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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0호] 2021.01.04

러시아 미사일 구매했다가… 트럼프 “터키 아웃!”

우태영  자유기고가 wootaiyoung@hanmail.net 2021-01-06 오후 3:43:35

▲ 터키가 러시아로부터 구매한 지대공 미사일 S-400. photo 뉴시스
미국은 지난해 12월 14일, 러시아의 지대공 미사일 S-400을 구매한 터키에 제재를 가했다. 제재의 타깃은 터키의 방위산업 부문. 미국이 군사동맹인 나토 회원국에 제재조치를 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의 제재가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성장세를 누렸던 터키의 방위산업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제재는 ‘미국의 적(敵)에 대처하는 법(CAATSA·Countering America’s Adversaries Through Sanctions Act)’을 근거로 취해졌다. 우선 미국은 이번 제재를 통해 터키 방위산업체들의 미국 라이선스 사용을 금지하였다. 국가 간 방위산업 분야 협력은 안보협력의 한 분야이다. 미국의 터키 제재는 러시아제 미사일 구매에 대한 보복일 뿐만 아니라,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집권 이후 쌓여온 양국 간의 갈등이 축적된 결과로 보인다.
   
   
   트럼프와 에르도안의 브로맨스도 무용지물
   
   터키는 미·소 냉전 기간 동안 미국의 가장 귀중한 동맹국 중 하나였다. 미국과 영국의 소련 침투 작전의 상당수는 터키·소련 국경을 통해 실시되었다. 미국의 정찰기 U2기는 매일 터키 남부 인시르리크의 미 공군기지를 이륙하여 소련 영공을 날았다. 소련 몰락 이후에도 터키는 미국이 러시아 및 이란을 견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터키 내 미군 기지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에서 미국이 전쟁을 수행하는 데 긴요하게 사용되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과는 ‘브로맨스’ 관계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잘 지냈다. 두 정상은 개인적으로도 가깝다. 터키 이스탄불에는 ‘트럼프타워’도 있다. 터키의 한 재벌이 이스탄불에 초고층빌딩을 지을 때 ‘트럼프타워’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도록 하였다. 2012년 이스탄불 트럼프타워의 기공식에는 이방카 트럼프가 참석하였다. 트럼프타워에는 사무실과 쇼핑몰, 레지던스 등이 들어서 있다. 미국의 정치전문 뉴미디어인 폴리티코는 최근 트럼프가 퇴임 이후에도 외국에서 부동산업을 계속하여 윤리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도 트럼프가 코로나19로 인해 자산이 10억달러가량 줄었기 때문에 퇴임 후에도 사업을 벌이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미디어들은 트럼프가 퇴임 후 사업을 벌일 가능성이 있는 나라 중 하나로 터키를 꼽고 있다. 이처럼 트럼프와 에르도안의 사이가 가깝다는 것은 자타가 공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퇴임 한 달을 앞두고 터키에 제재를 가한 것은 양국 간에 쌓여온 갈등이 임계점을 넘어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에르도안은 2003년부터 2014년까지는 총리, 2014년부터 현재까지는 대통령으로 재직 중이다. 에르도안은 20년 가까이 집권하면서 민주적이고 세속적인 나라였던 터키를 이슬람주의 국가로 변모시켰으며, 그 자신은 독재자가 되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미국에서 트럼프가 집권한 지난 4년간 에르도안은 국내적으로는 야당과 쿠르드족을 탄압하는 등 독재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범터키주의(Pan-Turkism)에 기반한 팽창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적국인 러시아 및 이란과 손을 잡고 있다.
   
   에르도안은 2016년 터키군 쿠데타 시도 사건 이후 야당 탄압을 한층 강화하였다. 군, 사법부, 정부, 교육계, 언론계 등 각계에서 반대파를 숙청하여 15만명이 투옥되거나 해고되었다. 야당 소속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모두 정부 공무원으로 갈아치웠다. 2018년까지 야당 언론을 모두 폐쇄하였으며, 최근에는 소셜미디어를 근거로 사람들을 처벌하고 있다. 현재 터키는 사실상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과 비슷한 일당독재 국가가 되어가고 있다고 서구 언론들은 우려하고 있다.
   
   
   선 넘은 에드로안의 팽창정책
   
   에르도안의 국내 강경책 및 팽창정책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최근에는 트럼프가 시리아에서의 철군을 서두르면서 에르도안에게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터키군은 2016년 8월 시리아를 침공하였다. 테러조직인 이슬람국가(IS)에 대처한다는 명분을 제시했지만 사실은 쿠르드족을 공격하는 게 목적이었다. 미국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미군은 시리아 내 쿠르드족과 협조하였다. 반면에 터키는 미군에 적대적인 시리아 반군과 협력하였다. 시리아 반군은 상당수가 미군의 토벌 대상인 IS 테러리스트들이었다.
   
   이스라엘의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라크 내 미군 철수를 공약했던 트럼프는 터키가 미국을 대신하여 중동에서 새로운 경찰 역할을 하는 것을 묵인했다”고 풀이한다. 에르도안이 트럼프에게 ‘시리아를 나에게 달라. 쿠르드는 당신에게는 시간 낭비이다. 우리가 일을 처리하겠다. 그러면 당신 군대는 귀국할 수 있다’라는 식으로 설득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2018년 12월까지 시리아 내 미군을 철수한다고 발표하였다. 터키군의 활동을 미국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저지하려 하였지만, 트럼프가 가로막고 오히려 매티스 장관을 해임하였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트럼프의 결정에 따라 시리아에서는 트럼프가 후원하는 터키군과 시리아반군이 미군과 미군의 동맹인 쿠르드족을 공격하는 일이 일어나게 되었다. 미군 대신 터키를 중동지역의 경찰로 사용한다는 트럼프의 전략은 그러나 실패로 귀결되는 듯하다. 시리아 북부에 살던 50만명의 쿠르드족과 기독교도인 야지드족 등 소수민족들은 터키군과 시리아반군에 쫓겨나는 등 인종청소를 당했다. 미군에 협조하던 인물들에 대한 시리아반군의 강간, 살인, 고문 등의 학대가 잇따랐다.
   
   터키의 에르도안은 시리아 전선에서의 전과를 바탕으로 범터키주의라는 민족주의를 앞세운 대외 팽창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에르도안은 시리아반군을 용병으로 리비아에 동원하였다. 지난해 발생한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의 나고르노-카라바흐전쟁에서도 터키는 시리아반군을 동원하여 아제르바이잔을 지원하였다. 나고르노-카라바흐는 아제르바이잔 영토 내에 살고 있는 아르메니아인들이 자치공화국을 세운 지역이다. 아제르바이잔은 터키의 도움으로 지난해 9월부터 나고르노-카라바흐를 공격하여 상당 지역을 점령하였다. 11월 휴전 이후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성대하게 거행된 전승퍼레이드에 참가한 에르도안은 터키와 아제르바이잔이 “나라는 둘이지만 민족은 하나(two states, one nation)”라며 같은 터키족임을 선언하여 주변국들의 반발을 샀다.
   
   에르도안은 이란이 지원하는 테러조직 하마스의 지도자들을 보호하는가 하면 이스라엘을 예루살렘에서 축출하겠다고도 선언하였다. 에르도안은 동지중해의 석유탐사를 놓고도 그리스, 키프로스, 프랑스 등과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 10월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국내 이슬람 테러에 강경하게 대처하자 에르도안은 “마크롱을 빨리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시리아, 리비아, 동지중해, 중앙아시아 등 도처에서 완력을 휘두르는 에르도안은 2017년에는 미국의 줄기찬 반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로부터 지대공 미사일 S-400을 25억달러에 구입하였다. 미국은 터키의 S-400 구입이 동맹국들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이롭게 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1년 이상 터키에 취소를 요구했다. 그러나 터키가 지난해 10월 터키 북부에서 S-400을 시험발사하자 트럼프는 퇴임을 앞둔 12월 14일 마침내 터키에 대한 제재를 취했다.
   
   
▲ 2019년 11월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왼쪽). photo 뉴시스

   터키 방위산업부 겨냥한 제재
   
   미국의 제재는 터키의 방위산업부(SSB)를 겨냥하였다. 1985년 창설된 SSB는 터키군의 무기 획득, 수출 및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정부기구이다. 우리나라에서 2006년에 창설한 방위사업청과 기능이 비슷하다. 이번 제재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SSB에서 무기를 생산, 수출할 때 미국의 라이선스 사용을 금지한 것이다. 또 SSB 부장 및 고위 간부 3명의 재산 동결 및 비자제한 등의 조치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과 터키의 군사협력을 훼손할 가능성은 최소화하였다. 그러나 터키의 방위산업은 자칫 뼈 때리는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제재에 대해 터키의 친정부 민족주의자들은 결연히 대응하자는 반응이라고 한다. 이들은 미국의 제재가 터키의 민족정신을 앙양하여, 부품 국산화에 매진하면 터키 방산의 발전을 오히려 촉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터키의 방산 분야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며, 군 또한 장기계획을 세워놨기 때문에 걱정할 일은 전혀 없다고 친정부 언론들은 주장한다.
   
   반면에 미국의 제재로 인한 충격은 당장 1년 동안에는 별로 없겠지만, 2021년 이후 2~3년간 지속되면 터키의 방위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터키 방위산업의 주요 부품이나 제작기술은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의 방위산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터키의 방산 부문은 2019년에 미국으로부터 14억달러어치를 수입했는데, 대부분이 원자재이거나 반가공 제품들이다. 이는 방산 분야 총수입액의 절반 수준이다. 이 중 6억4800만달러는 터키 공군, 5억6400만달러는 민간항공 분야, 1억700만달러는 육군의 지상무기체계에 속한 것들이었다.
   
   최근 중동전문 뉴스사이트인 알모니터는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2~3년 동안 막힌다면 터키의 방위산업은 괴멸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고 터키의 방산 소식통들을 인용, 보도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을 분야는 공군 및 지상무기체계이다. 터키 공군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F-16 전폭기의 유지보수와 차세대 전폭기인 TF-X의 차질 없는 추진이다. 터키 항공기의 엔진은 모두 수입에 의존한다. 육군의 레이더와 지휘통제체제(command-control systems), 그리고 장갑무기체계 등도 미국의 제재로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고 한다. 미국은 이미 2019년에 터키의 S-400 구매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의 F-35 개발 프로그램에서 터키를 축출하였다. 이 때문에 터키 공군은 이미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터키의 방산부는 현재 700개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90억달러에 달한다. 이 사업들에는 미국으로부터의 라이선스를 받아서 추진되는 것들도 많다. 한 가지 무기체계를 개발하는 데 미국의 라이선스가 수백 개나 필요한 것도 적지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미국의 제재는 장기적으로는 터키의 방위산업 분야를 고사(枯死)시킬 수도 있다.
   
   
   제3국의 터키 방산부 협력도 금지 가능성
   
   게다가 이번 제재 이후 미국은 제3국이 터키 방산부와 협력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알모니터는 전망했다. 터키는 전차와 항공기 엔진은 물론 주요 사업으로 진행 중인 T70 헬기, TF-X 전투기, HurJet 훈련기, MILGEM 전투함 개발과 수출을 추진 중인 T129 공격헬기 생산 등에도 미국산 수입 부품이 필요하다. 지난 수년 동안 터키는 이미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갈등을 겪으면서 여러 분야에서 크고 작은 금수조치(embargo)를 당해왔다. T129 공격헬기의 경우 터키가 이미 파키스탄에 수출 계약을 맺었지만, 미국이 엔진 기술의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아 납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일단 납기 연장조치를 취해주었지만 여전히 인도는 불분명하다.
   
   터키에서는 이번 기회에 자국의 방산 분야를 진일보시키는 계기로 삼자는 주장도 나온다. 단기적인 위기를 발전의 계기로 삼아 장기적으로 주요 부품 국산화를 달성하여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그러나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제재를 유지하거나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바이든은 이전부터 에르도안을 ‘독재자(autocrat)’라 부르며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9년 12월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미국은 터키 야당에 대한 지지를 강화해야 한다”며 “쿠데타가 아닌 선거를 통해 에르도안을 패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U도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최근 EU는 앞으로 터키에 대한 수출을 나토 동맹국들과 논의할 것이며 바이든 행정부와도 조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U는 이에 앞서 터키가 그리스, 키프로스 등과 동지중해에서의 유전개발 문제를 둘러싸고 충돌하자 제한적으로 터키에 제재를 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에르도안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 S-400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S-400을 제3국에 팔거나 리스할 수도 없다. 러시아와의 구매계약에 이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다. 터키가 S-400을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고 긴급한 전시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방안 등이 은밀히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에르도안의 민족주의 정책 때문에 S-400 도입 여부는 경제난으로부터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는 국내 정치 현안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터키는 표면적으로는 미국에 “대화와 외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도 “적절한 시간과 방식으로 보복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터키의 보복으로는 S-400 본격 가동, 남부 인시르리크의 미 공군기지 폐쇄, 동부 말라트야에 있는 나토의 조기경보레이더 기지 폐쇄, 러시아와의 관계 확대, 시리아 내 쿠르드족에 대한 보복 공격 등이 꼽히고 있다. 이러한 극약처방은 더 큰 보복과 제재를 초래하여 나라를 파국으로 이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터키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만 2만명이 넘을 정도로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2분기까지 경제는 -10% 역성장, 실업률은 40%나 되었다. 터키는 개인 빚을 늘려서 소비를 진작하는 방식으로 3분기 경제성장률을 6%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 대신 개인부채는 전년보다 46%나 증가하였다. 지난해 터키의 국가부채는 2019년보다 40%나 증가한 4870억달러에 달한다. 물가인상률은 12%, 미 달러화 대비 리라화는 30%나 폭락하였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해 12월 24일 기준금리를 15%에서 17%로 인상하였다. 에르도안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에르도안 정권은 이미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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