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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0호] 202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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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120년 전 ‘신축조약’ 불러낸 2021 동북아 정세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 영국 퀸엘리자베스 항모전단과 미국 구축함이 태평양에서 함께 항해하고 있다. photo UK Navy
신축(辛丑)조약은 열강 11개국이 1901년 9월 7일 청나라를 압박해 체결한 불평등 조약을 말한다. 베이징 의정서라고도 한다. 이 조약은 1899년 ‘부청멸양(扶淸滅洋·청을 도와서 서양 오랑캐를 멸하자)’을 기치로 내건 의화단(義和團)운동에서 비롯됐다. 당시 제국주의 열강의 침탈로 어려움을 겪었던 농민들은 토착 무술 조직과 힘을 합쳐 반외세, 반제국주의, 반기독교를 내걸고 의화단운동을 벌였다.
   
   산둥의 농촌 지역에서 불붙기 시작한 의화단운동은 톈진과 수도 베이징까지 빠르게 확산했다. 서태후가 은밀하게 지원한 의화단운동 세력 20만여명은 무장 봉기를 했다. 이들은 정부군과 함께 외국 공사관을 습격하고 서양 선교사와 가족, 중국 기독교인 5만명을 살해했다. 열강 8개국(3개국은 군대 파견하지 않음)은 자국민과 공관 보호 등을 명분으로 연합군을 결성해 이들을 격파하고 베이징을 점령했다. 열강의 요구에 따라 청나라는 4억5000만냥의 배상금 지불과 베이징에 공사관 구역 설정, 외국 군대 상주 등을 내용으로 하는 신축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으로 청나라는 사실상 열강들의 반(半)식민지로 전락하고 결국 멸망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 열강 11개국은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러시아, 이탈리아, 일본,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스페인, 벨기에, 네덜란드 등이었다.
   
   
   신축조약 120년에 추진되는 ‘반중 연합전선’
   
   신축조약이 체결된 지 120년이 되는 올해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당시 상황과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차기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과의 강화를 통해 ‘반중(反中) 연합전선’ 구축 전략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동맹국들과 갈등과 대립이 심화됐다고 비판해왔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 왕따(America Alone)’로 끝났다”며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회복과 동맹국들과의 관계 강화, 다자주의 국제질서 재구축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천명해왔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은 “임기 첫해에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를 개최할 것”이라면서 “세계의 민주국가들이 모여 민주주의 시스템을 강화하고, 민주주의에서 퇴보하는 국가들에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은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의 3대 의제로 반부패, 권위주의 압제로부터 보호, 인권문제를 언급하면서 중국·러시아가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 개최 의도는 바이든 당선인이 ‘심각한 도전(serious challenge)’이라고 규정한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29개 회원국들은 지난해 12월 1일과 2일 화상 외교장관회의를 갖고 채택한 ‘나토 2030’ 보고서에서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민주주의 국가들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중국은 권위주의적 방식을 통해 영토적 야망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현재는 러시아처럼 즉각적인 군사적 위협은 아니지만, 유럽이 앞으로 직면할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중국은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기본적인 인권도 존중하지 않고 다른 나라를 협박하려 든다”고 비판했다. 나토의 이런 보고서는 향후 서방과 중국의 광범위한 대결을 예고한다고 분석할 수 있다. 나토 전문가인 루이스 사이먼 브뤼셀 자유대 교수는 “나토의 보고서는 유럽과 중국의 대결이 미·중처럼 노골적인 힘의 대결은 아니지만, 민주주의 대 독재국가라는 좀 더 광범위한 이념적 충돌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나토의 유럽 회원국 중에서 주축국가들인 영국과 프랑스, 독일이 군사적으로 중국 견제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 정부는 올해 초 최신예 항공모함인 퀸엘리자베스호를 주축으로 하는 항모전단을 동중국해를 비롯해 서태평양에 장기 파견할 계획이다. 퀸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은 오키나와 등 일본 난세이제도 주변을 포함한 서태평양에서 미국 해군과 일본 해상 자위대와 함께 합동 훈련도 실시한다.
   
   
▲ 바이든 당선인이 부통령 시절인 2013년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photo 신화망

   잔다르크 훈련 함대 일본 기항시키는 프랑스
   
   프랑스 정부도 오는 5월 해군사관 후보생을 태운 헬기탑재 수륙 양용함과 프리깃함으로 구성된 ‘잔다르크’ 훈련 함대를 일본에 기항시킬 계획이다. 이를 계기로 미국, 프랑스, 일본은 함정과 상륙 부대를 동원해 동중국해 난세이제도의 무인도에 집결시켜 상륙 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독일 정부도 프리깃함 1척을 인도·태평양 지역에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 프랑스, 독일은 지난해 9월 중국의 남중국해에 대한 일방적인 영유권 주장을 일축한 2016년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 판정의 유효성을 확인하는 성명을 유엔에 제출했었다.
   
   서방 국가들이 이처럼 대거 서태평양에서 나타나고 있는 양상은 19세기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의화단운동에 맞서 열강들이 연합군을 구성했듯이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위한 안보협력체인 쿼드(Quad)의 일본, 호주, 인도를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과 캐나다 등이 합세하는 모양새다. 19세기에는 열강들이 힘을 잃은 중국에서 이권을 뜯어가려는 게 목적이었지만, 21세기에는 각국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점이 다르다.
   
   이에 맞서 중국의 집권세력인 공산당은 오는 7월 1일 창당 100주년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 대대적으로 성대한 기념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천안문광장에서 치를 열병식 등을 비롯해 중국의 발전과 국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면서 ‘현대화된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강조할 것이 분명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는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중국은 ‘전면적인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가 됐다고 선언하고 건국 100주년인 2049년에는 초강대국이 되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을 천명할 것이다. 시 주석은 2035년까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개인소득을 2배로 성장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 주석은 “아편전쟁(1840) 이후 서구 열강에 의해 침탈당했던 치욕의 역사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늘날 사회주의 중국은 세계에 우뚝 일어섰고, 그 어떤 세력도 중국 인민과 중화민족의 진전하는 발걸음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할 것이 분명하다. 중국 정부는 바이든 미국 정부의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담을 겨냥해 이처럼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높다.
   
   
▲ 열강의 연합군이 의화단운동 때 청나라 수도 베이징을 공격하는 모습. photo 미국 의회 도서관

   ‘백년 치욕’ 설욕 다짐하는 중국
   
   중국인들은 1840년대의 아편전쟁으로부터 마오쩌둥이 건국한 1949년까지의 세월을 중국 역사의 ‘백년 치욕’이라 부른다. 영국의 경제사학자 앵거스 매디슨에 따르면 아편전쟁 발발 20년 전인 1820년 청나라의 GDP는 전 세계의 32.96%를 차지했다.
   
   유럽 전체의 GDP는 22.91%였고, 신생 국가 미국은 1.81%에 불과해 유럽과 미국을 합해도 중국과 비교할 수준이 되지 못했다. 청나라는 아편전쟁 이후 신축조약 등으로 열강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때문에 중국 공산당은 중국을 바로 세워 지금까지 발전시킨 것을 가장 최고의 업적으로 생각한다. 중국 공산당이 독재와 권위주의 통치의 정당성에 대한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 주석의 중국몽은 강성했던 중화민족의 부흥을 의미한다. 1840년 아편전쟁 이전 세계사에서 차지했던 중국의 막강했던 위상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미·중은 세계의 주도권을 놓고 패권 다툼을 벌일 수밖에 없다. 특히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은 현재의 위상과 영향력을 중국에 양보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바이든 정부에서도 미국은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것이다.
   
   반중 봉쇄전략은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미국 조야의 컨센서스이기 때문이다. 미·중의 대결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묘사한 그레이엄 엘리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자유·인권·민주주의에 대한 미·중 간의 근본적 차이는 바이든 정부에서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중은 앞으로 각국을 상대로 우군 만들기에 적극 나설 것이 분명하다. 바이든 정부의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 개최가 이런 전략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아무튼 한 가지 분명한 점은 120년 전처럼 중국을 도와줄 이렇다 할 동맹국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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