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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0호] 20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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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세상을 둘로 나눌 코로나 ‘면역여권’ 논란

김회권  국제·IT칼럼니스트 judge003@gmail.com

photo 셔터스톡
“정말 어리석은 짓이다.”
   
   스페인 소비자단체인 FACUA의 루벤 산체스 대변인은 마드리드 주정부가 철회한 정책을 두고 거세게 비난했다. 그 말고도 비난의 대열에 선 이들은 많았다. 정치인과 시민단체, 전염병 학자들도 마드리드 주정부를 비판하며 거들었다. 이들을 한편으로 묶은 건 마드리드 주정부가 발표한 ‘면역 카드’ 프로젝트였다. 마드리드 주지사가 팬데믹 속에서도 지역경제를 굴려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추진한 정책이었다.
   
   스페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약 30만명 정도다. 사망률은 거의 10%로 높은 편이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할 때 스페인은 이탈리아와 함께 유럽 속 진원지 같은 역할을 했을 정도로 심각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매일 1000~2000명 정도의 확진자가 추가되고 있다. 최근에 확진자 숫자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자 스페인 정부는 지역별로 풀었던 규제를 다시 적용하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는 꽤 망가졌다. 올해 2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1.1%나 후퇴하면서 기록적인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았다.
   
   
   마드리드 주정부의 ‘면역 카드’ 프로젝트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가 피해가 컸던 때는 올해 4월이었다. 이후 새로운 감염을 막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상황이 약간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자 주정부가 나섰다. 지역사회를 정상 궤도로 돌려놓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바로 7월 28일 발표한 ‘면역 카드’가 대표적이었다. 면역 카드는 코로나19에 걸렸지만 성공적으로 회복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면역 증표다. 이걸 소지하면 코로나19 항체를 가졌다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카드 소지자는 면역이 없는 사람과 비교해 좀 더 많은 자유를 누리게 된다. 사람들이 붐벼 접근을 막거나 자제시킨 곳을 방문하는 것도 가능한데 체육관, 영화관, 박물관 등도 갈 수 있다. 타인을 감염시키지 않는 사람들이 정상적인 삶을 살게 하고, 그들을 중심으로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표였다. 프로젝트 발표일, 마드리드 주지사는 “현재 감염될 수 없고 앞으로도 감염되지 않을 사람을 보여주는 게 목표이며 이건 다른 나라에 수출해야 할 모델”이라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9월부터 시작할 조치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계획은 발표되자마자 격렬한 반발을 불렀다. 전문가들은 과학적 타당성을 의심하며 “의학적으로 부적절하다”고 반대했고 시민단체들은 “카드로 사람을 차별하게 될 것이다”라며 비판했다. 마드리드 거리도 평온함을 잃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감염을 증가시키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커져갔다. 여론이 뭔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하루 뒤인 7월 29일, 마드리드 주정부는 회의를 열었고 대변인이 직접 나서 “면역 카드를 발행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진정시켰다. 이렇게 마드리드의 면역 카드 프로젝트는 하룻밤 해프닝으로 끝났다.
   
   코로나19의 확산도 막아야 하고 사회를 정상적인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도 고민해야 하는 게 요즘 전 세계 정부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고민이다. 백신이 없는 상황이지만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문제, 자유롭게 어딘가로 이동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중이다. 그렇게 나온 방법 중에는 코로나19 항체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분하는 제도가 있다. 이걸 ‘면역 여권’이라 부른다. 마드리드의 면역 카드도 일종의 면역 여권이다. 취약계층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동시에 감염되지 않을 사람들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론적으로는 단순하다.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했거나, 어떤 형태로든 항체가 있는 사람들을 공식적으로 증명해 주자는 거다. 기업이나 공항, 식당 등에서 당사자의 면역 상태를 타인 혹은 기관과 공유하게 하는 것이 포인트다.
   
   
   ‘면역 여권’ 기술 개발에 들어간 테크 기업들
   
   기술적인 시도는 이미 진행 중이다. 영국의 온파이도(Onfido)와 요티(Yoti), 독일의 아이디나우(IDNow) 등 몇몇 테크 기업들은 면역 여권에 주목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런던에 본사를 둔 온파이도가 매우 적극적인데 이 기업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본인 인증 시스템을 제공한다. 전 세계 약 1500개 기관과 업체들이 온파이도의 고객들이다. 인증받은 신분증과 스마트폰 셀카 사진을 분석해 동일인 여부를 파악하는 안면인식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버는 온파이도의 시스템을 활용해 우버 드라이버에 지원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분석해서 그들의 신분과 백그라운드를 체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위기를 겪었던 영국 정부가 봉쇄를 완화해 일상으로의 복귀를 고민하고 있을 때 온파이도는 영국 의회 과학기술위원회에 면역 여권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 회사는 이미 4월에 미국 정부와도 간접적인 논의를 해왔다고 공개한 적이 있다.
   
   기술 활용에 뛰어난 나라인 에스토니아는 이미 5월부터 면역 여권을 테스트하고 있다. 에스토니아 내 기업들이 보건 전문가들과 협의하며 앱을 개발했다. 앱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신원을 확인한 뒤 공인된 코로나19 테스트 결과에 접근할 수 있고 이 결과를 QR코드로 다른 사람(혹은 기업)과 공유하게 된다. 개발자들은 기술적인 부분은 걱정하지 않는다. 우려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앱을 개발한 기업인 트랜스퍼와이즈는 검사의 정확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널리 사용되기 전에 코로나19 면역성에 대한 과학적 합의를 이룰 필요가 있다”는 게 그들의 고민이다.
   
   
   ‘면역 여권’ 보유자만 취업과 이동자유?
   
   면역 여권을 도입하고 싶은 정부들도 선뜻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서부터 비롯된다. 단 한 명이라도 오판하면 곤란하기 때문에 항체 보유 검사를 100% 신뢰할 수 있다는 보증이 필요한데 이 문제부터 장담할 수 없다. BBC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을 중심으로 항체 검사 진단키트 12종의 정확도를 체크한 결과 81~100% 사이를 넘나들었다고 한다.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검사의 정확성은 향상될 수 있겠지만 이내 또 다른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예를 들어 메르스 같은 감염병 항체들은 수십 년간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면역력을 인간에게 제공하지만 코로나19의 경우는 그렇지 못한 게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이 항체가 생겨 재감염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항체가 얼마나 유지되는지, 안전한 수준의 충분한 항체가 어느 정도 필요한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초기에는 사스나 메르스 같은 바이러스를 토대로 1~2년 정도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추측했지만 지난 7월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CL)의 캐티 도오리스 면역학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은 이런 기대를 무너뜨렸다. 연구에 따르면 항체 반응이 3개월 후에도 유지된 환자가 17%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면역 여권이 광범위하게 사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게 됐다.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에서 생명윤리학을 강의하는 샤로나 호프만 교수는 “테스트들을 더 신뢰할 수 있게 되면 면역 여권이 현실화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백신이 나오는 걸 기다리는 게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라 펠란 조지타운대 교수는 의학저널인 ‘더 란셋(The Lancet)’에서 의학적 논쟁보다는 사회적 공정함을 둘러싼 쟁점에 주목했다. “면역 여권은 누가 사회적·경제적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인위적으로 제한을 두게 될 것이고 기존의 성별·인종·민족·국적 이외에도 또 다른 불평등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면역 여권이 채용 조건이 될 수도 있고 이런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서 면역 여권 암시장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건 꽤나 우울한 얘기다.
   
   생명윤리학자인 나탈리 코플러 박사와 프랑수아즈 베일리스 박사는 네이처(Nature) 기고문에서 펠란 교수의 예상을 좀 더 자세히 다루고 있다. ‘면역 여권이 나쁜 아이디어인 10가지 이유’라는 글에서 그들은 면역으로 발생하는 사회 계층화의 모습, 무료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항체를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이 당하는 차별을 그렸다. 예를 들어 항체가 없어 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고용주는 피하려고 할 수 있다. 거꾸로 항체를 가진 사람들을 우선 고용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는 때로 국가 간 분쟁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면역 여권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없는 국가도 있을 것이고 시행을 꺼리는 나라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면역이 있든 없든 입국이 금지될 수 있고 분쟁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실제로 지금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환자는 러시아나 이집트, 싱가포르 등에서 입국이나 체류 등이 제한되는 게 현실이다.
   
   
   19세기 미국 황열병 항체 계층화의 교훈
   
   게다가 이런 차별은 왜곡된 동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면역을 가진 자만이 특정한 사회적·경제적 자유를 누리게 된다면 건강한 사람조차 그것을 탐내 일부러 감염될 수 있다. 면역을 얻기 위해서다. 코플러 박사와 베일리스 박사는 “면역을 원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많은 위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역사적으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19세기 미국에서 황열병의 치사율은 50%에 달했다. 두 명 중 한 명이 죽는 무서운 병이었지만 해결 방법이 없었고 결국 사람들은 황열병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택했다. 역사학자인 캐서린 올리바리우스 스탠퍼드대 교수는 가디언과 가진 인터뷰에서 “당시 미국 사회는 황열병을 앓아본 적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계층화됐다”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황열병에 걸렸다가 살아난 사람은 면역력이 있었고 다시는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고용주들이 이들을 경제활동에 활용했기 때문이다. 면역력이 있는 사람들만이 일을 구할 수 있었고 집을 빌릴 수 있었다. 이건 결국 면역을 얻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걸 뜻했다. 올리바리우스 교수는 오늘날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우리가 면역력을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으로 나누는, 마치 허구처럼 들리는 이런 시스템을 개발할까 봐 걱정이다.”
   
   이런 반대와 우려 속에도 아직 면역 여권은 유효한 논의 거리로 남아 있다. 유럽연합(EU)의 일부 국가들, 특히 관광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국가들일수록 면역 여권 논의를 거둬들이지 않는다. 아담 올리버 런던경제대(LSE) 교수는 이런 면역 여권을 둘러싼 논란을 하루빨리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분열적인 접근법은 코로나19 문제에 우리 모두가 함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물학적 면역만큼 사회적 면역이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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