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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5호] 2021.02.08

게임스톱發 계급전쟁… 초엘리트들의 반란

▲ ‘게임스톱’ 개인투자자들이 모여든 온라인 투자 게시판 ‘월스트리트베츠’를 상징하는 그림.
미국에서 비디오게임 유통체인점인 ‘게임스톱(GameStop)’의 주식을 놓고 헤지펀드와 한 인터넷사이트를 중심으로 집결한 개인투자자들 간의 공매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게임스톱 주식을 집중 매수하여 주가를 끌어올리는 개인투자자들이 큰 순익을 올리는 반면 주가 하락에 베팅한 헤지펀드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헤지펀드들의 탐욕스러운 투자 관행, 세대 갈등, 엘리트 논쟁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논란으로까지 여파가 번지고 있다.
   
   
   일용직, 보험외판원들 모인 ‘월스트리트베츠’
   
   사태의 주인공은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디트(Reddit)’의 하위 게시판인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에 집결한 개인투자자 수백만 명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일용직, 보험외판원으로 알려져 있다. 상대편인 월가의 헤지펀드 종사자들은 대부분 명문대학에서 경제학, 컴퓨터공학, 수학 등을 전공하여 이른바 ‘로켓과학(rocket science)’으로 무장한 엘리트이다.
   
   두 세력이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게임스톱’은 사실 별 볼일 없는 업체다. 비디오게임의 온라인 판매가 늘어나고 팬데믹으로 가게를 찾는 고객이 급감하면서 손실이 가중돼 왔다. 2013년 55달러 수준이던 주가는 지난해 중반에는 4달러까지 떨어졌다. 올 초 ‘게임스톱’의 주가는 18달러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큰손들이 게임스톱 주식을 매입하고 주식 소각을 추진한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게임스톱’에 달려든 대표적인 월가의 헤지펀드는 멜빈캐피털이다. 이 헤지펀드는 ‘게임스톱’의 주가 하락에 공매도(short selling)하였다. 헤지펀드는 공매도를 통해 단기간에 큰 수익을 거두는 것이 목표이다. 주가를 목표치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으면 더 확실하다. 이 때문에 헤지펀드들은 공동행동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여러 헤지펀드가 동시에 하락에 베팅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부자거래 등으로 처벌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파산위기에 몰렸던 멜빈캐피털에 30억달러를 지원한 월가의 큰손 스티브 코헨도 2018년 내부자거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며 배상금으로 18억달러를 내기도 했다. 반대로 단번에 거액을 동원하여 주가를 조정할 능력이 없는 개인이 공매도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어느 나라에나 있는 많은 온라인 주식 토론방에서 가장 권장되는 투자 방식은 워런 버핏의 가치투자이다. 유망한 주식에 투자하여 장기보유하라는 것이다. 버핏이 항상 말하는 3대 성공투자법이 있다. “첫째, 돈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둘째, 셋째도 돈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버핏은 개인이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위험하다며 인덱스에 투자하라고 권한다.
   
   
▲ 뉴욕 증권거래소

   “게임스톡에 욜로하고 다이아몬드핸드가 되라”
   
   그런데 ‘월스트리트베츠’에 가서 버핏이 강조하는 이런 투자방식을 이야기하면 강제퇴장당한다. ‘월스트리트베츠’는 주식투자로 단기간에 큰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모인 사이트이다. 이들은 옵션거래에 대해서만 토론한다. 가치투자를 이야기하는 것은 금기이다. 문화적으로도 평범한 문화(normie culture)에 반대한다. 버핏 스타일의 안전한 가치투자가 바로 나이 든 베이비부머들의 ‘평범한 문화’라고 볼 수 있다.
   
   단기간에 큰돈을 버는 것이 목표인 만큼 ‘월스트리트베츠’ 회원들은 최대한 많은 돈을 리스크가 가장 큰 곳에 베팅한다. 회원의 전 재산을 단 하나의 위험한 종목에 투자하도록 권한다. 이러한 투자를 통해 실패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옵션 투자로 큰돈을 번 회원들의 성공담이 올라오면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며 열광적인 분위기가 형성된다. ‘월스트리트베츠’ 회원들의 옵션거래가 급증한 또 하나의 원인은 바로 주식 거래 스마트폰 앱인 ‘로빈후드(Robinhood)’ 덕분이다. ‘로빈후드’를 통해 개인들이 수수료 없이 손쉽게 옵션 거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루 옵션거래량은 2020년 초 2000만개에서 후반에는 6000만개로 급증했다.
   
   옵션거래를 둘러싸고 ‘월스트리트베츠’ 회원들 간에 이루어지는 토론의 내용은 사실 월스트리트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와 조어가 동원된다. 예컨대 가진 돈을 모두 한 종목의 옵션에 투자하는 것은 ‘욜로(YOLO)’라고 표현된다. 우리말로 ‘몰빵’이나 ‘영끌’에 해당한다. 순익을 거두거나 손실을 보거나 안 팔고 보유하는 것, 우리말로 ‘존버’쯤 되는 은어가 ‘다이아몬드핸드(Diamond hand)’이다. 반대로 이익이 극대화하기 전에 파는 것을 ‘페이퍼핸드(Paper hand)’라고 한다. 그런데 ‘월스트리트베츠’ 회원들이 바로 “게임스톡에 욜로하고 다이아몬드핸드가 되라”고 권유하면서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베츠’ 회원은 현재 500만명, 1주일 조회수는 10억을 넘는다. 이들이 서로 권유를 따른 결과 헤지펀드들처럼 단기간에 거액을 동원하여 게임스톡 주가를 조정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덕분에 게임스톡 주가가 올 들어서만 1700% 급등했다. “600달러 투자 2주 만에 13만달러가 되었다” “8만달러 투자해서 120만달러가 되었다” 등 동화 같은 성공담이 게시판에 줄을 이었다. 게임스톡을 권했던 키스 질이라는 사람은 3300만달러를 벌었다.
   
   반대로 게임스톱 주가 하락에 공매도했던 헤지펀드들은 벼락거지가 될 판이다. 게임스톡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5000만주를 공매도했던 멜빈캐피털은 파산위기에 몰렸다. ‘월스트리트베츠’ 토론방에는 헤지펀드들의 손실액이 최소 700억달러라는 주장이 올라왔다. 아직 정확한 손실액은 파악되지 않는다. 상환기간에 몰린(short squeeze) 헤지펀드들은 20배 급등한 주식을 사야 한다. 이 때문에 헤지펀드들이 서둘러 다른 자산매도에 나선다면 가뜩이나 거품 논란을 일으키는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로서는 참으로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가 분노 자극한 초엘리트들의 반란
   
   결국 개인투자자들로부터 ‘헤지펀드의 입’이라는 악평을 듣는 미국의 CNBC 방송이 나섰다. 이 방송은 지난 1월 26일 월가 투자자들의 말을 인용, “팬데믹 이후 지급된 재난지원금으로 할 일 없는 사람들이 옵션 투자에 몰리는 바람에 잘못된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CNN 방송은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변동성이 극대화된 주식시장과 일반인들의 손쉬운 옵션거래 등의 원인을 추가했다. CNN은 문제의 ‘래디트(Reddit)’ 사이트에서 2016년 대선 당시에 열성적인 트럼프 지지자들이 활동했으며 ‘월스트리트베츠’에는 동성애를 혐오하는 용어들이 난무한다고 비판했다. CNN은 1월 28일 ‘게임스톱 주가 급등은 트럼프주의 때문이다’라는 제목의 방송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엘리트를 향한 대중의 분노를 자극한 것과 이번 사태가 관련이 있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이 방송은 트럼프의 2018년 연설을 끄집어냈다.
   
   “돈이 더 많고, 머리도 더 좋고, 집도 더 좋고, 아파트도 더 좋고, 보트도 좋은 걸 갖고 있으면 남들보다 더 현명하고 엘리트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여러분이 더 열심히 일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여러분이 그들보다 정말 더 현명합니다. 이제부터는 우리를 초엘리트(super-elite)라고 부릅시다. 우리가 바로 슈퍼엘리트입니다.”
   
   CNN은 트럼프가 엘리트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촉발시키는 방법으로 정치적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CNN은 전문투자자들이 게임스톡의 주가가 고평가되었다고 판단하여 하락에 공매도한 것이 당연한 일이며, 이것이 “현대 주식시장이 운용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월스트리트베츠’를 이용하여 아마추어들이 전문가들에게 ‘반란’을 일으켜 게임스톱 주식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엘리트들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반란을 촉발한 것과 같다는 의미이다. CNN은 게임스톡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등했지만 결국은 떨어지게 되어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일시적 분노 표출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게 다 트럼프 때문”이라고 뉴스를 마무리했다.
   
   
▲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된 ‘게임스톱’ 매장. photo 뉴시스

   빅텍들, 로빈후드 비판 콘텐츠 삭제
   
   미디어들은 ‘월스트리트베츠’를 통한 집단행동으로 주가를 급등시키는 일의 적법성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증권감독위원회(SEC)와 백악관은 “모니터 중”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난 1월 28일 옵션거래 앱인 ‘로빈후드’는 게임스톱 주식을 팔 수는 있지만 살 수는 없게 만들었다.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기 위한 조치였다. 그 사이에 헤지펀드들은 또 게임스톡 주가 하락에 공매도하였다. 하루 동안 주가가 실제로 하락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월스트리트베츠’ 회원들이 들고일어났다. 헤지펀드들이 돈을 버는 방식으로 일반인들이 돈을 벌자 정부가 규제하고 있다며 관련자들을 감옥에 처넣어야 한다고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베츠’ 회원들은 ‘로빈후드’를 상대로 소송을 걸고 ‘계급전쟁’이라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도 ‘빅텍’이 나섰다. 구글은 ‘로빈후드’를 비판하는 콘텐츠를 하루 동안 10만개나 삭제했다. 페이스북도 ‘로빈후드’를 비판하는 토론 페이지들을 삭제했다.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라는 이유였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계정을 ‘부정선거라는 잘못된 정보’ ‘혐오 발언’ ‘인종주의’ 등을 이유로 삭제했던 것과 흡사한 조치다.
   
   이번에는 보수파 방송인 폭스뉴스가 나섰다. 폭스는 우파 방송인인 러시 림보를 인용, “엘리트들이 일반인들이 돈을 버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정치 기득권층이 보통의 미국인을 억압하는 정치와 똑같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림보는 “트럼프가 선거에 승리하여 딥스테이트를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듯이 당신이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면, 그들이 당장 들이닥쳐 당신을 쓸어버릴 것이다.… 그들은 당신을 파괴할 것이다. 이게 지금 ‘게임스톱’과 관련해 일어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미디어, 빅텍에 이어 정치인들도 가세했다. 민주당 내에서 엘리자베스 워런 전 상원의원과 오카시오 코르테즈 같은 좌파 인사들이 월가의 탐욕스러운 행동을 비난하고 나섰다.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1월 28일 ‘로빈후드’에 대한 상원청문회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게임스톡 사태가 전개되는 양상을 보면 월가의 헤지펀드, 메인스트림미디어, 빅텍 등이 한편이고 반대편에는 ‘월스트리트베츠’ 회원들을 중심으로 한 일반 투자자, 폭스뉴스 등 보수 미디어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사태는 한편에서 보면 ‘반란’이고, 반대편에서 보면 ‘엘리트 기득권층의 특권 유지’일 뿐이다. 두 진영으로 나뉜 채 평행선을 달리는 미국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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