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먼고량주에서 생산한 알코올농도 75도의 소독용 알코올. ⓒphoto 진먼주창
진먼고량주에서 생산한 알코올농도 75도의 소독용 알코올. ⓒphoto 진먼주창

‘진먼다오(金門島) 포격전’으로 유명한 대만 진먼다오의 코로나19 누적확진자는 ‘0명’이다. 대만의 모든 현시(縣市)급 지자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졌지만, 진먼다오가 속한 진먼현(縣)은 6월 10일 현재 누적확진자 ‘0명’으로 철통방어를 이어가고 있다. 자연히 진먼다오의 방역비결에도 관심이 쏠리는데, 그 비결로 대만 최고 명주(名酒)로 꼽히는 ‘진먼고량주’가 주목받는다.

진먼고량주는 중국과 대치하는 최전선인 진먼다오에서 생산하는 알코올농도 최고 58도의 고량주(백주)다. 중국과의 포격전 당시 진먼다오에 주둔한 국민당 군대가 재배한 수수(고량)로 빚은 술로, 섬 곳곳에 미로처럼 들어선 지하벙커를 숙성용 창고삼아 탄생했다. 지난 2015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공(國共)정상회담 때도 중국을 대표하는 마오타이주(茅台酒)와 함께 등장한 바 있는데, 현재 대만 고량주 시장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대만 내 코로나19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진먼고량주도 사실상 전시생산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진먼다오 최대 지방공기업으로 진먼고량주를 생산하는 ‘진먼주창(酒廠)’ 측은 지난 5월부터 고량주 생산라인 일부를 전환해 소독용 알코올을 생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악화로 손소독제 등 소독용 알코올 수요가 급증하자, 이에 맞춰 고량주 생산라인 일부를 소독용 알코올 생산 라인으로 바꾼 것이다.

진먼주창 측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알코올농도 75도의 300ml 방역물자 생산을 긴급 재개한다”며 “우선 생산물량은 진먼다오 각 가정에 2병씩 보급하고, 두번째 물량은 대만 각지의 기관과 단체들에게 발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먼주창 측은 코로나19 초창기인 지난해 2월에도 약 19만병의 소독용 알코올을 생산해 섬 주민과 호텔 등 숙박업소에 방역물자로 보급한 바 있다.

지난 5월 26일부터 모든 입도(入島)객을 상대로 코로나19 신속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진먼다오 지방정부도 피검자들에게 진먼고량주에서 생산한 알코올농도 75도의 소독용 알코올 한병 씩을 나눠주고 있다. 대신 진먼다오 지방정부 측은 중앙 정부를 상대로, “방역물자를 생산하는 진먼주창의 세금을 절반으로 감면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각종 술자리가 줄면서 진먼고량주 역시 예년에 비해 판매가 급감했다고 한다.

고량주 생산라인을 이용해 소독용 알코올을 생산하는 관계로, 기존 고량주와 소독용 알코올이 외관상 거의 흡사해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투명한 병 위에 빨간색 라벨을 두른 병 모양도 기존 고량주 병과 큰 차이가 없다. 개봉했을 때도 기존의 진먼고량주와 흡사한 알싸한 향취가 풍긴다고 한다. 이에 진먼고량주를 생산하는 진먼주창 측은 “일상생활에서 청소와 소독용으로만 사용하고, 절대 마시지는 말라”고 권고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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