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총선 당시 남편 데니스와 함께 투표를 하고 나오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대처 총리. 대처가 이끄는 보수당은 공기업 민영화 정책 등을 앞세워 당시 선거에서 아직도 깨지지 않는 14.8%의 표차로 노동당을 완파하는 압승을 거뒀다. ⓒphoto 뉴시스
1983년 총선 당시 남편 데니스와 함께 투표를 하고 나오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대처 총리. 대처가 이끄는 보수당은 공기업 민영화 정책 등을 앞세워 당시 선거에서 아직도 깨지지 않는 14.8%의 표차로 노동당을 완파하는 압승을 거뒀다. ⓒphoto 뉴시스

2021년은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아래위를 뒤집는 혁명과 같은 방식으로 영국병(病)을 본격 치료하기 시작한 지 40년이 되는 해이다. 영국병 치유 방안 중 가장 극약처방이었던 부실 국영기업 민영화가 처음 이뤄진 것이 1981년 10월이었다. 당시 국영 통신회사 ‘케이블앤드와이어리스’의 주식이 공개되면서 민영화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대처는 1979년 5월 집권하자마자 평소의 신념인 국영기업 민영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사실 거대 국영기업 민영화는 대처의 영국병 치료 처방 중 가장 큰 것이었지만 여러 개 중 하나에 불과하다. 각종 규제 축소, 공공주택 사유화, 세금 인하, 노동조합 개혁 및 활동 규제, 외환 자율화, 금융 개혁, 복지 축소, 독점 파괴와 경쟁 도입 등 다른 정책도 많았다. 그런데 영국병 치료라고 포장되어 있는 이 모든 정책이 정치공학적인 면에서 보면 고도의 보수당 재집권 전략이었다. 보수당으로 봐서는 전통의 보수 철학을 앞세워 도탄에 빠진 영국도 구하고 장기집권도 꾀하는 꿈의 전략이었다.

1979년 5월 총선에서 대처의 보수당은 자신들이 잘해서가 아니라 전임 노동당 정권의 실정으로 거의 공짜로 집권했다. 당시 영국은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는 난파선이나 다름없었다. 2차대전 이후 국유화한 국영기업의 계속된 구조적 적자와 부채 부담에 더해 국가사회주의(state socialism)로 인한 무분별한 복지 부담으로 이미 국가 파산에 들어간 상태였다. 노조들의 파업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 1970년대 10년 동안 영국 전역의 일터에서 무려 1000만일의 생산일을 잃어버렸다. 1000만일은 단순해 보이지만 상상이 불가능한 2만7397년이란 엄청난 세월이다. 결국 노동당 정권은 1976년 9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경제안정긴급자금 39억달러(현재 가치 297억달러)를 빌려서 국가 부도를 막아야 했다.

그런 실정 덕분에 보수당은 별다른 노력 없이 정권을 잡았다. 하지만 비상한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그런데 교묘하게도 대처가 중점적으로 밀고 나갔던 정책이 바로 보수당의 재집권 전략과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 국가 재정을 파탄 내는 영국병을 고치는 일이 당시까지 노동당의 텃밭인 노동자를 보수당 지지자로 바꾸는 일과 겹쳐졌다. 대처로 봐서는 영국도 구하고 보수당 지지층도 늘리는 정말 일거양득이었다.

대처는 영국병 치유를 위한 개혁을 통해 노동계급의 손에 집과 주식을 쥐여줬다. 주택과 주식을 소유하게 만든 방법은 두 가지였다. 우선 대대로 살아온 임대주택을 ‘구매권리(Right to Buy)’라는 제도를 통해 거주자인 서민 노동자들이 소유하게 만들었다. 해당 주택이나 아파트에서 산 기간에 따라 많게는 시가의 반값 또는 최소 3분의 1까지 할인해서 불하받도록 했다.

그들이 살아온 임대주택은 임대료가 시가에 절대적으로 못 미치고 관리비만 들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적자재정 요인이었다. 당시 영국 주택의 3분의 1이 이런 사회복지주택(social housing)이었다.이 주택들은 연금, 아동수당, 실업수당 같은 현금 복지와 함께 당시 영국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사회 복지 기둥이었다. 극빈가정, 미혼모, 이혼녀 같은 그늘진 계층과 함께 사회가 필요로 하는 핵심노동자(key workers)들에게 제공되는 주택이었다.

대처 정부는 이 임대주택 680만가구 중에서 210만가구를 팔아 치웠다. 거주자에게 넘겨주면서 적게는 집값의 반값 혹은 3분의 1 가격이라도 받아 280억파운드의 적자재정을 메울 자금을 마련했다. 결국 그렇게 해서 영국 자가보유율을 1980년 55%에서 1987년 64%로 끌어올려 놓았다. 이런 주택들은 이후 불어닥친 주택가격 상승 광풍에 힘입어 엄청나게 값이 올랐다. 대대로 서민으로 살아온 노동자들은 자신 이름으로 된 부동산이 생기고 값까지 올랐으니 흡사 중산층이 된 듯한 기분에 빠졌다. 이렇게 해서 전통의 노동당 지지 노동자들 중 모두는 아니지만 과반수 이상이 보수당 지지자가 되었다. 대처 보수당 정권으로 봐서는 재정적자도 메우고, 임대주택 관리비도 없어지고, 보수당 지지자도 늘리는 일거삼득의 효과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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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하 재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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