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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3호] 20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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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통신]마스크 벗은 영국과 존슨 총리의 사과

런던= 권석하  재영칼럼니스트 johankwon@gmail.com 2021-04-13 오후 3:04:38

▲ 지난 4월 5일 런던 다우닝가에서 열린 코로나19 브리핑에 참석한 크리스 휘티 최고의료책임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패트릭 발란스 최고과학보좌관(왼쪽부터). photo 뉴시스
사회 지도자 특히 국가 통치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다. 구질구질한 변명 없이 시의적절하게 진심을 담아 사과하면 금상첨화이다. 물론 이는 가장 필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가 얼마전 그걸 보여줬다. 지난 3월 23일 코로나19 사태로 1차 전국 봉쇄(lockdown)를 단행한 지 1년을 맞아 존슨 총리는 거의 사과에 가까운 솔직한 담화를 발표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국 언론들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정부가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해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고 자인한 총리의 담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데일리메일은 ‘얼마나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우리 모두는) 좀 더 나이 들고 슬기로워졌는가(Older, wiser but what a price we’ve paid)’라는 인상적인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가디언도 조금은 비판적이지만 그래도 ‘존슨(거의 대부분의 영국 언론은 정치인 이름 앞뒤로 직함을 잘 붙이지 않고 그냥 이름만 표시한다)이 초기 대처에 실패했음을 자인했다’는 호의적인 제목과 함께 ‘그때 제대로 했으면 많은 일이 달라졌을 거라고 후회를 표시했다’라는 부제를 단 기사를 내보냈다. 영국은 지난 4월 6일까지 코로나19 확진자 436만4529명에 12만6882명이 사망하는 큰 희생을 치렀다. 영국의 2020년 국내총생산(GDP)도 G7 국가 7개국 중 가장 나쁜, 전년 대비 9.9%포인트 하락을 기록했다.
   
   존슨 총리는 담화에서 우선 “21세기에 새로운 호흡기 질환과의 전쟁에서 싸우는 방법이 오로지 집에만 있고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뿐이었다는 점이 놀라운 일이었다”라고 서두를 시작했다. 그리고는 “우리들 모두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분명한 수많은 행동 양식을 피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같이 해냈다. 그렇게 해서 국가건강서비스(NHS)를 보호했고 인명을 살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인상적인 애도를 했다. “영국인 모두에게는 인내와 고난의 한 편의 대서사시였다. 아이들의 생일 파티는 취소되었고, 결혼식은 연기되고, 모든 종류의 가족 모임은 그냥 일정표에서 지워져야 했다. 그리고 그 어떤 것보다 수많은 사람을 잃었다는 사실이 가장 슬픈 일이었다. 더욱 마음이 찢어지게 아픈 것은 우리들이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도 손 하나 잡아 줄 수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슬픔마저도 우리는 모여서 같이할 수 없었다.” 이런 애도와 함께 존슨 총리는 적절한 시기에 코로나19로 사망한 이들을 위한 추모비를 세우겠다는 약속도 했다.
   
   존슨 총리의 담화는 애도에만 그치지 않고 희망을 역설했다. 그는 “이제 과학의 힘으로 2800만명(3월 23일 기준)이 백신 1차 접종을 마쳤고 2차 접종까지 합치면 3000만명이 접종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나라는 조심스럽게, 주사 한 방 또 한 방으로 한 걸음 또 한 걸음씩 걸어 우리들의 자유를 되찾는, 뒤돌아가지 않을 길 위에 있다(And cautiously but irreversibly, step by step, jab by jab, this country is on the path to reclaiming our freedoms)”라는 희망찬 약속으로 담화를 끝냈다.
   
   실제 영국은 지난 4월 6일까지 총인구 6761만명 중 60%인 3162만명이 1차, 10.4%인 549만명이 2차 접종을 마쳤다. 그 결과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된 사람을 합쳐 현재 영국인의 절반이 면역체를 갖게 됐다. 집단면역의 문 앞에 바싹 와 있는 셈이다. 영국 정부는 4월 중순까지 50세 이상 영국인과 50세 이하 기저질환자 모두에게 1차 접종을 마치겠다고 장담한 상태다. 또 7월 말까지 모든 영국인에게 1차 접종을 완료해 정상 생활로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일정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3월 31일을 기점으로 다시 전면봉쇄에 들어간 이웃 프랑스와는 대조적이다.
   
   
   7월 말까지 1차 접종 완료 예정
   
   영국 언론들은 이번 담화로 거의 1년간 이어진 완전봉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을 총리가 직접 안심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물론 가디언지를 비롯한 진보 성향 언론과 야당은 벌써부터 존슨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를 거론하면서 책임 추궁을 위한 독립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아 봉쇄 등 제한이 풀릴 7월 말까지는 일단 추세를 좀 지켜보자는 쪽이다. ‘시의적절하고 솔직하며 진심이 담긴 듯하다’는 호평을 받은 담화 덕분인지 존슨 총리 지지율도 소폭 올라 50%를 향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매주 2~3회, 많게는 4번의 기자회견을 가지며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기자들의 거친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장에는 항상 정부 최고의료책임자와 최고과학보좌관을 자신의 양옆에 세워 직접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게 했다. 거기에 더해 매주 의회에 출석해 야당 당수를 비롯한 여야 평의원들의 질의에도 성의껏 대답했다. 그 과정을 통해 국가가 흘러가는 사정을 거의 매일 국민들에게 보고해 왔다. 해당 장관들도 소셜미디어 같은 간접 방식이 아니라 언론을 통한 소통이나 의회 출석 등을 통해 총리가 빠뜨린 사항을 보충 설명해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이번 총리의 담화를 계기로 최고의료책임자와 최고과학보좌관도 많은 후회를 했다. 무엇보다 그들은 코로나19가 ‘자각증상 없이(asymptomatically)’ 전파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다른 방식의 대처를 했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존슨 총리도 초기 대응에 실패한 이상 ‘자신이 살아 있는 한 끝까지(as long as I live)’ 사태 수습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자신이 제일 염려하는 것은 코로나19 때문에 젊은 세대들의 교육이 피해를 입은 일이라고 했다. 총리는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했던 코로나19 초기 상황이 굉장히 어려웠다는 점을 털어놓으면서 초기에 검사 시설이 모자라 사태가 악화된 점도 시인했다.
   
   
▲ 지난 3월 31일 런던 성토머스병원 외곽에 설치된 ‘코로나 희생자 추모 벽’에 자원봉사자들이 하트를 새기고 있다. photo 뉴시스

   접종 마친 사람들은 벌써 해외 휴가 들썩
   
   어찌 되었건 영국은 존슨 총리의 말대로 코로나19라는 캄캄한 동굴의 끝이 보이는 지점에 이르렀음이 분명하다. 하루 확진자가 7만여명에 달하던 1월에 비하면 최근의 4000~5000명은 엄청나게 줄어든 숫자다. 코로나19 입원환자 역시 1월 중순 4만명에서 지금은 5000명 이하로 떨어져 NHS(국민의료보험)는 한숨을 돌리고 있다. 아직도 확진자 숫자가 매일 4000~5000명에 이르지만 국민들의 피로도를 의식해서인지 여당인 보수당 의원들마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를 완전히 푸는 전면해제가 필요하다는 압력을 정부에 넣고 있다. 총리와 장관들로서는 아직 시기상조라며 전면해제 압력을 막아내고 있지만 의원들은 요지부동이다. 이들은 영국 전역의 사망자 숫자가 4월 6일 기준 26명에 불과하고 특히 런던에서는 3월 30일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진정세라는 점을 들어 계속 전면해제를 다그치고 있다. 50세 이상 국민들은 모두 1차 접종이 완료되고 있으니 4월 12일에는 전면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1·2차 접종을 끝낸 영국 국민들도 벌써부터 지중해 연안 관광국인 그리스나 몰타 등으로 떠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영국 정부는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버케이션(vacation)이 아니라 영국 내에서 휴가를 즐기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stay+vaction)을 하라고 설득하고 있다. 전면해제 전에 휴가를 가면 5000파운드의 벌금을 물리겠다는 으름장도 놓고 있다.
   
   존슨 총리는 이번에 대국민 담화를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실수도 저질렀다. 담화 다음 날 너무 기분이 좋고 우쭐해서 그랬는지 안 될 말을 해버려 EU 관계자들을 격분시켰고 그 결과 유럽에서 들여오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공급이 암초에 걸려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영국에서 생산되는 AZ는 EU로 전혀 안 들어오는데 왜 유럽에서 생산되는 AZ를 영국으로 갖고 가는가”라는 시비가 EU에서 막 나오던 참이었다. 화근은 담화 다음 날 존슨 총리가 보수당 의원들과의 사적 모임에서 꺼낸 한마디였다. 존슨은 이 자리에서 “영국의 백신 접종 성공은 솔직히 말해 자본주의와 탐욕(capitalism and greed)의 결과”라고 토로했는데 이 말이 그대로 언론에 보도돼 버린 것이다. 사실 존슨의 말은 영국의 백신 성공을 자랑하고 뻐기는 것이었다. 정부의 백신 확보를 위한 탐욕과 자본주의 철학에 의한 과감한 초기 투자, 그리고 백신 개발회사들의 자본주의 이윤 추구와 탐욕이 합쳐져 만들어진 성공작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참석자와 언론을 통해 이 발언을 전해 들은 영국인들도 총리의 말에 모두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국익을 위해 일국의 지도자로서 현명한 일처리를 적기(適期)에 해서 성공적 결과를 낳았다는 의미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존슨이 걱정한 대로 EU에서는 난리가 났다. 존슨은 문제의 발언을 한 후 즉각 잘못을 깨닫고 “제발 머릿속에서 그 말을 지워 달라”고 간청했지만 발언을 주워 담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안 그래도 영국에 비해 백신 확보와 접종이 늦어지고 있어 약이 오르는 판인데 너희들보다 우리가 낫다라는 식으로 약을 올렸으니 EU 전체가 격노할 수밖에 없었다. EU의 격노 반응에 존슨 총리는 “순전히 농담이었다”고 진화를 시도했지만 EU의 진노는 가라앉지 않고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되었다.
   
   
   백신 개발·구입에 각각 2억·210억파운드
   
   사실 존슨 총리의 자랑은 진실을 담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20년 3월 초 전국 전면봉쇄와 동시에 전혀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백신 개발에 2억파운드를 과감하게 투자했다. 그리고는 2020년 말까지 210억파운드를 백신 구입에 지불했다. 이를 두고 한 칼럼니스트가 “너무나 신속하고 너무나 단호(so fast and so decisive)한 투자와 구매가 감동적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였다. 비록 초기 대응에는 실패해서 사태를 악화시켰지만 이런 발 빠른 결정과 실행으로 G20 국가 중 가장 빨리 백신 접종을 끝내는 단계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사실 자랑을 해도 어색하지 않다. 거기에 비해 EU는 백신 1차 접종 인구가 평균 16%에 불과한 상태다. 최근 들어서는 코로나19가 다시 번져 전면봉쇄에 들어가는 나라들이 속출하는데도 백신 생산과 공급이 늦어지고 있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태이다.
   
   특히 영국의 브렉시트 추진파들이 백신의 성공에 의기양양한 상태다. 수년 전 그리스 외환사태로 유발된 유로화 위기 때도 유로화권에 가입하지 않고 파운드를 쓴 덕분에 총알을 맞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브렉시트를 적기에 단행해서 백신 부족 사태를 피하고 코로나19 팬데믹을 EU보다 세 배는 빨리 끝낼 수 있게 됐다고 뻐긴다. 현재 EU 회원국들은 단일 국가가 단독으로 백신을 구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다. 일괄해서 계약하고 인구비례로 나누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거기에 더해 관료주의에 빠진 브뤼셀 EU 집행부 관료들의 무사 안일주의와 보신책, 무책임함 등이 맞물려 늑장 결정에 따른 백신 계약 실기(失機)가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 생산 공장은 영국과 EU 두 군데 있는데 사정이 급해지자 EU에서 생산돼 영국으로 오게 되어 있는 백신을 EU가 가로막고 있다. 자신들이 먼저 쓰기 전에는 수출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식이다. 볼모로 잡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백신으로 인해 희비가 엇갈리는 영국과 EU의 현실은 극적으로 대비된다. EU는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절정에 달해 있는데 영국은 벌써 코로나19 사태 수습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영국 경제계는 봉쇄가 풀리면 10인 이하의 동네 소매 상점들을 도와주기 위한 ‘거리를 살리자(Save the Street)’라는 긴급지원 제도를 시행하라고 정부를 다그치고 있다. 영국은 작년 8월 3일부터 31일까지 영국 전역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1인당 최대 10파운드씩 음식값의 50%를 보조해 주어 식당 경기를 살린 적이 있었다. 당시 영국 정부는 전국 4만9000개 식당에 8억4900만파운드(1조2730억원)를 지원해 주었다. 이번에는 식당이 아니라 소매 상점들을 같은 식으로 도와 주라는 주문이다.
   
   
▲ 지난 3월 3일 런던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은 채 리젠트파크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있다. photo 뉴시스

   봉쇄 해제되면 ‘거리를 살리자’ 긴급지원
   
   사실 영국 소매 상점들이나 중소업체들은 이미 여러 가지 방식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 예를 들면 봉쇄 기간에는 재직 중인 직원 월급의 80%를 정부가 지원해 왔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일시휴가(furlough system)’에 따른 지원제도다. 코로나19 사태로 휴업을 하게 되면 바로 이를 신청할 수 있는데 정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원해 준다. 이 제도는 작년 3월부터 계속 연장되다가 올 10월 말까지로 또 연장되었다. 직원 월급 지원제도에 더해 작년 3월 봉쇄가 시작되자마자 조금 큰 상점은 2만5000파운드(3750만원), 작은 상점은 1만파운드(1500만원)의 무상 지원도 이뤄졌다. 또 지자체 단위에서 추가로 두 차례에 걸쳐 1만5000파운드(2250만원)도 지급되었다.
   
   영국 정부가 이런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고용 유지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취지다. 코로나19 사태로 직원을 해고하면 결국 국가가 실업수당 등을 주어 보살펴야 하니 사업주에게 직원 월급을 지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기업 규모에 따라 최대 5만파운드(7500만원)를 1년 거치 5년 상환 조건으로 빌려주는 ‘회복 보조 기금 계획(Bounce Back Loan Scheme)’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영국 기업들은 숨통을 트고 하루하루를 버텨 나가고 있는데, 영국 기업들이 2020년 한 해 허공에 날린 영업 실적은 220억파운드(33조원)에 이른다.
   
   어찌 되었건 검은 구름이 다시 대륙의 하늘을 덮고 있는 EU 국가들과는 달리 영국은 분홍빛 꿈에 벅차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ank of England)의 수석 경제분석관은 “봉쇄가 풀리면 영국 경제는 갑자기 엄청나게 좋아질 것이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봉쇄 기간 중 휴가도 못 가고, 식당도 못 가고, 쇼핑도 못 해서 올 6월까지 ‘의도치 않게 모인 돈(accidental savings)’이 무려 2500억파운드(375조원)에 이른다는 것이 이런 전망의 근거다. 일단 봉쇄가 풀리면 모두 몰려 나와 보복 소비와 자기 스스로에게 선물주기(self-gifting)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동안 모인 돈의 20%만 써도 무려 시중에 500억파운드(75조원)가 풀린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영국이 고함을 지르며(UK is set to roar back) 용수철처럼 튀어오를 것(coiled spring)’이라는 희망찬 예측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개인과 기업에 쌓인 현금이 경기 살릴 것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브렉시트의 불확실성과 코로나19 재난이 겹쳐 지난 수년간 투자하지 못한 금액이 1000억파운드(150조원)나 쌓여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고 브렉시트도 나름대로 정리되면 기업의 투자 심리도 팽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거기다가 영국 정부도 팬데믹으로 인해 침체된 경기회복을 부추기기 위해 거액의 예산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개인, 기업, 정부가 동시에 경제에 돈을 집어넣어 3개의 실린더가 같이 도는 활황 국면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결국 내년이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고, 내년 3월 말 마감되는 2021~2022 회계연도의 결산에서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평소 대단히 보수적인 견해를 내놓는 영국은행 전문가들이 하는 말이니 한번 믿어볼 만하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존슨 총리가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이유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바로 야당과 언론 심지어 여당 내에서도 코로나19 초기대응 실패에 대한 책임 추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존슨 총리에게는 코로나19 대응 성공이 양날의 칼이 되는 셈이다. 특히 최근까지 비교적 조용하던 노동당 당수 키어 스타머 의원이 존슨 정부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국정조사를 이제 시작하자고 독촉하고 있다. 미래에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확실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당은 작년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정부가 사태를 안일하게 보고 느리게 전면봉쇄를 하는 바람에 사태를 크게 키웠고, 의료진에게 보호장비를 제때 공급하지 않아 수많은 의료진을 희생시켰다고 비판을 퍼붓는 중이다. 조금만 더 일찍 EU 인근 국가(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에서 들어오는 인원을 막거나 섬이라는 지형을 이용해 전면 국경봉쇄만 단행했어도 국경이 트인 유럽 각국들과는 달리 코로나19 사태가 이 정도로 악화되지는 않을 수 있었다는 비판도 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존슨 총리가 처칠 전 총리의 운명을 답습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처칠은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종전 후 바로 치러진 총선에서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면서 선거에서 패배했다. 초기엔 큰 희생을 냈지만 발 빠른 대처로 코로나19에서 빨리 벗어나게 만든 존슨 총리를 영국인들이 결국 어떻게 평가할지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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