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5일 제20차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photo 조선중앙TV·뉴시스
지난 11월 15일 제20차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photo 조선중앙TV·뉴시스

국가정보원 보고에 따르면,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끌 차기 행정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간 트럼프 정부와 쌓아온 외교 관계가 사실상 무의미해진 데 따른 조치다. 북한 정부 내부에선 ‘미국을 자극하지 말라’는 등의 지시도 내려지고 있다.

지난 11월 27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원 보고에 따르면 북한이 미국 대선과 관련해 현재까지 신중하고 관망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미국 대선 후 보통 10일 이내에 선거 결과를 보도했는데 이번엔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 모두 관련 보도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북한은 부시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당시엔 4일 만에, 오바마 전 대통령 때는 2일 만에, 트럼프 대통령 때는 9일 만에 관련 보도를 내놨다.

국정원은 이번 보고에서 “북한이 해외공관에 ‘사견이나 미국을 자극하는 대응을 하지 말 것, 문제 발생 시 해당 대사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단속했다”고도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 쌓은 친분관계가 무용지물이 되고 사실상 제로 상태에서 외교를 다시 시작하는 데에 따른 불안이라는 것이 국정원의 분석이다.

국정원은 또 “트럼프 때와 달리 시스템적 접근이 예상되며 바이든이 김정은과의 면담을 언급한 만큼 정상회담 성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바이든 행정부 외교 수장직에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이 내정된 데에 따른 분석이기도 하다. 블링컨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장관을 역임하며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북한의 태도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26일(현지시간) “바이든 당선인의 대북 전략은 오바마 정부 당시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여기서 전략적 인내는 압박을 유지하며 사실상 북한을 내버려 두는 전략인데, 북한으로선 특정 외교전략을 수립하기가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국정원은 이밖에도 “다만 북한은 현재 남북 대화보다는 북미 대화에 끊임없는 기대를 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열병식을 다시 개최할 예정인데 이는 미국의 신 행정부에 대해 군사적 과시를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도 바라봤다.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북한의 구체적인 대미 전략은 내년 초가 돼서야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김 위원장이 신년 연설에서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접근법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면서도 “김 위원장은 자신에게 국제무대에 등장할 기회를 준 트럼프 대통령과의 거래를 더 선호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성진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