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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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1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김창준(미국명 Jay Kim)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사단법인 김창준아카데미 이사장)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여론조사에서 밀리고 있던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일찌감치 예상했다. 1993년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첫 연방 하원의원(공화당)에 당선된 그는 지난 대선 기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다들 예상할 때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라는 책까지 출판했다. 2016년 대선 직전 기자를 만난 김 전 의원은 “내가 느끼는 것이 미국 보통 백인층의 정서와 비슷할 것이다”라며 “이번에 트럼프가 반드시 당선될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미국은 4년 중임제로, 올해 11월 트럼프의 운명을 가를 대선이 다시 펼쳐진다. 미국 대선은 한반도 상황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내 코로나19가 악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위기 상황이다. 하지만 김창준 전 의원은 이번에도 4년 전과 같이 “확실히 트럼프가 재선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그의 주장을 따라가면, 미국 백인 보수층이 가지는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

“조 바이든 기억력에 문제 있어”

-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까. “확실하다. 최근 미국 주요 도시들의 시위는 너무 지나쳤다.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첫 시위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폭동과 약탈로 변하면서 여론이 바뀌었다. 노예제를 폐지한 링컨 동상까지 끌어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다 미국이 큰일 나겠다’는 위기감을 갖는 시민이 많다. 경찰을 없애자는 주장까지 시위대가 하고 있는데, 전체 미국 유권자의 67%를 차지하는 백인들이 볼 때 ‘이것은 미국이 아니다’라며 위기감을 느껴 투표장에 나가 트럼프를 찍을 것이다. 많은 이민자도 미국의 전통이 허물어지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으니 이들도 트럼프를 찍을 것이다.”

- 트럼프는 왜 인기가 있나. “그는 정치가가 아니다. 무뚝뚝하지만 자신의 신념대로 이야기해 욕을 먹는다. 정치인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야 하는데 그는 순진한 것이다. 트럼프는 돈이 필요 없고, 다른 야망도 없다. 오직 미국에 대한 애국심이 깊다고 지지자들이 느끼는 것이다.”

-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여론조사에서 10% 이상 앞서고 있지 않나. “조만간 미국 전역의 TV에서 일대일 토론을 시작하면 여론이 많이 변할 것이다. 그때 하는 여론조사가 진짜 여론조사다. (조 바이든은) 기억력이 심각하게 좋지 않다. 78세로 대통령 하기에 나이가 너무 많다. 답변을 하다가 질문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원래 치매라는 것은 급격하게 나빠지는 것이다. 미국이 요즘 같은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최고의 지도자로 조 바이든을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민주당은 왜 조 바이든을 후보로 선택했나. “민주당 프라이머리(경선)에서 버니 샌더스가 될 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어 보니 조 바이든이 이겼다. 이번 민주당 후보 가운데 지나치게 사회주의 계열이 많았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을 하는 후보가 많았다. 좌파 사회주의자를 민주당 지지자들도 거부했다. 미국에서 웬만하면 재선은 성공한다. 그래서 경쟁력 있는 후보가 잘 나서지 않는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북한 문제 아무것도 안 했다”

- 조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대북정책이 어떻게 변할까. “그가 부통령이었던 오바마 대통령 시절을 보면 된다. 솔직히 아무것도 안 했다.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김정은을 안 만나겠다면서 시간만 끌었다. 부통령으로 재임한 8년 동안 단 한 번도 김정은과 회담이 없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평화를 이야기한다. 공화당은 평화를 구걸하면 안 되고, 내가 강해야 한다고 말한다. 곧 평화는 힘으로 얻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 조 바이든이 북핵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나. “아예 말을 하지 않고 있다. 국내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가 망쳐 놓은 이것저것들을 우리(민주당)가 해결하겠다고 이야기한다.”

- 트럼프가 코로나19를 막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 않나. “아직 실패라고 볼 수는 없다. 미국은 나라가 크고, 각 주가 독립적으로 움직여서 대처가 쉽지 않다. 그래도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바닥은 아니다. 민주당 주지사들과 시장들이 트럼프 정부와 협조를 안 하고 비난만 하면서 선거 이슈로 만들고 있다.”

-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한국에 유리하다고 보나. “대북 제재 UN 안보리 2270은 효과를 보고 있다. 지하자원 등 광물 수출을 못 하게 막고 북한 근로자들을 통한 외화수입도 차단했다. 핵이나 로켓을 만들 돈줄을 없애버린 것이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만 포기하겠다고 하는데, 미국은 거기 말고 5곳이 더 있으니 그곳까지 모두 없애라고 요구한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VID·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저럴수록 더 강하게 나가야 한다. 이번 기회에 (북핵) 뿌리를 뽑아야 한다.”

“트럼프 빅딜 포기하지 않을 것”

- 2019년 2차 하노이 정상회담의 경우, 트럼프가 북한과 사진만 찍으러 갔다는 비판도 받는다. “미국은 전 세계의 핵을 없애려는 것이다. 북한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는 미국의 의무라고 믿는다. 북한은 영변만 없애고 경제제재를 풀려는 스몰딜을 원했는데 미국에 그런 딜은 필요 없다. 정말 핵무기를 포기하려면 한꺼번에 전부 다 없애는 것이 옳지 왜 숨기려 하나? 최소한 북한은 남은 핵시설 처리에 대한 (폐기) 프로세스라도 제시했어야 한다.”

- 미국에서는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제 트럼프도 북핵 문제를 적당히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포기하는 빅딜(전부 포기)이 아니라면, 트럼프가 더 이상 나서지 않을 것이다. 적당히 북한과 합의를 해버린다면 그것은 트럼프답지 않은 것이다.”

-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지 않을까. “북한의 불만은 과거 15개월간 핵실험을 중단했는데도 미국이 안보리 제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핵이 영변 말고도 5개나 더 있는 걸 알고 있으니 북한에 빅딜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히 좋은 거래)’이라며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은 북한의 핵위협 직접 당사자로 다양한 의견을 내놓아 협상이 타결되도록 해야 한다. 트럼프가 재선된 다음 미국이 북한과 다시 대화를 시작하면 우리 입장을 적극적으로 미국에 알려야 한다.”

“방위비, 첨단무기 구매 등으로 조용히 협상해야”

-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를 지렛대로 방위비를 올리려 한다는 비판도 많다. “미국이 군인을 보내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제 한국도 경제규모로 세계 11위다. 거기에 맞게 올려달라는 것이다. 조용히 첨단무기 구매 등을 조건으로 협상을 하면 된다. 이미 미 의회에서 미군을 줄이려면 허락을 받도록 해놓았다. 미 의회에서 미군 감축을 반대하는 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위협 아닌가. “오키나와 공군기지, 괌에 있는 앤더슨 공군기지 등에서 다 막고 있다. 미국이 걱정하는 것은 중국이지 북한이 아니다. 이제 중국을 실질적인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 반면 한국은 중국을 위협으로 느끼지 않는다. 그것이 다른 것이다.”

- 최근 미국의 반중 분위기는 코로나19 때문인가. “요즈음 중국 편을 드는 나라가 어디 있나? 거의 없지 없나? 하이테크 기술을 훔쳐가고, 홍콩 문제를 그렇게 처리하면 안 되는 것이다. 중국이 3대 세습을 하는 북한을 도우면 안 된다. 북한을 도와주지 않았으면 진작 (북핵 문제가) 결판이 났을 것이다. 중국은 이러다 세계에서 고립된다. 독재국가로 모든 것을 시진핑 혼자서 결정하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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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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