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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7호] 2020.12.14

재임 중 사망 대통령 4명… 불행한 역사 떠올리는 미국인들

우태영  자유기고가 wootaiyoung@hanmail.net 2021-01-02 오전 2:53:43

▲ 지난 12월 8일 델라웨어주 윌밍턴 성요셉성당에서 미사를 드린 후 성당 밖으로 나온 바이든 당선자. photo 뉴시스
미국 46대 대통령 당선인인 조 바이든(1942~)은 내년이면 79세가 된다. 1월 20일 취임하면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바이든은 질병도 많다. 의원 시절에도 질병으로 직무를 중단한 적이 있다. 바이든은 1988년 2월에 월터리드 육군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어 다발성 뇌동맥 수술을 받았다. 회복 기간에는 폐색전으로 심한 고통을 받았다. 5월에 두 번째 뇌동맥 수술을 받은 뒤에는 7개월 동안 상원의원 활동을 하지 못하였다. 그의 취약한 건강 문제는 이번 대선 중에도 커다란 약점으로 작용하였다. 4년 임기를 채울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바이든은 종합 병동?
   
   1년 전인 2019년 12월 18일 바이든은 건강검진 기록을 공개한 적이 있다. 2009년 바이든이 부통령에 취임한 이후 건강검진을 담당했던 워싱턴DC의 저명한 내과의사 케빈 오코너에 따르면 바이든은 젊은 시절부터 알레르기 천식을 앓았다. 1998년에도 뇌동맥류(뇌동맥꽈리) 진단을 받았다. 2003년에는 담낭 제거 수술을 받았다. 바이든은 만성질환도 많다. 심방세동, 고지혈증, 위식도역류 증상을 겪고 있고 비(鼻)충혈 등 계절성 알레르기 증상도 앓고 있다. 종합 병동 수준으로 지병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오코너 박사는 바이든이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충분히 건강하고 활동적인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2019년 민주당 후보 경선 기간에도 바이든은 토론 중 졸고 있는 모습이 생방송을 타기도 하였다. 발언 중에 수치가 헷갈리거나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정 투표 조직을 만들었다”는 등 어처구니없는 말실수를 하기도 하였다. 양복 소매 밑에 숨겨놓은 커닝페이퍼를 보고 답한다느니, 귀에 꽂힌 마이크로폰으로 비서들이 알려주는 대로 답한다는 등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바이든이 진행성 치매 증상을 앓고 있다는 우려도 많았다.
   
   바이든은 대통령 당선자가 된 이후 최근에는 반려견과 놀다가 발목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다고 발표하였다. 이 사실도 1주일간 숨겼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의 건강에 대한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 중 상대 후보의 건강 문제를 집중 공략하는 것은 비일비재했다. 2016년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유세 도중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였다. 그러자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유세장에서 연설을 시작하기 전에 불법이민자를 상징하는 멕시코 모자 솜브레로를 쓴 남성 10여명을 어깨 너머로 메다꽂는 이벤트를 연출하며 “힐러리는 병약하고 나는 ‘스태미나’가 강하다”고 강조하였다.
   
   2020년 선거 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바이든을 “슬리피 조(sleepy Joe)”라고 올리며 조롱했다. 바이든이 토론 중에 졸던 것을 비난한 말이지만 ‘sleepy’에는 ‘힘이 없다’는 의미도 있다. 트럼프는 “바이든이 치매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도 의학 및 심리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미국 대통령도 단 하나의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일 뿐이다. 병약한 노인 바이든이 재임 중 병사(病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실제 미국에서는 재임 중 병사한 대통령이 4명이나 있다. 대통령이 병사하면 부통령이 잔여 임기를 채우게 된다. 이번 대선의 부통령 당선자인 카멀라 해리스(56)는 아시아 아프리카계 여성이고 급진좌파로 분류되는 인물이어서 미국 정치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9대 윌리엄 해리슨 ‘31일’ 최단 기록
   
   백악관에서 병사한 최초의 대통령은 제9대 윌리엄 해리슨(1773~1841)이다. 그는 1841년 3월 4일 대통령에 취임하고 31일 만인 4월 4일 폐렴으로 사망하였다. 미국 역사상 재임기간이 가장 짧은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해리슨은 취임 당시 68세로 가장 연로한 대통령이었다. 이 기록은 1981년에 69세의 로널드 레이건이 경신했다. 19세기 미국 남성의 평균수명은 40세였다. 현재 미국인의 평균수명이 79세인 상황에서 79세인 바이든의 건강에 대한 염려가 팽배한데, 당시 평균수명보다 30세 가까이 많은 해리슨의 건강에 대한 우려도 상당했다. 해리슨은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말라리아로 사경을 헤매기도 했다.
   
   해리슨은 군(軍)에서는 오래전에 퇴역하고 오하이오주의 시골 법원에서 서기로 근무하고 있었다. 군 출신으로 영국 및 인디언 전쟁에서 이름을 떨친 그를 위그당(黨) 정치인들이 끌어내 대선후보로 만들었다. 해리슨 자신도 “법원 서기나 하는 나 같은 서툰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는 어리석은 인간들도 있다”고 말했다. 선거 중에도 상대측인 민주당은 해리슨이 전공(戰功)도 보잘것없으며 나이가 많아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오두막에 들어앉아서 사이다나 마시고 행정은 돌보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하지만 해리슨은 현직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되었다.
   
   해리슨은 자신이 늙고 병약하다는 민주당의 비판을 불식시키고 싶어 했다. 그는 대통령 취임식에서 건강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하려 했다. 이를 두고 역사학자 마티 존슨은 해리슨의 허영심과 자만이 문제였다고 평가한다. 취임식 날인 3월 4일 워싱턴DC는 비가 세차게 내리며 찬바람이 몰아치는 추운 날씨였다. 오하이오주에서 취임식장으로 오는 동안에도 줄곧 추운 날씨여서 해리슨은 이미 감기에 걸린 것 같았다고 한다. 해리슨은 백악관을 나와 백마를 타고 의사당까지 두 시간 동안 천천히 행진하였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해리슨은 외투도 입지 않았다. 연로한 대통령을 위하여 마련된 편안한 마차를 거부하고 직접 말잔등에 올라타고 장군 출신 대통령을 보기 위해 몰려나온 5만여 군중에게 모자를 벗어 손에 들고 인사하였다.
   
   의사당 앞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해리슨은 취임사를 1시간40분 동안 읽어 내려갔다. 해리슨은 지적으로 빈약하다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하여 그리스 로마의 고전으로 연설문을 가득 채웠다. 이 연설문을 미리 본 대니얼 웹스터 국무장관은 “미국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코란의 첫 장 같은 내용”이라며 길이를 줄이라고 건의했다. 웹스터가 줄여도 해리슨의 취임사는 8445단어로 미국 역사상 가장 긴 대통령 취임사가 되었다.
   
   해리슨은 취임사를 마치고 대법원장에게 취임선서를 한 다음에야 외투를 걸치고 모자를 썼다. 그리고 다시 말에 올라타 백악관으로 행진하였다. 백악관에 도착한 해리슨 대통령은 몸에 불편함을 느껴 30분간 누워 이마에 알코올 마사지를 받았다. 그리고 다시 1층에서 3시간 동안 축하객들을 맞이하였다. 당시 축하객들은 깡마른 대통령이 너무 피로한 나머지 손을 심하게 떨어서 놀랐다고 한다. 해리슨은 이어서 마차를 타고 3차례나 무도회에 참석하느라 또다시 찬바람을 맞았다. 이날 행사를 모두 마친 대통령은 밤늦게 침대에 들면서 하인에게 “춥기만 하다”고 투덜거렸다고 한다.
   
   
▲ (왼쪽부터) 9대 대통령 윌리엄 해리슨. 12대 대통령 자카리 테일러. 29대 대통령 워렌 하딩.

   “68세 병든 노인에게는 너무 힘든 자리”
   
   해리슨은 대통령으로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던 인물이다. 워싱턴의 노회한 정치인들에게 시달렸을 뿐이다. 해리슨은 종종 직접 시장에 가서 식재료를 사고 주민들과 담소하거나 백악관에 초대하였다. 3월 26일 그는 시내에서 억수 같은 비를 맞고 부들부들 떨며 나타났다. 취임식 때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이날 폭우를 맞고는 자리에 누웠다. 다음 날 그는 측근들에게 “대통령 자리는 68세의 병든 노인에게는 너무 힘든 자리”라고 인정하였다. 의사가 해리슨 대통령을 진찰하고 당장 자리에 누워 쉬라고 권하였다. 해리슨은 감기가 악화되어 폐렴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의사들은 68세 노인의 폐렴을 치료할 수 없었다. 첫날에는 따뜻한 음료를 마시고 겨자 팩 요법을 받았지만 다음 날까지 오한이 지속되자 의사들을 더 불러들였다. 의사들은 인디언의 전통요법까지 동원하였지만 대통령을 살릴 수는 없었다.
   
   해리슨 대통령이 사망하자 존 타일러(1790~1862) 부통령이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고 백악관으로 이주하여 10대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기 시작하였다. 타일러의 이러한 행동은 이후 관행으로 자리 잡았고, 1960년대에 들어서 헌법 개정으로 성문화(成文化)되었다.
   
   12대 자카리 테일러(1784~1850) 대통령도 취임 후 16개월 만에 병사하였다. 캘리포니아와 뉴멕시코주를 획득하며 미국 영토를 거의 배로 확장한 멕시코전쟁의 영웅인 그는 전쟁 중 말라리아 등 질병에 시달리기도 하였다. 테일러 대통령 집권 시기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에서의 노예제 허용 여부를 놓고 심각한 갈등이 일었다. 이는 나중에 남북전쟁으로 이어진다. 테일러 대통령은 노예제의 확장에 반대하며, 분리주의자들에게는 “전쟁 중에 간첩이나 탈영병들을 교수형에 처했듯 엄벌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갈등이 이어지던 중에 테일러 대통령은 1850년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모금행사에 참석했다. 날씨가 더워 아이스크림을 먹고, 찬 우유와 과일주스를 마셨다. 체리, 양배추, 우유, 빵, 과일 그리고 오이 등을 먹었다. 그후 고열, 구토, 설사, 격렬한 복통 등으로 고생하다 7월 9일 사망하였다. 콜레라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요즘에는 이질 등을 사인으로 보기도 한다. 당시부터 테일러 대통령이 비소(砒素)로 독살당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1991년 무덤을 발굴하여 머리카락과 손톱 등을 조사한 결과 독살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재임 중 사망하면 ‘독살설’ 돌아
   
   29대 워렌 하딩(1865~1923) 대통령은 재임 중에 사망한 세 번째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1921년 상원의원 재임 중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서부지역을 아내 플로렌스 여사와 함께 기차를 타고 돌며 화합을 호소하던 그는 1923년 7월 27일 시애틀의 워싱턴대학에서 연설한 뒤 심한 복통을 호소하였다. 주치의들은 심장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의심하였다. 이틀 후 샌프란시스코의 팰리스호텔에 도착한 하딩은 다시 복통이 재발하였다. 의사들은 심장 문제와 폐렴 가능성을 의심하였다. 하딩은 며칠간 안정을 찾았지만 8월 2일 부인인 플로렌스 여사가 지켜보는 동안 다시 발병하여 사망했다. 사인이 뇌일혈로 발표되었지만 현재는 심장마비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플로렌스 여사는 검시(檢屍)를 거부하였다. 이 때문에 하딩이 젊은 정부(情婦)와 딸을 낳은 데 대한 보복으로 부인에 의해 독살당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도 돌았지만 곧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최근에는 하딩의 심장발작을 배탈로 오진(誤診)한 주치의가 완하제를 처방한 것이 사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1882~1945)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의 재임기간(1933~1945) 동안 미국은 대공황에서 탈출하고 2차대전에서 승리하였다. 그는 어른이 된 이후 줄담배를 피웠는데 1940년대에 들어서면서 고혈압, 동맥경화, 관상동맥질환, 협심증, 심장출혈 등 심각한 질병을 앓게 되었다. 1944년 대통령직에 네 번째 도전한 루스벨트는 전쟁이 끝나면 사임하겠다고 선언하였다. 1945년 2월 얄타회담을 마친 뒤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그는 휴양차 머물던 조지아주 웜스프링스에서 4월 12일 뇌출혈로 사망하였다.
   
   
   잔여임기 승계할 해리스에 대한 우려
   
   병사한 대통령의 자리는 모두 부통령이 승계하여 잔여임기를 채워온 것이 미국 대통령의 역사다. 미국에서는 암살당한 16대 에이브러햄 링컨과 35대 존 F 케네디 대통령, 그리고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37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잔여임기도 부통령들이 승계하였다. 부통령 후보자의 주요 기능은 대통령 후보자를 보완하는 것이다. 당선 이후에는 부통령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활동을 자제한다. 자칫 대통령의 권위에 그늘을 드리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 유고 시에는 부통령이 대통령이 된다. 바이든이 대통령이든,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든 유고가 되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이 되어 잔여임기를 채우게 된다. 해리스가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계 출신의 첫 대통령이 된다.
   
   해리스는 민주당 내에서도 급진좌파이다. 해리스가 부통령 후보로 발탁된 이유가 온건파로 분류되는 바이든의 정치색을 보완하여 급진적인 좌파 유권자들의 표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민주당 전략가들은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에 패배한 것도 급진적인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해리스는 증세와 국방비 감소 등을 주장하며, 셰일가스 생산에 반대하는 등 트럼프의 모든 정책에 반대한다. 해리스는 또 개인의료보험에도 반대하며, 불법입국자에 대한 무상의료지원 등을 주장한다. 바이든과도 거의 모든 면에서 충돌하는 입장이라고 외신들은 전한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쟁 중에 바이든을 가장 극렬하게 비난하던 후보가 해리스였다. 바이든의 부인 질 여사가 “해리스는 바이든의 복부를 강타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트럼프도 해리스가 “무례하다(disrespectful)”고 평했다. 바이든은 해리스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직후 대립이 심해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내가 부통령일 때 오바마 대통령과 도덕적으로 감당 못할 정도로 대립이 심해지면 사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공화당 지지자들도 카멀라 해리스라는 미국 초유의 급진좌파 대통령이 탄생하는 사태가 두려워서라도 바이든이 4년간 살아서 대통령직을 유지하기를 간절히 바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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