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바이든, ‘푸틴의 킬러본능’ 도발?
  • facebook네이버 밴드youtubekakao 플러스친구
  • 검색
  1. 세계
[2651호] 2021.03.29

바이든, ‘푸틴의 킬러본능’ 도발?

▲ 지난 3월 17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푸틴이 킬러라고 믿는가라는 질문에 “음, 그렇다”라고 답했다. photo 뉴시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killer)”라고 하자 러시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 언론들이 일제히 쟁점화한 데 이어 푸틴도 바이든에게 온라인 생중계 토론을 제의했다. 이 때문에 경제난, 코로나19 팬데믹, 민주화 시위 등으로 국내적으로 곤경에 빠진 푸틴이 이번 사건을 빌미로 애국주의를 선동하고 주변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바이든 “살인자” 푸틴 “맞짱 토론하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17일 ABC TV 인터뷰에서 푸틴이 “킬러라고 믿는가?”라는 질문에 “음, 그렇다(Hmm, I do)”라고 답했다. 바이든의 발언이 방송된 직후 러시아는 주미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러시아 대부분의 언론이 이를 긴급으로 보도하며 연일 미국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푸틴은 다음 날인 18일 러시아의 한 TV 인터뷰에서 바이든에게 “온라인 생중계 토론”을 제안하며 “월요일과 금요일에만 시간이 난다”고 말했다. 푸틴이 TV 카메라 앞에서 원고도 없이 말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바이든은 이 제안에 대해 “나중에 만날 때가 있을 것”이라며 거부했다. 두 사람은 올해 1월 26일 바이든의 제안으로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난 3월 18일 TV에 털 장식이 달린 파카를 입고 등장한 푸틴의 모습을 두고 뉴요커는 “‘밖에서 한판 뜨자’고 제안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푸틴은 시베리아에서 웃옷을 벗거나, 엽총을 들거나, 유도하는 장면 등을 공개했다. 푸틴이 스스로를 젊고, 과격하고, 당하면 반드시 보복하는 인물로 보여지기를 원한다는 것이 서구 언론들의 설명이다. 푸틴이 이번에 월요일과 금요일에만 토론할 시간이 있다고 한 것도 주말에는 시베리아에서 곰사냥을 한다는 것을 내비치는 듯하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정상이 외국의 지도자를 ‘킬러’라고 지칭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외교적으로는 결례이며, 도발로 평가될 수도 있는 발언이다. 바이든의 ‘킬러’ 발언은 미국의 미디어에서는 애틀랜타에서 발생한 한인 등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총격사건으로 묻혔지만, 러시아 언론들의 흥분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언어에는 어떤 전략적 함의가 담겨 있다고 보는 것이 정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2월 취임 직후 가진 폭스TV 인터뷰에서 푸틴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에 사회자가 “푸틴은 킬러이다”라며 반박하자 트럼프는 “킬러들이 아주 많다. 당신은 우리나라는 매우 순수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대꾸했다. 이를 두고 당시 CNN 등은 트럼프가 미국과 독재국가 러시아의 정책을 동격으로 취급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푸틴을 “강력한 지도자” “오바마보다 훌륭하다”고 공개적으로 평가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힘을 쏟은 트럼프는 러시아와는 큰 마찰 없이 지냈다.
   
   바이든의 ‘킬러’ 발언은 미국 민주당의 푸틴에 대한 누적된 불신과 적대감이 분출한 사건으로 해석된다. 푸틴에 대한 불신의 가장 큰 요인은 2020년 대선 개입이다. 러시아 정보기관들이 푸틴의 지시로 트럼프를 당선시키기 위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이 지난 3월 16일 보도한 미국 국가정보국(DNI)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트럼프 재선을 위해 바이든에 대한 가짜뉴스를 대규모로 유포했다. DNI는 “대선 국면에서 러시아가 벌인 공작의 핵심 요소는… 바이든 후보를 방해하는 근거 없는 정보와 의혹을 미국 언론, 공무원, 유력인사, 트럼프 측근에 주입하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작에 가담한 인사들이 트럼프의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를 만나 바이든을 겨냥한 허위정보를 반복해서 강조했다는 것이다. DNI 보고서에 대해 애덤 시프(민주당) 하원 정보위원장은 “러시아는 트럼프를 돕고, 바이든을 방해하기 위해 개입했고 대리인들을 통해 트럼프의 ‘이너서클’에까지 침투하는 공작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미 국무부는 러시아에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러시아는 근거 없는 ‘러시아 때리기’라며 즉각 반박했다. 주미 러시아대사관은 지난 3월 16일 “DNI 보고서는 자기확신에만 근거한 것으로 문제제기를 뒷받침할 사실이나 구체적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메가폰 외교’의 최종 목표는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장하고, 미국 내부의 혼란에 대한 책임을 외부에 지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국가정보국 보고서에 담긴 러 대선 개입
   
▲ 지난 3월 18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TV에 파카를 입고 나와 바이든에게 생중계 온라인 토론을 제의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번 DNI 보고서가 바이든의 기대만큼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확인한 것 같지는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랩톱 컴퓨터 문제이다. 헌터는 대선 전에 컴퓨터 수리를 맡겼는데, 마약이나 매춘 등과 관련된 추잡한 영상들이 많이 들어 있는 사실이 폭로되며 큰 물의를 일으켰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헌터의 컴퓨터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DNI 보고서에서는 “러시아의 국영 미디어, 러시아 정보기관이 운영하는 온라인 계정들은… 미국 미디어에 유포되고 있던 바이든의 아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심하게 확대 재생산하였다”라고만 되어 있다. 러시아 정보기관이 헌터의 컴퓨터를 조작했다는 민주당의 기존 주장을 사실상 부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우파 인사들이 오히려 DNI 보고서를 온라인에 공유하고 있다고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최근 보도했다.
   
   러시아의 대선 개입 논란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16년 대선 당시에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가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공작을 벌였다’며 미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한 바 있다. 푸틴은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을 가장 늦게 축하했던 국가정상이다. 바이든은 지난 3월 17일 인터뷰에서도 “푸틴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데이’는 3월 19일 “푸틴에 대한 바이든의 증오는 개인적(personal)인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정부도 바이든 행정부와의 대립을 점차 강화해 나가는 양상이다. 미국의 소셜미디어 기업들에 대한 압박도 하나의 사례이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 3월 16일 미국 트위터에 대해 마약, 소아성애, 자살 등 러시아법으로 금지된 콘텐츠의 유통을 막고 삭제할 것 등을 요구했다. 러시아 측은 트위터에 문제의 콘텐츠 2만8000개를 보냈지만 아무런 대응이 없다며 불응할 경우 한 달 후에 러시아에서 트위터를 차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미국 민주당 집권 이후 두 나라의 갈등은 나발니, 미 대선 개입, 소셜미디어, 바이든의 ‘킬러’ 발언에 이르기까지 점차 확대되며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바이든 부통령 재임 기간(2009~2017)에도 미국은 푸틴과 대립했다. 2013년 오바마는 푸틴을 만난 후 “교실 뒷줄에 앉아 지루해하는 아이” 같다고 말했다. 바이든도 푸틴을 만난 후 “푸틴의 눈을 들여다봤는데 영혼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3월 17일 ‘킬러’ 발언을 하면서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런데 푸틴은 2014년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크림반도를 병합했으며, 2015년에는 시리아에 군사개입했다. 속수무책으로 당한 오바마는 푸틴의 인권탄압 문제를 제기했지만, 러시아는 세계 도처에 있는 미군기지 주변에서 무력시위를 감행하는 등 양국 관계는 악화되었다.
   
   
▲ 지난 3월 에스토니아에서 훈련 중인 나토 소속 공군. photo 에스토니아군 트위터

   푸틴이 킬러 본능을 내보일 때
   
   바이든의 ‘킬러’ 발언에 대해 많은 미국 언론은 할 말은 했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2013년 오바마의 ‘지루해하는 아이’ 발언 후 푸틴이 군사적 팽창정책을 펼쳤던 사실을 떠올리며 이번에도 푸틴의 ‘킬러’ 본능을 자극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견해도 나온다.
   
   우파 논객인 팻 뷰캐넌은 지난 3월 22일 ‘뉴스맥스’ 칼럼에서 바이든이 중국, 북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미얀마 군부 등에 대한 비난을 이어간 데 이어 푸틴을 노골적으로 적대시하는 데 우려를 표했다. 뷰캐넌은 “미국의 채무액은 국가 경제 규모보다 커졌으며, 코로나19로 50만명이 사망한 데 이어 지금도 하루에 1000여명이 죽어가고 있다. 그리고 남부 국경은 불법입국자들로 허물어졌다”며 바이든은 “아직도 적(敵)이 충분치 않다는 말인가?”라고 물었다.
   
   미국기업연구소의 레온 아론 러시아담당 국장은 “미·러 관계가 위기에 처할수록 푸틴은 군사력에 의존하는 대외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폴리티코’ 기고문에서 현재 푸틴이 처한 상황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침공할 당시와 흡사하다”라며 “바이든은 러시아의 행동을 예상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론에 따르면 “푸틴이 과감하게 큰일을 저질러야 한다고 생각할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러시아의 영광을 추구한다는 변치 않는 전략적 관점이다. 또 하나는 푸틴 개인의 전술적 관점이다. 푸틴은 종신 대통령이 되려 한다. 2024년 72세가 되는 해에 6년 임기의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고, 2030년 대선에 다시 나서는 것이 목표이다. 그런데 러시아의 경제는 현재 10년째 정체 상태이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피해도 여전하다. 나발니 구속으로 촉발된 민주화 시위는 100여개 도시로 확산되었다. 이는 2011~2012년 겨울 동안 발생했던 반(反)푸틴 시위사태 이후 처음이다.
   
   푸틴은 경제적 전망이 암울한 가운데 생존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다. 2012~2013년 상황과 흡사하다는 것이 아론의 설명이다. 푸틴은 당시 크림반도 합병을 추진했다. 경제를 포기하는 대신 정권의 정당성을 선택하는 도박은 성공하여, 푸틴의 지지율은 2014~2018년 동안 81%로 급등했다. 이에 앞서 1998년 8월 푸틴이 총리가 되었을 때 그를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2000년 러시아가 제2차 체첸전쟁에 돌입하자 그의 지지율은 80%로 치솟았다. 2008년 9월 조지아를 상대로 5일전쟁을 벌였을 때 푸틴의 지지율은 최고 수준인 88%까지 올라갔다. “러시아인들의 감정을 고양시켜… 러시아인들이 제국의 영광을 누리는 대가로 경제적 결핍을 견뎌내는 데 동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2012~2013년보다 더 어려운 곤경에 처한 푸틴이 과거의 성공을 반복하려는 ‘경로 의존(path-dependence)’에 따라 단기전 승리(short victorious wars)를 다시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아론은 전망했다. 침공대상으로는 조지아, 몰도바,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인접국이 일차적 대상이다. 그러나 아론은 푸틴이 발트3국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을 공격하여 단기전 승리를 거두려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통해 푸틴은 서구 민주주의에 승리를 거두는 한편 나토가 종이호랑이임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 에스토니아에서 지난 3월 초 실시된 러시아군의 침략을 저지하는 ‘성난 늑대’ 작전 훈련 중인 나토군. photo 에스토니아군 트위터

   “푸틴은 승리를 원하고 있다”
   
   푸틴이 발트3국을 침공할 경우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시에 했던 것과 같은 ‘하이브리드(hybrid)’ 작전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계 주민들이 러시아군의 침공에 호응하는 형태이다. 현재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접경에는 러시아군의 특수전 병력 3개 연대와 1개 공중강습사단이 배치되어 있다. 에스토니아에서 지역주민의 70% 이상이 러시아인인 이다비루주나 나르바시 등이 공격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가 이곳을 점령하면, 이들 지역을 되찾기 위한 전쟁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의미하게 된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과 나토군 통합사령관을 지낸 존 니콜슨 장군은 나토가 발트지역에서 러시아군에 대항할 재래식 군사력을 동원하고 배치하는 데 약 90일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침공하고 주민투표를 실시하여 러시아에 병합하기까지 단 3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발트국가들은 러시아군의 침공에 단기적으로 방어가 불가능하다. 러시아는 전차, 전폭기, 로켓포병 등 공격무기 체계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크림반도 사태 이후 나토는 발트3국에 대대 규모의 ‘전투그룹(battlegroup)’ 3개 부대를 파병했다. 이들이 인계철선(tripwire) 역할을 하는 ‘증강전진배치(Enhanced Forward Presence)’ 전략이다. 그러나 아론은 “푸틴에게는 인계철선이 화약통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우려한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공개적으로 나토가 “뇌사 상태”라고 말했다. 나토 동맹국과 러시아의 군사 분쟁이 발생할 경우 나토 회원국을 지원해야 하는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프랑스,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에서는 부정적인 답변이 더 많이 나왔다.
   
   아론은 “21년 집권 동안 전혀 변하지 않은 푸틴은 민주주의 국가들보다 결정적인 이점을 가지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민주주의 국가들은 평화를 원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푸틴은 그 어떤 때보다도 승리를 간절히 열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