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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1호] 2021.01.11

백신 접종 1등, 이스라엘 뒤엔 모사드가 있었다

우태영  자유기고가 wootaiyoung@hanmail.net 2021-01-11 오후 2:40:54

▲ 지난 1월 3일 이스라엘 라마트 간 백신센터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photo 뉴시스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 백신이 개발되면서 팬데믹 극복의 서막이 올랐다. 지난해 말부터 일부 국가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경제회복도 기대되고 있다. 미국·영국·독일·러시아·중국 등 많은 나라가 백신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선보인 백신 중에서는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N테크의 합작품인 화이자 백신과, 미국 모더나사의 백신이 예방률 95%로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 영국과 스웨덴 제약사의 합작인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백신은 임상시험 중에 팔다리 약화 및 횡단척수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해 시험이 중단되었다고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최근 보도했다. 예방률도 60~70% 수준으로 낮아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 안토니 파우치 박사는 “예방률 95%짜리 백신들이 있는데 70%짜리가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은 최근 보관·유통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값이 저렴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긴급 사용 승인하고 접종을 시작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안전성 검토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은 백신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어 임상시험이 재개된 상태라는 입장이다.
   
   
   치열해지는 백신 외교전
   
   그동안 세계 각국은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을 확보하기 위하여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백신 확보 경쟁에서 패할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탈출 경쟁에서 시작부터 지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는 가난한 제3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자체 개발한 백신을 공급하며 영향력 확보를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치열한 ‘백신 외교(vaccine diplomacy)’ 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N테크와 모더나사는 이미 지난해 7월 백신 개발 성공을 확신하는 시험 결과를 얻었다. 벌써 이때부터 많은 나라가 두 백신을 구입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7월에 화이자와 6억도스, 모더나와는 5억도스의 백신 구입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의 전 인구가 두 차례씩 접종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이어 일본, 캐나다, 홍콩 등 주요국들이 지난해 가을까지 공급 계약을 마쳤다. 화이자와 모더나사는 지난해 11월에 예방률 95%의 백신 개발을 발표하면서 국가별 인구와 계약일 기준으로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까지 백신 접종을 시작한 40여개국 중 가장 앞서가는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1월 2일 현재 국민 100만명에게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였다. 국민 900만명의 12%에 달하는 높은 접종률이다. 이어 바레인 3.5%, 영국 1.5%, 미국 0.84% 등의 순이다.
   
   이스라엘은 1월 2일 현재 42만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여 3300여명이 사망하였다. 올 1월 1일에도 5248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였다. 최근까지 세 차례나 봉쇄를 실시했을 정도로 코로나19가 크게 만연하였다. 그러나 백신 접종이 실시되면서 분위기가 크게 바뀌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 19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시작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이후 의료진과 군인, 60세 이상 노인과 기저질환자, 교사 등의 순서대로 접종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루 평균 15만명씩 접종하고 있는데, 1월 말까지 전 국민에게 두 차례씩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이스라엘이 화이자 백신 확보에 성공하며 신속하게 접종을 해나가자 야당들도 네타냐후를 칭송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난 1월 2일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화이자사와 800만도스, 모더나사와는 600만도스의 백신을 구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스라엘은 신속한 구매를 위해 백신 가격을 비싸게 치렀다고 미국의 AP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율리 에델스타인 보건부 장관은 “다른 나라들보다 비싸게 샀다 하더라도, 단 일주일만이라도 경제가 먼저 정상화된다면 더 큰 이득”이라고 말했다. 하루라도 빨리 백신을 접종하는 게 ‘올바른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 지난해 12월 19일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하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photo 뉴시스

   네타냐후 총리 화이자 사장에게 전화
   
   이스라엘이 신속하게 백신을 구입하는 데 성공한 비결을 두고 네타냐후 총리의 개인적인 노력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화이자사의 앨버트 불라 사장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며 백신 공급을 부탁했다고 지난해 12월 20일 말했다. 새벽 2시에 전화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는 백신 접종 직후에도 불라 사장에게 전화로 “고맙다”고 말하며 “새로운 친구(my new personal friend)”라고 불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오는 3월 총선거를 앞두고 부패 스캔들과 코로나19 사태로 지지율이 떨어진 네타냐후에게는 화이자 백신 확보가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이기도 하다.
   
   백신 구입을 포함하여 코로나19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각국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경우는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모사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보이지 않는 적으로부터 국가를 방어한다는 생각으로 팬데믹에 대처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모사드에 대한 지원 요청은 의료계에서 먼저 나왔다. 이스라엘의 가장 큰 병원으로 세계 10대 병원에 드는 셰바메디컬센터는 지난해 2월 모사드에 지원을 요청했다. 병원 측은 홈페이지에서 이렇게 배경 설명을 했다.
   
   “지난해 2월, 셰바메디컬센터의 전문가들은 산소호흡기 등이 필요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병원장 크라이스 교수가 모사드의 요시 코헨 국장을 개인적으로 만나 요구사항들을 설명했다.… 모사드는 곧바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작동시켰다.… 그들은 이스라엘 보건부가 구할 수 없던 검사물질, 산소호흡기 등을 획득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
   
   셰바메디컬센터는 텔아비브의과대학 부속병원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대학교병원장이 국가정보원장을 개인적으로 만나 의료품을 구해 달라고 급하게 부탁하고, 국정원이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동원해 이를 확보한 셈이다. 모사드는 일부 의료품을 공식 외교관계가 없는 아랍국가들이나 중국으로부터 구입했다. 평소에 무기를 구입하는 선을 통한 구매도 있었다. 모사드에서만 40년을 근무한 요시 코헨(61) 국장의 개인적인 네트워크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코로나19 방역품도 모사드가 확보
   
   셰바메디컬센터의 지원 요청 후 모사드가 구매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키트 10만개가 지난해 3월 19일 처음으로 항공편으로 도착했다. 곧이어 수술용 마스크 150만개, N95 마스크, 보호장비 등이 수입되었다. 모사드는 바이러스 테스트 기술과 산소호흡기 생산 기술도 획득하여 이스라엘 국내에서 관련 장비들을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마스크를 한 달에 2500만개씩 생산할 수 있는 것도 모사드가 해외에서 기술을 습득한 덕분이다. 각국이 의료품 구매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던 터라 모사드도 비신사적인 작전을 벌이기도 하였다. 다른 나라들이 주문해놓은 의료품을 가로채기도 했고, 독일과 인도에서는 구입품을 압수당하는 일도 있었다.
   
   
▲ 지난해 12월 23일 브라질 브라질리아 시민들이 “당장 백신을 달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photo 뉴시스

   모사드가 중국제 백신도 은밀하게 확보
   
   모사드는 코로나19 백신 구입과정에도 깊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1월 중국이 개발하고 있는 시노팜 백신도 은밀히 구입했다고 영국의 엑스프레스가 전했다. 중국 백신을 공개적으로 구입하는 일은 미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모사드가 진행했다. 당시에 2만5000도스를 확보했지만 새로운 백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익명의 모사드 관계자를 인용,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청난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스라엘 시민들이 가능한 한 빨리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독일은 외교적인 고려 때문에 제때 백신을 구입하는 데 실패한 사례다. 미국의 화이자와 함께 백신을 개발한 바이오N테크는 독일 회사이다. 미국이 지난해 7월 화이자 백신 6억도스를 구매한 사실에 비춰보면 독일도 1억도스는 충분히 구매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독일은 40만도스밖에 구입하지 않았다. 백신 공동구매를 약속한 유럽연합(EU)을 의식한 결과였다. EU는 백신 분배도 회원국들끼리 동등하게 하기로 했고, 회원국들이 개발하는 백신 구입도 예약한 상태다. 영국의 EU 탈퇴 등으로 약화된 EU의 결속을 배려한 조치들이다. 그러나 프랑스 사노피사의 백신 개발은 중단됐고, 아스트라제네카는 지지부진하다. 화이자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독일에서 겨울에 코로나19 환자가 치솟자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대한 비판도 고조되었다. 메르켈 총리는 부랴부랴 지난해 12월 24일 바이오N테크 사장과 백신 공급을 요청하는 전화통화를 했고 이를 생방송으로 국민들에게 보여줬다. 그러나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부족 사태는 오는 가을까지 해결되기 어렵다고 한다.
   
   
   중국은 올해 10억도스 생산 목표
   
   한편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이 개발한 백신을 널리 전파하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최초 발생국인 중국은 홍콩 민주 인사들에 대한 가혹한 탄압 등으로 실추된 국가 이미지를 백신을 통해 만회하려 하고 있다. 또 백신 수출을 통해 이익을 확보하는 한편 국가적인 영향력 확대도 꾀하고 있다. 중국은 시노팜과 시노백 등의 백신을 개발했는데, 현재 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라오스 등 아시아국가들과 터키·이집트 등의 중동국가, 브라질·아르헨티나 등의 남미국가 국민들을 상대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수출 계약도 일부 진행되고 있다. 또 브라질·인도네시아·모로코에 백신 생산공장을, 에티오피아와 두바이에는 백신 저장시설 건설을 추진 중이다. 만약 중국이 국제 백신 시장의 15%를 차지한다면 백신 수출액이 28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홍콩의 에센스증권사는 전망한다.
   
   하지만 중국 백신은 임상시험에서 부작용이 있었는지, 예방률이 얼마인지 결과가 투명하게 발표되지 않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중국 백신 거부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은 올 연말까지 최대 10억도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자국 내 14억 인구를 접종하기도 부족하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 백신 수출은 불가능하다.
   
   러시아도 크림반도 병합, 푸틴의 정적 나발니에 대한 독살시도 사건 등으로 형성된 부정적인 이미지를 스푸트니크V(SputnikV) 백신으로 만회하려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러시아 보건당국은 임상 3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화이자가 예방률 95%의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자, 러시아도 스푸트니크V가 90%의 예방률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영국 언론들은 러시아가 소련 시절의 군비 경쟁과 다름없는 백신 경쟁을 벌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스푸트니크V에 대해서도 임상 숫자가 너무 적고 시험 결과도 불투명하다는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최근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0%는 스푸트니크V 접종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옛 소련 공화국들인 벨라루스, 몰도바 등에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을 권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방국인 세르비아에 스푸트니크V 생산공장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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