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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3호] 2020.11.16

열려라 크리스마스 마켓! 2차 ‘락다운’ 독일이 달라졌다

▲ 도르트문트 시내 빵집에서 빵을 사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로 줄을 서 있는 사람들.
“11월을 성공적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시간으로 만드는 것은 모든 사람의 손에 달렸다. 11월에 현명하게 행동한다면 우리는 크리스마스에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1월 2일(현지시각) 기자들 앞에 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자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실시한 부분 봉쇄, ‘라이트 락다운(light lock-down)’의 첫날이었다. 그동안 팬데믹에 대해 무서울 정도로 무심하고 침착했던 독일인들이었지만, 이번 조치 이후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앞서 지난 3월 1차 락다운 당시만 해도 마스크 착용에 대해 부정적이었는데, 이젠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불안한 심리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역시 마트였다. 2차 봉쇄 소식이 들리자마자 마트에서 휴지가 동이 났다. 회사나 지역 커뮤니티에서 만난 독일인들이 여전히 바이러스에 대해 쿨한 태도를 보이는 것과 달리 마트마다 휴지 매대에는 품절 표시가 붙었다.
   
   부분 봉쇄 이후 샌드위치나 커리부어스트 같은 간단한 음식을 테이크아웃해 공원 벤치에 앉아 먹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일부 식당과 카페에서 테이크아웃 영업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마켓, 약국 같은 필수품목만 제외하고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던 1차 봉쇄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1차 봉쇄에 비해 마스크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도 큰 차이다. 처음 코로나19가 유럽으로 막 번지기 시작하던 무렵, 독일 사람들은 마스크는 테러리스트 같은 범죄자나 환자가 쓰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 착용을 꺼렸다. 지금은 마스크 착용이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나뿐만 아니라 가족, 지인들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 듯하다. 일회용품 사용이나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민감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천으로 마스크를 만들어 쓰는 독일인들이 많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마시는 글루바인
   
   11월 한 달간의 봉쇄를 맞이한 지금, 독일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특히 ‘크리스마스 마켓’ 개최 여부를 둘러싸고 관심이 높다. 독일어로 바이나흐트마르크트(Weihnachtsmarkt)라고 불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중세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유서 깊은 축제다. 독일 주요 도시에서 11월 말부터 열리는데, 독일인들에게 단순한 축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국에 비해 길고 추운 독일의 겨울은 10월 말 서머타임이 해제된 직후부터 오후 5시가 되기도 전에 어두컴컴해진다. 이런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은 어두운 실내를 벗어나 밖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기나긴 겨울을 보내는 활력소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겨울철 최고의 여가이자 축제로 여겨진다.
   
   하지만 코로나19 비상 상황 속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은 바이러스 확산의 거점이 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밀집할 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 마켓의 상징과도 같은 글루바인(Gluewein)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글루바인은 프랑스에서 뱅쇼(Vin chaud)라 불리는 술로, 와인을 끓여 만든 음료다. 보통 도자기잔에 따라 마신다. 알코올 성분이 일부 날아가지만 여전히 술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글루바인을 많이 마시면 자제력을 잃을 수 있어 바이러스 통제에 위해가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 독일 정부가 발표한 확진자 동선 추적 앱.

   인기 끄는 확진자 동선 추적 앱
   
   이런 이유로 프랑크푸르트와 뉘른베르크 등 일부 도시에선 크리스마스 마켓을 취소했다. 라이프치히 등 다른 지역에서도 크리스마스 마켓을 분산 혹은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여기엔 지난 여름휴가 기간 이후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던 경험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앞서 2~3월 1차 유행 또한 카니발 축제 직후 터져나왔다.
   
   “안 그래도 1차 봉쇄 기간 동안 집에 갇힌 생활을 했는데, 손꼽아 기다렸던 여름휴가마저 바이러스로 인해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때까지 봉쇄된다면…. 어둡고 긴 겨울 실내생활을 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도르트문트에 거주하는 율리아씨는 “코로나19로 예년처럼 크리스마스 축제를 즐기진 못하겠지만, 집에서라도 글루바인을 마시며 가족들과 명절을 즐길 예정”이라고 했다.
   
   독일이 코로나19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난 ‘클린 크리스마스(clean christmas)’를 맞이하기까진 많은 고비를 넘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확진자 수가 여전히 증가 추세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1월 9일 현재 67만명을 돌파했으며, 사망자는 1.1만명을 넘어섰다. 독일 인구가 8378만여명이니 125명당 한 명꼴로 코로나19에 걸린 셈이다. 확진자 수를 놓고 본다면 지난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다. 문제는 신규 확진자 4분의 3 이상이 감염경로를 모르는 ‘깜깜이’ 확진자란 점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은 이런 감염의 고리를 더욱 확산시킬 수 있다.
   
   독일 정부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마켓 시즌이 다가오기 전에 코로나19 확산세를 어느 정도 잡아 놓으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코로나19 봉쇄 기자회견에서 ‘크리스마스’라는 특정 시기를 언급한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무엇보다 여름휴가 후 확진자 폭증으로 이어졌던 악순환의 고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
   
   지난 6월 독일 정부는 바캉스 시즌 이후 감염의 고리를 파악하고 전파를 봉쇄하기 위해 확진자 동선 추적 앱을 발표했다. 휴대폰에 코로나19 경고 앱을 깔면 블루투스를 이용해 주변의 확진자 정보를 표시하는 식이다. 독일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SAP와 도이체텔레콤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한 이 앱은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하면서도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자를 멀리서 접촉했거나 아주 짧은 시간 접촉하면 녹색으로 ‘낮은 위험’이, 가까이서 오랜 시간 접촉하면 붉은색으로 ‘높은 위험’이란 글씨가 뜨는 방식이다. 개인정보 노출에 민감한 사회적 환경을 생각했을 때 독일 정부의 추적 앱 발표는 상당한 강수였다. 당연히 비난여론이 일었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추적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했다. 이미 1900만명 이상이 추적 앱을 다운받아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앱을 다운받아 사용 중이라는 한 독일인은 “추적 앱에서 전송해주는 접촉자의 정보 피드백이 다소 느리긴 하지만 최소한의 참고용으로 이용하기엔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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