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에 발 빠른 대응을 하면서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 ⓒphoto 연합
코로나19 사태에 발 빠른 대응을 하면서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부 지사. ⓒphoto 연합

지난 3월 중순 일본 열도를 발칵 뒤흔든 일이 오사카부(府)에서 발생했다.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45·일본유신회) 오사카부 지사가 아베 내각이 비밀리에 만든 최악의 감염 시나리오를 전격 공개한 것. 이 시나리오는 간사이(關西)의 중심지역인 오사카부와 효고현의 코로나19 환자가 2주 만에 약 15배인 3370명까지 늘어나는 것을 시작으로 수만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요시무라 지사는 이를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 주민들에게 알리면서, 춘분의 날(3월20일)부터 시작한 3일 연휴 때 ‘이동자제’를 요청했다.

요시무라는 “정부에서 내게 비공개로 설명한 것을 중요한 사실이라고 판단해 공개했다. 이렇게 중요한 정보를 숨기고 갈 수는 없다”고 했다.

당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스테이 홈(집에 머무세요)’ ‘자숙(自肅)’ 조치가 취해지기 전이었다. 요시무라를 향해 “젊은 지사가 너무 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환자가 3월 말부터 하루에 수백 명씩 쏟아져 나오고 4월 초 아베 총리가 긴급사태를 선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요시무라의 한발 빠른 결정이 옳았다는 것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후 요시무라 지사의 지지율과 인지도는 미사일처럼 하늘로 치솟고 있다. 지난 1월 그의 트위터 팔로어는 20만명이었으나 지금은 100만명에 이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무능함을 드러내자 47개 도도부현(都道府県) 지사들은 최근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 이 중 요시무라가 가장 선두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발표된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 전국의 지사 중에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요시무라가 52%로 단연 1위. 2위는 도쿄도의 고이케 유리코 지사(19%), 3위는 홋카이도의 스즈키 나오미치 지사(12%)였다. 요시무라는 모든 연령층에서 40%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심지어 자민당 지지층에서도 46%가 요시무라를 꼽았다. 그의 활약으로 그가 속한 오사카 지역 야당 일본유신회는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5%에서 11%로 두 배 이상 뛰었다.

그가 ‘코로나19 정치스타’로 부상한 배경에 대해선 “위기 상황에서 조직을 움직일 줄 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TBS 방송은 “분석력과 행동력이 빠르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의 보도처럼 오사카부의 대응은 어느 곳보다 빨랐다. 지난 3월 13일 코로나19 환자 입원 팔로업 센터를 설치했다. 감염자의 증상에 따라 4단계로 나눠 입원시키고 후속조치를 취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후 매일 저녁 6시에 환자수, 가동 가능한 병실수를 점검한다. 한국을 비롯 코로나19 관리를 비교적 잘하는 외국 사례를 매일같이 연구해 좋은 제도가 있으면 즉각 이를 수용한다. 감염자를 추적하기 위해 공적시설과 식당에서 일반화하고 있는 QR코드도 오사카부 차원에서 만들어 활용하기 시작했다.

오사카 시민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아베 총리의 발표를 전광판으로 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오사카 시민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아베 총리의 발표를 전광판으로 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주민들과 소통하는 것도 적극적이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주요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자신의 활동을 발신하고 있다.

오사카부 주민들에게 이동자제를 요청하는 데도 한발 빨랐던 그는 긴급사태 조치 해제에도 오사카 모델을 앞세워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5월 5일 오사카부 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휴업과 외출 자제의 단계적인 해제를 향한 독자적인 기준을 결정했다. 감염경로 불명 비율,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정하는 PCR 검사 양성 비율, 중증환자의 병상 사용률 등 3가지 지표를 근거로 해제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발표했다. 긴급사태 조치 해제 기준을 지자체가 만든 건 처음이다. 최근에는 여러 방송에 나와 “코로나19를 한 번에 이길 수 있는 공존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요시무라는 위기 상황을 활용해 자신의 체급을 올릴 줄 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중의원(衆議院) 의원을 한 차례밖에 하지 못했지만 아베 총리에게는 “(정부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단지 긴급조치를 연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라고 직격탄을 날려 주목받았다. 아베 총리의 정책은 “출구가 없는 터널을 계속 달리라고 하는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코로나19 사태를 담당 중인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상과도 긴급사태 조치 해제 권한 문제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아베 총리를 비판하고, 니시무라 경제재생상과 논쟁을 벌이는 모습은 일본 정계에서도 화제가 됐다.

요시무라는 오사카부 가와치나가노시 출신. 규슈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도쿄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30세가 되던 2005년 고향으로 돌아왔다. 분게이주(文藝春秋) 5월호에 자신의 정계 진출 배경으로 오사카 지역의 유명 정치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전 오사카부 지사를 꼽았다. 태어나고 자란 오사카를 개혁하려는 하시모토 전 지사의 취지에 동감해 정치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2011년 오사카시의회 선거에서 당선, 2014년 중의원 진출로 승승장구했다. 2015년에는 오사카 시장에도 당선됐다. 지난해는 그와 마쓰이 이치로 오사카부 지사가 서로 바꿔 출마하는 더블선거를 통해서 오사카부 지사에 취임했다.

코로나19 사태를 제외한 그의 당면 목표는 오사카부와 오사카시를 합쳐 오사카도(都)를 만드는 구상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일본유신회는 2015년 도쿄도와 똑같은 형태의 오사카도를 만드는 구상을 추진했으나 주민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부결된 바 있다.

오는 11월 일본유신회는 오사카도 구상을 다시 주민투표에 회부할 계획이다. 요시무라가 현재의 인기를 몰아서 오사카도 구상을 실현시킨다면 그의 정치적 체급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일본 정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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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원 조선일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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