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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0호] 202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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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트럼프는 떠나도 트럼피즘은 남는다… 바이든 발목 잡는 것들

이교관  한국국가대전략연구원장 yijion@gmail.com

▲ 지난해 12월 28일 자신의 외교 안보팀과 화상회의를 진행 중인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 photo 뉴시스
‘트럼프는 떠나더라도 국익 우선주의로 대표되는 트럼프주의(trumpism)는 남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14일 508명의 선거인단 투표에서 조 바이든 후보는 302표로 과반수 득표를 함으로써 승리를 확정지었다. 트럼프는 여전히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바이든의 1월 20일 취임이 확정되면서 이제 전 세계의 관심은 바이든 행정부가 세계를 어떻게 경영할지 그 대전략(grand strategy)에 모아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전략과 관련해 제일 유력한 시나리오는 대선 전부터 예상됐던 것처럼 미국의 ‘블롭(the Blob)’이 ‘자유주의 패권(liberal hegemony)’이라는 대전략을 부활시키는 것이다. 블롭은 전 세계 전체주의 또는 독재 국가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서라도 자유민주주의로의 체제 전환을 불사해온 이상주의 성향의 엘리트 외교관과 전문가 그룹을 지칭한다. 트럼프 행정부 때 찬밥 신세였다가 바이든 행정부 들어 주류 자리를 다시 차지한 블롭이 오바마 행정부 때까지 추진됐던 자유주의 패권을 부활해 중국 공산당 정권과 제국의 명운을 건 일전을 불사할 것인지가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다음 시나리오는 미국의 경기가 코로나19 사태 악화 속에 갈수록 침체되고 있는 반면 중국의 제조업 경기는 살아나고 있는 상황에서 블롭이 현실주의적 세력 균형 노선으로 수정해 ‘역외 균형(offshore balancing)’을 수용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미국은 경제력 쇠퇴로 인한 한계를 인정하고 유럽과 동아시아, 걸프 등 3대 전략 지역에서의 미국과 동맹국 안보에만 집중하게 된다. 평상시엔 최소 군사력만 주둔시키고 유사시에만 군사력을 증원 파견하는 역외 균형에 따라 중국과의 세력 균형이 추진될 것이다.
   
   
   3개 대전략의 ‘불편한 동거’ 가능성
   
   대선 전까지만 해도 미국이 이들 두 대전략 중 하나를 선택해 밀고 나갈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이었다. 하지만 대선 이후에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기존에 제시됐던 자유주의 패권과 역외 균형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트럼프의 대전략인 국익 우선주의까지 더해지는 3개 대전략의 ‘불편한 동거’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자유주의 패권 대전략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가 자유주의 질서에 위협을 가하는 것에 강력하게 대처하되 유럽과 걸프, 동아시아에서의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를 역외 균형을 통해 추구하면서 동시에 동맹국들을 상대로는 관세 혜택 축소와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같은 국익 우선주의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토니 블링큰 국무장관 내정자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등 바이든 행정부를 지배할 블롭의 핵심 인사들이 내놓고 있는 담론만 놓고 보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전략 구상에는 자유주의 패권 추구 외의 다른 선택지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의 담론이 글로벌 리더십 회복과 동맹국들과의 관계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국익 우선주의를 추진한 결과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고 동맹들과의 관계가 약화됐다는 것이 이들의 기본 시각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미 대선 결과는 바이든 행정부가 국익 우선주의와 결별하고 역외 균형을 외면하면서 자유주의 패권의 부활에만 골몰할 형편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트럼프와 바이든의 득표율 차이가 매우 적다는 데서 우선 확인된다. 지난해 11월 대선이 치러지기 한두 달 전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의 지지율은 줄곧 트럼프보다 10%포인트 넘게 앞섰다. 하지만 개표 결과 그 차이는 4.5%포인트로 줄었다. 중요한 것은 위스콘신과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주요 경합주들에서는 그 차이가 1%포인트 안팎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때보다 1122만표를 더 득표했다. 이런 사실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주의와 완전히 결별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대선의 주요 전선(戰線)은 두 곳이었다. 하나는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사태에 대한 대응 실패 논란이었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약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대전략이었다. 전자의 경우 하루에 수만 명씩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사태를 초래한 책임에서 트럼프가 자유로울 수 없었다. 문제는 11월 3일 투표일 당시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는데도 트럼프가 어떻게 주요 경합주들에서 1%포인트 안팎까지 바이든을 추격할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국익 우선주의에 대한 미국인들의 애정
   
   이는 무엇보다도 2016년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주요 경합 지역으로 떠오른 ‘러스트벨트’의 많은 유권자가 트럼프의 국익 우선주의에 재신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은 트럼프에게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기보다 그가 국익 우선주의에 따라 대중 무역 전쟁을 벌여가면서까지 일자리를 늘리고자 노력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바이든이 예상과 달리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즉 국익 우선주의 대전략과 자유주의 패권 대전략 간 대결은 사실상 무승부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가 아무런 제약 없이 오바마 행정부 때까지 추진됐던 자유주의 패권 대전략을 복원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다. 바이든 행정부가 국익 우선주의를 일정 정도 계승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트럼프는 물러나더라도 ‘국익을 위해선 글로벌 리더십은 물론 동맹국도 포기할 수 있다’는 트럼프주의는 남는다고 할 수 있다.
   
   프러시아 군사전략가 클라우제비츠가 ‘전쟁론’에서 말한 바와 같이 전쟁은 국내 정치의 연장이다. 제국의 세계 대전략은 언제든 냉전과 열전 중 하나로 이어진다. 따라서 미국의 대전략이 국내 정치의 연장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면 트럼프주의, 즉 국익 우선주의 대전략은 어떤 형태로든 바이든 행정부의 자유주의 패권 대전략과 공존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문제는 국익 우선주의가 일정 정도 유지될 경우 과연 바이든 행정부가 글로벌 리더십 회복과 동맹국들과의 관계 강화를 실현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결론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대미 수출품 관세 특혜 축소와 방위비 분담 증대 요구라는 국익 우선주의를 절반 수준으로 낮춰 추진하더라도 동맹국들과의 관계 강화가 쉽지 않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다시 정색하고 동맹국들과 관세 조정 협의에 나서기도 어렵다. 방위비 분담 증대 요구도 마찬가지다. 행정부가 바뀌었다고 철회하는 것은 물론 당초 요구의 절반에서 합의하자고 물러서기도 쉽지 않다.
   
   현재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악화로 인해 경기가 갈수록 침체되면서 실업률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저서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말한 바와 같이 소득 상위 1%가 총소득의 27%를 차지하는 부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는 1920년대 대공황 때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약사와 회계사 등의 중산층이 무료 식품공급소를 찾고 있는 현실이 이를 웅변해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 상위 1%인 월스트리트 슈퍼리치들과 고학력자들의 지지를 받아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백인 서민층 다수가 지지한 트럼프의 국익 우선주의 정책인 관세 특혜 인하를 거둬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거둬들였다가 일자리가 더욱 줄어들 경우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그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
   
   
   관세 특혜 인하 거둬들였다간 후폭풍 우려
   
   서민과 저학력자들을 대변해 온 미 민주당은 고소득층과 고학력자들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변신해 왔다. 그런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서민층의 민생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온 관세 특혜 축소 정책을 취소할 경우 그것은 민주당의 정체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전통적 지지 기반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이는 방위비 분담금 증대와 주한미군 주둔비 전액 부담 요구도 마찬가지다. 미 서민층은 그렇게 해서 절약될 막대한 달러가 자신들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위기를 초래한 ‘주범’은 트럼프의 국익 우선주의가 아니라 블롭의 자유주의 패권이라는 사실이다. 글로벌 패권국의 리더십이 지향해야 하는 목표는 평화와 안정이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저서 ‘외교’에서 외교의 목표는 전쟁 방지를 통한 평화라고 말한다. 하지만 탈냉전 이후 24년 동안 클린턴, 조지 W 부시, 오바마로 이어진 3개 행정부의 대전략은 정반대로 갔다. 이들 행정부는 민주주의라는 동일한 체제의 국가 간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민주주의 평화 이론’이라는 이상주의에 기초해 자유주의 패권이라는 대전략을 추구해 왔다. 동유럽, 중동,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무수한 체제 전환(regime change) 전쟁들을 벌여온 것이다. 미 시카고대의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존 미어셰이머는 저서 ‘거대한 망상’에서 전쟁의 위험성을 직시하는 현실주의와 달리 이상주의는 그 위험성을 간과해 이상주의 외교 정책하에서 오히려 전쟁이 더 많이 일어난다고 경고한다. 그의 경고대로 이들 지역은 안정되기는커녕 더 불안정해졌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이 자신의 궤도(orbit)에 중국과 러시아를 묶어놓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결정적으로 상실하게 된 계기는 2014년 2월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강제병합이었다. 이 사건은 러시아라는 강대국에 의한 안보 위협을 ‘근본적으로’ 없애겠다는 미국의 이상주의 전략에서 말미암았다. 조지 케넌과 키신저 등 현실주의 전략가들이 재앙을 초래한다면서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클린턴 행정부에서부터 오바마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나토와 유럽연합의 동유럽 확장 전략이 추진돼 온 것이다. 이를 통해 러시아에 의한 잠재적 위협을 없애기 위해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우크라이나의 나토와 유럽연합 가입도 추진됐다. 마침내 2013년 말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 간에 자유여행 협정이 체결되자 러시아는 이 협정을 미국과 서유럽의 러시아 봉쇄 조치라고 판단했다. 러시아의 완전한 항복을 요구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우크라이나에 협정을 파기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협정을 파기하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무너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 배후가 미국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듬해 2월 크림반도를 전격적으로 병합한 데 이어 동부 지방을 침공했다.
   
   
▲ 지난해 11월 네바다주 트럼프 지지자들의 시위. photo 뉴시스

   러·중 이탈 부른 이상주의적 패권 전략
   
   그로부터 3개월 뒤 러시아는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창설했다. 미 컬럼비아대 알렉산더 쿨리와 조지타운대 대니얼 넥슨은 저서 ‘패권으로부터의 이탈’에서 “나토와 EU 확장이 러시아로 하여금 구소련 위성국가들을 포함한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미국의 자유주의 질서에 대항하는 안보와 경제 협력체 창설에 본격 나서게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러시아는 같은 해 7월 브릭스(BRICS) 차원에서 중국이 미국 주도의 금융 질서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한 500억달러 자본금의 신개발은행(NDB)에도 참여했다.
   
   미국의 이런 리더십 위기에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2011년 가을 블롭의 ‘대모(代母)’였던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이 발표한 대중 전략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의 대실패였다. 중국의 급속한 부상을 견제하려 했던 아시아 회귀가 말로만 그쳤고, 오바마가 그해 11월 호주 방문 등을 통해 약속했던 역내 군사력 증강 등의 대중 견제 전략도 추진되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중국은 아시아 회귀를 미국의 대중 포위 신호탄으로 받아들여 미군의 중국 본토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남중국해에 구단선(nine-dash-line)을 그은 뒤 그 안의 모든 해역을 내해(內海)로 만들기 위해 인공섬을 건설하는 등 영토 분쟁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2013년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카자흐스탄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유라시아의 육상 및 해상 교역로를 복원하는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약칭 BRI)’를 발표했는데, 그 후 중국은 BRI 프로젝트를 통해 남중국해를 포함한 동아시아와 서태평양의 패권 도전을 넘어서서 유라시아, 동유럽, 아프리카, 중동으로까지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패권으로부터의 이탈’ 저자인 쿨리와 넥스 교수는 중국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나라들에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건설 자금을 빌려주고 갚기 어려워진 지부티와 파키스탄 등으로부터 군사기지를 임차하면서 미국과 해외 기지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또 한국, 영국, 독일 등 50여개국이 참여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라는 자본금 1000억달러의 국제금융기관을 2016년 초 설립했는데, 이는 중국이 새로운 금융 질서 구축에 착수했다는 의미라는 지적도 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처럼 미국의 자유주의 질서에 대항해 새로운 안보와 금융 질서를 수립하는 데 힘을 합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항공기들이 2019년 7월과 2020년 12월 각각 서해와 동해 등 한국의 방공망식별구역(KADIZ)을 사전 통보 없이 침범했는데, 이는 한·미 연합 방위 체제에 대한 시험이 본격화됐다는 의미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위기는 이처럼 자유주의 패권 전략에 따라 완전한 승리를 시도하던 미국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가 질서에서 이탈하는 것에서 비롯됐다. 트럼프의 국익 우선주의는 그 같은 리더십 위기를 악화시켰을 따름이다. 따라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상실에 대한 책임은 국무부와 국방부, CIA, 워싱턴 주요 싱크탱크 등에 포진해 있는 블롭이 져야 한다고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선한 의도들의 지옥’에서 주장한다. 탈냉전 기간 동안 온갖 체제 전환 전쟁을 마구잡이로 일으킨 데다 중국과 러시아로 하여금 글로벌 자유주의 질서 안정에 책임감을 갖고 참여하도록 유도하지 않고 마치 약소국인 양 취급해 항복을 받으려 시도했다가 미국의 궤도에서 이탈하도록 만든 책임은 온전히 블롭에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집권 4년간 블롭의 금단 증상
   
   그러나 블롭은 이런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트럼프에게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상실 프레임을 씌워 월스트리트와 주류 신문과 방송, 거대 IT 기업들을 총동원해 바이든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유주의 패권 전략을 폐기하고 현실주의적 세력 균형 기조의 국익 우선주의를 추진하면서 그동안 블롭은 금단 현상에 시달려 왔다. 체제 전환 전쟁이 중지되고 중동과 서남아시아에서 미군이 철수를 시작하면서 오랫동안 주물러 왔던 막대한 예산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블롭의 후원 세력인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의 경우 체제 전환 전쟁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으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왔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 4년간 국무부와 국방부에 살아남은 블롭은 트럼프의 대전략을 자유주의 패권으로 이행하게 만들고자 온갖 방법을 다 썼다. 특히 블롭의 초점은 중국 공산당 정권과의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맞춰졌다. 주지하다시피 트럼프는 중국의 패권 도전에 맞서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대한 관세 특혜 축소와 고율의 보복 관세 부과 등 무역전쟁을 벌였다. 또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 작전, 동맹국들과의 군사훈련 등 현실주의적 세력 균형 기조의 국익 우선주의로 일관되게 대응했다. 볼턴은 앞의 책에서 트럼프가 2018년 12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진 미·중 정상회담에서 자신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증대 부탁을 시진핑이 들어주자 그를 현대 중국 지도자 중 최고라고 평가했다고 전한다. 트럼프의 이런 우호적인 기조는 중국을 무너뜨려야 하는 적국으로 대하는 블롭의 그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 때문에 블롭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트럼프가 내보이던 현실주의적 세력 균형 기조를 방해해 왔다. 중국과의 패권 전쟁 가능성을 고조시킴으로써 자유주의 패권을 부활시키기 위해 트럼프의 반대를 무릅쓰고 2017년 말 발표된 국가안보전략(NSS)에 중국을 ‘적(enemy)’으로 규정했다. 이어 2018년 10월 트럼프의 방일 때는 대중 군사 협력체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하게끔 압박했다. 2020년 여름 들어서는 자유주의 패권 대전략의 부활을 주창하는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경제번영네트워크(EPN)와 쿼드(Quad), 클린네트워크(Clean Network) 같은 반중(反中) 글로벌 경제·군사·IT기술연합체들을 창설하는 데 고군분투했다. 트럼프는 반중 글로벌 연합 창설을 통해 자유주의 패권 전략을 부활시켜 바이든의 당선을 지원하고자 하는 블롭의 의중을 읽고 반중 글로벌 연합을 한 번도 자신의 의제로 제기하지 않았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트럼프가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게 만들고자 노력했으나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이 미 국무부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인도·태평양 전략, EPN, 쿼드, 클린네트워크 참여를 유보했음에도 트럼프가 크게 문제 삼지 않은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있다.
   
   
   또다시 ‘전략적 인내’로 북핵 방치하나
   
   이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반중 글로벌 연합체들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압박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관세 특혜 축소와 방위비 분담금 증대 요구 등 국익 우선주의도 일정 부분 고수할 경우 한·미 관계는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훨씬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도 친중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는 문재인 정부가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반중 글로벌 연합체 참여를 주저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블롭이 장악한 미 국무부와 백악관 NSC가 이런 한국 정부의 유보적인 태도를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달리 가만히 지켜만 볼 가능성이 낮다는 데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반중 글로벌 연합 참여 문제를 이제 한·미 동맹의 관점에서 고려해야 한다. 참여 쪽으로 결정하되 각 연합체의 성격을 중국도 참여할 수 있다는 식의 개방적 프레임으로 확장하게끔 미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한국의 참여 결정에 대해 중국이 경제 제재로 반격하고 나올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설득해 제재를 해제하게끔 만드는 대미 선제 외교도 이루어져야 한다.
   
   북핵 문제도 바이든 행정부에서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월트는 앞의 책에서 블롭의 제일 큰 문제점 중 하나로 ‘성과가 날 것 같지 않은 문제는 내버려둔다’는 점을 들었다. 북핵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오바마 행정부가 8년 임기 동안 ‘전략적 인내’라는 미명 아래 북핵 문제를 방치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성공이라는 끔찍한 현실을 불러왔다. 벌써부터 북핵 문제를 외면하려는 블롭의 고질병이 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핵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군축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담론들이 워싱턴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한국의 외교는 한국의 2050년 국가 대전략에 기초해 ‘크게’ 가져가야 한다. 2050년을 목표로 국내총생산 5조달러대의 강국으로 도약해 역외 균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미국의 빈자리를 이어받아야 한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을 이끌어 역내 안정과 평화를 주도한다는 대전략에 기초해 바이든 행정부를 적극 도와야 하는 것이다. 한국의 역내 강국 도약은 안보는 미국과의 동맹을 중심으로 지켜가면서 중국과의 경제 협력 관계는 발전시켜 나가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기조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추진될 때 가능하다. 블롭의 비위만 맞추는 ‘소국 외교’를 해서는 안 된다. 중국과 러시아가 자유주의 질서에서 더욱더 이탈하도록 만드는 패권 전략에서 벗어나 현실주의적 역외 균형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미국을 돕는 외교가 필요한 것이다. 중국의 군사적 패권 도전을 견제하기 위한 한·미 연합 군사훈련 강화와 함께 우리의 해·공군력을 증강할 필요도 있다. 비핵화를 위한 대북 제재를 더욱 강화하면서도 미국이 협상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보수진영 모두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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