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기고]  보수 유튜버들이 퍼날랐던 미 대선 음모론의 결말
  • facebook네이버 밴드youtubekakao 플러스친구
  • 검색
  1. 세계
[2644호] 2021.02.01
관련 연재물

[기고]보수 유튜버들이 퍼날랐던 미 대선 음모론의 결말

김충남  전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kimc71234@hotmail.com

▲ 지난 1월 6일 미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트럼프 지지자들. photo 뉴시스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트럼프 측이 주장해왔던 음모론이 모두 허구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후폭풍이 미국은 물론 한국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 글은 트럼프를 비판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달된 잘못된 정보만을 편향적으로 흡수함으로써 나타나는 해악을 조명하려는 것이다. 음모론이나 가짜뉴스를 사실로 확신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런 가짜뉴스는 대중들에 의해 오히려 조작된 것으로 외면당한다. 그 과정에서 정치·사회적 분열과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다.
   
   지난 1월 6일 트럼프의 대선 불복을 지지하는 극렬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바이든에 대한 연방의회의 공식 차기 대통령 인준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미국의 최고 의사결정 기관인 연방의회가 폭력집단에 의해 짓밟히고 의사진행이 중단됨으로써 미국을 중남미 수준의 ‘바나나 공화국’으로 추락시켰다. 이 사태는 240년 전통의 선진 민주공화국도 트럼프의 편가르기 방식의 포퓰리즘으로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바이든은 딥스테이트의 꼭두각시?
   
   의사당 난입을 주도했던 자들은 큐어넌(QAnon),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 등 극우단체 회원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트럼프를 맹목적으로 지지하고 대통령 선거가 부정선거였다고 확신하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치적 불만과 왜곡된 종교적 열정이 뒤섞인 트럼프 지지자들이 자신들을 ‘성전(聖戰)’ 참여자로 믿고 있다”고 했다. 한 미국 사회학자는 트럼프 집권 후 기독교 복음주의(Evangelicalism)와 트럼프식 극단주의가 결합하면서 이 같은 극우세력이 급성장했다고 분석했다.
   
   큐어넌 등 트럼프 추종자들은 사탄숭배자, 소아성애자 등으로 구성된 비밀집단인 ‘딥스테이트(deep state)’가 미국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로부터 미국을 구해내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믿는다.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빌 게이츠 등이 딥스테이트의 대표적 인물이며 바이든은 딥스테이트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강경 복음주의자들은 트럼프를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는 영웅으로 인식한다. 지난해 3월 실시된 미국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매주 교회에 나가는 백인 개신교도의 49%가 “트럼프는 하나님에 의해 기름부음을 받은(anointed) 사람”이라고 응답했다. 다시 말하면, 트럼프를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전하는 사도나 예언자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2016년 대선 당시 워싱턴 정치의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는 음모론과 가짜뉴스에 힘입은 바 크다. 썩은 기득권 세력을 청소하겠다면서 음모론에서 비롯된 각종 허위 주장으로 지지층을 끌어모아 당선됐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힐러리 클린턴의 총득표가 트럼프보다 400만표나 더 많았던 것은 부정선거 때문이라는 당시 트럼프의 주장 역시 친트럼프 매체가 선거 몇 달 전부터 주장했던 것이다. 트럼프 추종자들은 트럼프가 딥스테이트의 수괴 격인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대통령이 되었지만 4년 내내 딥스테이트에 의해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믿는다. 그래서 재선에 압도적으로 성공한 후 악의 세력을 궤멸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독일 CIA 전산센터 습격설 등 황당
   
   특히 지난해 미국에서 음모론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19로 대면접촉이 급감하고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 온라인 소통이 급증하면서 코로나 대유행(corona pandemic)보다 더 무서운 ‘인포데믹(infordemic)’, 즉 ‘정보전염병’ 현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음모론에 따른 가짜뉴스에는 황당한 것이 많았다. 미군의 독일 소재 CIA 전산센터 습격설, 이탈리아 로마 주재 미 대사관의 부정개표 주도설, 이와 연관된 교황 체포설 등이 대표적이다. 미군의 CIA 전산센터 습격설은 토마스 매키너니 퇴역 공군 중장의 인터뷰에서 나왔다. 지난 1월 초에는 바이든,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등을 체포해 부정선거 관련 자백을 받아냈다는 주장도 나왔다. 모두가 부정선거 전모를 밝히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벌인 비밀 군사작전의 결과라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국내 문제 때문에 군대를 동원해 다른 나라에 있는 CIA 비밀기지의 컴퓨터 서버를 탈취한다든가 교황을 체포한다는 것은 국제법은 물론 국내법에도 허용되지 않는다.
   
   음모론자들은 온라인 투표 시스템과 자동개표기 운영사인 ‘도미니언(Dominion)’이 중국 정부 소유라고 주장해왔다. 그들은 미군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관리하는 스페인 회사 ‘스키틀(Scytl)’의 서버에 침투하여 증거물을 확보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스키틀은 그 지역에 서버나 사무실이 없으며, 미군은 프랑크푸르트 소재 CIA 전산센터를 급습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했다. 트럼프 측이 요구한 경합주의 재검표도 모두 투표지를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그 결과 바이든 표가 더 많이 나오는 등 개표 조작이 없었던 것이 밝혀졌음에도 그들은 개표 조작용 서버를 탈취했다는 주장을 퍼뜨렸던 것이다.
   
   음모론자들은 처음에는 경합주에서 선거 결과가 뒤집혔다고 주장하다가 “연방대법원에서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고 하더니, 연방대법원에서 소송이 기각되자 “사실 트럼프의 노림수는 연방대법원이 아니라 (계엄령 이후의) 군사법정”이라고 계속 말을 바꾸었다. 그들은 의사당 점거 폭동에 대해서도 책임전가만 했다. 즉 사망한 여성이 실제로 죽지 않았다거나, 의사당 난동 세력은 극좌파인 안티파(Anti-Fa)라는 주장을 폈다. 트럼프가 플로리다로 떠나기 전까지도 그들은 트럼프가 계엄령 선포, 폭동진압법 발동, 딥스테이트 관련 정보 공개 등을 통해 바이든, 오바마 등 수천 명의 ‘반역자’를 체포 단죄할 결정적 순간이 임박했다는 주장을 계속해왔다.
   
   세계 주요 언론은 이 같은 미국발 가짜뉴스를 다루지 않았다. 팩트 체크를 통해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미군의 CIA 서버 습격설을 처음 퍼뜨린 사람은 영국 음모론자 마이클 슈림튼이다. 그는 독일의 나치 잔재 정보기관이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일으켰다고 했고, 2012년 영국 런던올림픽 때도 나치 잔재들이 핵폭탄을 터트린다고 했던 인물이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미국에서 투개표 부정이 벌어지고, 그것도 야당이 주도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트럼프 측은 30여건의 선거부정 소송을 각급 법원에 제기했지만 줄줄이 기각되거나 패소했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광범위한 선거부정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는 “부정선거 주장은 음모론에 불과하다”고 했으며, 트럼프 측근이고 선거보안 책임자인 사이버보안국(CISA) 크리스 크렙스 국장도 선거부정 핵심 주장의 하나인 투표시스템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마크 트웨인은 “우리를 곤경에 빠뜨리는 것은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이 아니라,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확신하는 것”이라고 했었다. 그 같은 완고한 확신 때문에 중세 암흑시대도 아닌 오늘의 미국에서 음모론이 나라를 뒤흔들었던 것이다.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던 트럼프가 문제였지만, 그를 영웅시하고 상대세력을 악마로 보던 맹종자들도 문제였다.
   
   지난 몇 달간 한국 일부 보수 유튜버들은 트럼프의 재선을 확신하며 미국에서 떠도는 온갖 가짜뉴스를 그대로 전달했다. 그 과정에서 바이든을 사악하고 정통성 없는 ‘가짜 대통령’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트럼프가 재선되면 4·15총선 결과까지 뒤집어줄 것으로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의 선거 뉴스를 전하면서 한편을 무조건 편들고 다른 편을 적대시한 것은 중대한 문제다. 국내 선거에 대해 이처럼 많은 편파적인 가짜뉴스를 내보냈다면 명예훼손으로 고발됐을 것이 분명하다. 동맹 옹호를 외치던 사람들이 이제 반미 시위에 나서지 않을까 우려된다.
   
   
▲ 시위를 벌이는 극우단체 큐어넌 회원들. photo 뉴시스

   4·15총선과 미 대선은 중국 작전?
   
   한 유튜버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 중에는 이런 것이 있다. “4·15총선과 미국의 대선은 디지털 부정선거였으며, 이는 중국 공산당의 사활을 건 대작전의 결과이며, 주범은 내부에서 도움을 준 한국의 민주당과 미국의 민주당이다.” 한국 선거와 미국 선거에 사용된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 중국 공산당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이 유튜버는 부정선거라는 불의를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기 위해 투쟁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권에 분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냉정을 잃고 무리한 주장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 보수에서 트럼프에 대한 맹목적 지지가 높아진 것은 재미 한인, 미국 내 친트럼프 성향의 중국계 매체, 그리고 한국 내 일부 교회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지난해 9월 미주 중앙일보가 재미 한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트럼프를, 35%가 바이든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 한인은 기독교인이 많으며, 또한 트럼프 지지층에 기독교인이 많기 때문에 재미 한인들 중 딥스테이트 음모론을 믿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기독교 가치를 파괴하려는 세력들로부터 이를 지켜내는 수호자”로 인식되면서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 공산당에 대해 극도의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재미 한인들의 친트럼프 성향은 에포크타임스(the Epoch Times), NTD TV 등 파룬궁계 매체의 영향도 크다고 본다. 파룬궁이 중국에서 탄압받고 있기 때문에 이들 매체는 중국 공산당에 매우 적대적이며, 그래서 트럼프를 적극 지지해왔다. 이들 매체가 한국어로도 보도하고 있기 때문에 재미 한인들은 물론 한국의 우파 유튜버들도 트럼프 측 음모론에 쉽게 동조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일부 기독교도들도 미국발 음모론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경북 상주 BTJ열방센터 운영자인 ‘인터콥’ 대표 목사의 설교를 JTBC 탐사프로그램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딥스테이트 음모론’ 그대로다. 예컨대 이런 내용들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빌 게이츠의 지구 장악 프로젝트다.’
   
   ‘빌 게이츠, 힐러리, 오바마 등은 루시퍼(악마 혹은 타락한 천사)와 같다. 이들이 딥스테이트를 만들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들이 퍼트린 바이러스이며, 인류에게 ‘치료용 백신’이란 것을 주입해 DNA를 변형시켜 노예로 만들려 한다.’
   
   ‘감기에 불과한 코로나19를 두려워할 필요 없다. 백신은 절대로 맞으면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4월 빌 게이츠와 코로나19 협력을 약속했다. (딥스테이트와) 같은 편이다.’
   
   
   ‘인터콥’ 목사가 퍼나른 딥스테이트 음모론
   
   지난해 9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의 트럼프 지지는 16%, 바이든 지지는 59%로 나타났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일부 보수 유튜브 방송은 친트럼프 일색이다. 그래서 더 많은 대중으로부터 극우보수로 외면받게 됐는지도 모른다. 사실 트럼프가 한국 보수가 존경할 수 있는 인물인지도 의문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4년간 2만건 이상의 거짓 또는 오해 소지가 있는 주장을 했다. 진실과는 거리가 먼, 거짓과 오해를 포괄하는 음모론은 그의 정치적 무기였다고 한다. 그러나 반작용으로 그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중도층과 젊은층이 바이든 지지로 돌아섰던 것이다.
   
   보수는 정상을 중시하지만 트럼프는 비정상이고 돌연변이다. 비정상을 선호하는 보수주의란 없다. 트럼프를 ‘보수’라고 여긴 것 자체가 한국 일부 강경보수의 ‘철학 빈곤’을 말해준다.
   
   기존 언론이 권력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우리의 ‘자유언론’ 유튜브는 보수층에 가뭄의 단비였다. 그런데 일부 유튜버들은 유지비를 벌기 위해 구독자를 확대해야 했고, 그래서 강성보수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과격하고, 과장되고, 근거가 희박한 내용들을 내보냈다. 특히 미국 대선 과정에서 미국발 가짜뉴스를 확대 재생산했다. 유튜버로부터 올바른 뉴스를 기대했는데 가짜뉴스를 쏟아냈던 것이다. 그 결과 일부 유튜버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유튜버들의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주장에 중독되면서 언론과 전문가와 야당 인사들의 합리적 주장까지 배격하기에 이르렀다.
   
   국가의 운명이 기로에 놓여 있는 이때 먼 나라의 정치 논란에 일방적으로 관여하며 관심과 에너지를 빼앗기고 있다면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유튜브 방송이 약이 되기도 하지만 독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대중들로부터 외면받은 일부 유튜버들은 그동안 자신들의 실책에 대해 자성하고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또한 가짜뉴스에 현혹됐던 사람들도 뼈저린 교훈을 얻어야 할 때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