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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5호] 2020.07.06

日서도 ‘政-檢’ 전쟁… 전 법무상 스캔들에 아베 정권 흔들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silkroad100@gmail.com

▲ 가와이 가쓰유키 전 법무장관.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 때 부인 가와이 안리 전 의원 당선을 목적으로 금품을 살포했다는 혐의로 부인과 함께 체포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photo 연합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일본에서도 아베 정권 수뇌부와 검찰 간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전 법무장관과 도쿄지검 특수부와의 전쟁이다. 일본 검찰은 지난 6월 18일 가와이 전 장관과 부인인 가와이 안리(河井案里) 전 자민당 참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전격 체포했다.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 때 후보로 나섰던 안리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지역구 히로시마(広島) 내 자민당 관계자 94명에게 이들 부부가 금품을 살포했다는 혐의다. 매수용으로 뿌려진 돈이 2570만엔(2억8540만원)으로, 지방의원과 후원회 관계자가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7월 1일 현재 가와이·안리 부부는 구류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부인이 참의원 선거 나서면서 돈 살포
   
   한국에서도 부분적으로 보도됐지만, 가와이·안리 부부 체포는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조차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초대형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일단 현직 부부 의원 체포에 나선 검찰의 자세와 규모가 남다르다. 가와이·안리 부부의 공직자선거법 위반 사건의 출발점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민당 중의원인 가와이가 당시 안리의 선거운동원에게 고액을 지불했다고 폭로한 ‘주간문춘(週刊文春)’의 특종 기사가 발단이었다.
   
   선거운동원에게 선거법에 규정한 1인당 1만5000엔(약 16만원)의 2배인 3만엔을 지불했다는 것이 기사의 요지였다. 억 단위의 정치자금이 보통인 한국 기준으로 보면 대충 웃어넘길 수도 있는 액수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일상생활 속에서 1엔 단위로 살아가는 나라가 일본이다. 미국에 준하는 법치국가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돈에 관해서만은 철저하다. 특히 법무장관 자신이 법을 어겼다는 점에서 국민적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가와이 법무장관은 주간문춘 보도 직후 법무장관 자리에서 사퇴했다.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인 지난해 9월 11일, 아베 제4차 내각의 법무장관으로 취임했는데 2달도 안 된 상황에서 낙마한 것이다.
   
   여론이 악화하기 전에 아베가 재빨리 잘랐다고 볼 수 있지만, 상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선거운동원에게 돈을 뿌린 정도가 아니라 법무장관 부인 안리가 참의원에 당선된 것 역시 금권정치의 결과였다는 소문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법무장관 부부가 직접 나서 부인이 출마한 지역구 자민당 관계자에게 돈을 뿌렸다는 얘기였다.
   
   급기야 오사카지검과 나고야지검이 수사에 나서고 3월 들어 도쿄지검 특수부까지 직접 수사에 돌입하면서 아베의 목까지 쥘 수 있는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사건이 수면 아래로 잠기는 듯했지만 6월 들어 다시 수사가 본격화됐다. 자민당 관계자에게 뿌려진 돈에 관한 구체적인 증거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닛산자동차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을 수사했던 특수통 검사들을 비롯해, 무려 30명 정도의 검사가 이 사건에 달라붙었다. 일본 신문·방송에 따르면, 1988년 리크루트 사건 이래 최대 규모의 정예 수사팀이 꾸려졌다는 평가다. 리크루트 사건은 내부자 거래를 통해 상장 전 리크루트 자회사 주식을 정치인들에게 뿌린, 20세기 일본 4대 뇌물사건 중 하나다.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시 총리 다케시타 노보루(竹下登)와 10여명의 장차관이 사임한 초대형 비리 스캔들이다. 지금 도쿄지검 특수부의 규모나 자세를 보면 이번 사건 역시 리크루트 사건에 버금가는 스캔들로 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지검 특수부까지 나서
   
   실제 가와이·안리 부부 사건의 파장은 거의 매일 확대되는 형세다. 도쿄지검 특수부의 집요한 수사와 더불어, 히로시마 현지에서 거의 매일 터져나오는 ‘도미노 증언’들 때문이다. 참의원 선거에 앞서 가와이·안리 부부는 이런저런 명목하에 돈을 뿌렸다.
   
   지역 주민이나 선거구 내 실력자가 아니라 자민당 내 관계자들이 주 대상이었다. 왜 자기 당인 자민당 사람들에게 돈을 뿌렸을까? 원래 안리는 무명의 존재였다. 중의원인 남편 가와이가 억지로 후보로 밀어넣는 과정에서 지역구 내 자민당 현역 중진 참의원을 몰아낼 필요가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자민당 중앙본부는 기존의 참의원인 미조테 겐세이(溝手顕正)와 안리 둘 다 자민당 후보로 내세웠다. 참의원 선거 사상 극히 예외적인 ‘무리수’가 강행된 것이다. 결론은 안리의 당선과 유력 중진 미조테 겐세이의 탈락이었다. 남편의 도움으로 날아온 돌이 관록의 정치인을 밀어낸 셈이다. 히로시마 현지의 분위기가 어떠했을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금권정치에 관한 소문과 주간지의 특종 기사는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터져나온 것이었다.
   
   이번 사건은 돈을 뿌린 가와이·안리 부부만이 아니라 돈을 받은 94명의 운명과도 연결돼 있다. 히로시마 현지에서 돈을 받은 사람들의 명부가 돌아다니면서 자기고백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돈을 안 받으려 했지만 ‘아베가 주는 격려금’이라며 거의 떠밀면서 주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받았다는 얘기가 대부분이다. 여론은 받은 사람 모두의 책임과 잘못이라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6월 25일 사임의사를 밝힌 히로시마 미하라시(三原市) 시장 덴마 요시노리(天満祥典)가 대표적이다. 가와이 의원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50만엔을 받았다고 실토한 뒤, 곧바로 사퇴를 발표했다. 원래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여러 증거가 속속 나오면서 마침내 사퇴에 이른 것이다.
   
   가와이·안리 부부가 뿌린 돈의 수령자가 94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히로시마 자민당 관계자의 사퇴행렬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자민당 수뇌부가 걱정하는, 이른바 ‘도미노 사퇴’다. 재판정에 세워질 가와이·안리 부부만이 아니라, 돈을 받은 지방 정치인의 정치생명도 끝날 판이다. 돈을 받은 책임을 지고 자살하는 사람도 나올 것이란 소문이 돌 정도다.
   
   당연하지만, 수령자 94명의 실체가 하나둘 밝혀질수록 일본 정치 사상 최장수 총리 아베에 대한 불신과 불만도 점증할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말부터 갑자기 ‘중의원 해산 후 총선거’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상황의 반영이라 볼 수 있다.
   
   
   아베 총리 오른팔 스가 관방장관까지 겨눠
   
   자민당 파벌정치로 볼 때 가와이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영향권 내에 있다. 명실상부 자타가 공인하는 아베의 오른팔이 스가다. 스가는 가와이를 통해 부인인 안리의 히로시마 공천을 적극 추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가와이·안리 부부 문제=스가의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결국 스가를 오른팔로 둔 아베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히로시마 94명→가와이·안리 부부→스가→아베’로 이어지는 고구마 줄기식 스캔들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일본 내 분위기다. 그 같은 상황을 면하기 위해 아예 총선을 통해 새로 판을 짜자는 생각이 부상한 것이다. 물론 아베와 자민당은 아직 총선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대선이 치러지기 한 달 전인 10월 총선 가능성이 신문·방송 곳곳에서 퍼져나가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것은 총선을 지휘할 간판이다. 아베만 내세울지, 차기 지도자로 추대할 만한 새로운 인물도 함께 나설지 여부가 수면 아래서 저울질되고 있다.
   
   가와이·안리 부부 사건은 현재 벌어지는 한국 내 정치상황과 관련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검찰이 헌법상 직속상관이었던 전직 법무장관을 구속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와 관련한 청와대 개입 의혹도 비교 대상이다. 가와이·안리 부부가 뿌린 돈의 출처는 당연히 자민당 본부다. 현지 선거지원 자금으로 내려온 돈을 히로시마 지역구에 뿌렸는데 이를 자민당 수뇌부가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용의자 리스트가 확대될 뿐이다. 수사 방향에 따라 정치적·도의적 책임뿐만 아니라 형사적 책임도 물을 수 있다는 의미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자민당 내 어느 선까지 수사할지가 관건인데 울산시장 선거 의혹을 파헤치는 한국 검찰의 수준은 뛰어넘을 듯하다. 일본의 경우 수사를 지켜보는 언론과 국민이 검찰을 지지하는 여론 일색이기 때문이다.
   
   일본인의 검찰에 대한 평가는 그렇게 높지 않다. 지난해 1월 21일 자 ‘일본경제신문’이 밝힌 '신뢰할 수 없는 공공기관, 단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39%만이 검찰을 신뢰한다고 밝혔다. 신뢰도 1위로 조사된 자위대 60%, 2위 재판소 47%, 3위 경찰 43%보다 낮은 신뢰도 4위의 국가기관이 검찰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신뢰보다 불신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일본에서도 검찰개혁에 관한 논의는 곳곳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한국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정치가와 정치권을 배제한, 검찰 자체 혹은 학계나 언론계 인사들을 통한 ‘밑에서부터의 개혁’이 추진된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논의 중인 검찰개혁 핵심안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검찰의 윤리관 정립, 철저한 검찰의 인사 교육, 검찰 조직 내 평가 기능 강화 등이다. 현직 검찰총장 제거부터 꾀하는 한국의 ‘위로부터의 일방적 개혁’과는 차원이 다르다.
   
   일본 검찰개혁 논의 과정에서 정치가가 배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가가 나설 경우 검찰개혁이 제대로 될 수 없다고 국민이 믿기 때문이다. 일본경제신문의 공공기관 신뢰도 조사 결과를 보자. 정치가가 1위인 56%로 최대 불신 집단이었다. 2위는 언론으로 42%, 3위는 관료로 31%를 기록했다. 한국에도 똑같이 적용될 듯하지만, 일본인의 절반 이상이 정치가를 불신한다. 따라서 불신의 대상인 정치가가 나서 검찰개혁을 부르짖는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검찰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는 하지만, 정치가보다는 믿을 만하다는 것이 일반적 분위기다. 강압적 개혁이 아니라 윤리·인사·평가 문제에 대한 내부의 자율적 개혁이 일본판 검찰개혁의 핵심이다.
   
   도쿄지검 특수부의 칼날이 자민당 중앙본부로 향해가고 있지만, 검찰개혁이란 정치적 슬로건 한마디 할 수 없는 것이 일본 정치권의 분위기다. 아베 총리, 스가 관방장관 그 누구도 검찰개혁이란 말을 입 밖에 올릴 수 없다. 공기로 움직이면서 알아서 기는, 이른바 ‘손타쿠(忖度·남의 마음을 미루어 헤아린다는 뜻)’ 문화가 일본 검찰 나아가 일본 사회의 특징이다. 따라서 보통 일본인이 말하는 검찰개혁의 방향은 그 같은 공기와 손타쿠에 대한 통제로 집약된다.
   
   지난 5월 21일,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도쿄고등검찰청 검사장이 사임했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오르내리던 인물로, 기자들과 마작게임을 했다는 것이 표면적인 사퇴 이유였다. 그러나 실제 배경은 다르다.
   
   
   ‘신뢰 최하위 정치가가 검찰개혁 못 한다’
   
   아베가 정년연장을 통해 구로카와를 차기 검찰총장에 올리려는 데 대한 여론 악화가 주된 이유다. 검찰이 아베의 ‘충견’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구로카와를 끌어내린 것이다. 당초 구로카와 정년연장은 검찰장악을 위한 아베의 꼼수로 풀이됐다. 법무장관이 마작놀이를 한 구로카와에 대해 경고처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구로카와에 대한 비난 여론이 폭증한다. 경고처분 후 일주일간 실시된 야후재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무려 41만명 중 91%가 경고처분이 너무 가볍다고 지적했다. 구로카와를 지지한 아베에 대한 책임론도 등장했다.
   
   일본에서 통하는 검찰개혁의 핵심은 살아 있는 권력과 돈에 대한 통제로 압축된다. 총리라고, 재벌총수라고 봐주지 말라는 것이 국민의 목소리다. 물론 일본 검찰이 한국의 미래 모델이 되기는 어렵다. 한국은 한국의 정치문화에 어울리는 검찰개혁이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정치가 출신 법무장관이 주도하는 개혁은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일본에서 보듯, 검찰이 정치가 법무장관을 체포할 수는 있다. 그러나 법무장관이 개혁이란 이름으로 검찰총장을 멋대로 쫓아낼 수는 없다. 그것이 법치의 출발이자 민주주의의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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