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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5호] 2020.09.14

러시아는 그의 유튜브가 두려웠나? 나발니 독극물 테러의 파장

▲ 독극물 테러를 당한 러시아 반체제 정치인 나발니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 ‘나발니 라이브’에서 내보낸 메드베데프 총리 축재와 비리를 다룬 방송 영상. 최근까지 조회수 3700만을 기록했다. photo 유튜브
러시아에서 독극물 테러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던 알렉세이 나발니(44)가 지난 9월 8일 깨어났다. 독극물 테러 후 독일에서 치료를 받던 러시아 정치인 나발니는 푸틴 정권이 언론과 사법부 등을 장악한 상황에서 유튜브 방송으로 전체주의 정권에 타격을 가하던 야권 지도자이다. 그가 건강을 되찾는다면 정치적 존재감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영구집권을 꾀하는 블라디미르 푸틴(68) 대통령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20일 러시아 시베리아의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혼수상태에 빠졌던 나발니는 8월 22일 독일 베를린으로 긴급 이송되었다. 지난 9월 2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주재로 개최된 주요 각료회의에서 독일군 의료참모부장은 나발니의 혈액, 소변, 피부, 음료수 병에서 소련이 개발한 독극물 노비촉이 검출되었다고 보고했다.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노비촉이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이 테러 공격 배후가 러시아 정부와 푸틴 대통령이라는 의미라고 독일 슈피겔지는 설명했다.
   
   
   독극물 노비촉 테러로 한때 혼수상태
   
   지난 9월 2일 저녁 메르켈 총리는 “러시아 정부만이 대단히 심각한 이번 사안에 대해 답변할 수 있으며, 또한 답변을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러시아 정부는 독극물 관련을 부인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9월 4일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 사건’과 관련, 숨길 것이 없으며 독일 정부가 오히려 러시아 검찰의 자료제공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지금까지 ‘나발니’라는 이름을 언급한 적도 없다. 독일에 도착한 나발니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공식명칭은 ‘환자’였다. 9월 4일부터는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이 ‘블로거 나발니’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발니는 1998년 인민우호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었다. 러시아재정대학에서 수학하던 2000년에 그리고리 야블린스키가 이끄는 자유주의정당인 야블로코에 가입하면서 정치를 시작하였다. 2007년부터 민주주의와 러시아 민족주의를 결합한 독자노선을 걸었다. 그는 푸틴이 선거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며 항의 시위를 주도하다 2011년 처음으로 투옥되었다. 2012년 푸틴 재선 후 본격적으로 반(反)푸틴 투쟁에 나섰다.
   
   조직과 자금이 없는 나발니는 그동안 블로그 활동에 힘을 쏟으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키워왔다. 2013년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 러시아 정치 사상 최대인 10억루블을 모금했고, 2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참여하는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덕분에 27%를 득표하여 2위를 차지하였다. 당시 푸틴이 후보로 지명한 중앙아시아 출신의 세르게이 소뱌닌은 51%를 득표하여 당선되었다. 선거 후 나발니는 ‘부정선거’라며 항의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서 당시 37세였던 나발니가 일으킨 바람은 푸틴에게는 적지 않은 위협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37세 때 모스크바 시장 출마해 선전
   
   이후 2015년 푸틴이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유력한 야권 정치인인 보리스 넴초프가 모스크바에서 암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법부와 언론은 이미 푸틴이 장악한 상태여서 러시아 국내에서는 푸틴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없었다. 이때부터 나발니는 ‘나발니 라이브’라는 유튜브를 개설하여 푸틴 정권의 부패상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젊고 잘생긴 외모에 자신감 넘치는 달변가인 나발니는 마치 TV 앵커가 뉴스를 보도하듯 유튜브 방송을 진행했다. 취재팀의 조사나 동영상 편집도 수준급이었다.
   
   특히 2015년 12월에 유튜브에 올린 ‘차이카’는 검찰총장인 유리 차이카(69) 아들들의 부패에 관한 내용으로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유리 차이카의 아들인 아르춈과 이고르 형제가 아버지의 권력을 등에 업고 시베리아의 선박, 소금광산 등을 헐값에 사들여 사익을 편취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과정에서 차이카 형제는 조직범죄단과 공모하여 살인과 협박까지 저질렀다는 폭로도 나왔다. 특히 아르춈은 빼돌린 돈으로 그리스에 수천만달러를 투자하여 초호화 호텔을 건설하였고 스위스 국적을 취득해 제네바 호숫가의 초호화 저택 등을 매입하였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이 ‘차이카’ 유튜브 방송은 최근까지 13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나발니는 2016년 10월에는 푸틴의 딸 예카테리나 티코노바가 운영하는 재단이 푸틴의 측근들이 운영하는 석유회사 등 거대기업들로부터 수천만달러를 받았다는 사실을 유튜브를 통해 폭로하였다. 당시 나발니는 자금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였다.
   
   나발니는 유튜브 방송을 통해 푸틴 측근들의 부패를 끊임없이 폭로하면서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을 “도둑놈과 사기꾼들의 도당”이라고 비난하여 소송을 당하기도 하였지만 지지자도 늘고 국민들 사이에서 인기도 높아졌다. 2017년 3월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의 12억달러 부정축재 사실을 담은 ‘Он вам не Димон(Don’t call him Dimon·그를 디몬이라고 부르지 말라)’을 내보냈는데 그의 유튜브 방송 중 가장 주목을 끈 내용이었다.
   
   메드베데프는 푸틴이 헌법상 3연임 금지 조항 때문에 총리에 머물 때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푸틴의 심복이다. 푸틴이 다시 대통령이 되자 총리에 기용되었다. 메드베데프는 대중 앞에서 입만 열면 부패를 비난하였다. 나발니는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메드베데프가 실은 러시아에서 가장 부패하고 가장 부유한 인물임을 폭로하였다.
   
   나발니 유튜브 방송에 따르면, 메드베데프는 모스크바 인근에 대규모 저택,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궁전과 호화 아파트 여러 채, 시베리아에 스키리조트, 대규모 가축농장, 흑해 주변에 대규모 포도원과 와이너리, 1000만달러짜리 요트 2척 등을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방에는 100만㎡ 크기의 포도원과 올리브밭이 딸린 17세기에 지어진 화려한 성채를 소유하고 있다. 나발니는 재정전문가답게 관련 문서와 소유 구조, 그리고 현장 영상과 인터뷰 등을 통해 메드베데프 축재의 실상을 폭로하였다.
   
   
▲ 2018년 경찰에 체포되는 나발니. 최근 독극물 테러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났다. photo 뉴시스

   검찰총장 아들, 푸틴 딸 등의 축재 폭로
   
   나빌니는 결론으로 “메드베데프가 나를 포함한 러시아 국민들로부터 훔친 돈으로 거대한 부패의 커넥션을 완성하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전직 대통령이며, 현직 총리이며, 집권당의 총재인 그가 부패의 제국을 만들 수 있는 것은 푸틴 대통령이 그보다 더한 부패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통렬하게 비판하였다.
   
   그는 이어 “푸틴뿐만 아니라 고위관리, 검찰관 등 정권에 소속된 사람들은 모두 같은 비리를 저지르고 있으며 부패를 통해서 백만장자, 억만장자가 되고 있다. 러시아의 정치체제는 썩어문드러졌으며 건강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현재 러시아의 권력을 차지한 사람들은 17년간 집권했으며 국가의 재산을 자신들과 자식들을 위한 궁전이나 은행 계좌로 이체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것이 러시아가 국가는 부유하지만 국민들은 가난한 원인”이라고 강조하였다.
   
   메드베데프 비리를 폭로하면서 나발니는 2018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였다. 그리고 “국민 각자가 싸울 수 있는 방법으로 싸워야 한다”며 “이 동영상을 공유하는 것도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이 유튜브 방송은 조회수가 일주일 만에 700만, 한 달 만에 1700만을 기록하였다. 유튜브 내용은 러시아 언론에는 거의 보도가 되지 않았지만, 방송 이후 러시아 전역에서 메드베데프의 사임을 촉구하는 시위가 발생하였다. 시위 현장에서 항상 앞장서는 나발니를 포함하여 수천 명이 체포되었다. 투옥과 석방을 반복하던 나발니는 화학물질 테러를 당해 실명 위기에 처하기도 하였다.
   
   
   메드베데프 비리 폭로 방송 조회수 3700만
   
   메드베데프는 유튜브 내용을 부인했지만 러시아 국민의 절반 이상은 그의 사임을 촉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나발니의 이 유튜브 방송은 최근까지 조회수 3700만을 기록하였다. 러시아 인구가 1억4000만명이므로 성인은 거의 모두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발니는 유튜브에서 약속한 대로 2018년 대선 출마를 시도했지만, 선관위와 대법원이 각종 법률 위반 등을 사유로 출마를 금지했다. 그러자 그는 전국을 다니며 지지자들을 규합하는 활동을 벌였다. 2020년 7월 1일 푸틴의 사실상 종신대통령 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헌법 개정 국민투표 때는 대대적인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나발니는 거의 매일 저녁 8시 유튜브를 통해 ‘나발니 라이브’ 방송을 하며 푸틴 대통령을 비판해왔다. 지난 8월부터 벨라루스에서 벌어진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시위와 관련해서도 그는 강경한 반푸틴 방송을 계속했다. 나발니는 지난 7월 말 벨라루스 대선 직전에 행한 방송에서 “루카셴코는 푸틴의 아버지이자 정치적 스승”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루카셴코가 만든 정치체제를 푸틴은 복제했을 뿐”이라며 “루카셴코는 항상 푸틴보다 2~3년 앞서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거 당일인 8월 9일에는 벨라루스에서 벌어진 시위사태를 6시간 동안 생방송하였다. 나발니가 마지막으로 행한 8월 13일 방송에서는 벨라루스 시위사태와 러시아 극동 하바롭스크에서 지속되는 반푸틴 시위를 연관시켰다. 그는 벨라루스 노동자들의 파업사태를 “국가권력을 단번에 장악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하바롭스크 주민들에게도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푸틴 정권 입장에서는 나발니가 러시아 국민들에게 벨라루스 국민들처럼 반푸틴 시위를 벌이라고 선동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실제 나발니의 동료인 블라디미르 밀로프는 이번 독극물 테러 사건 이후 ‘나발니 라이브’에 출연하여 벨라루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돈이 테러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푸틴이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 좀 보라”며 나발니에 대한 테러는 푸틴이 갖고 있는 “공포의 직접적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나발니에 대한 테러 지시를 푸틴이 직접 내렸는지 현재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전체주의 체제를 만든 푸틴이 궁극적인 책임자라는 데에는 국제적으로도 이론이 없다. 러시아의 정치평론가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정권이 나발니를 제거하면 잠시 시간을 벌겠지만, 하바롭스크 시위에서 나타나듯이 비조직적인 시민사회가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정치화되고 반푸틴 구호를 부르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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