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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8호] 20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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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미얀마 K팝팬들 소셜미디어에 한글로 호소

김회권  기자 khg@chosun.com 2021-03-08 오후 2:53:32

▲ 2014년 4월 30일 미얀마 양곤 뚜워나 실내체육관에서는 한국과 미얀마의 문화 교류를 증진하기 위한 ‘K팝 콘서트’가 처음으로 열렸다. photo 뉴시스
딱 10년 전인 2011년 봄에 방문했던 미얀마는 멀고 낯선 곳이었다. 팬데믹 이전만 해도 한국인 관광객들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했다지만 당시에는 영사관에서 인터뷰까지 거쳐 비자를 받아야 입국할 수 있었다. 최대 도시인 양곤까지 가는 직항은 당연히 없었고 베이징과 쿤밍을 경유하는 비행기를 타고 1박2일을 날아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미얀마는 일본과 중국의 색깔이 진했다. 거리는 일본 색이 가득했다. 중고로 넘어온 일본 자동차가 도로를 채웠다. 중국은 ‘도시 전설’ 같은 풍문의 주인공이었다. 양곤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의 한 층 전체를 중국의 기업가들이 몰려와 빌렸다는 이야기, 미얀마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만달레이의 건물 중 상당수가 미얀마인 호적을 사들인 중국인들이 갖고 있다는 소문은 중국의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한국을 느낄 수 있는 장면도 몇몇 있었다. 수명이 다한 것 같은 중고 서울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는 한글을 그대로 품은 채 양곤까지 팔려와 매연을 뿜으며 시내를 달렸다. 구경차 들어간 매장의 TV에서 미얀마어 더빙판 대장금이 나오던 것도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기업도 정부도 ‘신남방정책’
   
   10년이 지난 2021년, 한국과 미얀마는 빠르게 가까워졌다. 시간이 흘렀어도 미얀마는 여전히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아니다. 쿠데타가 증명하듯 군부와 민간 정부의 갈등, 소수민족 문제, 북부 지방의 마약 문제 등 불확실성이 많다. 전기나 교통, 통신 등의 인프라는 부족하다. 외국인이 투자하려면 거쳐야 할 규제가 많다. 반면 그런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높은 잠재력을 품은 게 매력이다.
   
   잠재력의 근원은 자원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미얀마에 일찌감치 진출했던 기업은 대우인터내셔널이었다. 이를 인수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3년부터 미얀마의 쉐퓨, 미야 등 2개 해상 가스전에서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2019년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연간 최대 물량인 2162억㎥의 가스를 생산해 판매했는데 그해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70%에 달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 들어서는 현대중공업과 미얀마 가스전 3단계 개발을 위해 설계·구매·제작·설치·시운전(EPCIC) 계약을 맺은 상태다.
   
   자동차도 반제품 수출 방식으로 미얀마에 진출했다. 10년 전엔 국산 중고버스가 달렸지만 이제는 신차가 미얀마를 달린다. 현대자동차는 2019년 미얀마에 진출했는데 현대차의 현지 딜러 LVMC홀딩스가 양곤 산업단지에 세운 조립공장 ‘쉐대한모터스’에서 생산이 이뤄진다. 봉제도 대표적인 진출 사업이다. 미얀마에 진출한 국내기업은 약 250여곳인데 봉제 기업이 가장 많다. 코트라(KOTRA) 자료에 따르면 미얀마 내 한국 봉제 공장의 수는 약 80개이며 고용자 수는 약 10만명으로 미얀마 내 봉제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2020년 한국과 미얀마의 교역액은 10억7000만달러였고 아세안 국가 10곳 중 7위에 올랐다.
   
   2019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은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 국빈 방문했다. 한국 대통령이 7년 만에 미얀마를 찾은 자리였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1월 ‘신(新)남방정책’을 발표했다. 동남아 지역과 인도를 포함한 남아시아 지역에 외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특히 아세안, 남아시아 지역 국가들과 양자·아세안 중심의 다자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펼치는 외교 정책이다. 문 대통령은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과 만난 자리에서도 신남방정책을 강조했는데, 구체적으로 여러 제안이 등장했다.
   
   두 정상은 한국 기업의 애로사항을 전담해 처리하는 ‘코리아 데스크(Korea Desk)’를 만들기로 했다. ‘한·미얀마 통상산업협력 공동위원회’라는 고위급 정례 협의체도 출범시키기로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실시하는 최초의 해외 직접투자사업인 ‘한·미얀마 경제협력 산업단지’의 인허가 절차를 처리하는 원스톱서비스센터도 설치하기로 했다. 이 단지는 양곤 북부 지역인 흘레구에 여의도(290만㎡) 크기에 근접한 224만9000㎡ 규모로 조성된다.
   
   이런 포괄적 경협 흐름에 더해 문화적 교류는 양국의 거리감을 확 줄였다. 다른 나라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는데 ‘주몽’이나 ‘대장금’ 같은 드라마가 먼저 뚫고 K팝이 한류를 굳히는 모양새다. 2011년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미얀마의 스마트폰은 현재 80%가 넘는 보급률을 자랑한다. 앱을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감상하는 게 대세인 시대가 됐다. 미얀마 K팝 팬들이 즐겨 사용하는 뮤직앱은 JOOX다. 한국에서 매년 열리는 멜론뮤직어워드(MMA)와 엠넷아시아뮤직어워드(MAMA)를 서비스하는 것이 이 앱의 선택에 한몫했다.
   
   
   수치 여사가 한국 연수 부탁한 미얀마 아이돌
   
   2014년 5월, 미얀마에서는 처음으로 K팝 콘서트가 열렸다. 2017년에는 엑소(EXO) 등이 콘서트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면서 그 격이 한층 높아졌다. 넓은 공간에 수십, 수백 명이 모여 흘러나오는 K팝에 맞춰 안무를 따라하는 ‘K팝 랜덤플레이댄스(K-Pop Random Play Dance)’는 미얀마에서도 매년 열린다. 일부 팬들은 티켓파워가 약한 미얀마에서 공연이 거의 없는 탓에 태국이나 싱가포르까지 날아가 원정 콘서트를 보고 오는 경우도 있다.
   
   현지 매체인 ‘미얀마타임스’는 한 K팝 밴드의 한국 원정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2016년 서울에서 열린 K팝 커버댄스 경연대회에서 2등을 차지한 ‘프로젝트 K’는 7명의 미얀마 남성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이다. 미얀마 현지에서 데뷔해 인기를 얻은 이들은 2020년 9월, 코로나19로 미얀마 정부가 출입국 관리를 엄격하게 하던 때에 한국으로 건너왔다. 미얀마 아이돌 그룹은 4주 동안 국내 기획사에서 실전 교육을 받고 10월에 열린 ‘아시아송 페스티벌’에 미얀마 대표로 참가했다.
   
   이들이 한국으로 오게 된 건 수치 국가고문의 민원성 청탁 때문이었다. 2019년 11월,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위해 방한한 수치 고문은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특별한 부탁을 했다. “프로젝트 K가 제대로 한국 연수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정상 간 회담에서 합작 프로젝트나 기술이전이 아닌 특정 연예인을 키워달라는 민원은 이례적이었다. 수치 고문은 이 그룹의 재능을 높이 평가해 미얀마에서 열리는 중요한 행사에 초청한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었다. 이들의 한국 연수를 전폭적으로 지원한 건 미얀마에 오래전 진출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이었다.
   
   미얀마 쿠데타로 양국 경제협력은 거의 정지된 상태다. 그래도 문화적 연대는 쿠데타에 대항하는 연대를 통해 이어져 있다. BTS, 엑소, NCT 등을 좋아하는 미얀마의 K팝 팬들은 소셜미디어(SNS)에 ‘도와주세요’라는 한글 문구를 남기며 쿠데타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파하고 있다. 이들의 메시지는 ‘세이브 미얀마(#SaveMyanmar)’, 군부를 거부한다(#Reject_the_Military)’ ‘미얀마는 민주주의를 원한다(#Myanmar_wants_Democracy)’ 등 다양한 해시태그를 통해 우리 소셜미디어 사용자들 속에서 시나브로 퍼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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