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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3호] 20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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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통신]한국 추가보복 경고를 아베 회생 카드로?

도쿄= 이하원  조선일보 특파원 leehawon@gmail.com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군함도 탄광. photo 연합
대법원의 징용 배상판결을 이행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에 맞서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보복조치를 취한 것이 지난해 7월 1일이었다. 이후 한국에서 불매운동, 일본 여행 금지로 맞서면서 양국 관계는 전후 최악의 상태로 가라앉은 지 1년이 됐다. 그동안 위안부 합의 논란, 자위대의 위협비행에 따른 레이더 조사(照射) 문제도 출구를 찾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는 사안이 잇달아 등장, 올여름 이후 양국이 다시 강하게 맞부딪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기고 일제(日帝) 시대를 미화하는 산업유산정보센터 개관을 강행하면서 분쟁 리스트가 늘어났다. 아베 내각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군함도(원명 하시마·端島) 탄광 등을 전시한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지난 6월 15일 일반에 공개했다. 이곳에는 일본 정부가 군함도 등 23곳을 등재할 때 유네스코에 한 약속과는 달리 “징용자에 대한 학대는 없었다” “월급을 제대로 줬다”는 등의 내용만 강조돼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본이 준비 중인 추가 보복조치들
   
   2015년 사토 구니(佐藤地) 당시 주유네스코 일본대사는 ‘본인의 의사에 반(反)하는 강제 노역’을 인정하며 희생자를 기리는 내용이 포함된 정보센터를 설립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외교부는 도미타 고지(富田浩司)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 강력히 항의했다. “산업유산정보센터에 역사적 사실을 완전히 왜곡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는 성명도 발표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적반하장 격으로 우리 정부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당시 우리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성명을 센터 내에 전시하고 있다”며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의를 받아들여서 약속한 조치를 성실히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 출입구 부근에 유네스코와의 ‘약속’을 소개했지만 정작 그 내용물은 전시하지 않은 채 약속을 이행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유네스코에서 일본이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집중 부각하며 이를 바로잡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한·일 갈등이 양자 차원에서 국제무대로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됐다.
   
   한국이 수출규제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것에 대해선 일본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 회담에서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하기로 한 한국의 결정에 항의하며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 간부가 “(WTO 제소는) 왼손으로 때리면서 오른손으로 악수하자는 이야기로 모순된다”고 한국을 비판한 것이 일본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아베 내각이 가장 크게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대법원 판결로 압류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매각 움직임이다. 일본에서는 4·15 총선에서 친일(親日) 프레임을 활용했던 민주당이 거대 여당이 되면서 조만간 ‘현금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일본제철(신일철주금)에 대해 법원 서류가 송부된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 효력이 8월 4일 발생하면 이후에는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런 움직임을 경고하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기업의 경제활동을 보호한다는 관점에서 모든 선택지를 시야에 넣고 계속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압류 자산의 현금화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므로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반복해서 지적했다”고도 했다. 아베 내각은 압류된 일본 기업 자산이 현금화될 경우 즉각 보복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는데 이게 엄포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지난해 일본이 취할 보복조치로 무역 재검토, 금융제재, 비자발급 정지, 송금 중단을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보복조치가 취해지면 “일본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한국이 먼저 (경제적으로) 피폐해질 것이 틀림없다”고 했었다.
   
   아베 총리 관저의 동향에 밝은 도쿄의 소식통은 “압류 자산 현금화가 시행되면 아베 내각은 지체 없이 준비한 보복조치를 발동할 것”이라며 “양국 간 분쟁 격화는 지지율이 20~30%대까지 떨어진 아베 총리를 다시 회생시키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 photo 연합

   윤미향 사건에 대한 해명 요구 분위기도
   
   일본에서는 한·일 위안부 합의가 사실상 파기된 데는 윤미향 의원으로 대표되는 정의기억연대의 역할이 컸다고 보고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선 일본 정부가 직접 대응하지 않는 가운데 언론이 나서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 위안부 고발의 규명을 바란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문재인 정권은 피해자 중심주의를 내세우면서 지나치게 시민단체의 입장으로 기울지 않았는가”라며 “(윤미향 사건을) 일본 측에도 설명하고 대일외교의 재건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일본도 위안부 문제 해결에 임해 온 만큼 한국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바란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양국 관계가 현재보다 더 냉각될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입국금지 조치 해제에도 정치적 고려가 개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현재 한국을 포함한 100여개 국가로부터의 외국인 입국을 사실상 금지하는 가운데 베트남, 뉴질랜드, 호주, 태국 등 4개 국가에만 입국완화 조치를 취했다. 아베 총리는 “상대국 상황도 봐가며 코로나19 입국금지 조치를 완화하겠다”고 했는데, 양국 관계에 여러 암초가 다시 등장하는 상황에서 굳이 한국을 배려할 필요가 있느냐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입국금지 해제 문제는 상호주의가 적용되기에 현 상태가 오래가면 일본인들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한국에 강경책을 구사하기를 바라는 우익 성향의 지지자들 때문에 아베 내각이 이 문제에서 한국을 우선순위에 올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도쿄의 다른 소식통은 “한·일 관계를 중시하는 외무성은 어떻게 해서든 입국금지 조치를 풀어보려고 하지만 칼을 쥔 총리 관저와 법무성, 후생노동성 등이 적극적이지 않아 현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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