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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3호] 2021.04.12

라셰트 지고 죄더 뜨고… ‘포스트 메르켈’ 은 누구?

우태영  자유기고가 wootaiyoung@hanmail.net 2021-04-14 오후 2:54:03

▲ 지난해 7월 10일 바이에른주 각료회의에 초청된 메르켈 총리(왼쪽)와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 총리. photo 뉴시스
지난 16년 동안 독일을 이끌어온 앙겔라 메르켈(67) 총리가 오는 9월 은퇴한다.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 메르켈은 보수당인 기독교민주당(CDU)과 바이에른주의 자매정당인 기독교사회당(CSU)을 이끌어왔다. 재임 중 메르켈은 유럽 통합을 주도하며 2008년 경제위기를 극복했으며, 난민문제나 환경문제 등에서 진보적인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 정책을 펴는 동안에는 자유세계의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은퇴를 앞둔 요즘 메르켈과 보수당의 인기는 하락 추세다. 집권당 의원들의 부패 스캔들이 연이어 터져나오는 데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처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둔 요즘 메르켈의 후계 자리를 놓고는 CDU의 아르민 라셰트(60) 의장과 CSU의 마르쿠스 죄더(54) 바이에른주 총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메르켈 후계자 라셰트의 추락
   
   메르켈 총리는 2018년 10월 29일 CDU 의장 재선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며 현재의 총리 임기가 마지막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2021년 임기가 끝나면 더 이상 정치적인 자리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총선이 열리면 보통 CDU 의장이 보수당인 CDU-CSU연합의 차기 총리 후보로 나서왔는데, 지난 1월 CDU는 아르민 라셰트 북라인베스트팔렌주(Nordrhein-Westfalen·NRW) 총리를 의장으로 선출했다. 메르켈의 후계자로 사실상 라셰트를 지명한 것이다.
   
   북라인베스트팔렌주는 독일의 16개 주 가운데 인구와 GDP가 가장 많은 주이다. 서부에 위치한 지리적 특징 때문에 일찍부터 벨기에 등 서유럽과 왕래가 잦았다. 라셰트도 벨기에에서 이주한 집안 출신이다. 2017년부터 북라인베스트팔렌 주정부 총리직을 수행해온 라셰트는 메르켈이 추진해온 정책의 지속성을 다짐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메르켈 정부와 CDU의 비리가 연이어 터지면서 라셰트에 대한 인기도 덩달아 추락 중이다.
   
   지난해 10월 코로나19 방역을 총괄하는 젠스 스판 보건장관은 TV에 출연해 국민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합금지를 당부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은 그날 저녁에 정치자금 모금을 위해 재계 인사들과 회합을 가진 사실이 드러나 거센 비판을 받았다. 현재 독일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린이들의 생일파티도 금지된 상황이다. 그런데 CDU 소속의 클라우스 빌시 의원 역시 마스크도 쓰지 않고 환갑잔치를 열었던 사실이 탄로났다.
   
   코로나19와 관련, 대형 부패스캔들도 터졌다. 의회에서 방역정책을 담당하는 게오르그 뉘스라인 의원은 의료보호장비의 정부 구매를 주선하며 뇌물로 66만유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CDU 소속의 니콜라스 뢰벨 의원도 마스크 구매를 중개하면서 수수료 25만달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 의원은 지난 3월 의원직을 사임했다.
   
   심지어 메르켈의 후계자로 선출된 라셰트의 가족도 스캔들에 휩싸여 있다. 그의 아들 요하네스가 근무하는 반라크사(社)가 북라인베스트팔렌주의 최대 마스크 공급업체가 되는 행운을 잡은 후 의혹이 제기됐다. 반라크사의 CEO인 크리스찬 폰 다니엘스는 요하네스의 주선 덕분이라고 공개적으로 떠벌렸다고 슈피겔은 보도했다. 반라크사는 마스크에 이어 4000만유로 규모의 세척제 및 400만유로 상당의 경찰마스크 공급계약도 따냈다. 그러자 주정부가 한 회사와 이처럼 많은 계약을 불투명하게 체결한 것은 불법의 소지가 크다는 견해가 속출하고 있다. 젠스 스판 보건장관은 의료장비 구입과 관련 “완벽한 투명성”을 선언했지만, 집권당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하고 있다.
   
   CDU-CSU 소속 의원들의 돈벌이도 눈총을 사고 있다. 세바스찬 브렘 의원은 조세 관련 기업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310만유로, 한스 폰 마르위츠 의원은 유기농 농장을 운영하여 220만유로, 알버트 스테그만 의원은 젖소 판매로 각각 140만유로를 벌어 물의를 일으켰다. CDU-CSU 소속 의원들은 2017~2020년 사이에 세비 외에도 부업으로 일인당 최소 5만8000유로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사회당(SPD) 의원들의 1만5500유로, 녹색당 의원들의 1800유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독일인들은 정치인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라며 “국민들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발생한 정치인들의 이 같은 행태는 매우 위험하다”라고 평가했다.
   
   
▲ 아르민 라셰트 기독교민주당(CDU) 의장 photo 뉴시스

   죄더 대망론 급격 확산
   
   이러한 스캔들은 차기 총리에 도전하는 라셰트의 발목을 잡고 있다. 라셰트는 문제를 일으킨 의원들에 대한 늑장 대처, 미지근한 대처로도 비난을 사고 있고 비판자들은 그가 아무런 전략이나 비전이 없다는 비판도 가한다. 여론조사기관인 칸타르가 지난 3월 초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CDU-CSU에 대한 지지율은 31%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하지만 녹색당 지지율 19%보다는 높아 9월 총선까지는 아직 기회가 있다는 견해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CDU-CSU가 위기에서 탈출하려면 부패와 무능으로 얼룩진 라셰트 대신 인기 높은 죄더를 총리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는 ‘죄더 대망론’이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최근 CDU-CSU 지지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4%는 라셰트가 차기 총리 후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반면에 차기 총리 후보로 죄더를 지지한다는 응답자가 86%에 달했다. 3월 21일에는 CDU 의원들이 처음으로 차기 총리 후보로 죄더를 지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죄더는 바이에른주 총리이다. 바이에른의 면적은 7만㎢로 16개 주 가운데 가장 넓다. 인구는 두 번째이지만 가장 부유한 주로 독일 산업과 문화의 핵심이다. 자동차회사 BMW와 아우디를 비롯, 항공기 제조기업인 에어버스, 반도체의 인피니온, 의료기기 업체 오스람·지멘스, 스포츠용품 아디다스·퓨마 등의 본거지이다. 미국의 애플, 구글, 인텔, IBM,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이 연구소를 두는 등, 바이에른은 독일 제조업과 세계적 첨단기업들이 집결한 독일 경제의 중심이기도 하다. 실업률도 올 3월에 3% 수준에 불과했다. 바이에른은 또 독일 관광의 중심지역으로 매년 4000만명이 방문한다. 세계적 맥주축제인 옥토버페스트는 매년 60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였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열리지 못했다. 바이에른은 독일 문화에 대한 주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히 강하고 기독교와 전통에 대한 존중이 강한 보수적인 지역이다. 1957년 이후 CSU가 계속 집권해왔다.
   
   
   코로나19 방역으로 지명도 급상승
   
   죄더는 바이에른의 뉘른베르크 출신으로 지금도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젊은 시절 잠깐 언론인으로 활동했지만 곧바로 CSU에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바이에른 주정부에서 10년간 재무장관을 하다 2018년에 바이에른주 총리가 되었다.
   
   죄더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친 이후 바이에른주에서 강력한 방역정책을 펼치면서 일약 전국적 인물로 떠올랐다. 죄더는 바이에른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바이에른을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하겠다며 연방정부에 앞서 외출금지 및 휴교령을 내렸다. 독일의 연방주의를 넘어서는 죄더의 독단적인 조치에 다른 주 총리들이 크게 반발했지만, 죄더는 굽히지 않았다. 바이에른주의 록다운(lockdown)은 다른 주들에 비해 엄격하게 집행되었다. 바이에른주에서는 외출하려면 경찰에 사유를 제출해야만 할 정도다. 마스크 착용도 의무화하였다. 죄더는 주 총리들 가운데 마스크를 쓰고 공개석상에 나타난 첫 인물이다. 죄더는 소규모 업체와 근로자들에게 휴업 보상을 지급하고, 의료종사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는 데 동의한 첫 정치인이다.
   
   미국의 격월간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는 죄더의 방역정책은 자유경제보다는 가부장적인 행정을 강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4월 독일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적은 것을 두고 북라인베스트팔렌주의 라셰트 총리는 “우리는 많은 인내와 현명한 전략으로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다른 상황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라며 신속한 영업재개를 주장했다. 그러나 죄더는 “우리가 조급한 나머지 위험을 감수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했다. 이와 관련 죄더는 바이에른주의 봉쇄 기간을 연방정부보다 더 오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정부의 코로나19 대처 실패에 항의하고 있는 독일의 자영업자들. photo 뉴시스

   죄더의 가부장적인 행정은 논란
   
   죄더의 가장 큰 강점은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라고 포린폴리시는 평가했다. 독일 유력지인 ‘쥐트 도이체차이퉁’도 “죄더의 힘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단언한다. 죄더는 병원, 요양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 등 어디든지 방문하여 사람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주민들을 걱정하고, 상황을 통제하며, 심지어는 카리스마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고 포린폴리시는 평했다. 메르켈 총리가 국정에 필요한 기술적인 언급만 하여 실생활과 유리된 듯 보이는 것과도 크게 대비된다는 설명이다. 그의 전기작가인 로만 데닝거는 죄더가 “당황하지 않고 확신과 정력으로 넘친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죄더가 바이에른 총리라는 점이 독일 총리로 향하는 길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에른주의’라는 인기영합적 지역주의(populist regionalism)는 다른 지역과의 화합을 거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전기작가 데닝거는 “죄더는 CSU의 전통주의, 바이에른의 민속, 그리고 바이에른의 현대적 하이테크 경제를 성공적으로 혼합하고 있다”며 “그는 바이에른을 위한 최선은 무엇인가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바이에른의 정치인들은 리버럴한 이민정책에 반대해왔다. 죄더 역시 메르켈 총리가 2015~2016년에 난민 90만명을 받아들이겠다고 한 결정에 맹렬히 반대했었다. 죄더는 그리스의 경제위기 당시에도 메르켈의 재정지원에 극력 반대하며, 그리스를 유럽연합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죄더는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Alternative for Germany)’이 최근 실시한 총선에서 약진하자 입장을 바꾸고 있다. 유럽연합과 메르켈의 난민 정책에 반대하는 AfD는 2017년 연방 총선에서 12.6%를 득표하여 94석을 차지했다. 2018년 10월 바이에른 지방선거에서도 죄더의 CSU는 AfD가 약진하여 22석, 녹색당이 38석을 확보하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죄더는 중도우파 정당과 연정을 수립하는 데는 성공했다. 이후 죄더는 극우파 AfD와는 분명한 선을 긋고, 녹색당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메르켈 총리와의 불화도 청산하기 시작했다.
   
   
   메르켈의 낙점?
   
   코로나19에 대한 적극적 대처로 유력한 차기 지도자 후보로 인지도가 올라간 죄더는 2020년 7월 14일 메르켈을 바이에른의 각료회의에 초청했다. 두 사람의 갈등을 봉합했다는 상징적 이벤트였다. 그는 메르켈을 바이에른의 베르사유라 불리는 킴제호수의 헤렌킴제궁전으로 모시며 극진히 대접했다. 호수의 섬에 있는 이 궁전은 19세기 후반 바이에른의 국왕 루드비히 2세가 군주정의 상징으로 베르사유궁전처럼 화려하게 지었다. 2차대전 후에는 민주주의의 상징인 헌법제정회의가 열렸던 상징적인 장소이다. 당시 언론들은 차기 총리를 노리는 죄더가 메르켈의 낙점을 받으려 노력 중이라고 분석했다. 메르켈은 당시 후임자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들에게 “나는 연방 총리로 2021년 총선에 참여하지 않겠다. 나는 후임자에 관한 의견을 드러내는 데 특별히 자제해야 한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발언할 수 없다. 다만 바이에른에는 매우 훌륭한 총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유럽 언론들은 메르켈이 죄더를 후임자로 추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를 내렸다.
   
   CDU-CSU는 앞으로 두 달 안에 차기 총리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현재 차기 총리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죄더가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독일에서 죄더는 메르켈에 이어 가장 잘 알려진 정치인이기도 하다. 죄더에 대한 지지율은 43%로 라셰트의 18%를 압도한다. 슈피겔이 실시한 CDU-CSU 의원들에 대한 설문에서도 대부분이 죄더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독일 국민의 3분의 2가 그를 차기 총리감으로 보고 있다고 슈피겔은 덧붙였다.
   
   그러나 라셰트는 최근 인터뷰에서 총리 후보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아닌 경쟁력으로 선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9월 총선에서 CDU-CSU가 패하고, 사회민주당(SPD)이 녹색당·자유당 등과 연정을 구성하여 SPD의 올라프 숄츠가 총리가 되는 시나리오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독일 언론들은 사민당과 녹색당의 집권이 유력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예상하고 있다.
   
   죄더는 최근 바이에른주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94%의 지지율을 과시했다. 독일 언론들은 이를 역사상 유례가 없는 지지율이라고 평가한다. 죄더가 메르켈에 이어 총리가 되는 것과 상관없이, 메르켈 이후의 독일 리더십은 가부장적인 특징을 띠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포린폴리시가 분석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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