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3기 전인대 제3차 전체회의 폐막식. ⓒphoto 뉴시스
지난 5월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3기 전인대 제3차 전체회의 폐막식. ⓒphoto 뉴시스

중국 공산당은 내년이면 창당한 지 100년이 된다. 당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9191만4000명으로 세계 최대 정당이다. 중국 전체인구가 14억3932만4000명임을 감안하면 16명당 1명꼴로 공산당원인 셈이다. 1921년 7월 1일 창당할 때 당원은 53명이었는데, 1949년 공산정권을 수립할 때 449만명으로 늘었고, 2018년 말에는 9000만명을 돌파했다. 당원들 중 82%는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1978년 이후 입당했다. 또 1980~1990년대 이후 출생자도 3분의 1을 넘는다. 전문대학 이상 학력을 가진 당원이 절반을 약간 넘는 4661만5000명에 달한다. 중국은 ‘이당치국(以黨治國·정당으로서 국가를 통치한다)’ 원칙에 입각한 당국체제(黨國體制·Party-State System·중국 공산당이 국가를 영도한다)의 나라이다. 공산당이 국가의 모든 권력을 틀어쥐고 있다. 3권(입법·사법·행정)은 물론 언론까지 장악하고 있다. 공산당의 생각에 따라 국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구조다. 중국을 일당독재 국가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공산당 조직은 민간기업들에도 있다. 중국 공산당은 2015년부터 민간기업을 비롯해 모든 기업에서 당 조직 설치를 의무화했다. 당 조직은 기업들이 당 노선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중국 대기업 총수와 설립자들도 대부분 공산당원들이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의 런정페이 회장, 중국 3대 정보기술 업체인 바이두의 리옌훙 회장, 알리바바의 설립자 마윈,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 부동산 개발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 완다그룹의 왕젠린 회장, 중국 최대 전기자동차 회사인 비야디(BYD)의 왕촨푸 회장,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 등도 공산당원이다.

중국 공산당은 피라미드식 지도체제에 따라 움직인다. 공산당원들 가운데 2287명의 대의원으로 구성된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당의 최고지도기관이다. 5년마다 열리는 당 대회를 통해 200여명 규모의 중앙위원이 선출되며 이들이 당의 모든 사업을 이끄는 권력의 핵심이 된다. 중국 공산당이 자주 쓰는 표현인 ‘당 중앙’은 바로 이 중앙위원회를 가리킨다. 중앙위원회에는 최상위 권력기관인 25명 규모의 중앙정치국이 있으며 이 중에서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선출된다.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수장인 총서기는 국가의 모든 업무를 총괄한다. 또 형식적인 국가원수인 국가주석과 군 통수권자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임한다. 공산당 총서기는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게다가 시진핑 총서기는 2012년 11월 18차 당 대회에서 총서기로 선출된 이후 지금까지 권력을 강화하면서 ‘황제’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철권통치를 해왔다. 시 총서기는 2017년 10월 19차 당 대회에서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자인 덩샤오핑이 정해놓은 ‘격대지정(隔代指定·현 지도자가 한 세대를 건너뛰어 그 다음 세대의 지도자를 지명하는 방식)’의 원칙에 따라 후계자를 지명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했다. 덩은 자신이 물러나면서 후임 지도자에게 총서기와 국가주석을 한 차례 연임해 10년씩 집권하는 원칙을 정하고 이를 공산당의 내부 규약으로 만들었다. 특히 시 총서기는 2018년 3월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에서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 3연임 금지 조항을 삭제했고 ‘시진핑 사상’을 헌법에 명시하는 등 ‘1인 중심의 지도체제’의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시 총서기는 2022년 10월 제20차 당 대회에서 당 규약 개정을 통해 총서기 3연임 금지 조항을 삭제할 것이 분명하다.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독재자가 된 셈이다.

시 총서기가 이른바 ‘붉은 황제’에 등극한 것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中國夢)을 실현시키려는 야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시 총서기는 2035년까지 중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고 2050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국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시 총서기로선 81세가 되는 해인 2035년까지 최대한 집권을 연장하기 위해선 절대권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중국 공산당원들은 이런 중국몽에 지지를 보내면서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시 총서기에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절대권력을 부여한 것이다. 중국 최대 부자인 마윈조차 “1949년 이래 공산당이 일당독재를 했기 때문에 사회가 안정됐고, 이것이 중국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할 정도로 중국 공산당원들은 철저하게 시 총서기가 이끄는 공산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특히 시 총서기는 물론 중국 공산당원들은 서구의 자유민주주의 제도가 중국이 따라야 할 모범답안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시진핑 사상에 들어간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제도’를 절대적으로 신봉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한 경제발전을 토대로 외교·군사 등 각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보이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시진핑 총서기를 황제로 묘사한 커버 그림(2013년 5월 4일 자). ⓒphoto 이코노미스트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시진핑 총서기를 황제로 묘사한 커버 그림(2013년 5월 4일 자). ⓒphoto 이코노미스트

시진핑 정조준하는 미국

중국과 본격적으로 패권 다툼에 돌입한 미국이 이처럼 ‘공룡’이 된 중국 공산당과 ‘독재자’인 시 총서기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7월 23일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기념도서관에서 ‘공산주의 중국과 자유세계의 미래’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중국 공산당과 시 총서기를 타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앞으로 미국 정부의 새로운 중국 전략의 지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시 총서기를 ‘파산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신봉자’, 중국을 ‘세계 패권 장악에 나선 새로운 전체주의 독재국가’라고 각각 규정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라는 새로운 독재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면서 “우리가 중국을 바꾸지 않으면 중국이 우리를 바꿀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 공산당을 국민과 분리하고 중국 내 반체제 인사, 홍콩과 대만의 민주화 세력, 나아가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새로운 동맹을 결성해 중국 공산당 정권의 교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오는 11월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중국 경제가 몰락하고, 공산당이 붕괴해야 끝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인권 앞세워 소수민족 분리 도모

그렇다면 미국이 추진할 새로운 중국 전략의 핵심은 무엇이 될 것인가. 중국은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족을 제외한 소수민족들의 인구는 전체의 8.5%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사는 면적은 중국 전체 영토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소수민족들의 거주 지역은 천연자원이 풍부한 건 물론 이웃 국가들과 국경을 맞댄 곳이 많아 중국에 있어선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들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대만, 홍콩, 신장웨이우얼(위구르)자치구, 티베트 등을 모두 ‘핵심이익’이라고 부르고 있다. 핵심이익은 중국이 절대 타협하지 않고 물리력 사용을 불사해서라도 지켜야 할 곳들을 말한다. 중국이 홍콩국가보안법을 만들어 홍콩의 반중(反中) 민주화 세력을 강력하게 탄압하고 나선 것도 핵심이익을 지키려는 의도 때문이다. 홍콩이 중국과는 달리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해 궁극적으로 독립할 경우 신장웨이우얼자치구와 티베트까지 분리·독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 정권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바로 거대한 영토가 분리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대만과의 통일을 최대의 과제로 상정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새로운 중국 전략은 소수민족들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서 궁극적으로 중국의 분열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티베트와 신장웨이우얼자치구 등 소수민족들이 대거 거주하는 지역에서 중국과의 분리독립 운동을 부추길 경우 중국 공산당 정권으로선 상당히 당혹스러운 입장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은 올 들어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에 거주해온 위구르족의 인권 보호를 위한 각종 법을 제정하는 등 중국의 ‘급소 찌르기’에 나서고 있다. 신장웨이우얼자치구는 인구는 2100만명 정도지만, 중국 전체면적의 6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넓다. 중국 전체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의 30%, 석탄 매장량의 40%가 묻혀 있는 에너지 보고이기도 하다. 이 지역은 1755년 청나라에 흡수된 뒤로 중국의 지배를 받아왔다. 청이 멸망하고 1933년, 1944년 두 차례 동투르키스탄공화국이 이 지역에서 건국되기도 했지만 1949년 중국에 강제병합됐다. 이 지역의 위구르족은 그동안 무장투쟁까지 벌이는 등 중국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요구해왔다. 중국은 이를 막기 위해 강제수용소까지 만들어 위구르족 수백만 명을 감금하고 세뇌 교육까지 실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6월 1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된 ‘2020 위구르 인권정책법’(위구르 인권법)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7월 9일 이 법에 따라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천취안궈 당서기 등 공산당 간부들에 제재조치를 내렸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탄압은 세기의 오점”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왼쪽)와 미국으로 도피한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가 신중국연방을 선언하고 있다. ⓒphoto 유튜브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왼쪽)와 미국으로 도피한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가 신중국연방을 선언하고 있다. ⓒphoto 유튜브

대만 특사로 활동한 미국 보건부 장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무시하고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중국의 분열을 노리려는 의도다. 실제로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부 장관은 지난 8월 9일부터 13일까지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총통을 직접 만나는 등 사실상 특사 활동을 벌였다. 에이자 장관은 1979년 미국 정부가 대만과 단교한 이후 파견한 최고위급 인사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과 수교 이후 지난 41년간 대만과는 공식적으로 교류하는 것을 기피해왔다. 에이자 장관의 대만 방문은 코로나19 방역 협력을 위한 명목이었지만 중국 공산당 정권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파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차이 총통은 에이자 장관에게 “대만은 앞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견고한 보루 역할을 하겠다”면서 “미국과의 교류와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국이 중국 공산당에 맞서 민주주의 국가들과 반중 공동전선 구축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차이 총통은 대만이 선봉장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미국으로 도피해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비리를 폭로한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郭文貴)가 ‘신중국연방(New Federal State of China)’ 건국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궈는 중국에서 성공한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공산당 고위간부들의 금고지기 역할을 해왔다. 궈는 중국 공안으로부터 뇌물과 사기, 자금세탁, 납치, 강간 등의 혐의를 받자 2014년 미국으로 도피했다. 궈는 그동안 중국의 정계와 재계 엘리트 간 부패한 유착 의혹을 온라인 동영상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폭로해왔다. 배넌은 2017년 8월 백악관을 떠난 뒤 궈와 함께 시 총서기와 중국 공산당의 권력남용 의혹을 조사하는 등 반중 활동을 해왔다. 특히 두 사람은 지난 6월 4일 천안문 민주화 시위 31주년을 맞아 뉴욕 앞바다에서 배에 탄 채 자유여신상을 배경으로 ‘신중국연방’ 선언을 하기도 했다. 이들의 주장은 중국을 여러 개(6~7개)의 국가로 나누고 이들을 미국처럼 연방제로 묶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중국연방’ 건국 운동

이 운동에는 중국 축구스타 출신인 하오하이둥(郝海東)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하오는 유튜브 등에 공개한 25분짜리 동영상에서 “중국 공산당의 소멸은 정의의 필요에 따른 것”이라며 “3권 분립된 새 연방정부를 탄생시켜 인권, 자유, 언론 자유를 보장하고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오는 또 “중국 공산당의 현 통치 방식은 철저하게 인권을 무시하고 민주와 법치에도 위배된다”면서 “중국 국민들은 더 이상 공산당의 노예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스페인에 체류해온 하오는 중국이 전 세계에 코로나19를 퍼뜨렸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1990~2000년대 중국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불린 하오는 국가대표팀 A매치 최다득점 기록(39점)을 갖고 있는 레전드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챔피언십리그(2부 리그) 셰필드 유나이티드에서 뛰기도 했다. 그의 부인은 1990년대 중국의 배드민턴 스타였던 예자오잉(葉釗穎)이다. 축구 영웅이 체제를 대놓고 비난하자 중국 공산당은 깜짝 놀랐다. 중국 공산당은 하오의 웨이보 계정을 폐쇄하고 그의 기록을 공식 문서에서 모두 삭제했다.

미국의 중공 정권 교체와 시 총서기 퇴출 등의 새로운 전략이 성공할지는 미지수이지만 공산당과 국민의 분리 및 중국의 분열을 노리는 중·장기 계획은 어느 정도 먹혀들 수 있다. 민신 페이 미국 클레어몬트매케나대 교수는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 5·6월호에 게재한 ‘다가오는 중국의 대격변’이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중국 공산당은 옛 소련이 저질렀던 실수를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소련과의 냉전에서 승리한 요인은 소련 공산당 체제와 그 지도자들의 경직성”이라고 주장했다. 페이 교수는 “시 총서기가 권한과 책임을 독점한 채 미·중 경쟁의 궤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그에 따른 공산당 내부에서 갈등과 분열이 드러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페이 교수는 “시 총서기가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민족주의란 북을 칠 것”이라면서 “하지만 민족주의를 강화할수록 공산당의 선택권은 줄어들고 유연한 전략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련은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가 붕괴하면서 15개 국가로 쪼개졌다. 중국 공산당 정권이 소련의 전철(前轍)을 밟을 것인지 아니면 일당독재 체제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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