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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4호] 202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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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포스트 아베’ 시대의 자민당… 100만 강철 당원이 다시 움직인다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silkroad100@gmail.com

▲ 지난해 2월 10일 열린 자민당 전당대회. photo 뉴시스
21세기 모바일 시대를 상징하는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무엇일까? 애니메이션 숫자가 엄청 늘어나서 모두 다 보지는 못 했지만 일본의 ‘도라에몽(ドラえもん)’ 시리즈가 상위권 어딘가에 들어 있을 듯하다. ‘도라에몽’은 어린이나 어른이 모두 즐길 수 있는 50여년 역사의 애니메이션이다. 일본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사임 발표 이후 일본 정국의 미래를 전망하다 문득 떠오른 것이 ‘도라에몽’이다. 일본 정치의 내면, 아니 유전자(DNA) 연구의 키워드라고나 할까? ‘도라에몽’은 지난 8월 28일 금요일 오후 5시에 있었던 아베 총리 사임 회견 이후의 일본 정치를 이해할 최적의 틀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우스갯소리로 들리겠지만, 도라에몽을 열심히 본 사람이라면 앞으로 펼쳐질 일본 정치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
   
   ‘도라에몽’ 스토리는 크게 6명의 캐릭터가 이끌어 간다. 4차원 미래세계에서 온 도라에몽과, 초등학교 같은 반 친구 5명이다. 공부와 운동은 물론 뭐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노비타, 착하고 예의 바르며 공부도 잘하는 시즈카, 주로 노비타를 괴롭히는 악역을 맡는 힘자랑꾼 자이안, 부자 부모를 두고 명품 취미를 자랑하는 스네오, 반장에다 운동과 공부를 다 잘하는 모범생 데키스기가 고정 출연진이다. 노비타는 핑계의 달인이다. 자신의 약점과 결점을 항상 도라에몽에게 떠넘긴다. 도라에몽은 억지 변명인 줄 알지만, 만능 도깨비방망이를 꺼내 도와준다. 도움을 얻은 노비타는 갑자기 기고만장해지고 그 과정에서 친구들 사이에 경쟁, 질투, 갈등이 벌어진다. 결론과 교훈은 만능 도구 약발이 떨어진 평상시에 나타난다. 노비타의 눈물 어린 반성이 이어지고, 도라에몽과 친구 4명은 노비타의 새 출발에 동참한다. 변명꾼 게으름뱅이지만 모두가 도우면서 함께 나아가자는 것이 결론이다.
   
   지난 수년간 일본 정치를 규정한 유행어가 ‘아베 1강’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주춤해진 상태지만, 아베 집권기 대부분이 ‘아베 1강’이란 말 하나로 규정된다. 아베라는 강력한 지도자의 의견이 일본 정치와 정책의 핵심이자 현실로 작용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맞서 싸울 상대가 없었다. 한국에서는 ‘포퓰리스트 극우 정치인의 발악’ 정도로 풀이하지만, 일본에서 보면 다르다. ‘아베 1강’은 아베 1인의 능력과 생각만이 아니라 시대정신의 결과라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 ‘아베 1강’은 일본인의 요구와 생각에 기초한 결과물이다. 아베 개인의 능력이나 개인기가 아니라 국민적 지지의 결과가 ‘아베 1강’이었다.
   
   아베에 대한 신뢰는 바람 부는대로 움직이는 여론 같은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일본인이 가장 신뢰하는 닛케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지난 8월 30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아베 1강’ 현상은 사임 발표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이 55%에 달했다. ‘지지하지 않는다’가 37%였다. 아베 개인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가 74%, 부정 평가가 24%로 나타났다. 퇴임을 앞둔 역대 총리 가운데 최고의 인기도라 볼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침은 있었지만 7년8개월에 걸친 최장 총리 재임 기록과 함께 퇴임 시 최고 지지율을 남기고 아베는 떠났다.
   
   
   최장 재임과 퇴임 최고 지지율 남긴 아베
   
   정치문화란 관점에서 ‘도라에몽’을 보면 ‘아베 1강’의 의미도 파악할 수 있다. ‘도라에몽’을 본 한국인이라면 주인공 설정이 애매하다고 느낄 수 있다. 도깨비방망이를 가진 도라에몽이 항상 등장하지만, 얘기의 출발과 결론은 변명꾼 노비타로 모아지기 때문이다. 뭔가 모자라고 시끄럽고 반응이 늦은 데다 몽상으로 하루를 보내는, 배울 것 하나 없는 캐릭터가 노비타다. 한국에서 제작된다면, 모범생 데키스기와 착한 시즈카 커플이 ‘도라에몽’의 중심 캐릭터로 떠오를 듯하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노비타 캐릭터를 더 사랑한다.
   
   왜 그럴까? 왜 평균 이하인 노비타가 화제의 중심에 있을까? 언뜻 보면 체력·지력·인내력 모든 면에서 노비타는 ‘영원한 패배자’ 그 자체다. 그러나 결코 루저(loser)로 전락하지 않는 오뚝이 캐릭터가 노비타다. 다섯 친구의 배려와 응원이 있기 때문이다. 변명에 급급하지만, 반성과 노력을 스스로 하고 친구들의 애정과 응원도 사라지지 않는다. 심술궂게 굴면서 싸울 때도 있지만, 결국은 서로가 도우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이것이 일본이 지향하는 ‘화(和)’의 세계이자, 보통 일본인의 가치관이기도 하다. 우등생이나 모두가 우러러보는 노비타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매일 노력하면서 조금씩 성장해 가는 변명꾼을 응원하는, 집단적 차원의 협조와 우정이 ‘도라에몽’의 핵심 메시지다.
   
   2012년 12월 26일 이래 계속된 ‘아베 1강’ 구도는 노비타에 대한 일본 국민의 정서와 비슷하다. 지략 비전, 나아가 강력한 리더십만이 아니라 ‘화(和)’의 결집체 같은 노비타 캐릭터가 ‘아베 1강’의 배후에 깔려 있다. 노비타란 캐릭터가 탄생한 배경이 그러하듯, ‘아베 1강’을 가능하게 만든 인간관계와 환경에 주목하기 바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핵심 키워드는 ‘자민당’이다. 크게 보면 일본 전체지만, ‘도라에몽’의 결론인 ‘화(和)’에 비견될 요소가 ‘자민당’에서 출발한다. 다섯 친구의 응원이 노비타의 배경인 것처럼, 자민당이 있기에 ‘아베 1강’이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아베는 카리스마 넘치고 튀는 정치가가 아니다. 뛰어난 지략은커녕 체력도 엉망이다. 그러나 선대(先代)를 통해 증명된 믿을 만한 정치가라는 것이 그에 대한 자민당 내 평가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아베는 자민당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자민당이 있기에 아베가 탄생한 것이다. 반대로 아베가 사라진다고 해도 자민당은 건재하다. ‘아베=자민당’ ‘아베 1강=자민당 1강’이다.
   
   
   총선 간판 역할이 신임 총리의 영순위 과제
   
   상식으로 움직이는 나라가 그러하듯, 일본 정치의 화두는 항상 미래다. ‘아베 1강’ 구도는 이미 과거다. 아베의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정국의 키워드는 ‘포스트 아베’로 채워졌다. 코로나19와 미·중 디커플링 체제에서 살아남는 것이 포스트 아베의 핵심 과제다. 오는 9월 14일, 대의원 선거단에서 자민당 총재 선출이 이뤄질 예정이다. 곧바로 국회에서 총리가 임명되면 새로운 내각이 등장할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9월 2일 현재 총재 선거는 3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주인공이다. 이 중 스가 장관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승산이 있는지, 개개인에 관한 자세한 얘기는 신문·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되고 있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3명의 후보자나, 총리 기대주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새로운 지도자의 활동 기반이 될 자민당의 오늘과 내일이 주된 관심사다. 총리 개인을 넘어선, 자민당을 통해 본 일본 정국 분석이다.
   
   국내 정치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일본 총선거는 곧 결정될 신임 총리가 떠맡아야 할 가장 큰 과제다. 현재의 정치 일정으로 보면 총선은 내년 9월 직전에 치러질 전망이다. 신임 총리는 총선의 간판이다. 내년 9월 총선에 나설 자민당 중의원 후보자 입장에서 볼 때, 함께 사진을 찍을 경우 득표에 도움이 될 인물이어야만 한다. 스가, 기시다, 이시바 3인 모두 일장일단을 갖춘 인물이지만, 핵심은 총선용 간판으로서 활용 가치가 있느냐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여부도 변수가 되겠지만, 일단은 1년 뒤 총선이 신임 총리의 영순위 과제다.
   
   
▲ 지난 8월 28일 오후 도쿄의 한 시민이 TV로 중계되는 아베 총리 사임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투표 참가자 10명 중 6명이 자민당 지지
   
   ‘아베 1강’의 근거이자 업적이지만, 2012년 이래 자민당은 압승 행진을 지속해 왔다. 5번에 걸친 선거의 간판이 바로 아베였다. 5번의 총선에서 전체 투표자를 기준으로 한 자민당 지지율, 즉 상대득표율은 항상 60% 이상이었다. 투표에 참가한 사람 10명 중 6명이 자민당을 지지한 셈이다. 그러나 절대득표율, 즉 유권자 전체를 기준으로 한 자민당 지지율은 25% 정도에 그친다. 18살 이상 유권자 10명 가운데 2.5명만이 자민당을 지지한다는 의미다.
   
   절대득표율과 상대득표율 사이의 괴리는 투표참여율 하락과 무당파 출현에 있다. 투표참여율 하락은 자민당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공통 현상이기도 하다. 무당파 문제는 다르다. 무당파에 먹힐 정책을 개발해 자민당 편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는 여기에 나름 성공했다. 2.5명에 불과한 실제 자민당 지지자를 6명까지 늘린 인물이 아베다. 상대득표율 60% 이상은 과거 자민당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위업이다. 1986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가 이끈 자민당 압승 총선도 상대득표율 58.6%로 60%대에 못 미쳤다. 결과적으로 ‘자민당 1강’이 2020년 일본 정치의 현실이다.
   
   전후 일본 정치사를 보면, ‘자민당 1강’이 ‘아베 1강’ 때만 나타나는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민당은 1955년, 자유당과 일본민주당의 합당으로 탄생된 보수 정당이다. 이후 지금까지 60년 넘게 집권을 이어왔다. 야당에 정권을 내준 것은 1993년과 2009년 딱 두 번, 전부 4년간에 불과했다. 61년 장기집권에 성공한,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서 최장수 정당이다. 의문인 것은 ‘자민당 1강’의 비결이다. 어떻게 65년 가운데 무려 61년이나 집권할 수 있었을까? 비결은 크게 네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자민당은 가슴’ vs ‘야당은 머리’
   
   첫째, ‘효율·결집력·최고’를 자랑하는 강철 정당조직이다. 자민당 당원은 전부 100만명 정도다. 인구의 1% 이하다. 일당 독재국가인 중국의 공산당 당원은 9000만명이다. 13억 인구의 7% 정도다. 한국의 더불어민주당 당원수는 400만명에 달한다. 인구의 약 8% 정도다. 상대적인 숫자는 적지만 자민당은 ‘선거에 강한 정당’으로 통한다. 일당백의 소수정예로, 일단 선거체제로 돌입할 경우 100만 당원이 똘똘 뭉쳐 발 빠르게 대응한다.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는 유령 당원들은 거의 없다. 당원 모두가 고유의 임무에 맞춰 현장으로 직행하는 전천후 조직이다. 여분의 돈이 들거나 빈틈이 생기지 않는다. 지역주민과의 네트워크도 선거체제로 접어들면 곧바로 만들어진다. 내일 당장 선거가 치러진다 해도 바로 나설 수 있는 노하우가 자민당에 축적돼 있다. 상식이지만, 선거는 정당의 조직력에 달려 있다.
   
   둘째, 자민당이 가진 특유의 문화다. 페이스북의 기업 문화 같은, 자민당만이 갖고 있는 평균 정서가 있다. 일본인들에게 익숙한 말이지만, ‘자민당은 가슴’이란 이미지가 대표적이다. ‘친절하고 배려하는 정당’이란 느낌이 강하다. 카리스마와 무관한, ‘도라에몽’의 노비타에 준하는 보통 일본인의 정당이라는 이미지다. 이에 반해 현재 이합집산 중인 야당은 똑똑하고 명쾌한 ‘머리를 가진 정당’으로 통한다. 신문·방송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야당 출신 유명인도 많다. 결국 도시에서는 야당이 강하지만, 지방으로 내려갈수록 자민당이 강세다. 20세기에 비해 약화됐지만, 각종 후원회와 지역구 지지단체와 복잡하게 얽힌 정당이 자민당이다.
   
   20여년 전 필자가 도쿄 외곽 마쓰시타정경숙에서 공부할 때의 기억이지만, 자민당과 야당 선거운동 본부 두 군데를 동시에 들른 적이 있다. 자민당 선거본부는 동네 남녀노소 모두 찾는 대중목욕탕처럼 느껴졌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최근 인기를 끈 TV 드라마 ‘심야식당’ 같다고나 할까? 정책이나 미래에 대한 얘기는 별로 없다. 찾는 사람도 평균 일본인이다. 정치에 대해 잘 모르지만, 끈끈한 사교의 장(場) 같은 곳이 자민당이다. 야당은 다르다. 정책변화나 개혁을 강조하면서 머리로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 숫자로 설득하고 젊은 사람들도 동원한다. 당시 내린 결론이지만, 자민당은 뭔가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당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자민당을 통하면 ‘심야식당’에서처럼 배도 채우지만 실생활에 도움이 될 새로운 정보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준다. 실제 자민당 당원은 정치적 차원만이 아니라, 경제적 차원의 이해관계로도 맺어져 있다. 쉽고 편하고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정치문화를 통해 풀뿌리민주주의를 구체화한다.
   
   
▲ 지난해 7월 21일 실시된 일본 참의원 선거 개표. photo 뉴시스

   ‘심야식당’ 같은 자민당 지구당
   
   셋째, 세습의원에 대한 특유의 인식이다. 자민당 고유의 정치문화 중 하나가 세습정치 우대다. 흙수저에게는 부정적이겠지만, 거꾸로 ‘자민당 1강’의 배경이기도 하다. 아베 자신은 물론, 지금 자민당 총재 후보로 나선 3명의 후보 가운데 2명이 세습의원이다. 아버지, 할아버지의 지역구를 잇는 2대, 3대, 4대에 걸친 정치가가 많다. 비난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지만, 이것을 장점으로 바꾸는 정당이 자민당이다. 한순간 인기로 등장한 거품 정치가보다 배경과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세습의원이 한층 더 믿음직스럽다는 생각을 공유한다. 이미 선조 때부터 굳어진 인간관계, 이해관계도 대를 이어 그대로 지켜나갈 수 있다. 따라서 세습의원일수록 당선확률이 한층 더 높다. 선대가 만들어낸 돈과 조직력도 중요하지만, 지역주민들도 세습의원을 한층 더 선호한다. ‘아베 1강’의 출발점은 출마할 경우 무조건 당선되는 아베의 지역구에 있다. 중앙에서 아무리 유명하다 해도 안정된 지역구가 없으면 그대로 추락이다. 한번 추락하면 재기하기가 어렵다. 세대를 넘어 한 가지 일에 인생을 거는 장인문화가 일본의 전통이자 가치다. 정치 분야도 마찬가지다. 대를 이어 일하는 장인처럼 세습정치에 나선다.
   
   세습의원에서 풍기는 부정적 이미지는, 선대부터 맺어진 유착 비리의 지속이나 세습 정치가의 탈선에서 비롯된다. 불법적 특권도 없고, 세습 정치가도 스스로에게 엄격하면서 민의를 정확히 대변한다면 어떨까? 굳이 세습정치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오해하기 쉬운데, 자민당의 세습의원은 군림하는 정치가가 아니다. 세습의원을 포함해 일본 정치인의 주말은 지역구 관리에 집중된다. 한국과 비슷해 보이지만 일에 대한 준비와 집중도가 엄청나다. 매주 예외 없이 지역구에 내려가 민의를 듣는다. 지역구를 무시할 경우 곧바로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난다. 21세기 자민당 세습의원들 상당수는 영어에 능통하다. 선대로부터 업그레이드된 정치가로 나서는 과정에서 외국어를 배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넷째, 안정감이다. 세습정치와 연결되겠지만, 안정감은 ‘자민당 1강’의 가장 큰 배경이자 이유다. 자민당에 맡기면 안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자민당이 아닌 야당에 맡길 경우 뭔가 불안하다는 것이 일본인의 평균 정서다. 2020년 현재 야당에 대한 지지율은 10% 이하다. 1955년 이래 상황이지만, 아무리 자민당이 싫다 해도 야당 지지율이 자민당보다 높았던 적은 거의 없다. 자민당이 못하면 자민당 지지율이 떨어질 뿐 야당 지지표로 가지는 않았다.
   
   파벌정치는 자민당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말하기는 좋지만, ‘파벌정치 척결’은 아마 일본인들에게 사회문화 자체를 전부 개조하라는 말로 들릴 것이다. 일본은 정치만이 아니라 사회 자체가 파벌로 이뤄진 나라다. “인간의 욕구를 인정하시옵소서”라는 말은 최근 화제가 된, 진인(塵人) 조은산의 시무 7조에 등장하는 말이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명언이다. 파벌은 개개인의 욕(欲)을 달성하려는 수단이다. 욕은 신이 허락한 본능이다. 조절하거나 줄일 수는 있겠지만, 아예 없앨 수는 없다. 파벌 그 자체도 완전제거는 불가능하고 불필요하다. 파벌은 존재하되, 파벌정치가 갖는 단점을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일본인의 생각이다.
   
   파벌을 공공연히 인정하면서 파벌정치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자민당의 특징이다. 파벌 간의 균형이 장점의 핵심이다. 밥그릇을 파벌의 순번에 맞춰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자민당식 파벌정치다. 독식하거나 부정적으로 권력을 취할 경우 파벌 간의 균형도 깨진다. 현재 일본 야당은 수많은 신당으로 쪼개져 딴 살림을 차린 상태다. 한국 야당이 그러하듯, 당명도 수시로 바뀐다. 파벌 균형이 깨진 데 따른 결과다. ‘도라에몽’의 궁극적인 메시지이자 일본 문화의 특징이지만, ‘파벌 균형=안정=화(和)’라고 할 수 있다.
   
   결초보은(結草報恩)은 아베의 사임회견을 보면서 떠올린 고사성어다. 지병으로 사임하지만, ‘자민당 1강’에 대한 아베의 의지가 강하게 담긴 회견이었다. 자신의 문제를 극소화하고, 앞으로 계속 존속할 자민당에 대한 배려가 회견 내내 돋보였다. 결초보은의 결과겠지만, 곧바로 실시한 닛케이 여론조사에서 자민당 지지율이 47%까지 뛰어올랐다. ‘지지정당 없다’는 31%였다. 야당에 대한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만약 9월 중에 총선거가 이뤄진다면 또다시 자민당이 압승할 것이다. 주목할 부분은 아베의 결초보은이 미칠 구체적인 성과다. ‘자민당 1강’ 유지와 더불어 아베 파벌의 입김도 자민당 내에 강하게 남게 된다.
   
   
   ‘자민당 1강’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
   
   일본은 혁명이 없는 나라다. 혁명 대신 ‘유신(維新)’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이 메이지(明治) 역사다. 바로 2020년 자민당의 모습이기도 하다. 독식하는 승자도, 하루아침에 부관참시로 끝나는 적폐청산도 없다. 아베 유산에 관한 얘기가 곳곳에서 들리지만 ‘자민당 1강’ 역시 아베가 남긴 또 다른 유산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현재 정국을 보면 ‘아베 1강’을 능가하는 정치인이 또다시 나올 전망은 희박하지만 ‘자민당 1강’이란 구도는 여전할 듯하다. 누가 총리가 되든 큰 변화 없이, 자민당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2020년 가을, 전염병 재확산과 더불어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육지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바다에서는 에너지 보급선 차단 가능성이 일본의 현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스스로 일당백을 자부하는 자민당은 그 같은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는 21세기판 대본영(大本營)과 다름없다는 것이 100만 당원들의 생각이다. 모두가 염려하는 한·일 관계의 내일도 그 같은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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