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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0호] 20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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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통신]FA컵 우승 레스터가 영국인에게 보여준 것

런던= 권석하  재영칼럼니스트 johankwon@gmail.com 2021-05-30 오후 2:52:44

▲ 지난 5월 15일 FA컵에서 우승한 레스터 시티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영국은 요즘 축구 시즌 마감으로 바쁘다. 영국 축구 최정상 20개 팀으로 이루어진 프리미어 리그(EPL·English Premier League) 2020~2021년 시즌이 지난 5월 23일 끝났다. 이날 시즌 마지막 10개 경기가 같은 시간 일제히 치러졌는데 맨체스터시티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 앞뒤로 EPL 아래 전국에 산재한 수백 개 프로 리그들도 시즌을 끝내가고 있다.
   
   특히 5월 15일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시합으로 평가받는 FA컵(Football Association Cup·영국 축구협회배) 결승전이 전통의 구장 웸블리에서 열렸다. 동네 조기 축구가 아닌 나름 조직을 갖춘 영국 FA 등록 축구 클럽 4만2000개 중에서 선발된 736개 팀 중 일인자를 가리는 이 경기에선 명문 첼시와 맞붙은 레스터 시티가 우승했다. 클럽 창설 137년 만에 처음으로 150년 전통의 FA컵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영국 축구 팬들은 레스터를 흔히 ‘더 언빌리버블(The Unbelievable)’이라고 부른다. 질시와 존경을 담은 별명인데, 2015~2016 시즌에서 38전23승12무3패, 승점 81점으로 전통의 명문 아스날을 승점 10점 차로 여유 있게 제치고 우승하면서 이런 별명을 얻었다. 레스터는 그 직전인 2014~2015년 시즌에선 마지막 9경기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꼴찌인 20등에 머물러 있다가 7경기를 파죽지세로 이겨 14등으로 시즌을 마감했었다. 정말 예측불허의 특별한 팀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기록들을 만들어냈다. 영국 축구 클럽에 별명이 따라붙은 건 아르센 벵거 감독이 지휘하던 아스날이 티에리 앙리가 뛰던 2003~2004년 시즌에서 38전26승12무의 무패로 EPL 역사상 유일무이한 대기록을 세우며 우승했을 때 받아든 ‘불침함대(The Invincibles)’라는 별명 이후 처음이다.
   
   
   축구 종주국에서도 가장 오래된 경기
   
   이번에 레스터가 우승컵을 안아든 FA컵은 축구 종주국 영국에서도 가장 영국다운 시합으로 평가받는다. 사실 축구는 영국인에게 신앙이나 다름없다. 하긴 신앙보다 더하다. 영국인들은 더 이상 신앙을 가지지 않지만 축구는 해가 갈수록 더 인기여서 하는 말이다. 그런 영국에서 거의 모든 축구 클럽이 참가할 수 있는 축구대회가 바로 FA컵이다. 레스터는 그동안 FA컵에서 준우승만 4번을 했는데 결국 올해 우승을 차지하면서 통한의 소원을 풀었다.
   
   FA컵은 레벨10 리그까지의 클럽이면 누구나 참가해서 예선전부터 차례로 이기고 올라가야 한다. 도중에 단 한 번이라도 지면 탈락한다. EPL과 챔피언 리그, 리그1, 리그2에 속한 92개 팀은 본선에 바로 합류한다. 그러나 그 아래 10리그까지의 644개 팀은 예선을 거쳐 본선으로 올라온다. 그렇게 해서 736개 팀이 본선에서 경기를 벌인다. 2020~2021시즌은 2020년 8월부터 시작해 지난 5월까지 10개월에 걸쳐 735번의 경기를 치르며 진행되었다. 본선에 바로 진출한 92개 팀은 3차전부터 시합을 시작하여 6번의 경기만 이기면 우승하지만 1차전부터 치러야 하는 하위권 팀은 우승하려면 본선에서만 8번 승리해야 한다. 리그에 따라 예선전도 수차례를 거치며 올라와야 해서 심한 경우 14번의 시합을 치르는 대장정을 거쳐야 한다.
   
   FA컵을 뛰는 무명팀 선수들은 TV에서나 보는 하늘 같은 유명 선수와 같은 구장에서 시합을 가지는 일부터 너무나 감격적이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다. 시합 중에는 정말 목숨을 걸고 죽기 살기로 뛴다. 그 결과 리그 서너 계단 밑의 무명팀이 EPL팀을 쓰러뜨리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이걸 ‘거인의 살해(giant-killing)’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으로 부르는데 이 ‘거인의 살해’가 FA컵을 관전하는 즐거움이다. 1992년 최정상의 아스날이 4부 리그 무명팀 렉섬에 2 대 1로 진 사건이 대표적이다. 1988년에도 당시 영국 축구를 휩쓸던 리버풀을 약체 윔블던이 결승에서 1 대 0으로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었다. 이렇게 FA컵은 무명 선수의 인생을 일시에 바꿀 수 있는 꿈의 무대이다. 그래서 FA컵에서 수많은 휴먼스토리가 등장한다.
   
   
   ‘거인의 살해’ 지켜보는 게 묘미
   
   FA컵 결승전은 영국인 모두의 꿈의 구장인 웸블리에서 열린다. 유·무명을 막론하고 모든 축구선수들은 일생에 한 번 웸블리에서 뛰어보는 꿈을 꾼다. FA컵에서는 경기 수준을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그냥 이기면 족하고, 그것이 FA컵의 매력이다.
   
   레스터는 사실 잘 알려진 유명 팀은 아니었다. 그러나 1894년 클럽 창설 이후 영국 톱 1·2 리그를 거의 벗어나 본 적이 없는, 명문까지는 아니더라도 무명이라고는 할 수 없는 클럽이다. 1992년 1부 리그가 프리미어 리그로 이름을 바꾼 후에도 9년간이나 EPL에 있었다. 그리고는 2014~2015년 EPL에 다시 들어온 이후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피를 말리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7년째 생존하고 있다. EPL 역사 29년에서 16년을 견딘 팀은 그렇게 많지 않다. EPL 개편 창설 후 한 번도 강등되지 않았던 팀은 맨유, 아스날, 토트넘, 리버풀, 첼시, 에버턴 6개 팀뿐이다. 정말 힘들게 올라와서 겨우 한두 해 버티다가 떨어져 나가는 식의 입출(入出)이 너무나 빈번한 팀이 대부분이다. 한때 설기현 선수가 뛰던 런던 풀럼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풀럼은 작년에 EPL에 들어와서 1년간 버티고 18등으로 강등되었다.
   
   그래서 EPL에서는 우승은 상위 팀들에나 중요하고 중하위권 팀은 모든 관심사가 생존에 있다. 일단 EPL에 들어오면 한 해 적어도 1억파운드(약 1581억원) 의 수입을 보장받는다. 상위권 팀은 1억5000만파운드로 보장액이 올라간다. 거기다가 상위권 그룹과 홈경기를 하면 관중석이 매진된다. 어떻게 하든 EPL로 들어가기만 하면 클럽 살림살이가 전년과는 비교가 안 되게 풍족해진다. 그렇게 주머니가 두둑해지면 좋은 선수를 사올 수 있어 성적이 더 좋아지게 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빅5 클럽이 2020~2021년 EPL로부터 얻는 수익 예상액을 보면 영국 축구 클럽들의 살림살이 규모를 알 수 있다. 지난 시즌 성적 순으로 보면 1위 맨시티는 1억5390만파운드를 받는다. 이어 2위 맨유 1억5350만파운드, 3위 리버풀 1억5090만파운드, 4위 첼시 1억4830만파운드, 5위 레스터 1억4130만파운드를 각각 받았다. 그러고 보면 1위와 2위 차이는 40만파운드, 2위와 3위는 260만파운드, 3·4위는 260만파운드, 4·5위는 700만파운드의 차이가 난다. 결국 1위와 5위 간에는 1260만파운드(197억8200만원)의 차이가 난다. 1위와 20위(셰필드 유나이티드 9100만파운드) 차이는 무려 6290만파운드(987억5300만원)에 이른다. 거기다가 EPL 4강에 들어 UEFA챔피언스리그에라도 나가면 일단 1525만유로(209억원)를 참가비로 받아 살림이 확 달라진다. 거기서 4강까지 가면 3500만파운드를 더 받게 된다. 결국 실력이 돈이 되고, 돈이 실력이 되는 셈이다.
   
   
   EPL에서 생존해야 하는 이유
   
   그런데 1년에 사온 선수 5명의 총액이 맨시티 선수 한 명 값도 안 되는 레스터가 EPL 우승을 했으니 세상이 뒤집어지는 일은 너무나 당연하다. 물론 레스터의 2015~2016 시즌 우승은 결코 쉽게 이루어진 일은 아니었다. 레스터는 강등 5년 만인 2014년 EPL에 돌아왔는데 그해 9월 21일 시즌 5번째 경기에 승리하면서 영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당시 전년도 7위 팀 맨유를 홈구장에서 맞아 5 대 3 대역전극을 펼쳤다.
   
   대역전 상황도 정말 드라마틱하다. 3 대 1로 지고 있던 레스터는 시합 종료 30분을 남겨놓고 무려 4골을 몰아넣어 5 대 3으로 역전승했다. 정말 기적 같은 명승부였다. 1992년 EPL 시작 이후 당시까지 2골 이상으로 져 본 적이 없던 맨유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이때 자신의 지역으로 들어온 공을 뺏은 뒤 폭풍 같은 반격을 펼치는 것이 레스터의 장점이라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무명 선수들이지만 마음만 제대로 먹으면 가공할 공격을 펼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EPL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며 화려하게 EPL에 재등장한 레스터는 곧장 나락으로 떨어졌다. 시즌 내내 힘을 못 쓰고 하위권을 맴돌았다. 급기야 3월 21일 29번째 경기에서 토트넘에 4 대 3으로 진 뒤의 성적은 4승7무18패, 승점 단 19점에 불과했다. 리그 순위 꼴찌인 20위였다. 남은 시합은 단 9개밖에 없었는데 최소 6경기는 이겨야 그 전해 웨스트브롬(승점 36점·7승15무16패)처럼 강등권 바로 위인 17위가 될 처지였다. 당시까지 29경기에서 4승을 한 레스터의 승률은 단 14%에 불과했다. 그런 레스터가 잔여 경기 9개 중 6승을 하면서 67%의 승률을 올린다는 기대는 정말 할 수가 없었다. 평범한 일반인이 한 달 만에 100m 경기를 10초에 돌파하는 일보다 더 불가능해 보였다.
   
   더군다나 당시 레스터 클럽 내부는 분란과 불화로 날을 세우는 중이었다. 니겔 피어슨 감독과 구단주를 비롯한 경영진들 사이의 분란은 도저히 봉합할 수 없을 만큼 악화된 상태였다. 선수들은 감독을 따르지 않았다. 선수들 사이의 심각한 불화는 팀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피어슨 감독은 상대팀 선수를 경기장에서 폭행한다든지 기자들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는 등 스캔들을 연이어 일으켰다. 그런 상황에서 9경기 만에 순위를 20위에서 17위로 끌어올려 강등권을 벗어난다는 일은 기적이 일어나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 영국 언론은 레스터의 강등을 상식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클럽 경영진도 이미 강등을 각오하고 6월 말 시즌 종료 두 달 뒤 감독 경질을 거론하면서 신임 감독을 찾는 물밑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언론에서는 후임 감독 하마평도 오르내렸다.
   
   
▲ 지난 5월 15일 FA컵 결승전에서 응원하는 레스터 팬들. 오른쪽은 첼시와의 결승전 경기 장면. photo 뉴시스

   축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생환
   
   그런 상황에서 진짜 기적이 일어났다. 불가능한 일이 일어날 확률이 너무나 희박하면 기적이라고들 하는데 바로 레스터 클럽에서 3월 21일부터 5월 24일까지 단 64일 만에 그 기적이 일어났다. 이 기간 레스터는 7승1무1패의 믿을 수 없는 성적을 거둔다. 그전까지 29경기에서 일구었던 19점의 승점보다 3점이나 더 많은 승점 22점을 따낸다. 결국 총승점 41점으로 강등권(18위)보다 4단계나 더 위인 14위에 올라 안전하게 다음 시즌을 맞게 된다. 마지막 경기도 박지성 선수가 뛰던 당시 약체팀 퀸즈파크레인저스를 영광의 희생양으로 삼아 5 대 1로 대파하고 화려한 대미를 장식한다.
   
   EPL 기록에 의하면 시즌 중간쯤인 전해 성탄절에 최하위권에 머물던 클럽이 시즌 말 강등을 벗어난 적은 EPL 29년 역사상 단 두 번 있었다고 한다. 레스터가 세 번째 기록을 세운 것이다. 사실 레스터의 상황은 더 나빴다. 성탄절 즈음도 아니고 그로부터 3개월도 더 지난 3월 말에 20위였으니 말이다. 그런 레스터가 강등권 바로 위도 아닌 14위로 시즌을 끝낸 것이다. 17위로 겨우 살아남은 2004~2005년의 웨스트브롬과 일찍 성적을 회복하기 시작한 2013~2014년 선덜랜드(14위)와는 경우가 완전히 다르다. 정말 극적이라는 말 말고는 더 묘사가 안 될 정도다. 더욱 놀라운 일은 29경기에서 20점 이하를 거둔 팀이 강등당하지 않고 생존한 경우는 그전에도 그후에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레스터의 마지막 역전극을 두고 당시 영국 언론은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극적인 생환(the greatest dramatic return in world football history)’이라고까지 흥분해서 칭찬했다.
   
   이렇게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레스터는 다음 시즌에 극적 생환과는 비교도 안 되는 더 큰일을 벌인다. 클럽 132년 역사상 처음으로 꿈에 그리던 EPL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EPL 역사상 그 전해 14위 팀이 우승을 한 유일한 기록이며, 앞으로도 있을 것 같지 않은 또 다른 기적 같은 일이다. 그래서 레스터의 우승 뒤 영국 언론은 ‘스포츠 역사상 가장 놀라운 충격(the greatest shock in sport history ever)’이라며 흥분했다.
   
   당시 우승은 순전히 새로 영입한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 덕분이었다. 레스터 클럽 경영진은 그 이전 시즌 막판에 절박한 선수들을 몰아붙여 레스터를 살아남게 하는 큰 공을 세운 피어슨 감독을 6월 말 뒤도 안 돌아보고 해고한다. 그리고는 이미 결정해 놓았던 라니에리 감독을 새 감독으로 발표한다. 과학적이고 부드러운 지도력의 새 감독을 맞아 레스터는 시즌 초부터 기록을 깨는 승률을 기록하면서 순항을 시작한다. 특히 라니에리 감독은 레스터의 스타 공격수 제이미 바디를 발굴해 꽃을 피우게 했는데, 바디는 당시 29살의 나이로 11경기에서 13골을 연속으로 넣는,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대기록을 세운다. 결국 라니에리 감독의 지도력으로 레스터는 38전23승13무3패, 총승점 81점으로 전통의 명문 아스날을 무려 10점이나 따돌리고 우승한다. 아직 경기가 두 개나 남은 상태에서 2위 아스날이 아무리 해도 따라올 수 없는 승점차를 내면서 우승을 조기 확정 지은 것이다. 당시만 해도 EPL 역사상 가장 빨리 우승을 확정 지은 기록이다. 이 기록은 2년 뒤인 2017~2018년 시즌 명장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가 마지막 경기(5월 13일) 두 달 전인 3월 12일 8경기나 남긴 상태에서 우승을 확정 지으며 깨진다.
   
   
   5000배 배당을 안긴 기적의 승부
   
   레스터가 우승하던 2016년 전까지 EPL 23년 역사에서 단 한 번이라도 우승해 본 팀은 5팀(맨유 13회, 첼시 4회, 아스날 3회, 맨시티 2회, 블랙번 1회)밖에 없었다. EPL 우승팀은 그만큼 부자 클럽만 들어가는 담이 엄청 높은 특수 폐쇄사회였다. 지금은 더 늘어 4만2000개나 되지만, 당시 영국에서 축구팀이라고 이름이 붙은 팀이 4만여개 있었다. 그중에서 5개팀만 23년을 독식했다는 뜻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도 명문팀이 아닌 팀의 EPL 우승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 그렇게 해서 레스터는 그 어렵다는 EPL 우승팀 클럽에 6번째 멤버가 되었다. 이제는 2019~2020 시즌에서 28년을 기다린 끝에 우승을 차지한 리버풀의 합류로 ‘7명의 EPL 왕자(Seven Princes of EPL)’라는 클럽이 생겼다. 현재 29회까지의 우승은 맨유(13회), 맨시티(5회), 첼시(5회), 아스날(3회), 블랙번(1회), 레스터(1회), 리버풀(1회)이 나눠 갖고 있다. 참고로 ‘빅6(Big 6)’라는 EPL 명문팀(맨유, 맨시티, 첼시, 아스날, 리버풀, 토트넘) 중 한 번도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못 해 본 팀은 손흥민 선수가 속한 토트넘뿐이다.
   
   당시 레스터의 우승으로 초상이 난 사람들은 그해 EPL 우승에 5000배 배당률을 건 영국 도박사들뿐이었다. 당시 영국 도박사들은 5000파운드(785만원)를 받고 무려 2500만파운드(392억2500만원)를 돌려주는 뼈아픈 실수를 했다. 정말 꿈에도 생각 못 한 레스터 우승으로 영국 도박 업계는 ‘가장 놀라운 충격(the greatest sporting shock ever)’을 받았다. 영국 도박 역사상 ‘단 한 번의 도박으로 가장 큰 손해’를 보았다.
   
   5000배의 배당률은 당시까지 정말 듣도 보도 못 한 배당률이었다. 도박사들은 그전 시즌 막판에 신들린 듯 치고 올라와 살아남은 레스터를 놀리면서 손님들을 끌어들이려고 일종의 농담 같은 배당률을 걸었다. 말도 안 되게 높은 배당률(odds)에 ‘농담같이 돈을 건(joke bet)’ 레스터 팬들도 있었다. 간절히 기도하는 심정으로 걸었다는 팬도 있었다. 당시 50파운드(7만8500원)를 걸어 25만파운드(3억9250만원)를 따서 팔자를 고친 팬도 여럿 있었고, 단 1파운드(1570원) 푼돈을 걸어 5000파운드(785만원)라는 거액을 딴 팬도 있다. 오만했던 영국 도박사들의 손해는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는데 평소 도박사들에게 돈을 잃은 영국인들은 고소해했다.
   
   영국인들은 아직도 레스터의 전설을 정말 ‘해피엔딩으로 끝난 요정 이야기(Happily ever after the fairy tale)’처럼 한다. 정상은커녕 EPL에 한 번도 못 들어가 본 클럽들마저도 ‘제2의 레스터’가 되는 꿈을 꾼다. 이를 일러 어느 타블로이드신문 기자는 “그들은 세계적 인기인인 킴 카르다시안이 2024년에 미국 대통령이 될 가능성만큼도 없지만 그래도 오늘 또 꿈을 꾼다”라고 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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