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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호] 2020.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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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해범의 차이나워치]‘차이나 포비아’가 新황화론 부른다

지해범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장 hbjee@chosun.com

▲ 지난 4월 17일 독일 빌트지 율리안 라이헬트 편집장이 ‘시진핑 당신은 코로나19로 인해 망할 것’이라는 자극적 내용의 편지를 동영상과 함께 공개했다.
판매부수 140만부로 독일 1위 신문인 보수 성향의 ‘빌트(Bild)’는 지난 4월 1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내는 율리안 라이헬트 편집장의 편지를 동영상과 함께 공개했다. “시진핑 당신은 코로나19로 인해 망할 것”이라는 자극적 내용의 이 편지는 중국을 제외한 세계인의 환호를 받았다. 라이헬트 편집장은 5가지 이유를 들어 시 주석을 비판했다.
   
   “친애하는 시 주석께. 주독 중국대사관은 우리 빌트에 ‘왜 중국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배상해야 하는가’라고 묻는 공개편지를 보내왔다. 나는 5가지 이유를 들겠다. 첫째, 시 주석 당신은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의 수산시장을 단속하지 않았다. 전 국민을 감시해 주석이 된 당신은 전염위험이 큰 동물시장에 대한 감시는 거부했다. 둘째, 광범위한 감시로 중국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막았고, 결국 중국의 가장 성공적인 수출품은 누구도 갖고 싶어 하지 않는 코로나19이다. 셋째, 당신은 코로나19의 사람 대 사람 전염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 넷째, 워싱턴포스트(WP)는 우한의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보도했다. 중국의 위험한 연구실은 왜 정치범 수용소만큼 보안이 철저하지 않은가. 다섯째, 당신은 세계에 마스크를 보내는 것을 ‘우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를 미소 뒤에 숨은 제국주의, 트로이의 목마라고 부르겠다. 나는 코로나19가 조만간 당신의 정치적 멸망을 의미할 것이라고 믿는다.”
   
   한 국가의 중요한 매체가 타국의 최고지도자를 향해 정치적 생명이 끝날 것이라는 ‘독설(毒舌)’을 퍼부은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독일 주재 중국대사관은 이에 대해 “정치적 명예훼손”이라며 발끈했다. 그러나 추가적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빌트는 왜 그랬을까. 이는 최근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차이나 포비아(중국 공포와 혐오)’의 전형적인 표출이라고 판단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수백 명에서 수만 명의 자국민이 죽어가고 경제 붕괴로 실업자가 쏟아지는데도 중국은 책임을 회피하며 ‘오리발’만 내미는 것에 대한 분노가 ‘중국 혐오’로 터져나오는 것이다. 분노한 여론은 중국에 대한 ‘책임추궁’과 ‘손해배상’ 요구에 그치지 않는다. 서방 기업의 탈(脫)중국과 ‘차이나 머니’에 대한 투자제한 조치 뒤에는 “더 이상 중국과는 더불어 살 수 없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 미국에서는 중국의 경제적 패권을 견제할 ‘극중(克中)전략’까지 거론된다. 19세기 말 일본을 표적 삼았던 유럽의 ‘황화론(黃禍論)’이 2020년 중국을 겨냥한 ‘신(新)황화론’으로 부활하는 듯한 양상이다.
   
   
   미·프·영·독·호주·이란의 ‘중국 책임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18일 백악관에서 중국의 코로나19 책임에 대해 경고를 날렸다. 그는 “중국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실수가 있었다면, 실수는 실수다. 그러나 만일 고의적 책임이 있었다면 그에 따른 결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4월 16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코로나19 위기에 잘 대처했다고 말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권위주의 정권의 상명하복(上命下服)식 대응방식이 성공한 것은 서구 민주주의 사회의 약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염병과 싸우기 위해 자유를 포기하는 것은 서방의 민주주의 국가들을 위협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보건 위기가 있다는 이유로 당신의 근본을 이루는 DNA를 폐기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미국 못지않게 중국에 화가 난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은 국가수반(보리스 존슨 총리)부터 코로나19에 감염돼 중환자실에 입원할 만큼 증세가 악화되었다가 퇴원했다. 총리 업무를 대행 중인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은 지난 4월 16일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어떻게 퍼졌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따져봐야 한다. 중국은 엄중한 질의에 응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과학적인 방식에 근거해 심도 높은 사후검증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지난 4월 20일 ‘중국 책임론’에 힘을 보탰다. 그는 “중국이 바이러스의 발생 원인에 대해 더 투명하게 밝힐수록, 이를 통해 세계 모두가 교훈을 얻을 수 있고,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산더 다우너 전 호주 외무장관은 ‘파이낸셜 리뷰’ 기고문을 통해 “중국은 초기에 사람 간 전염병의 존재를 부인했고, 우한 거주자의 국내 이동은 금지하면서 국외 이동은 허용하는 모순된 행동을 했다”면서 “관련국들은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에 대한 전면적 조사를 요구해야 하고 특히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만약 중국이 이러한 조사를 거부한다면 중국의 소프트파워는 큰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4월 초에는 이란 보건부 대변인과 중국대사의 설전이 주목을 끌었다. 이란 보건부 키아누쉬 자한푸어 대변인은 지난 4월 6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코로나19 관련 수치는 “웃기는 얘기(joke)”라며 “중국은 세계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를 독감 정도로 오해하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네덜란드, 스페인, 필리핀 등지에서는 중국이 무상지원하거나 판매한 의료장비들이 수준 이하의 불량품인 것이 드러나자 중국을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 아프리카 20여개국도 “시 주석이 위선과 자만심과 함께 코로나19의 기원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줄 잇는 손해배상 소송과 차이나머니 경계령
   
   미 하원의 두 공화당 의원이 중국 정부를 상대로 한 미국인의 개인 소송을 가능케 하는 결의안(6524호)을 제출한 뒤 미국에서 손해배상 소송도 본격 제기되고 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본사를 둔 버먼 법무그룹은 40개국 1만여명이 참여한 손해배상 소송을 대행하고 있다. 또 미국 주정부 차원의 첫 손해배상 소송은 지난 4월 21일 미주리주에서 제기됐다. 에릭 슈미트 미주리주 법무장관은 “중국 정부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초기 몇 주 동안 중요한 정보를 숨기고 내부고발자를 체포했다. 수많은 증거에도 인간 간 전염을 부정했다. 중국은 또 비판적인 의학 연구를 파기하고, 개인 보호장구 사재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수많은 인명피해와 고통, 경제붕괴 등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입힌 중국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연구기관 ‘헨리 잭슨 소사이어티’는 중국에 대한 손해배상 액수로 3510억파운드(약 530조원)를 제시하기도 했다.
   
   세계의 ‘중국 혐오’는 ‘차이나머니’에 대한 경계령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지난 3월 말 호주 재무장관은 모든 외국인의 인수합병(M&A)과 투자제안은 외국인투자검토이사회(FIRB)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이는 11억호주달러(약 8600억원) 이상의 M&A에 적용하던 규정을 전 외국인 투자로 확대한 것이다. 사실상 차이나머니에 대한 경계령을 내린 것이다. 인도 상무부 역시 지난 4월 18일 “인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에 근거지를 둔 해외 기업의 인도 기업 M&A를 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접경(接境)국가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자본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하다. 중국원양해운(COSCO)이 유럽 각국의 항구에 대한 지분을 늘리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이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고 나섰다. 옌스 스톨텐버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4월 15일 회원국 국방장관 화상회의에서 “일부 동맹국들은 핵심 인프라가 외국에 팔리기에 더 취약한 상태가 되었다”며 중국이 그리스 항구들을 사들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COSCO는 이미 벨기에 항만회사의 지분 90%와 스페인 발렌시아-빌바오 항구 지분 51%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더 이상 손잡고 나갈 협력동반자가 아니다”
   
   마스크와 진단기기 등 많은 의료제품을 중국에 의존해온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이에 대한 반성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홍콩인권법안을 발의했던 마르코 루비오 미 상원의원(49·공화당)은 “현재 미국의 중국 제조업 의존도는 매우 위험한 수준이다. 우리는 중국에 너무 많은 것을 내줬다”면서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의료제품을 미국 내에서 제조해야 한다는 광범위한 여론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상공회의소 아시아 담당이사 찰스 프리먼 역시 “코로나19로 생긴 공급 차질과 부족 현상은 미국의 중국 생산 의존 문제를 다시 부각시켰고, 기업들은 하나의 시장에 공급을 의존하는 것을 재고(再考)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는 자국 기업의 중국 철수를 독려하고 있다.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중국에서 돌아오는 기업의 이전 비용을 100% 지원하겠다. 우리의 희망은 보다 많은 미국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도 “코로나19 상황이 미 제조업의 회귀를 가속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일본도 이 움직임에 가세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4월 9일 총 108조엔(약 1236조원)의 코로나19 관련 경제원조 자금 가운데 2435억엔(2조7900억원)의 자금을 ‘공급사슬 개혁’에 할당했다. 부품공급지를 한 국가에 의존하던 것을 다양화하겠다는 의도다. 이 중 2200억엔은 중국에서 일본으로 돌아오는 기업에, 나머지는 중국에 있던 공장이 동남아 등 다른 국가로 이전하는 데 쓸 예정이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국어 매체 둬웨이(多維)는 “미국과 일본이 중국을 더 이상 함께 손잡고 나가야 할 협력동반자로 보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을 상대로 긴 게임을 하라”
   
   미국 시사잡지 포브스(Forbes)는 지난 4월 15일 자에서 ‘중국을 상대로 긴 게임을 하라(Against China, Play A Very Long Game)’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 루마니아 출신의 성공한 사업가이자 작가인 피터 게오르게스쿠(Peter Georgescu)가 쓴 이 글은 현 시점에서 미국 기업의 대중 장기전략을 제시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의 국가 전략이란 관점에서도 흥미롭다. 게오르게스쿠는 먼저 “어떤 문화가 새로운 국제질서에서 우위를 차지할지는 군사력이 아니라 경제적 리더십이 결정할 것”이라며 “그것은 두 개의 다른 자본주의, 즉 권위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에서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경제와 군사를 구분하지 않으며, 상대방에게 총을 쏘지 않고 이기는 것이 그들의 전략”이라며 “미·중의 경쟁은 단순히 보호주의와 관세의 차원을 뛰어넘어 다가오는 세기에 사람들이 살아가고 일하는 방식을 결정할 근본적 변화와 혁신에 어떻게 적응하느냐를 놓고 경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은 이미 많은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핵심 산업에서 수천억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며, 인공지능, 태양에너지, 5G 등의 R&D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기업은 주주의 이익을 위해 단기순익에 집착하지만, 중국은 다음 세기를 위해 착실히 준비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안보는 경제적 주도권을 쥐는 데 기초가 되는 결정적 분야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함으로써 위협받고 있다. 인프라, 머신러닝, 적합한 교육 등 핵심 분야에 대한 국가적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과의 경쟁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극중(克中)’을 위한 장기적 산업전략의 수립을 촉구하는 이런 목소리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에서 더욱 커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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