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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6호]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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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통신]일본 ‘백신 대작전’의 신의 한 수

도쿄= 이하원  조선일보 특파원 leehawon@gmail.com 2021-02-24 오후 2:56:25

▲ 지난 2월 17일 일본 도쿄의료센터에서 한 의료종사원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확대를 억제하는 것과 동시에 도쿄올림픽 실현을 위해서도 빠뜨릴 수 없는 비장의 무기.”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2월 17일 일본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해 부여한 시대적 의미다. 그만큼 일본 전국에서 실시 중인 백신 접종은 도쿄올림픽 개최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앞으로 3~4개월 내에 백신 접종이 효력을 내지 못하면 오는 7월 23일 도쿄 국립경기장의 성화가 불을 밝힐지 확신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 시작은 일본 전 국민의 관심사였다.
   
   일본의 도쿄의료센터에서 지난 2월 17일 시작된 무료 백신 접종은 전국에 생방송됐다. 모든 석간신문의 1면 톱기사였다. 일본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제1호’로 기록된 도쿄의료센터의 아라키 가즈히로 원장은 방송에 나와 인터뷰를 가졌다. “처음 맞는 주사라서 어떤 것일까 하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프지 않아 마음이 놓였다”고 말한 것이 일본 전역에 퍼졌다.
   
   일본 정부가 한국보다 백신 접종에 앞서가는 것은 지난해부터 체계적으로 움직여온 결과다. 지난해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 늦고 불충분해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았던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백신 확보 및 접종이 관건이라고 보고 관련 대책을 서둘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는 지난해 8월 기자회견에서 “2021년 상반기까지 전 국민이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백신 접종을 위해 약 15조엔 규모의 추경예산을 확보하는 계획도 진행했다. 그 결과 일본은 지난해 말 전 국민이 맞을 수 있는 백신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화이자 1억2000만회분(6000만명), 아스트라제네카 1억2000만회분(6000만명), 모더나 5000만회분(2500만명) 등 총 2억9000만회분의 백신을 확보했다. 이는 일본 국민 1억2700만명이 모두 접종하고도 남는 분량이다. 백신 공급을 위해 영하 75도 이하로 유지되는 초저온 냉동고 3000대와 드라이아이스 등도 준비했다.
   
   일본 국회도 신속하게 움직였다. 일본 국회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백신의 접종 무료화를 핵심으로 하는 예방 접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접종으로 건강 피해가 생겼을 경우 손해배상을 대신 해주는 계약을 제약사 측과 맺을 수 있게 됐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백신 접종 성공 여부에 도쿄올림픽과 정권의 운명이 걸렸다고 판단했다. 올 초부터 최우선 순위를 백신 접종 개시에 두고 움직였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안전성과 효율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과학적인 견해에 입각해 백신 접종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불도저’ 고노 다로 백신 담당상 임명
   
   백신을 확보한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 승인 절차에 착수했다. 다무라 노리히사(田村憲久) 후생노동상은 화이자 백신에 대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최우선으로 심사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때부터 사실상 심사를 간략화해가며 ‘특례 승인’이 이뤄지도록 패스트트랙을 작동했다. 일본은 화이자가 해외에서 약 4만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할 때 참여했다. 화이자는 지난해 10월부터 일본인 수백 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지만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지난 2월 15일 화이자 백신을 승인해 이틀 뒤부터 접종이 시작되도록 했다.
   
   일본에서는 추진력이 강한 불도저 스타일의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상이 지난 1월부터 백신 담당상을 겸한 것이 ‘신의 한 수’라고 보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내년 2월 중순에 접종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스가 내각의 약속을 지키도록 기민하게 움직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2단계로 진행 중이다. 현재 실시 중인 접종은 의료종사자 4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선행접종’이다. 이들을 통해서 안전성을 먼저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애초 선행접종 대상으로 최대 2만명을 예상했지만 신청자가 많아 4만명으로 늘렸다. 이 중에서 절반인 2만명을 대상으로 2회의 접종기간에 걸쳐 매일 건강상태를 파악, 부작용 관련 데이터를 축적할 계획이다.
   
   선행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단계로 들어가 전국 의료기관의 종사자 370만명을 대상으로 접종을 실시한다. 일반인 중에서 가장 먼저 접종을 받게 되는 65세 이상 고령자 3600만명은 4월부터 주사를 맞는다.
   
   이어서 기초질환자(820만명), 요양원 등의 관련 시설 종사자(200만명) 등이 다음 접종 순위에 올라 있다. 각 지자체는 오는 3월부터 정해진 순서에 따라 주민에게 접종권을 개별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일본에서 접종 대상은 16세 이상이다. 강제조치가 아니어서 접종 거부도 가능하다.
   
   일본의 코로나19 환자가 지난 1월 긴급사태 발령 후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도쿄올림픽의 청신호로 읽힌다. 최근에는 하루에 1000명 안팎의 감염자가 나올 정도로 호전됐다. 2월 15일 일본 전역에서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는 965명으로 1000명 이하로 떨어졌으며 16일엔 1305명이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코로나19 긴급사태를 3월 초에는 해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3월 25일 시작하는 성화봉송을 앞두고 환자수를 하루에 두 자릿수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관건은 백신 접종이 도쿄올림픽 시작 전에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느냐다. 그때까지 모든 일본인이 접종받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약 60%가 접종 후 항체를 가져서 ‘집단면역’ 단계에 오를지 주목된다. 스가 내각은 4월 이후의 접종 계획에 대해서는 뚜렷한 일정을 밝히지 못해 불안감도 나오고 있다. 고노 다로 백신 담당상은 지난 2월 17일 올 상반기 접종 일정을 밝혀달라는 언론의 요청에 “현 상태는 4월 이후의 관련 계획을 밝힐 단계가 아니라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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