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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5호] 2021.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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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터뷰]‘와인 스펙테이터’ 선정 최고 와인 만든 스페인 와이너리 CEO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silkroad100@gmail.com

▲ 와인 전문잡지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2020년 세계 1위 와인인 스페인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의 CEO 빈센테 사가리가 회장.
언제부턴가 10대 뉴스를 넘어 100대 뉴스가 기본 상식으로 정착돼 가는 느낌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2004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타임 100’에서 보듯, 매년 연말 쏟아지는 뉴스의 주인공들이 100명에 달한다. 넓고도 깊은 글로벌 시대에 맞는 숫자지만, 100명이나 되는 올해의 인물을 전부 기억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10대 뉴스도 떠올리기 어려운데 50대, 100대 뉴스는 도저히 무리다. 그러나 적어도 필자에게는 예외적인 영역도 있다. 100이란 숫자와 함께 등장하지만, 꼼꼼히 챙기면서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비교 분석하는 뉴스가 하나 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와인 전문잡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가 매년 12월 말 발표하는 올해의 ‘톱 100’이다. 와인 스펙테이터가 맛본, 전 세계 와인 품평회의 최종결과 발표다. 1위에서 100위까지,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와인 리스트가 전 세계에 일시에 퍼져나간다. 필자의 연례행사지만, ‘톱 100’ 가운데 이미 맛을 본 것이 있는지, 앞으로 어떤 것을 사서 맛볼지를 꼼꼼히 살핀다.
   
   전 세계 수많은 와인 전문잡지 가운데 와인 스펙테이터 품평 결과가 그렇게 대단하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그렇다’가 답이다. 와인 스펙테이터가 가진 절대적 권위와 영향력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연말 발표되는 ‘톱 100’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와인 업계의 바이블이라고나 할까? 전문가의 평가와 무관하게 ‘마이 웨이(My Way)’만을 고집하는 사람에게는 상관이 없겠지만, 레스토랑의 경우 미쉐린 가이드북, 와인은 와인 스펙테이터라 보면 된다.
   
   스페인 와인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Bodegas Marqués de Murrieta·이하 무리에타)’는 2020년 선정된 글로벌 최고 와인 브랜드다.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세계 최고 와인을 창조해낸 곳이다. 구체적으로 스페인 북동쪽 리오하 지역 이가이(Rioja Castillo Ygay)에서 탄생한 2010년산 빈티지(Vintage)가 세계 최고 와인 자리에 올랐다. 한 병에 139달러에서 출발하는 고급와인으로, 100점 기준 96점을 받아 전 세계 와인 최고봉에 올라섰다.
   
▲ 스페인 북동쪽 리오하 지역 이가이에 있는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의 와이너리. photo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

   와인 스펙테이터가 선정한 ‘톱 100’ 와인 리스트에 들어간다는 것은 입도선매로 품절이 된다는 의미다. 무리에타 2010년산 와인도 글로벌 최고 정상에 올랐다는 소식과 함께 곧바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장에서 사라졌다. 와인이 투자대상이 된 지는 오래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 온라인 장터에 드물게 나온 무리에타 2010년산 와인 가격을 보면, 이미 350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레스토랑에서 마실 경우 병당 1000달러는 넘어선다고 볼 수 있다.
   
   당연하지만, 와인은 혀만이 아닌 지식, 지혜, 역사, 자연 그리고 정열의 합작품이다. 어떻게 전 세계 최고봉에 올라설 수 있었는지, 어떤 배경과 역사를 갖고 있는지를 안다면 한층 더 깊은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다. 측면이 아닌 정면 공격을 통한 와인 이해법이라고 할까? 직접 스페인 리오하 와인 현장의 최고 전문가를 통하는 것이 글로벌 넘버1 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지름길일 듯하다. 철저한 가족경영을 통해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무리에타의 최고경영자 빈센테 사가리가(Vicente Cebriān-Sagarriga) 회장은 그 같은 조건에 맞는 최적의 인물이다. 줌을 스페인으로 연결해 빈센테 사가리가 회장을 호출했다. 이 와인 장인에게 무리에타 2010년산 빈티지 창조에 얽힌 얘기와 스페인 와인의 매력에 대해 물어봤다.
   
   - 당신의 와인이 전 세계 최고가 됐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가.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하다는 느낌이다. 내가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사람들이 나의 삶을 무시하지 않고 존경의 눈으로 봐준다는 것이 너무도 감격적이었다. 2010년산 빈티지만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모든 와인에 해당하지만, 나는 최선의 노력과 도전을 통해 최고의 와인을 만드는 데 주력해왔다.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행복이 아니라, 정열을 쏟아부어 만든 결과물이기에 세계 최고라는 영예를 얻은 듯하다.”
   
▲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는 1852년 스페인 장군이자 귀족이 만든 와인 제조사다. 와이너리 초창기의 사진.

▲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의 현 경영진은 1983년 와이너리를 인수한 현 빈센테 사가리가 회장(오른쪽)의 아버지(가운데)로부터 출발한다.

   - 세계 최고의 와인이 될 것이란 예감이 있었나. “주변에 강조하는 말이지만, 항상 꿈을 가져야 한다. 나는 열심히 그리고 진지하게 일해 왔다. 최고 품질의 와인을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일했다. 적당히 만들어 돈이나 버는 식의 와인 비즈니스가 아니다. 세계 최고 품질을 성취하려는 꿈이 없다면 결과도 뻔하다. 가족과 직원 모두에게 ‘우리는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면서 꿈을 키워 왔다.”
   
   와인 스펙테이터 2020년 ‘톱 100’ 가운데 10위권을 보면 무리에타가 유일한 스페인산 와인이다. 프랑스·이탈리아라는 양대 축을 중심으로 미국 와인이 끼어든 3파전이 글로벌 최고 수준 와인의 경연장이다. 그런 3파전을 뚫고, 변방을 지키던 스페인 와인 무리에타가 1위에 오른 것이다. 사실 와인을 등수로 표현해 1등, 2등으로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1위 맛이 2위보다 나을지 여부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순위를 통해 알 수 있는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 상위에 오른 와인일수록 한층 더 노력하고, 전통을 지키면서도 변화에 맞춰 품질 개선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1위는 맛만이 아니라, 와인 하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을 고려해 결정한다. 가족과 전통은 순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상수 중 하나다.
   
   - 당신의 회사는 가족경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와인에 얽힌 가족사를 알고 싶다. “나의 아버지(Vicente Cebrián)는 와인 장인이자 비즈니스맨으로 오랫동안 일해 왔다. 아버지가 리오하 무리에타의 와이너리를 구입한 것은 1983년이다. 1852년 이래 와인을 만들어온 무리에타 소유주로부터 포도밭과 저장시설과 주택 전부를 구입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1986년, 무리에타에 온 지 3년 만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당시 아버지는 47살이었고, 나는 대학생으로 24살에 불과했다. 여동생이 3명이 있는데 어머니도 젊은 나이에 혼자가 됐다. 한순간 가장이 되면서 아버지가 벌여놓은 일을 이어나가야만 했다. 아버지는 와인만이 아니라 부동산이나 다른 사업도 하고 있었다. 나는 와인 하나에 모든 걸 걸기로 마음먹었다.
   
   최고 와인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전부 6000만달러를 와이너리에 투자했다. 2021년은 나에게 아주 중요한 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지 25년 만에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내가 와인 장인이자 경영에 뛰어든 지 25년 만에 얻어낸 감격이자 환희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나는 오직 와인 하나만 보고 걸어왔다. 아주 적은 양의 와인을 생산하지만, 마침내 세계 최고급 와인 생산지라는 명성을 갖게 됐다고 생각한다.”
   
▲ 와인 스펙테이터가 2020년 세계 1위 와인으로 선정한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 2010년 빈티지.


   빈센테 사가리가가 경영하는 무리에타는 원래 1852년 당대의 스페인 장군이자 귀족이 만든 와인 제조사다. 리오하에 처음 세워진, 주변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와인 제조사다. 흥미로운 것은 스페인 와인과 프랑스 보르도 와인과의 접점이다. 무리에타가 세워질 당시 리오하에는 보르도 출신 와인 장인들이 넘쳐났다고 한다. 19세기 중엽부터 프랑스 포도나무들은 뿌리에 기생하는 해충이 생기면서 대부분 고사한다. 당시 보르도를 중심으로 프랑스 포도나무의 대부분이 아메리카 신대륙에서 갖고 온 새로운 묘목으로 교체됐다. 수확량도 많고 맛도 좋기 때문에 신대륙 포도 묘목이 보르도와 프랑스 전역에 퍼져나갔다. 그러나 이 역시 곧바로 해충에 시달리면서 와인 생산이 일시에 중단된다. 그 결과 스페인 리오하 지방이 보르도 와인 장인들의 새로운 은신처로 떠올랐다.
   
   리오하 지방은 보르도에서 시작되는 프랑스 가톨릭 신자를 위한 스페인 성지순례의 중간지역에 해당한다. 프랑스인 기준으로 보면 당시 리오하 지방의 와인은 수준 이하였다. 오크배럴을 안 쓰고 생산 즉시 마시는 와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프랑스 와인 장인들은 해충으로 파괴된 보르도의 대체지역으로 생각하면서 리오하에 밀려들었다. 따라서 리오하 와인이 오늘날 수준으로 한 단계 뛰어오른 출발점은 사실상 보르도에서 왔다고 볼 수 있다. 1852년 문을 연 무리에타도 보르도 와인 장인들의 손에 의해 보르도 제조기법에 따라 운영돼 왔다.
   
   - 다른 업종과 비교해 와인 비즈니스만이 갖는 특징이나 특성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와인 비즈니스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빠르게 변해가는 업종이다. 아주 개성이 강하고 특이하다. 가장 다른 점은, 항상 상품, 즉 와인과 직접 만나야만 한다는 점에 있다. 만들고 난 뒤 그냥 소비자에게 던져지는 것이 아니라, 항상 주목하고 신경을 써야만 하는 상품이란 점에서 다르다. 와인은 인간과 똑같은 살아 있는 생명체다. 살아 있기 때문에 변화에 민감하다. 따라서 항상 주목해야만 한다. 대화를 나눠야 하고 애정을 갖고 대해야만 한다. 말을 하고 듣고, 최종 소비자의 테이블에 올려지고, 마신 뒤의 감상을 기록하는 모든 과정이 비즈니스다. 단기가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의 대화라는 점도 특이하다. 와인의 최고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관심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상대를 완전히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 비즈니스다. 만약 그런 과정 속에서 한 부분이라도 게을리한다면 최고의 와인에서 멀어진다. 와인이 창조해내는 ‘균형(Balance)과 조화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 균형과 조화는 와인만이 아니라 인간, 회사, 사회 모두에 필요한 중요한 부분이다.”
   
   - 전 세계적으로 스페인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페인 와인만의 맛이나 멋, 나아가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질적 수준에 주목할 경우 스페인 와인이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비해 특별히 다르다고 볼 수 없다. 최고(High Quality) 와인은 나라와 지역을 초월한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에 관계없이 최고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의 정열이나 노력, 환경이란 각도에서 보면 크게 다를 바 없다. 물론 나라에 따라 다른 정체성, 성격, 캐릭터, 스토리 같은 것은 있을 수 있다. 수많은 와인이 출시되면서 백인백색의 맛과 얼굴을 만날 수는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본 스페인 와인의 특징을 굳이 얘기하자면, 질적 수준과 가격과의 관계에 관한 부분으로 압축될 수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이미 오래전부터 브랜드 지명도를 높이면서 판촉활동에 들어갔다. 덕분에 두 나라의 와인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 과정에서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스페인도 뒤늦게 지명도를 높이려는 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질적 수준과 가격을 비교해 보면 프랑스나 이탈리아보다 평가절하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질적 수준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점이 스페인 와인의 특징 중 하나다. 그 같은 스페인 와인의 상황은 차세대 와인문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장점이란 말이다.”
   
   빈센테 사가리가 회장은 유럽의 상황이라는 단서를 달고 “젊은이들의 음주문화가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와인을 멀리하는 것이 스페인을 비롯한 요즘 젊은이들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교적 싼 가격에 높은 품질을 접할 수 있는 스페인 와인은 유럽 젊은이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스페인 와인을 통해 고품질의 와인을 젊은이들이 경험하면서 와인문화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스페인 와인이 자랑하는 다양한 지역, 배경, 스토리를 통해 젊은이에게 파고들어 갈 수 있다. 사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베트남, 나아가 미국을 포함한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스페인 와인붐이 생기는 이유는 바로 그 같은 배경에서 설명될 수 있다. 내가 만드는 와인은 그 같은 점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미 전 세계를 아우르는 판매시장도 갖고 있다. 무리에타가 리오하에 세워진 것은 19세기 중반이다. 2022년 무리에타 와인 창립 170년 기념식을 통해 나의 와인이 전 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라 믿는다.”
   
▲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의 와인 숙성실. 미국산 오크배럴을 통해 숙성해 연간 7500케이스(9만병)를 생산한다.

   빈센테 사가리가는 무리에타 와인의 대부분이 미국산 오크배럴을 통해 숙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산의 경우 유럽산 특히 프랑스산 오크배럴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 답을 준 것은 무리에타 해외판매담당 아서 랭커세잉(Arthur de Lencquesaing)이다. “프랑스 오크의 경우 맛이 타이트(tight)하고 민트(mint)하며 탄닌(tannins)이 높다. 이에 반해 미국산 오크는 맛이 라운드(round)하고 스무스(smooth)하며 바닐라 향이 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프랑스 보르도 출신인 아서 랭커세잉의 설명을 들으면서 와인의 맛과 멋을 다루는 표현방식에 관심이 갔다. 영어로 들으면 어떤 맛인지 시각적 느낌은 오지만, 한국어로 풀이해서 이해하기가 참 어렵다. 와인은 형용사뿐만 아니라 명사, 대명사, 심지어 부사도 적절히 사용해야만 파악할 수 있는 기호품이다. ‘언어 연금술=와인의 맛과 멋’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와인 스펙테이터가 표현한 무리에타 2010년산 빈티지 평가서를 읽어보자. ‘성숙한 맛. 라운드(round)한 붉은 맛은 전통에 기초해서 탄생한 것이다. 오렌지 껍질과 건조한 맛의 체리(cherry), 숲속의 바닥, 바닐라 향에다 검은 홍차 냄새가 조화롭게 얽혀서 라운드(round)한 탄닌(tannins)과 밀감의 산미를 더해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화기애애(generous)하고도 품위 있고 활기찬 조화와 균형이 돋보인다. 템프라니요(tempranillo)와 마수엘로(mazuelo) 포도를 배합해 만들어진 와인으로 앞으로 2030년까지 보존하면서 마실 수 있다. 전부 7500케이스(9만병) 생산.’
   
   - 18살 때부터 와인 비즈니스에 직접 뛰어들었다고 들었다. “대학에 입학했던 해 어느날 아버지에게 불려갔다. 수출담당 직원이 그만두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다. 새로 누군가를 고용했는지 물어봤는데 아버지의 답은 간단했다. ‘오늘부터 네가 수출담당 일을 해라.’ 당시 나는 아버지와 거리를 갖기를 원했다. 대학생이 된 이상 공부를 해야만 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명령으로 수출담당 일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덕분에 18살 나이에 이미 50여곳의 판매처를 돌아다니고 외국 방문도 많이 했다. 어렵고 힘들었지만, 아주 특별하고도 신기한 경험을 많이 했다.”
   
   - 특별히 한국인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리에타 브랜드를 신뢰해 주길 바란다. 더불어 나의 가족과 역사, 그리고 스페인 리오하의 전통을 믿어 달라는 말도 전하고 싶다. 나를 포함한 직원 모두는 매우 진지하고도 정직하며 열심히 일한다. 나의 와이너리는 170년의 역사를 가진 곳이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씨를 뿌리고 수확한다. 그러나 나는 결코 현재의 수준에 만족하지 않는다. 현재 내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미래에 등장할 최고의 와인 창조에 모든 것을 걸 것이다. 와인의 질적 향상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 약속건대 나는 상황이 되는 대로 한국으로 달려가 한국 와인 애호가들과 대화를 갖고 그들의 기대와 요구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앞으로도 최고의 와인을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것을 약속한다.”
   
   - 마지막으로 짧은 질문 하나를 던지고 싶다. 당신이 처음으로 와인을 마신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하는가. “아버지가 살아 있다면 감옥에도 갈 수 있기에 비밀로 하겠지만(웃음), 6살 때 처음으로 와인을 대했다. 마신 것이 아니라 혀에서 느낀 뒤 곧바로 뱉어내는 테이스팅을 경험했다. 혀의 미각을 훈련시키기 위해 아버지가 나에게 와인을 권했던 것이다. 사실 나의 아버지도 나와 똑같은 경험을 어릴 때 했다고 한다. 우리 부자는 모두 어릴 때부터 우유통에 우유가 아니라 와인을 넣어 마시면서 컸다고 할까?”
   
▲ 마르케스 데 무리에타는 가족경영으로 이끈다. 경영의 주축인 빈센테 사가리가 회장과 여동생.

   인터뷰는 순식간에 끝났다. 영혼이 배어 있는 와인처럼 빈센테 사가리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인상 깊었다. 정열과 노력을 겸비한 사람과의 대화는 10월의 하늘처럼 높고 맑다. 세계 1위 와인이란 명예에 걸맞은 인물과의 인상 깊은 대화였다. 줌 비디오를 접고 인터넷을 여니 흥미로운 뉴스 하나가 흘러나온다. 지난해 한국에 수입된 와인이 전부 4만t에 달했다는 소식이다. 750mL 용량의 와인을 1인당 한 병씩 마셨다고 하면, 5300만명 분량인 셈이다. 한국 인구에 준하는 사람들이 와인 한 병씩을 마셨다고 볼 수 있다. 알게 모르게 전 세계 와인의 각축장으로 변한 곳이 한국이다. 편의점에 가면 와인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상석에 진열돼 있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 양(量)을 통한 출발이 먼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양의 집적을 통한 질(質)적 진화가 시작된다. 스페인 와인도 원래 양으로 통했던 것이 어느 틈엔가 세계 최고 품질로 올라섰다. 빈센테 사가리가와 가족의 땀이 밴 무리에타 2010년산 빈티지가 스페인 와인이 뚫고 나온 그 변화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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