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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9호] 2020.12.28

미국은 ‘세계의 리더’로 돌아올까? 바이든 앞에 놓인 걸림돌들

▲ 지난 12월 19일 기후·에너지 팀을 이끌 각료들을 임명한 후 연설하고 있는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 photo 뉴시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전략에서 탈피하여 미국이 세계를 이끌어나가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러나 트럼프 집권 4년 동안 국제 환경은 크게 변화하였다. 미국은 중국과 냉전에 돌입한 상태이다. 방위비 분담을 둘러싸고 나토 회원국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있다. 터키는 나토 회원국이면서도 프랑스와 대립하고, 러시아 미사일을 도입하는 등 반(反)서방 정책을 취하고 있다. 바이든이 당초 약속한 대로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에 충실한 외교 정책을 취해나가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미국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우선’ 대체한 ‘미국이 돌아왔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보편적 가치를 앞세워 세계를 이끌어가겠다는 바이든의 외교안보 정책에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 중에도 호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들을 ‘글로벌리스트(globalist)’라며 비난한다. 미국의 동맹국들도 대부분은 바이든의 당선을 반긴다. 호주의 전 총리인 케빈 러드는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회견에서 바이든의 당선을 두고 “이제야 살았다 하고 크게 안심하는 분위기”라며 “서울에서 시드니까지 마음속의 응어리가 풀어지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도 일단 동맹국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바이든은 지난 11월 24일 각료급 안보팀을 임명하면서 “미국이 돌아왔다. 세계를 이끌어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America is back, ready to lead the world)”고 선언했다. 바이든의 이 말은 ‘미국 우선’이라는 구호로 대표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 정책과 극명한 대립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는 사실상 트럼프의 일인외교였다. 트럼프는 국무부와 국방부의 관리들을 국제적으로 리버벌리즘을 전파하는 워싱턴DC의 대표적인 딥스테이트(Deep State)로 파악한다. 트럼프 재직 중에 국무부 등 주요 부서의 적지 않은 보직은 공석으로 놔두었다. 백악관 안보팀 인원도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였다. 전 백악관 안보비서관인 P J 크라울리는 영국 BBC에 “트럼프는 안보팀을 꾸려본 적이 없다. 그의 주위에는 트위터로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는 계약자들만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정실인사(nepotism)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아들 트럼프 2세와 에릭, 딸 이방카 등을 외국과의 협상에 자주 등장시켰다.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등 아랍국가 간의 수교(修交)를 내용으로 한 이른바 ‘아브라함협정’ 등 중동외교의 주역이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라는 사실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정실인사에서 다시 직업외교관으로
   
   트럼프 행정부 초기에 트럼프의 외교안보팀을 접한 독일의 고위 외교관이 “두 나라가 오랫동안 친구(friend)”라며 우의를 강조하자 “친구는 없다”는 반응을 얻고 머쓱했다고 한다. 얼마 후에야 이들이 외교를 동맹 아닌 ‘동업자(business partner)’ 관계로 이해한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전했다.
   
   바이든은 반대로 직업외교관을 중용한다. 국무장관 내정자인 토니 블링큰은 바이든을 20년간 보좌한 전문가이다. 안보보좌관 내정자인 제이크 설리번은 전 국무부 고위관리로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협상 주역이다. 유엔대사 내정자인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도 아프리카 업무를 담당해온 전문 외교관이다. 바이든이 노련한 외교 전문가들로 안보팀을 꾸린 것은 트럼프식 일인외교를 탈피하고 전통적인 미국 외교로 복귀한다는 선언이다. P J 크라울리는 “국무부에서 근무했던 이들 3인이 코로나19 팬데믹, 기후변화, 중국의 도전 등의 급박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국제 외교와 협력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 외교의 최우선 과제는 트럼프 시절 약화된 동맹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을 떠맡으며 미국이 세계를 이끌어가는 일이다. 코로나19 팬데믹 퇴치에도 지도적인 역할을 떠맡아야 한다.
   
   제이크 설리번은 최근 ‘타임’과의 회견에서 취임 100일, 그 후 100일, 그리고 그 후에 처리할 일들에 대한 청사진을 이미 마련했다고 말했다. 설리번은 “우선 국내적으로 기구를 정비하고, 동맹 재구축 및 국제기구 재가입”이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 바이든 취임 첫날에 미국은 파리기후변화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에 재가입할 예정이다. 국내적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에 최선을 다하여 전 세계에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한다. 그다음 전략은 “세계경제의 절반을 차지하는” 동맹국들을 결집시켜 중국, 북한, 러시아, 중동의 불안정 같은 도전에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이든이 이러한 전략을 추진하는 데 장애요인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국무부 등의 주요 기능을 되살리는 일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 집권 기간에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사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상원의원이 국무장관을 지내는 동안 많은 직원이 국무부를 떠났다. 찰스 쿱찬 전 백악관 안보비서관은 “틸러슨과 폼페이오 시절 유능하고 경험 있는 많은 외교관이 국무부를 떠났다. 외교관들이 정책에서 소외되었다. 정책이 밑에서 대통령에게까지 올라가면서 수정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이런 일들이 얼어나지 않았다. 이러한 분위기는 쉽게 반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지난 12월 12일 워싱턴 자유의 광장에서 시위 중인 트럼프 지지자들. photo 뉴시스

   대거 이탈한 외교관들과 자리다툼
   
   바이든 진영 내부에서는 벌써 자리다툼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최근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는 진보진영에서 바이든의 정권인수팀에 국무부, 국방부, 국가안보위원회 등의 주요 자리를 요구하며 100여명의 후보자 명단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들 대부분은 외교안보에 경험이 없는 여성과 유색인종들이다. 좌파진영은 바이든이 인선한 외교안보 고위인사들이 방산업체들과 밀착되어 있다는 불만을 표시하며 외교안보부서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고위직과 하위직을 두루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노선 갈등도 심상치 않다. 좌파진영은 바이든이 미국 주도의 전통적인 외교 정책을 제시하는 데 반대한다. 나아가 이들은 국방비 삭감, 중국·러시아·이란·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판매 중단 등 외교안보 정책의 급격한 좌클릭을 요구하고 있다고 포린폴리시는 전했다.
   
   보수진영은 미국의 내부적인 어려움 때문에 바이든의 ‘미국이 돌아왔다’ 선언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표적 보수논객인 패트릭 뷰캐넌은 최근 뉴스맥스에 ‘우리는 언제까지 제국의 확장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바이든이 주장하는 미국의 자유세계 리더론에 의문을 표시했다.
   
   “연말까지 미국인 1000명당 1명꼴인 33만명이 지난 100년 내 최악의 팬데믹으로 사망했다. 미국 경제는 대공황에 비견될 만한 최악의 타격을 입었다. 미국 경제에서 재정적자와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2차대전 한창 때 수준이다. 2020년 여름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이후 발생한 폭동은 1968년 마틴 루터 킹 목사 살해사건 직후의 사태 수준으로 대규모였다. 이어 발생한 ‘BLM(Black Lives Matter)’ 시위사태 동안 존경받는 위인들인 워싱턴, 제퍼슨, 잭슨, 리, 그랜트, 시어도어 루스벨트, 우드로 윌슨 등의 동상이 파괴되었다. 이를 통해 얼마나 많은 미국인이 미국 역사에 깊은 증오심을 품고 있는지 드러났다. 미국 국민의 절반가량은 새해 1월 20일 대통령에 취임하는 대통령 당선인의 정통성을 부인한다. 공화·민주 양당은 모두 상대방이 대통령직을 ‘도둑질(steal)한다’고 비난한다. 이처럼 분열되고, 자신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나라가 스스로 선언한 ‘자유세계의 리더’로서 의무와 책임을 계속 수행해 나갈 수 있을까?”
   
   
   ‘미국은 분열되고 자신과 전쟁 치르는 나라’
   
   뷰캐넌은 미국이 모든 동맹국을 위하여 ‘영원한 전쟁(forever wars)’으로 군인들을 보낼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한다. “미국인들이 냉전 초기에 보여주었던 국가적인 통일성, 목적의식, 서구문명을 수호하기 위하여 희생하려는 기백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 고위관리인 존 맥러플린은 최근 PBS 방송과의 회견에서 “국제사회는 미국이 다음에 어떤 일을 하게 될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이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약속했지만 “미국은 분단된 나라처럼 보인다. 우리의 파트너 및 잠재적 파트너 국가들은 모두 미국이 어떻게 분단될지, 분단 상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를 연구하느라 고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보통 사람들에게도 미국이 자유세계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고 PBS는 전했다. “트럼프가 4년 동안 다른 나라들이 국제화된 미국 경제를 이용하여 미국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주장을 편 결과, 미국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경제적 번영을 증진하는 지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대부분의 미국인에게는 더 이상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PBS는 분석했다. 이 방송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안보보좌관 빌 웨이스의 말을 인용, “미국의 리더십, 동맹, 법률에 기반한 질서 증진 등으로 대표되는 외교 정책의 패러다임을 평균적인 미국인들은 수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4년 동안 국제사회에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 간의 경쟁이 치열해졌으며, 나토 등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미국의 성가는 하락했다고 BBC는 평가한다. 이 때문에 바이든이 원하는 대로 미국이 자유세계의 리더로서의 지도력을 회복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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