현을 써가며 ‘2021년 도쿄올림픽’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서 3월 16일 화상통화로 이뤄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아베는 이때 “도쿄올림픽은 완전한 형태로 개최하고 싶다”고 했다. 도쿄올림픽을 연기해서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힌 것이다. 이 회의에서 영국의 존슨 총리는 엄지손가락을 세워 찬성 입장을 밝혔다. 다른 정상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베는 올림픽 1년 연기가 결정되자 마자 3월 25일 트럼프에게 전화를 해 감사표시를 했다. 미·일 정상 간에 12일 만에 다시 이뤄진 40분간의 통화에서 트럼프는 “매우 현명하고 훌륭한 결정을 했다”고 칭찬했다.
   
   트럼프가 제안해서 성사된 ‘도쿄올림픽 1년 연기’는 아베에게 나쁘지 않은 정치적 차선책(次善策)이다. 도쿄올림픽이 만약 전면 취소됐다면 그에게는 대재앙이 될 수밖에 없었다. 헤아리기 어려운 경제적 피해는 물론이고 국민의 실망감과 불만이 아베 정권을 향할 것은 자명했다. 아베가 불명예 퇴진하는 시나리오가 부각될 수도 있었다. 트럼프는 대회 취소를 고려하는 IOC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했다. 사업가적인 감각으로 일본과 아베를 위해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와 아베 관계는 4월 현재 정상회담 14회, 전화통화 35회를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가 취임한 2017년 1월부터는 매월 최소한 한 차례씩은 통화하고 있는 셈이다.
   
   두 정상은 트럼프가 취임한 직후부터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왔다. 아베는 트럼프가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을 때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두 정상은 워싱턴DC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플로리다주로 이동해 트럼프 소유의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했다. 18홀 운동을 마친 후 샌드위치로 식사를 해가며 9홀을 더 돌면서 서로 말이 통하는 관계를 만들었다.
   
   2019년은 트럼프와 아베의 관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해였다. 두 정상은 지난해 4·5·6월 잇달아 정상회담을 가졌다. 미·일 관계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지난해 5월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즉위한 후 트럼프의 첫 국빈(國賓)방문은 관계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다. 아베는 이때 트럼프에게 미국의 최신형 F-35 스텔스 전투기 105대를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으로써 그의 체면을 세워줬다. 올 초에는 미국 항공모함 함재기 훈련을 위해 약 140억엔을 들여서 가고시마(鹿兒島)현의 무인도 마게시마(馬毛島)를 구입해 제공하기로 했다. 트럼프가 올림픽 처리 문제로 곤경에 처해 있던 아베를 위해 나선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최근 아베와 친분이 있는 케네스 와인스틴 미 허드슨연구소 소장을 주일 미국대사에 지명한 것도 화제가 됐다. 와인스틴은 일본을 방문해 아베와 수차례 만난 적이 있을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사이다. 교도통신은 트럼프가 아베와 와인스틴 관계를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역대 주일 미국대사 중 현직 총리와 가장 가까운 인물이 지명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와인스틴은 2013년 허드슨연구소가 국가안보에 공헌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허먼 칸(허드슨연구소 창설자) 상’을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아베에게 수여했었다. 그러자 아베는 지난해 허드슨연구소가 ‘일본 체어’를 신설할 때 정부 예산으로 5억6000만엔을 지원토록 함으로써 와인스틴에게 보답했다.
   
   두 정상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아베가 트럼프의 동북아 정책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도 대두되고 있다. 일본 총리 관저와 외무성 등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트럼프는 아베와 전화할 때마다 대(對)한반도 정책 방향에 대해서 문의하고 있다. 구체적 사례로는 트럼프가 지난해 12월 21일 아베와 75분간 통화했을 때 40분을 북한 문제에 할애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는 북한이 12월 초 외무성 담화를 통해 ‘성탄절 도발’ 가능성을 밝힌 시점이었다. 트럼프는 같은 달 21일 아베가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으로 출국하기 전에 전화를 걸어 조언을 요청했다. 도쿄의 외교소식통들에 따르면 아베는 외교 채널을 통해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막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에는 미·일 양국이 강력히 연대해서 대응하는 방안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국가안전보장국(NSS) 관리들은 아베의 중국 출장 중에 발생할 대응 시나리오를 미리 만들어 점검했었다.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가 겉도는 상황에서 아베가 트럼프의 귀를 잡고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깊숙이 관여한다는 관측이 일본에서는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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