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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1호]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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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중국 왕따 시키기 나선 미국의 세 가지 전략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 지난해 9월 홍콩 시민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홍콩을 해방시켜 달라고 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photo HKFP
이스라엘은 연평균 강수량이 435㎜밖에 안 되는 물 부족 국가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대규모 해수 담수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 사업은 15억달러를 투입해 오는 2023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담수화 공장을 건설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5월 26일 국제입찰을 부친 결과 자국 기업인 IDE테크놀러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용수의 3분의 1 이상을 공급하는 이 사업은 당초 홍콩의 대기업인 CK허치슨홀딩스가 수주할 것이 유력했었다. CK허치슨홀딩스는 홍콩 최고이자 세계 부자 서열 28위인 리카싱 전 회장이 소유한 회사이다. 리 전 회장은 친중국계 재벌이다. 당시 결정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5월 13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이후 바뀌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을 만나 중국계 기업의 사업 참여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들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다. 특히 중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투자가 상당히 증가해왔다. 중국 기업은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의 경전철망을 건설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최대 항구도시인 하이파와 아슈도드의 개발 계약도 체결한 상태다. 양국이 이처럼 밀착 조짐을 보이자 미국 정부는 중동 지역의 핵심 우방인 이스라엘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강력하게 저지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첨단 군사기술이 중국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을 경계해왔다.
   
   미국 정부가 이처럼 그 어느 때보다 전방위적으로 ‘중국 때리기’ 전략을 추진하면서 각국에 반중(反中)연합 전선에 동참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발원지와 확산 문제,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의 5G 제품과 장비 사용 금지 문제,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 등에서 각국에 자국의 편에 서기를 주문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 때리기 전략’에 나선 이유는 백악관이 지난 5월 21일 의회에 제출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전략적 접근(United States Strategic Approach to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적시됐다. 백악관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16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중국의 근본적인 경제 개혁 및 정치적 개방에 대한 기대는 실패로 끝났다”며 “중국은 생명과 자유, 행복추구권에 대한 미국의 기본적인 신념을 흔드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보고서는 “중국과 전략적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역내 동맹 및 파트너들과의 관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중 신냉전 시대 공표
   
   이 보고서는 1946년 소련 주재 외교관이던 조지 케넌이 소련을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비밀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소련의 냉전 체제를 예고했던 것처럼,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서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보고서는 “중국공산당이 40여년간 경제·정치·군사적 역량을 확대하면서 미국의 핵심 국익뿐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의 주권과 존엄성을 침해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세계 질서를 자국의 국익에 연동해 변모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이 중국의 가치에 대한 도전(Challenges to Our Values)에 직면했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 중국이 ‘중공(CPP)’으로 지칭됐고, 중국 정권은 북한 등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인 ‘독재정권’이라고 표현됐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통령(President)’에서 ‘공산당 총서기(General Secretary)’로 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은 1949년부터 악랄한 독재정권에 의해 지배를 받아왔다”면서 “우리는 중국이 얼마나 이념적으로, 정치적으로 자유 진영에 적대적인지에 대해 매우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오는 11월 대선 전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지만, 1979년 중국과의 수교 이후 리처드 닉슨 대통령(제37대)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제44대)까지 공화·민주당 출신에 관계없이 이어진 미국 역대 정부의 중국과의 협력 정책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헨리 키신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구축한 미·중 협력체제인 ‘키신저 질서’가 종말을 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도전을 저지하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갔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가 제1 목표로 삼은 것은 중국의 첨단기술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의 상징인 화웨이를 고사시키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이런 전략에 전통적 동맹국인 영국과 일본이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5G 구축사업에서 기존의 방침을 철회하고 오는 2023년까지 화웨이를 완전히 배제하라는 지시를 내각에 내렸다.
   
   영국 정부는 지난 1월 화웨이의 5G 장비를 민감한 핵심 부문에서 제외하되 비핵심 부문은 점유율이 35%를 넘지 않는 선에서 사용을 허용하기로 결정했었다. 존슨 총리는 또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주요 의약품과 전략적 수입품에 대한 영국의 중국에 대한 의존을 종식할 ‘프로젝트 디펜드(Project Defend)’라는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존슨 총리가 이처럼 180도 입장을 바꾼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집권 여당인 보수당과 국민들 사이에 반중 정서가 고조되고 있는 데다 브렉시트 이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경제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국 정부는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존슨 총리는 “영국은 중국이 홍콩의 인권과 자유, 고도의 자치를 존중하기를 기대한다”며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을 비판했다. 도미니크 라브 외무장관도 호주와 캐나다 외무장관과 함께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시대에 미국의 강력한 우방이자 동맹이었던 영국이 다시 미국의 오른팔로 나선 셈이다.
   
   
▲ 선진 7개국(G7) 정상들이 지난해 8월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photo 백악관

   세계경제 질서의 재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미국 정부의 화웨이 죽이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전체 공공기관 등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법인이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이 만드는 통신기기를 사실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달 운용 지침을 개정해 시행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이미 지난해 4월 각 부처에 안보상의 위험을 고려해 정보통신기기 조달처를 선정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사실상 화웨이와 ZTE 등 중국 기업들의 통신기기를 배제하라는 지시였다. 이번 조치에 따라 사이버보안기본법에 근거해 정보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게 돼 있는 총 96곳의 공공기관과 법인들은 통신장비 조달과 관련해 중국 기업들과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아베 총리는 또 대만과 홍콩 문제에 있어서 미국 정부의 입장을 확고하게 지지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특히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25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가 중국으로부터 전 세계로 확대된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일본은 미국과 협조하면서 각종 국제적 과제에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시 주석의 방일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등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아베 총리가 입장을 바꾼 것은 자국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반중 정서가 고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에선 시 주석의 연기된 국빈방문을 아예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미국 정부는 두 번째 전략으로 세계경제 질서 재편에 나서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를 위해 경제번영네트워크 (EPN·Economic Prosperity Network)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EPN은 중국에서 공산당 지배체제가 바뀌지 않는 한 또 다른 위기가 올 수 있는 만큼 아예 중국을 뺀 상태에서 자유 진영의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정부는 EPN의 대상국으로 한국,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인도, 일본 등을 꼽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9월 연기된 선진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 호주, 인도와 러시아를 초청한 것도 EPN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G7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서방 선진 7개국의 모임이다. G7은 1973년 제1차 오일쇼크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해 미국, 영국, 프랑스, 서독, 일본 등 5개국 재무장관이 모인 회의에서 시작됐다. 이 회의는 1975년 제2차 오일쇼크를 겪으며 G5 정상회의로 승격됐고 이후 이탈리아(1975)와 캐나다(1976)가 참여하면서 G7이 됐다. 러시아가 1997년 들어와 G8이 됐지만,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문제로 축출돼 다시 G7이 됐다. G7 정상회의에는 그동안 의장국 정상이 비(非)G7 국가들을 초대하는 관례가 있었다. 올해 G7 정상회의 의장국은 미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G7 정상회의에 4개국을 추가한 것은 반중 연합전선을 구축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할 수 있다. 한국, 호주, 인도는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EPN의 핵심 대상국이다. 미국 정부가 러시아를 초청한 것은 중국과의 밀월관계를 견제하려는 것이다.
   
   
▲ 지난 5월 13일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가 회담 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미 국무부

   반중 군사 블록 구축
   
   미국의 세 번째 전략은 반중 군사 블록을 구축하는 것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의 군사 위협에 대응할 동맹과 파트너로 한국, 일본, 호주, 인도, 브라질, 유럽(영국) 등을 꼽았다. 한국, 호주, 인도는 G7 확대 정상회의 초청과 겹친다. 미국 정부는 이미 일본, 호주, 인도 등과 함께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해왔다. 미국 정부의 이런 전략들은 한마디로 말해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협력해 전방위적인 중국 포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왕따 전략’에 맞서 무엇보다 먼저 그동안 밀월관계를 맺어온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오는 7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하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정상회의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이 러시아를 직접 간다면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해외 방문이 된다. 러시아는 두 행사를 모두 푸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대면 회의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에 맞대응할 것이 분명하다. 중국 정부는 또 미국 정부의 EPN 구축에 맞서 각국과의 ‘신속통로’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신속통로 제도는 중국과 각국 경제인들의 입국절차를 간소화한 것으로, 출국 전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 ‘14일간 의무격리’에서 면제된다. 중국의 신속통로 제도 대상국은 한국, 일본, 싱가포르,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 8개국이다. 중국은 또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 국가들에 대해 코로나19 방역 지원 등 보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미국의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에 동조하는 국가들에 보복조치까지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호주를 들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5년간 호주산 보리에 대해 73.6%의 반덤핑 및 6.9%의 반보조금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호주는 연간 전체 보리 생산량의 50%, 9억8000만~13억달러(1조2000억~1조6000억원)어치를 중국에 수출해왔다. 중국 정부는 또 킬코이 파스토랄 등 4개 호주 육가공업체의 소고기 수입을 중단했다. 이들 4개 업체는 호주의 대중국 소고기 수출의 35%를 차지한다. 중국의 소고기 전체 수입 규모는 지난해 28억7000만달러인데, 호주가 24%로 가장 많다. 중국 정부의 이런 조치는 호주 정부가 미국 정부가 주장해온 ‘코로나19 우한 발원설’ ‘코로나19 중국 책임론’ 등에 동조했기 때문이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국제사회가 코로나19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 독립적으로 투명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중국 정부의 속셈은 각국에 미국의 편을 들 경우 어떻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내수를 기반으로 한 자력갱생을 통해 미국의 탈(脫)중국화에 대응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주석은 “내수가 중국 경제의 살길”이라면서 “앞으로 내수를 출발점이자 거점으로 삼아 완전한 내수시스템 구축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의도는 수출주도형 전략에서 내수 중심의 발전 전략으로 경제정책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내수 위주의 경제전략 전환은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왕따 전략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무튼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으로 신냉전에 돌입하면서 세계는 BC(Before Corona)에서 AD(After Disease)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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