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울란바토르 시민들이 ‘몽골어를 구하자’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photo EPA-EFE
몽골 울란바토르 시민들이 ‘몽골어를 구하자’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photo EPA-EFE

“중국 공산당은 네이멍구자치구(내몽골)에서 문화 학살을 중단하라.(Stop the CCP’s cultural genocide in Inner Mongolia.)”

지난 9월 7일 미 백악관 홈페이지 청원 코너(petitions.whitehouse.gov)에 올라온 글의 제목이다. 큰 제목 위에는 작은 글씨로 ‘우리는 미 연방정부가 의회에 이 문제에 대한 법률을 제정하도록 요구할 것을 요청한다’고 적혀 있다. 그리고 아래쪽에는 이들의 세 가지 고발 내용이 짧은 글 속에 담겨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20년 9월부터 중국 정부는 네이멍구자치구의 초등학교 교육 언어를 몽골어에서 만다린어(중국어)로 강제로 바꾸려고 시도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모국어를 지키기 위해 이 정책에 반대하는 행동을 취하려 했으나, 지역 경찰과 정부가 이들을 막았다. 많은 몽골인이 이 압력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강요받고 있다.

첫째, 인권 침해. 우리는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독립적이다. 교육에서 모국어의 상실은 (민족의) 소멸로 이어질 것이다. 둘째, 세계유산 위반. 몽골문자는 유네스코에 의해 2013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중국의 새로운 정책은 이 협약을 심각하게 위반한다. 셋째, 헌법의 위반. 그것(공산당의 교육정책)은 또한 자치구 법률과 중화인민공화국의 헌법을 위반한다.’

백악관 청원에 동의(서명)한 사람이 30일 내에 10만명을 넘기면, 백악관은 60일 내에 그 청원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몽골인 청원에 지지를 표한 사람은 9월 22일까지 10만3370명을 기록했다.

따라서 백악관은 대통령 선거(11월 3일) 직후인 11월 7일까지 이 문제에 대한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어쩌면 백악관의 새 주인이 발표하는 첫 대외정책이 네이멍구자치구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될지도 모른다. 이 청원으로 중국은 골칫거리를 하나 더 안게 됐다. 국가보안법 제정으로 시끄러운 홍콩과 강제수용소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신장(新疆)웨이우얼자치구에 이어 네이멍구자치구까지 미국의 간섭을 끌어들이는 도화선이 되고 있다.

네이멍구자치구 어린이들, 자기 말을 ‘외국어’처럼 배워야

사건의 발단은 지난 7월 네이멍구(내몽골·內蒙古) 교육청이 가을학기부터 ‘이중언어 교육’을 도입한다고 발표한 것이었다. 말이 ‘이중언어 교육’이지 사실은 몽골어 사용은 줄이고 중국어 사용을 늘리도록 한 정책이다. 이 정책은 3단계로 구성돼 있다. 먼저 올 가을학기부터 소학교(초등학교) 1학년과 초중학교(중학교) 1학년은 교육부가 펴낸 통일편찬 ‘어문(語文·중국어)’ 교재를 사용한다. 지금까지는 2학년이 되어서야 이 ‘어문’ 교재를 공부했었다.

이어 내년(2021년)에는 소학 1학년과 초중 1학년이 어문 과목 외에도 ‘도덕과 법치(道德與法治)’(정치) 통편 교재를 사용하며, 2022년에는 초중 1학년의 ‘역사(歷史)’ 과목까지 통편 교재를 쓰도록 한 것이다. 통일편찬 교재(統編敎材)란 중앙 정부가 편찬한 교과서로 한족과 소수민족 구분 없이 똑같이 쓰는 교재를 말한다. 이를 통해 소수민족 의무교육 단계의 핵심 3과목(어문, 도덕과 법치, 역사)은 중앙 정부의 통합 교재로 완전히 대체되었다. 그동안 중국의 소수민족은 각기 자신의 언어를 사용해 어문과 역사 등의 교재를 편찬하고 가르쳐왔으나 앞으로는 이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 정책에 따라 네이멍구 지역 초중학교의 중국어 사용 비중은 3년 전 38%에서 머지않아 100%에 달할 전망이다.

그뿐만 아니라 2022년부터는 이들 과목의 수업에서 교사가 ‘국가통용언어문자’, 즉 중국어를 사용하여 가르치게 했다. 수학 같은 과목은 고유 언어로 가르칠 수 있지만, 학생들이 점점 중국어에 익숙해지면 그것마저 영향을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소수민족 청소년들은 어릴 때부터 모국어 대신 중국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환경에 놓일 것이다. 반대로 모국어는 외국어처럼 해당 수업시간에만 배우고 사용하게 된다. 중국어가 유창하지 않은 중장년 소수민족 교사들도 퇴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소수민족 언어 정책은 네이멍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소수민족이 많이 사는 깐수(甘肅), 지린(吉林), 랴오닝(遼寧), 칭하이(靑海), 쓰촨(四川) 등 6개 성에서 이번 가을학기 동시에 실시된다.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에 사는 조선족 동포들도 같은 교육정책을 따라야 한다.

이에 앞서 위구르족이 사는 신장웨이우얼에서는 이미 2017년부터, 티베트인이 거주하는 티베트에서는 2018년부터 이 통합 교재를 사용해왔다. 이번 네이멍구 교육청 조치는 신장웨이우얼과 티베트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소수민족 지역으로 ‘이중언어 교육’을 확대한 것이다.

중국의 소수민족은 1억2000만명으로 전체 인구(14억명·2019년 인구조사)의 8.5%에 불과하다. 55개 소수민족 가운데는 장족(壯族·1693만명), 후이족(回族·1059만명), 만주족(滿族·1039만명), 위구르족(維吾爾族·1007만명)처럼 인구가 1000만이 넘는 민족도 있지만, 몽골족(598만명), 조선족(183만명)처럼 소멸의 길을 걷는 민족도 있다.

시진핑 지시로 한족(漢族) 동화교육 강화

소수민족 언어정책은 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의 지시로 만들어졌다. 시진핑은 2014년 9월 중앙민족공작(民族工作)회의에서 “소수민족 지역의 학교들이 중국어와 고유언어를 잘 구사하도록 가르치면(雙語敎育), 취업은 물론 과학과 문화 지식을 흡수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사회통합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17년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이자 당의 대계(大計)이다. 교재편찬은 국가의 업무(事權·직권사항)다”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 이후 공산당과 국무원은 교재편찬 사업을 ‘국가기초전략프로젝트’로 격상하여 그해 7월 ‘국가교재위원회’를 출범했다. 이 위원회는 교재 전문편찬팀을 구성해 어문, 도덕과 법치(정치), 역사 등 세 과목의 통일 교재를 편찬하고 같은해 9월 전국 초중학교에 일제히 배포했다.

이때 만들어진 교재를 이번에 소수민족 어린이들도 의무적으로 배우게 된 것이다. 중국 언론은 이 통일편찬 교재의 의미에 대해 ‘공산당과 국가의 의지를 구현하고, 인민의 중대한 관심사항을 반영했으며, 중화민족의 우수한 문화와 인류문명의 선진적 성과를 계승하여, 당의 교육방침과 목표를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긍정적 단어로 포장된 중국 언론 보도는 55개 소수민족에 대한 공산당의 근본적 정책의도를 숨기고 있다.

중국어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중국 정부의 목표라고 하지만 사실상 소수민족 언어의 학습과 사용을 축소하는 것이 숨겨진 목표다. 몽골족 언어학자인 게겐툴 바이우드(Gegentuul Baioud)는 새 교육정책의 영향에 대해 “네이멍구 언어는 이미 약화되었고 소멸 위기의 초기단계에 진입했다. 현재 몽골어와 중국어를 같이 가르치는 이중언어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몽골족 부모는 40%에 불과하다. 나머지 60%는 한족 학교에 자녀를 보낸다. 이러한 환경에서 이번 정책은 이미 약화된 몽골어와 몽골문화를 소멸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었다”고 지적했다.

현지의 한 몽골족 학부모도 미국의 외교 전문지 ‘더 디플로맷(The Diplomat)’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중국어 수업이 문학 수업이 되고, 중국어는 제1언어가 되었다. 몽골어는 보조언어로 전락했다. 이것이 10년, 20년 지속되면 우리 언어(몽골어)는 서서히 잊힐 것이다”라고 말했다.

몽골어가 사실상 소멸된 만주어(滿洲語)와 같은 운명을 맞을지도 모른다. 이런 현상은 몽골족뿐만 아니라 티베트족과 위구르족, 후이족, 조선족 등 모든 소수민족에 해당한다. 중국의 국경 밖에 모국이 있는 민족(몽골족·조선족·위구르족·카자흐족·후이족·티베트족 등) 가운데 몽골족과 조선족이 모국어 교육을 중시하고 모국어 신문과 방송을 운영해왔으나 이번 정책으로 타격을 받게 됐다.

중국 공산당이 인구의 10%도 안 되는 소수민족에 대해 고유언어 교육을 축소한 것은 결국 각 민족 특유의 문화와 종교를 서서히 고사시키고 민족정체성을 약화해, 한족(漢族)으로 동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족동화정책을 전체 소수민족 지역에 일제히 실시할 경우 집단 반발을 부를 수 있으므로, 단계적으로 실시 지역을 확대하고 소학교와 초중학교에 새로 입학하는 아이들부터 점진적으로 바꿔가고 있다. 마치 연못에 고인 물이 새로 흘러드는 물에 의해 천천히 ‘물갈이’되듯이, 소수민족 지역을 한족 지역화하는 것이다.

몽골인들의 집단 저항

가을학기 개강을 앞두고 네이멍구 교육청이 관련 정책을 발표하자, 8월 말~9월 초 현지 주민들의 집단 반발이 터져나왔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네이멍구자치구인 구도인 후허하오터(呼和浩特)시에서는 지난 8월 21일부터 학생과 학부모 수만 명이 수업을 거부하고 거리로 나와 당국의 ‘문화 대학살’을 비판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시위대는 학교 교문 밖에서 몽골어 노래를 부르고 “우리의 언어는 몽골어”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는 경찰에 폭행당하거나 체포됐다. 네이멍구 북동부에 위치한 후룬부이르(중국명 呼倫貝爾·후룬베이얼)시에서도 지난 9월 2일 수백 명의 고등학생이 교실을 뛰쳐나와 무장경찰의 방어망을 부수며 대치했다.

고등학생 나르수(Narsu)는 “우리들은 서로 얘기를 나눴으며 뭔가 해야 한다고 느꼈다. 이번 중국어 교육정책이 당장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미래에는 큰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츠펑(赤峰), 통랴오(通遼), 시린골(중국명 錫林郭勒盟·시린궈러멍)에서도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한 주민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네이멍구의 대다수 몽골인은 개정된 교육정책에 반대한다. 우리 아이들이 모국어를 유창하게 말하지 못하면 수십 년 내에 몽골어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후허하오터의 한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2000여명이지만, 학부모의 등교 거부로 50여명만이 등교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몽골어에 대한 탄압도 이어지고 있다. 네이멍구의 각 지방정부는 몽골어 서적에 대한 조사를 벌여 관련 서적을 몰수·폐기하는 조치에 돌입했다고 한다. 또 몽골족 민족가수들의 노래가 중국 온라인 음악 플랫폼에서 사라지는가 하면, 정부 정책에 대한 공동대응을 논의하던 몽골인들의 위챗(중국판 메신저) 채팅방이 갑자기 폐쇄되기도 했다. 몽골족 지식인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네이멍구 대학 부총장이자 민족사회학 대학원 원장인 치메드도르찌(木德道吉) 교수는 관영 CCTV와의 인터뷰에서 “민족 언어 교육에 대한 부적절한 개정은 국가 통합에 해롭다”며 완곡하게 정부 언어정책을 비판했으나, 이 영상은 곧 삭제되었다고 한다.

해외 망명 중인 몽골족 인권운동가 시하이밍(席海明)은 미국의 반중(反中)매체인 에폭타임스(The Epoch Times)와의 인터뷰에서 “몽골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이중언어 정책을 강행한다면 몽골족의 민족주의 정서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선족 동포사회도 붕괴 우려 커져

중국 동북3성의 조선족 사회도 몽골족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중국 내 조선족 학교들은 그동안 옌볜(延邊)교육출판사가 만든 ‘한어(漢語·중국어) 교과서를 사용해왔으나, 이번 가을학기부터는 순수 중국어 교과서, 즉 인민교육출판사가 편찬한 통일 ‘어문’ 교재로 공부해야 한다. 기존 교과서는 조선족 실정에 맞게 본문에 중국어와 함께 한글로 설명이 되어 있고, 예문에는 조선족의 전통문화에 대한 소개도 있다. 그러나 새 교과서는 전국적으로 똑같이 사용하는 교재인 만큼 조선족 문화와 생활에 대한 보충 설명이 없다. 중국어 교육 강화와 교과서 교체는 장차 조선족 동포 자녀들의 대입 시험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동북3성의 조선족 학교를 다닌 고등학생은 대입 자격시험인 가오카오(高考)에서 중국어를 제외한 수학과 역사 과목은 한글로 시험을 봤지만 앞으로 중국어 교육이 늘어나면 이 과목도 중국어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5년 7월 16일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를 처음 방문했을 때 “조선족이 조선어와 중국어 이중언어 교육을 받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는 한 해 전 중앙민족공작회의에서 논의된 소수민족의 ‘이중언어 교육(雙語敎育)’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말로는 ‘이중언어 교육’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어 실력에 따라 상급학교 진학과 취업이 결정되기 때문에 조선어는 퇴출·소멸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동북3성 동포 사회에서는 “조선족 사회가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가 터져나온다.

70년 전으로 후퇴한 중국의 소수민족 정책

시진핑 정부의 소수민족 교육정책은, 건국 초기 헌법으로 규정한 ‘소수민족의 평등권과 자치권’을 허무는 작업이다. 중국은 1952년 ‘구역자치 실시 요강’을 통해 민족구역의 자치제도를 확정했다. 이어 1954년 헌법은 통일된 다민족 국가의 기본원칙을 천명했다.

이에 따르면, ‘중화인민공화국은 통일된 다민족 국가이다. 각 민족은 모두 평등하다. 민족에 대한 차별과 압박, 각 민족의 단결을 파괴하는 어떤 행위도 금지한다. 각 민족은 모두 자신의 언어·문자를 사용하여 발전할 자유를 갖고, 모든 자신의 풍속·습관을 유지하거나 개혁할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했다. 시진핑 정부의 조치는 이 헌법 내용과 정면 배치된다. 중국은 1980년대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시기까지도 민족 간 빈부격차 등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는 데 역점을 두었고 소수민족에 대한 우대정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소수민족이 소외되고 한족과 소수민족 간 빈부격차가 커지자 이들의 불만도 높아졌다. 1980~1990년대 신장웨이우얼 지역에서 이슬람교 열기가 확산되고 해외 테러단체와의 연계를 통한 분리독립 움직임이 표면화되었다.

또 1980년대 말 중국 중앙정부가 티베트 라싸의 독립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티베트의 인권·민주주의 문제가 본격 제기되었다. 이에 중국 공산당은 소수민족 지역에서의 모든 분쟁을 ‘민족분열주의’로 규정하고 ‘관용’에서 ‘통제’로 정책 기조를 바꿨다. 시진핑 정부가 100만명에 달하는 위구르인을 강제수용소에 구금한 것도 이 정책의 연장선이다.

시진핑 정부의 이번 중국어 강화정책은 소수민족에 대한 물리적 탄압을 넘어, 그들의 고유 언어와 문화, 종교까지 말살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치밀한 연성(軟性)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 정책은 이미 대부분의 소수민족 지역에선 큰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몽골족, 위구르족, 티베트족과 같이 해외에 모국(母國)을 둔 소수민족 지역에선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이들의 저항 강도와 해외 연대투쟁 여하에 따라 이들 지역은 장차 중국의 ‘잠재적 화약고’로 변할 수 있다.

지해범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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