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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4호] 2020.09.07

미·중 남중국해 무력충돌 임박 알리는 신호들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 지난 6월 괌을 남중국해의 인공섬으로 상정해 낙하 훈련을 벌이는 미군. photo US Army
스카버러암초(Scarborough Shoal)는 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종의 모래톱이다. 이 암초의 이름은 1784년 이곳 부근에서 난파된 영국 동인도회사의 차 무역선인 스카버러호에서 따왔다. 필리핀에서는 파나타그(Panatag), 중국에서는 황옌다오(黃巖島)라 부른다. 필리핀 루손섬으로부터 서쪽으로 230㎞, 중국 본토로부터 동쪽으로 1200㎞ 떨어진 이곳은 깊이 15m, 면적 130㎢의 석호와 석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산호초와 암초들로 구성돼 있다. 전체 둘레는 55㎞나 되고 남쪽 끝에 있는 암초(높이 3m)가 가장 높다.
   
   중국은 원나라 때 작성된 지도를 근거로 이 암초가 자국의 영토에 속해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필리핀은 이 암초가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있으며, 자국 어선들이 예전부터 이 섬 인근에서 조업해왔다는 입장이다. 필리핀은 2013년 1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이 문제를 제소했다. PCA는 2016년 7월 “이곳은 중국·필리핀·베트남 어민의 전통적인 어장”이라며 “어느 국가도 이곳에 대해 독점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이곳을 사실상 점거하고 필리핀 어선들의 접근을 막아왔다. 중국 해경은 지난 5월 이곳 인근에서 조업하던 필리핀 어선의 어로장비를 무단으로 몰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필리핀 외교부는 지금까지 중국 외교부에 불법 몰수에 대해 57번이나 항의 서한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하고 있다.
   
   
   남중국해를 중국의 바다로 만들려는 이유
   
   중국이 이 암초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남중국해를 자국의 바다로 만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은 남중국해를 ‘난하이(南海)’라고 부르면서 자국의 내해(內海)라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중국은 면적 350만㎢에 달하는 남중국해 아홉 곳을 지정해 가상의 선인 이른바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nine dash line)’을 일방적으로 그어놓고 그 안쪽 바다를 자국의 영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U’ 자 모양의 남해구단선의 안쪽 바다는 남중국해 전체 면적의 90%를 차지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현재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는 모든 해역이 중국의 영역이 된다.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르면 영해는 자국 연안으로부터 12해리(22.2㎞)의 바다로, 이 안의 섬과 암초에 대한 영유권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자국의 바다로 만들려는 이유는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가 적극 추진해온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의 핵심이 남중국해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해상실크로드의 가장 중요한 통로인 남중국해에 대한 지배권을 미국에 맡겨 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상실크로드는 중국에서 출발해 남중국해와 말라카해협~벵골만·인도양~아라비아해~중동·아프리카까지 연결하는 바닷길을 말한다. 중국은 그동안 해상실크로드를 구축하고자 동남아, 인도양, 아프리카의 에너지 및 화물 수송로에 위치한 국가들과 정치와 외교는 물론 경제와 군사 협력까지 맺는 등 관계를 강화하면서 주요 항구를 단계적으로 확보해왔다. 중국은 이를 일대일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왔다.
   
   또 다른 이유는 남중국해가 전략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19세기 서구 열강의 침략으로 아편전쟁(1842)에서 패배하는 등 패권을 상실하고 국토가 유린되는 치욕을 겪어야만 했다. 당시 서구 열강은 막강한 해군력으로 남중국해를 장악하고 이를 통해 청나라를 침략했다. 이런 역사의 교훈을 잘 알고 있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남중국해를 자국의 바다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추진해왔고 해군력을 집중적으로 증강해왔다.
   
   중국은 그동안 제1 다오롄(島鏈· Island Chain)과 제2 다오롄을 설정하고 이를 통제하려는 전략에 박차를 가해왔다. 제1 다오롄은 일본열도(列島)~난사이제도~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으로 이어지는 중국 연안에서 1000㎞ 떨어진 지역이다. 제2 다오롄은 오가사와라제도~이오지마제도~마리아나제도~야프군도~팔라우군도~할마헤라섬으로 이어지는 중국 연안에서 2000㎞ 거리의 지역이다. 중국의 전략은 남중국해가 핵심이익인 만큼 미국 등의 접근과 개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목표는 제1 다오롄을 내해화(內海化)하고, 제2 다오롄의 제해권(制海權)을 확보하는 것이다.
   
   
▲ 남중국해에서 훈련 중인 미 항모 니미츠호와 레이건호. photo US Navy.com

   매년 3조달러 무역량이 지나는 통로
   
   게다가 남중국해는 중국은 물론 일본·한국 등에서 수입하고 수출하는 에너지와 각종 원자재의 통로다. 매년 3조달러(3599조원) 규모의 무역량이 통과한다. 한국의 경우 수출의 30%, 수입 에너지의 90%가 남중국해를 지난다. 특히 중국의 경우 남중국해의 해양교통로는 생명선이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은 국가의 사활이 달려 있는 에너지와 원자재 및 상품 수출입 통로를 확보해야만 한다. 만약 남중국해가 봉쇄된다면 중국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굴복할 수밖에 없다. 남중국해는 또 자원의 보고(寶庫)다. 남중국해 해저에는 상당한 천연자원이 매장돼 있다. 석유 2130억배럴, 천연가스 3조8000억㎥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불타는 얼음’이라 불리는 가스하이드레이트(NGH)도 대량 매장돼 있다. NGH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미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다.
   
   중국은 이처럼 중요한 남중국해를 장악하기 위해 암초와 산호초들을 인공섬으로 조성하고 이미 군사기지화했다. 말 그대로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不沈航母)’ 전술이다. 인공섬들은 사실상 항공모함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남중국해를 무력으로 실효지배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또 무력충돌이 벌어질 때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경우에도 전투기 등을 출격시킬 수 있다. 중국이 조성한 인공섬은 모두 7개로 이 가운데 미스치프환초(중국명 메이지자오·베트남명 다빈깐·필리핀명 판가니반), 피어리크로스암초(중국명 융수자오·베트남명 다쯔텁·필리핀명 카기틴간), 수비환초(중국명 주비자오·베트남명 다쑤비·필리핀명 자모라) 등은 난공불락의 군사요새가 됐다.
   
   
▲ 중국군이 괌 킬러로 불리는 DF-26를 시험발사하고 있다. photo CCTV

   미국 전쟁권의 법적 근거 조용히 마련 중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장악을 절대로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 이유는 중국이 남중국해를 장악할 경우 미국으로선 남중국해와 연결될 태평양의 지배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동남아를 비롯해 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제법을 무시한 중국의 행동을 용인할 경우 미국 주도의 기존 국제질서가 무력화될 수도 있다. 미국 정부가 그동안 중국에 맞서 해군 함정 등을 동원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여온 것도 중국의 남중국해 장악 의도를 견제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또 항행의 자유 작전만으로는 중국 정부의 야심을 저지할 수 없다고 판단해 일본·호주·인도 등과 함께 ‘인도·태평양 전략’도 적극 추진해왔다. 미국은 이와 함께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남중국해를 접하고 있는 베트남·인도네시아·싱가포르·필리핀 등 아세안 회원국들과의 협력과 연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도발적인 공세에 맞서 무력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7월 13일 ‘남중국해 해양권리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란 성명을 통해 “중국이 일방적으로 남중국해에 영해와 해양자원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국제법적으로 불법”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세계는 중국이 남중국해를 자신의 해상제국처럼 다루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은 중국이 통제하고 있는 남중국해 도서의 12해리 이외에 대해 중국의 어떠한 해양 권리도 인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런 강경한 입장에 따라 앞으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미국 정부가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맞서 군사력을 사용하기 위한 전쟁권(jus ad bellum)의 법적인 근거를 조용히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미국의 남중국해 무력행사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인터넷 매체인 둬웨이(多維)는 미국의 첫 번째 기습 타격 대상은 현재 중국군이 주둔하고 있지 않은 스카버러암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지난 7월 26일 자) 둬웨이는 미국이 B-52H 등 전략폭격기를 동원해 스카버러암초를 폭파해 중국이 더 이상 이 암초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못 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미국이 중국에 먼저 남중국해 인공섬들에 주둔한 군병력 철수와 군사시설 철거를 요구하고 중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피어리크로스암초와 미스치프환초 등을 점령해 미사일 발사대 등을 파괴한다는 것이다.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도 미국이 군사기지가 설치된 인공섬들을 타격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8월 3일 자) 이런 시나리오들에 대해 왕융 베이징대 미국연구센터 주임은 “미국이 오는 11월 3일 실시되는 대통령선거 이전에 남중국해에서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스카버러 폭파 영유권 주장 무력화 시도
   
   실제로 미국은 최근 괌에서 중국의 인공섬 점령 훈련을 실시했다. 미 육군 제24사단 제4 전투여단 소속 공수부대원 400명은 지난 6월 30일 공군 C-17 수송기를 타고 알래스카 엘멘도르프 기지를 출발해 9시간 만에 괌 상공에 도착해 낙하훈련을 실시했다. 이들은 앤더슨 공군기지를 적지로 상정하고 이를 점령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미군이 괌에서 이 같은 대규모 강하훈련을 실시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당시 미 육군은 “괌 강하 훈련을 통해 공수부대가 인도 태평양사령부 작전 지역의 어느 곳이든 즉각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포브스는 “미군의 괌 강하 훈련은 중국의 인공섬 점령을 상정한 것”이라면서 “미군은 중국과 무력 충돌할 경우를 대비해 남중국해 인공섬 군사기지를 먼저 점령하려는 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7월 9일 자) 특히 포브스는 미군의 인공섬 점령은 중국의 남중국해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를 해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중의 남중국해 대결은 인도·태평양 패권을 다투는 것이다. 어느 한쪽도 양보하거나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양국의 무력충돌은 우발적이든 의도적이든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로 미군은 남중국해에 매일 3~5대의 정찰기를 보내고 있다. 또 항모 2척을 비롯해 각종 함정들을 실전배치하고 있으며 수시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실시하고 있다. 전략폭격기를 비롯해 각종 전투기들도 24시간 대기 상태에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남중국해에서 항모를 비롯해 각종 함정들과 전폭기 등을 동원해 실탄사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심지어 ‘항모킬러’로 불리는 비장의 무기 둥펑(DF)-21과 ‘괌 킬러’인 DF-26 탄도미사일, 최신형 094형 전략 핵잠수함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2A 등을 동시에 발사하는 훈련까지 벌였다.
   
   
▲ 남중국해의 중국 인공섬. 왼쪽이 스카버러암초, 오른쪽이 군사기지가 조성된 피어리크로스암초. photo 중국군망

   인공섬 건설 참여 기업 제재 조치
   
   이 때문에 양국의 이런 무력시위가 자칫하면 우발적인 군사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 군사전문가들은 △미군 함정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제도의 12해리 이내에 진입했을 때 이를 쫓아내려는 중국군 함정과의 충돌 △미군 정찰기가 중국 본토에 근접하거나 훈련 상황을 감시할 때 중국군 전투기와의 충돌 △양국 군이 남중국해에서 각종 군사훈련을 실시할 때 거리를 지키지 않거나 미사일 등을 오발했을 경우 등 3가지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양국이 의도적으로 국지전 차원에서 무력 대결을 벌일 수도 있다. 이 경우 국제 군사전문가들은 대부분 미군이 중국군을 압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지난 8월 26일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에 참여한 24곳의 중국 기업과 이에 연루된 개인들을 제재하는 조치를 내렸다. 미국이 남중국해와 관련해 제재 조치를 취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제제 대상 기업들은 중국교통건설(CCCC), 광저우하이거커뮤니케이션그룹, 중국전자기술그룹, 중국조선그룹 등이다. 미국은 “이들 기업이 중국군이 남중국해에서 국제적으로 규탄받는 인공섬을 건설하고 군사기지로 만드는 것을 돕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이들은 ‘현대판 동인도회사’와 같다”면서 앞으로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 중 상당수는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그레그 폴링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의 남중국해 불법 영유권 주장이 제재 등을 통한 미국의 강경대응에 길을 터줬다”면서 “남중국해에서 미군의 작전도 갈수록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무튼 남중국해는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열전(熱戰)의 무대이자 화약고가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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