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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9호] 202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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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통신]해리 왕자 부부에 분노한 영국인들이 걱정하는 것

런던= 권석하  재영칼럼니스트 johankwon@gmail.com

▲ 지난 3월 7일(현지시각) 미국 유명 토크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와 인터뷰 중인 영국의 해리 왕자 부부. photo 뉴시스
영국 찰스 왕세자의 둘째 아들 해리 왕자와 미국 영화배우 출신 부인 메건 마클의 오프라 윈프리 인터뷰가 일으킨 충격의 파도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 인터뷰 이후 영국에서는 ‘그래서 뭐 어쨌다고?(So what?)’라며 냉정을 되찾고 사태를 제대로 보자는 여론의 물결이 새로 나타나고 있다.
   
   당초 영국 언론과 시청자들은 이들 부부가 인터뷰에서 밝힌 고통에 모두 진정으로 아파했다. 그러나 충격이 가라앉고 나자 ‘그런데 잠깐만!(Hang on!)’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분위기다. 영국 언론 여기저기에는 인종차별, 정신적 고통, 아들 아치 왕자의 작위, 경호, 경제적 지원 등 해리 부부가 거론한 문제의 허점을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칼럼이 이어지고 있다. 대개 그런 논평은 해리 부부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아주 영국적이고 논리적인 냉정함이 깔려 있는데 ‘덩치만 컸고 나이만 들었지 아직 아이인 애들의 말만 듣고 왜들 저리지?’ 하는 식이다. 사태 뒤에 나온 짧고 간결한 여왕의 성명서에 포함된 ‘기억이란 다를 수 있음에(While some recollections may vary)’라는 문구가 보여주듯 메건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 말고 차분히 따질 것은 따져 보자는 분위기다.
   
   
   동정표 ‘왕실’ 38% vs ‘해리 부부’ 18%
   
   거기다가 인터뷰 직후 영국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는 해리 부부에게 전혀 유리하지 않았다. ‘누가 심정적인 동정을 더 받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38%가 ‘왕실’이라고 답한 것이다. ‘해리 부부’라는 답은 18%에 그쳤고 7%가 ‘왕실과 해리 부부 둘 다’, 30%는 ‘둘 다 모두 아니다’, 7%는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또 해리 부부가 오프라와 인터뷰한 것에 대해서도 46%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잘했다’는 답은 29%, ‘모르겠다’가 25%였다. 또 해리의 왕자 지위를 비롯한 모든 작위 박탈 여부에 대해서도 49%가 ‘찬성’, 28%가 ‘반대’였다. 해리 부부의 예상이나 희망과는 달리 현재 영국 여론이 이들 부부 편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하게 나타난 것이다.
   
   사실 영국 국민들이 이번 인터뷰에 분노한 것은 방영 시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금 영국 왕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74년간 살아온 필립공이 3주가 넘게 입원해 있어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 필립공은 해리 왕자 조부 집안의 제일 어른으로 오는 6월 10일이면 100살이 되는 인물이다. 그가 이렇게 장기 입원하는 것은 생애 처음이다. 집안의 제일 어른이 생사의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온갖 특혜란 특혜는 다 받은 왕족이 밖에서 집안 망신을 시킨 셈이다. 그래서 영국인들의 분노는 메건보다도 해리로 더 향하고 있다.
   
   
   ‘아픈 손가락’ 같았던 해리의 악행들
   
   원래 해리는 왕실과 영국인들에게는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였다. 전 왕세자빈인 어머니 다이애나가 1997년 8월 영면할 때 해리는 불과 11살이었고 형 윌리엄 왕세손은 14살이었다. 다이애나 장례식 때 외삼촌 스펜서 백작과 아버지 찰스 왕세자 사이에 선 키가 유난히 작은 해리의 모습은 사람들을 울렸다. 11살과 14살이면 어머니를 잃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만한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이들 형제는 왕족답게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고 의연하게 장례를 치렀다. 그래서 해리가 그동안 영국 왕실 역사에는 없던 크고 작은 사고를 쳐도 영국인들은 애잔한 마음에 생모 없이 큰 반항아라서 그러려니 하고 심하게 비난하지 않았다.
   
   해리의 그간 악행 중 나치 군인 제복 사건은 정말 최악이었다. 당시 20살이던 해리가 특이한 복장을 하고 참가하는 ‘팬시 드레스 파티(fancy dress party)’에 나치 군복을 입고 팔에는 나치의 상징인 뒤집힌 만자(卍字·Swastika Symbol) 완장을 차고 나타난 것이다. 원래는 친위대(SS) 제복을 빌리려 하다가 사이즈가 안 맞아 병사 옷을 빌려 입었기에 망정이지 만일 악명 높은 친위대 복장을 하고 나타났으면 정말 어떻게 되었을까 아찔하다는 여론이 많았다. 군복을 빌려 준 대여점의 제보로 기다리던 기자의 카메라에 잡힌 해리의 사진은 2005년 1월 3일 영국에서 가장 판매부수가 많은 대표적 대중지인 ‘더선지’ 표지 전체를 덮었다. 한 손에는 담배를 들고 한 손에는 맥주잔을 든 나치 군복 차림의 해리 모습은 지금 봐도 섬뜩하다.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는 누군가 나치 복장을 하면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고 취급하지 않는다. 2차대전 당사자인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같은 나라에서는 당장 체포되는 불법 행위다. 그런데 영국 왕위 계승권 3위인 해리가 이런 일을 저질렀다. 과거에 이렇게 무지막지한 일을 벌인 왕족은 물론이고 영국 사회지도층 인사들도 없었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가장 악질적인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 아우슈비츠 해방 60주년 기념일 2주 전이었다. 여왕도 이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여왕 손자가 그런 초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 2005년 1월 3일 자 ‘더선지’ 표지에 실린 해리 왕자. 나치 군복 차림으로 파티에 참석했었다.

   나치 복장의 해리에 영국 발칵 뒤집혀
   
   당시 해리는 깊은 사과를 했고 영국 유대인협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영국인들은 해리를 용서하고 그냥 넘어갔다. 당시 해리는 4개월 뒤 샌드허스트 영국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할 예정이었다. 일반인이 만일 그런 일을 저질렀으면 입학이 당장 취소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해리는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 만일 해리가 꽃다운 나이인 36살에 십대 두 아들을 두고 떠난 애달픈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아들이 아니라면 용서가 안 될 일이었다. 자신을 지금까지 키워온 왕실과 영국에 영국 언론 표현대로 ‘원자폭탄’을 던진 해리의 지금 나이는 공교롭게도 다이애나가 파리에서 죽은 나이와 같은 36살이다.
   
   해리는 확실히 영국 왕실에서는 전대미문의 말썽꾸러기다. 형인 윌리엄은 영국 왕위를 물려받을 왕세손의 위치를 자각해서인지 물의를 일으킨 적이 없다. 그래서 영국인들은 “윌리엄은 엄격한 아버지 찰스를 닮았고 해리는 반항아 어머니 다이애나를 닮았다”고 한다. 이들 형제는 모두 명문의 이튼칼리지를 나왔는데 윌리엄은 공부도 잘했다. 대학 입학 필수 시험인 A레벨에서 지리 A, 생물 C, 미술사 B를 받아 스코틀랜드 최고 명문인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에 입학했다. 여기서 윌리엄은 부인 케이트 미들턴을 만났다. 당시 윌리엄의 성적은 옥스브리지(옥스퍼드·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웬만한 과에도 무난히 입학할 수 있는 성적이었다.
   
   그러나 해리는 미술 B, 지리 D의 성적을 받았고 미술사는 중도에 포기했다. 명문 대학은 꿈도 못 꿀 성적이었다. 참고로 아버지 찰스는 케임브리지를 나온 반면 다이애나는 A레벨은커녕 한국의 수능 같은 O레벨 시험에서 전 과목 과락을 했다. 결국 해리는 대학을 못 가고 2년을 자원봉사 등으로 지내다가 육군사관학교에서 44주 훈련을 받고 소위(second lieutenant) 임관을 했다. 훗날 이튼에서 해리를 가르쳤던 교사 중 한 명이 “해리는 수준이 낮은 학생(weak student)이었고 시험 커닝을 할 수 있게 나를 비롯해 이튼 교사들이 도왔다”고 폭로했지만 해리와 이튼은 이를 부정했다.
   
   
   메건에게서 심슨 부인 떠올리는 영국인들
   
   영국 왕실에는 해리·메건 부부의 결혼을 비롯해 이들 부부가 일으킨 일련의 사건과 아주 흡사한 사례가 이미 있다. 엘리자베스 현 여왕의 삼촌 에드워드 8세 왕이 1936년 12월 왕위를 물려받은 지 1년도 안 되어 양위(讓位)를 하고 물러난 사건이다. 당시 에드워드 8세는 영국 여론이 전부 반대하는 미국인 이혼녀 심슨 부인과 결혼하기 위해 왕위를 동생이자 현 여왕의 아버지인 조지6세에게 물려주고 프랑스로 가버렸다. 콜린 퍼스가 엘리자베스 여왕의 아버지 조지 6세로 나와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은 ‘킹스 스피치’가 바로 에드워드 8세 사건을 다룬 영화이다. 에드워드 8세와 심슨 부인과의 사랑은 세계적으로는 ‘사랑을 위해 왕위를 버린 세기의 사랑’이라고 포장되어 있지만 영국인들은 전혀 동의하지 않는 이야기다. 아직도 영국인들은 미국 이혼녀 심슨 부인을 좋게 보지 않는다.
   
   심슨 부인에 대한 영국인들의 이런 감정은 영국 왕실의 역사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 시리즈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냥 놀기 좋아하는 왕세자 에드워드를 심슨이 정신적으로 조작(manipulate)해서 꼼짝 못하게 함으로써 ‘감히’ 왕비가 되고자 하는 얼토당토 않은 꿈을 꿨다고 영국인들은 본다. 이미 두 번이나 이혼한 미국 여성을 당시 영국인들은 왕비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전통보수 성향의 영국인들은 해리와 메건을 보면 에드워드 8세와 심슨 사건을 보는 듯한 기시감을 받는다고 얘기한다. 메건의 세뇌에 의해 해리가 바뀌었고, 그래서 해리는 지금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있다고 믿는다. 해리는 분명 수년 내에 자신이 한 일을 후회할 거라고 쓴 유명 칼럼니스트도 있다. 왕실 출입을 44년간 한 왕실 전문 기자는 더선지에 이렇게 썼다.
   
   ‘해리는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기쁨을 주었다. 그는 언제나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나는 그와 일하는 것을 일이라고 못 느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사랑하는 듯했다. 메건을 만난 후부터 그는 바뀌었다. 그는 내성적이 되었고 자신을 차단했다. 나는 변해버린 지금의 그를 알아볼 수가 없다. 나는 찰스와 윌리엄이 왕실이라는 기관의 덫에 갇혔다는 그의 언급을 인정할 수 없다. 맞다.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반드시 의무에 매여 있어야만 하는 (왕족으로서의) 출생은 사건임에 틀림없다. 그 삶은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왕족으로 태어나는 것보다 더 험악한 일은 세상에 더 많다.’ 영국인들은 특히 이 칼럼의 마지막 문장에 동감을 표한다.
   
   
▲ 해리 왕자 인터뷰 파문 기사가 실린 한 신문이 지난 3월 8일 버킹엄궁 인근 난간 위에서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photo 뉴시스

   특혜와 특권에 따르는 ‘영광의 고통’
   
   메건이 자신이 왕실에서 겪은 어려움을 왕실 식구들에게 털어놓은 후 들었다는 말이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이다(This is what’s happened to all of us)’였다고 한다. 메건은 이 말을 듣고 절망을 느꼈다고 했지만 영국인들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인다. 왕족들이 겪는 모든 고통은, 자신의 노력이 아닌 왕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얻은 특혜와 특권에 따르는 ‘영광의 고통’이라고 영국인들은 이해한다. 동화 속에서나 나오는 ‘그녀는 왕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영원히 잘 살았다’라는 일은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혼하기 전 아무런 준비도 조사도 없이 영국에 온 독립적이고 순진한 미국 소녀만 몰랐을 뿐이다’라고 영국 언론은 냉정하게 타이른다. 더선지에 칼럼을 쓴 기자는 메건을 ‘소녀(girl)’라는 단어로 지칭했다. 나이는 비록 30대 중반이지만 아직도 하는 짓이 철없고 세상 모르는 십대 소녀라는 비아냥이다. 조국이 아닌 외국인 영국, 그것도 1000년 역사의 왕실에 시집을 올 때는 단단한 각오를 하고 와야 하는데 아무런 준비도 없이 온 것부터 영국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실제 메건은 오프라 윈프리 인터뷰에서 자신은 영국 왕실에 대해 아무런 사전 조사를 안 했고 심지어 왕자 해리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왕족이 뭘 하는지 몰랐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메건은 해리와 결혼하자마자 자신이 왕실 내에서 아웃사이더라는 느낌을 받아 바로 왕실을 떠나고(“wanted out” of the Firm soon after) 싶었다고 했다. 여기서 메건이 쓴 단어 ‘The Firm’에서 메건의 왕실에 대한 증오심이 느껴진다. 보통 The Firm은 좋은 뜻으로 쓰이지 않는다. 왕실을 칭하기도 하지만 보통 MI5 같은 정보기관, 로펌 등을 칭할 때도 쓰인다.
   
   이 말에 비춰보면 메건은 자신이 살아온 미국, 특히 할리우드 분위기와 완전히 다른 영국에서의 생활을 예상하고 준비했어야 했는데 왕실에 대해 알아보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메건은 여왕을 처음 볼 때 갖춰야 할 영국 왕실의 특별한 예법(royal etiquette)이 있다는 말에도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메건은 여왕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해리의 할머니를 만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고 했다.
   
   
   순진한 건가 무식한 건가
   
   인터뷰에서 이 얘기를 들은 영국인들은 메건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보통의 동네 할머니를 만나러 가도 갖춰야 할 예의가 있는데 어떻게 전 세계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23억 인구의 52개국을 이끄는 영연방 수장을 만나는 일을 그렇게 쉽게 생각했느냐고 경악스러워한다. 상당수 영국인들은 메건이 순진한 건지 무식한 건지 모르겠다며 노여워하는데 ‘순진하기에는 메건의 나이가 너무 많고 무식하기에는 메건이 너무 스마트하다’는 온라인 댓글도 있다. 단순히 왕실을 무시했거나, 아예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사태를 몰고 가려고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의심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고통이 따르겠지만 인내를 가지고 배우면서 왕실이라는 새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려고 노력했어야 옳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메건에 왕실의 최고 반항아인 해리가 ‘옳다구나’ 하면서 같이 반항을 시작했다는 것이 이번 사태를 보는 영국인들의 시선이다. 한 영국 기자는 ‘그들은 이런 어려움을 견뎌내고 감수할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 없다’라고 쓰기도 했다.
   
   메건은 오프라 윈프리의 인터뷰 요청을 받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신의 결정으로 승낙한 뒤 큰 해방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혼 전에도 왕실 직원들이 오프라 윈프리와 개인적인 통화조차 못 하게 막았다는 불평도 했다. 친구와 사적인 대화를 할 때도 반드시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메건은 인터뷰에서 “왕실 직원(people within the firm)들은 이것도 못 한다, 저것도 안 된다고 한다. 내가 ‘친구와 점심을 먹으면 안 되겠느냐’고 하면 ‘당신은 너무 과하게 노출(oversaturated)되어 있다. 당신은 모든 곳(everywhere)에 다 있다’라면서 못 나가게 했다”고 했다. 영국 왕실의 일원이 되려면 일단 거기에 존재하는 예법과 규칙을 따라야 하는데 할리우드에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아온 자유분방한 미국 여성은 그런 노력도 아예 안 했고 적응하려고도 하지 않았다는 말로 들린다. 그래서인지 영국 언론과 영국인들은 메건이 처음부터 왕실 일원이 될 자격이 없었다고 꼬집기도 한다.
   
   사실 영국 왕실을 움직이는 예법과 전통, 특히 왕실 기구는 여왕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조직이다. 여론에 왕실의 명운이 달려 있다고 여기는 왕실 전문 요원들의 권고를 여왕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메건은 왕실 직원들의 충고나 조언을 간섭이나 잔소리로만 들었던 것 같다. 그들에게 도움도 청하지 않더니 이제 와서 딴말을 한다고 왕실 직원들이 슬퍼했다는 것이 데일리메일의 보도이기도 하다.
   
   
   할리우드 스타의 눈물 연기?
   
   메건은 이번 인터뷰에서 자신이 정신적인 고통을 받아 상담을 받으려고 했으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을 뿐더러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느낌에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고 말해 세상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이 말을 들은 시청자들은 당초 전후좌우 따지지 않고 무조건 왕실을 비난하고 메건을 동정했다. 그런데 이런 말에 대해 왕실 직원들은 절대 사실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여왕이 자신의 측근 중 가장 고위직을 메건의 멘토로 선정해주었을 뿐 아니라 경험 많은 15명의 충복 직원들을 따로 선정해 메건을 돕도록 했다는 것이다. 메건이 도움을 청하면 언제든지 달려올 측근도 있었고, 전문가로 이루어진 의료 제도도 왕궁 내에 있었는데 할리우드에서 혼자 잘 살아온 30대 중반의 성인, 그것도 성공한 여배우가 정신 상담을 받을 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항변이다. 그래서인지 영국 최고의 아침 프로그램(Good Morning Britain)의 유명 사회자 피어스 모건은 “나는 메건의 말을 단 한마디(not a word)도 믿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야 말았다. 메건에 대해 항상 비판적인 영국 보수 언론 데일리메일과 데일리텔레그래프 등은 ‘그러면 옆에 있던 해리는 도대체 뭐하고 있었느냐?’는 질타도 한다.
   
   피어스 모건뿐 아니라 메건의 말을 의심하는 영국인들이 많다. 절대 허튼소리나 핑계를 대지 않는 여왕마저도 ‘기억이란 다를 수 있음에’라고 메건의 말에 의문을 표시할 정도다. 영국인들은 메건이 이번 인터뷰에서 특히 민감한 이슈인 인종차별과 정신적 고통 문제를 눈물까지 찍어가며 언급한 것이 사전에 홍보전문가의 손을 빌린 잘 짜인 시나리오에 의한 것일지 모른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연기로 먹고살았던 배우라는 특성으로 보면 눈물 연기의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라는 의심이다.
   
   
   해리는 메건의 정신적 노예일까?
   
   해리 부부가 인터뷰를 한 진짜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는 여론도 많다. 왕족으로 누릴 것은 다 누리다가 조금 불편하다고 자기도취와 이기심에 취해서 영국에 도전하고 왕실을 모욕한 까닭을 짐작할 수 없다는 말이다. 메건이 친구들과 만나 시집 흉을 보는 기분으로 인터뷰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얘기는 사적인 자리에서 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많다. 메건은 그렇다 치고 해리는 왜 옆에서 거들고 동조했느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특히 아들 피부색에 대한 언급이 왕실 내부에서 진짜 있었다면 정말 가까운 허물 없는 가족 사이에 악의 없이 믿고 했을 내밀한 대화인데 그걸 온 세상에 까발리는 심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내가 왕실 가족이라면 영원히 용서 못 할 거라는 영국인들의 댓글도 많다. 자신도 혼혈 가족이라는 한 칼럼니스트는 ‘혼혈 가족이라면 식구들 사이에 서로 믿고 얼마든지 가볍게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지적도 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여왕이 현명한 결론을 내주었다. ‘인종문제’는 어찌 됐건 “가족들 사이에서 이루어질 것이다(will be addressed by the family privately)”라는 말을 한 것이다. 확인할 수 없는 문제는 세상이 아닌 자신의 가족 간 문제라는 말이다. ‘더러운 이불보를 내놓고 빨지 말라(Don’t wash your dirty laundry in public)’는 영국 속담을 연상시키는 말이다.
   
   왕족으로서의 모든 임무를 내려놓는다는 결정과 이번 오프라 윈프리 인터뷰까지 모든 중대한 결정을 가까운 친족들과 상의도 없이 내려버린 해리와 메건에 대해 영국인들은 걱정이 많다. 영국인들의 제일 큰 걱정은 진짜 해리가 정신적으로 메건에게 세뇌당해 스스로 결정을 못 내리는 정신적 노예(Psychological Slave)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해리가 이번 인터뷰에서 “찰스와 윌리엄이 왕실이라는 덫에 걸려 있고 그런 자신을 메건이 구해줬다”는 말을 해 이런 우려를 더했다. 영국인들은 왕실 안과 군대에서 과보호를 받고 자라 지적 수준도 낮고 판단도 제대로 못 하는 해리를 할리우드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메건이 가스라이팅(gaslighting·타인의 마음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그 사람을 정신적으로 황폐화시키고 그 사람에게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해서 정신적으로 지배하는 건 아닌가 의심을 한다. 해리가 평생을 같이 살아온 친족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메건의 결정에 따라 세상을 뒤집는 인터뷰를 한 것도 그렇고, 친족과 완전히 절연하고 미국에서 새 삶을 살겠다고 결정한 걸로 미뤄 해리의 심리상태가 정상은 아니라는 말이다. 정말 해리는 뭔가에 홀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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