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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3호] 202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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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코끼리떼 대이동 미스터리… 글로벌 보호단체 대표의 생각은?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silkroad100@gmail.com 2021-06-22 오후 5:09:32

▲ 코끼리 보호단체인 ‘트렁크 앤드 리브스’의 샤르민 드 실바 대표. photo Udawalawe Elephant Research Project
사진을 보는 순간 빨려들어갔다. 드론이 잡아낸 2021년 최고의 장면 같았다. 지난 6월 7일 전세계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코끼리 가족의 잠자는 모습이다. 중국 운남성에서 15마리의 코끼리 가족이 서식지를 떠나 500㎞를 이동 중이라는데, 이들이 잠자는 모습에선 여행의 고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평화로운 코끼리 가족의 잠자는 모습에 전세계가 감동했다. 서커스단 동물의 진기명기 정도로 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성스럽고도 영적인 뭔가를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을 듯하다. 코를 안으로 감싼 채 깊은 잠에 빠진, 일렬로 드러누운 영물(霊物)들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잠자는 부모 어깨 위를 넘나든, 1살도 안된 어린 코끼리의 응석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코끼리 가족의 대이동 시점이 글로벌 판데믹이 본격화된 지난해 3월이라는 사실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사진을 보면서 이런저런 의문들과 함께 근본적인 의문도 머리속에 떠올랐다. ‘왜 하필 지금 중국에서 코끼리 가족 의 대이동이 벌어지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중국은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국으로 의심받는 나라다. 21세기 들어서는 전세계의 기존 질서를 주먹으로 바꾸려는 ‘문제아’로 변해가고 있다. 500Km에 달하는 코끼리 대이동은 바로 그런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리얼리티 드라마’다. 시작은 있지만 언제 종결될지 모르는 논픽션 스토리다. 인터넷 영상을 통해 전세계가 이 리얼리티 드라마에 열중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인 15마리 코끼리 가족은 정해진 잠자리도 없이 여기저기 떠돌며 배를 채우면서 살아가고 있다. 코끼리 가족의 불행이 드라마의 핵심 소재이자 주제인 셈이다.
   
   코끼리 대이동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끝날지, 대이동의 원인과 최종 목적지가 어디일지 전세계에서 궁금증이 일고 있다. 하지만 추측과 전망만 난무할 뿐 믿을만한 설명은 드물다. 중국발 프로파간다식 보도는 한층 더 신뢰하기 어렵다. 코끼리 눈 높이에 맞춘 분석과 평가를 듣고 싶다. 글로벌 차원의 코끼리 전문가를 수소문한 끝에 두명을 찾아냈다. 아시아 코끼리 보호운동을 주도하는 미국 동물보호단체 ‘트렁크 앤드 리브즈(www.trunksnleaves.org)’ 대표인 셜민 드 실바(Shermin de Silva)박사와, 코끼리 인지능력에 관한 세계적 연구가 조슈아 플로트닉(Joshua Plotnik) 교수다.
   
   인터뷰는 실바 박사부터 시작했다. 스리랑카를 무대로 코끼리 보호운동을 펼치고 있는 실바 박사는 특정 지역에서 건설이나 개발이 이뤄질 경우 ‘동물적 관점(Animal’s Prospective)’을 반드시 고려해야만 한다고 역설한다. 실바 박사가 머물고 있는 미국 샌디에이고 사무실과 줌을 연결해 이번 코끼리 가족 대이동과 관련한 의문점들을 풀어봤다.
   
   -코끼리 전문가로 이번 대이동을 어떻게 보는가.
   “이미 지난해부터 이동 중이란 뉴스를 접했지만, 왜 저토록 위험한 여정을 1년 이상 지속하는지 궁금했다. 도중에 출산까지 하면서 어린 코끼리 두 마리와 함께 먼길에 나선다는 것은 아주 예외적이다.”
   
   -활동지역인 스리랑카에서 비슷한 케이스를 본 적이 있는가.
   “물, 음식을 찾아나서는 이동이야 있지만 저토록 먼 거리까지는 안간다.”
   
   -아시아 코끼리를 세부적으로 분류하면?
   “아시아 코끼리는 크게 세 종류로 나눠진다. 스리랑카 인디아 권역, 수마트라 권역, 그리고 보르네오 권역 등이다. 세 권역의 코끼리는 외모도 차이가 나고, 유전자를 통해 보면 다른 점이 상당히 많다. 보르네오 코끼리의 경우 피그미 코끼리로 불리기도 하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킬 이름이다. 결코 작지도 않은데 피그미라 부르기 때문이다(웃음). 지금 화제가 된 중국과 미얀마 국경지대의 코끼리는 인도 스리랑카 권역에 속한다.”
   
   -이동중인 코끼리의 원래 서식지가 미얀마 근처 중국이라고 하는데.
   “중국에 서식하는 아시아 코끼리는 수백마리에 불과하다. 출발지가 미얀마인지 중국 땅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이미 26년 전 얘기지만 중국 스찬성(四川省) 청두(成都)의 팬더사육기지에 들른 적이 있다. 중국과 수교한지 얼마 안돼 당시만 해도 한국에 생소하던 곳이었다. 찾아간 이유는 현지 전문가를 통해 야생 팬더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야생 팬다와 북구의 오로라(Aurora)는 당시 30대 필자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야생 팬다는 못만났지만 사육기지안의 팬다와 관리인들을 접하면서 깜짝놀랄 ‘괴담’ 하나를 알게 됐다. 1960년대 문화혁명 기간까지만 해도 판다를 식용으로 활용했다는 충격적인 얘기다. 팬더를 포획한 뒤 나무에 묶어 살육장으로 데려가는 현지인들의 사진도 봤다. 박쥐 식용 문제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출발점이란 얘기가 있지만, 팬더 괴담을 보면 당연한 가설로 느껴진다. 원래 중국인은 ‘생명체=음식’으로 이해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원인에 대해 생각해봤지만 종교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듯 하다. 종교가 없다는 말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걱정이 없다는 얘기다. 나쁜 일을 하거나, 동물을 죽여도 천벌을 받지 않는다는 현세 중심 세계관이다. 아시아 코끼리를 대하는 중국인의 생각도 기본적으로 똑같을지 모른다. 보호, 숭배,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언제든 식용으로 삼을 수 있는 초대형 동물에 불과할 것이다. 불과 수백마리만 남아있다는 중국 내 코끼리 숫자가 증거일지 모른다. 종교에 기반한 인도, 스리랑카, 심지어 파키스탄의 코끼리 보호운동 같은 것이 중국에는 없다.
   
   -코끼리 등 야생동물 보호와 관련해 중국의 태도를 어떻게 평가하나.
   “인도 스리랑카와 같은 힌두, 불교 국가를 기준으로 하면 종교 나 문화, 식생활이 야생동물 보호의 중요한 배경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글라데시 파키스탄도 포함되지만, 종교적 차원의 전통과 터부가 있는 나라들이 많다. 예를 들어 채식주의 문화는 야생동물을 음식으로 여기지 않는 종교적 문화적 차원의 식생활이다. 농산물을 주된 음식으로 삼는 경우가 많고 동물 농장도 많지 않다. 종교 문화 식생활 차원에서 중국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잘 모른다. 따라서 야생동물 보호 방식이 얼마나 다른지도 답하기 어렵다.”
   
   -이동 중인 코끼리의 건강이나 심리 상태를 어떻게 보나.
   “중국 당국의 철저한 통제하에 최고의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듯 하다. 드론이 촬영한 잠자는 모습에서 느껴지지만 코끼리 가족의 육체적 건강 상태가 상당히 좋은 것 같다. 현지 조사를 안해봐 모르겠지만 적어도 중국발 사진만으로 보면 문제가 없다.”
   
   
▲ 중국 윈난성에서 장거리 이동 중인 코끼리 떼가 풀밭에 누워 잠을 자고 있다. photo 뉴시스

   -중국내 아시아 코끼리 서식지의 환경이 어떤가.
   “중국 현지 친구들을 통해 들어보면, 종래의 코끼리 서식지 주변 산림이 남벌되고 개발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거주 공간이 줄어들 경우 현지 코끼리들 사이의 경쟁이 심해진다. 음식이나 물을 찾아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번에 암컷이 아닌 수컷 코끼리가 대가족을 리드한다는 것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통설적으로 코끼리 대가족의 리더는 나이가 많은 암컷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해본 결과 암수 확실히 구별된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스리랑카 코끼리의 경우 리드하는 영역이 서로 불분명하다. 서로 협조하면서 나아가는 식이라고나 할까? 지역 환경 상황에 따라 리더가 바뀔 수 있다는 말이다. 두 마리 수컷이 리드한다고 하지만, 암컷 리더에 떠밀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 사실 15마리 코끼리 가족에 대한 장기간 실지 조사를 하지 않는 한 내부의 역학관계를 알기 어렵다.”
   
   -코끼리들은 의사소통은 어떤 식으로 하는가.
   “소리나 몸짓, 그리고 성적 호르몬(Chemical)을 통한 소통으로 나눌 수 있다. 두가지 방법을 활용해 코끼리 가족 전부가 깊이 연결돼 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교류할 수 있다. 어떤 그룹에서 혼자 낙오됐다 하더라고 두 가지 의사소통을 통해 30분이나 1시간 뒤 찾아낸다. 물론 코끼리 들은 서로를 24시간 내내 지켜보거나 소통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위기시에는 코끼리 특유의 방식으로 서로 소통할 수 있다.”
   
   -보통 코끼리 가족 한 그룹은 몇마리 정도로 구성되는가.
   “전부 다르다. 극단적으로 암컷 한 마리와 자식 하나만으로 구성된 싱글 마더 그룹도 있다. 내가 일한 스리랑카에서는 200마리 이상의 초대형 그룹도 있었다. 하나가 아니라 여러 그룹이 뭉쳐 한 덩어리로 움직인다. 이동중인 15마리의 그룹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중간 규모라 볼 수 있다.”
   
   뭔가 크고 넓고 강한 것에 집착해온 것이 인류 문명사다. 피라미드나 만리장성, 콜로세움, 나아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나 아랍 에미레이트의 높이 828에 이르는 빌딩이 대표적이다. 바벨탑 쌓기 경쟁이 인류 문명사의 어제와 오늘이다. 세상을 깊고 넓게 본 뒤 내린 결론이지만, 작고 섬세하고 좁은 세계에 숨겨진 코스모스에 눈이 간다. 크고 강하고 넓은 바벨탑은 어제의 추억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인간이 아닌 동물의 세계는 다르다. 크고 강하고 넓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압도된다. 고래 침팬지 코끼리는 그같은 범주에 속한 대표적인 동물들이다. 감히 범할 수 없는, 신비롭고도 성스러운 뭔가가 이들 동물들에게서 느껴진다. 토테미즘(Totemism)에 기초한 미신으로 비쳐질 수 있지만 보호하고 우러러봐야할 초월적인 존재들로 느껴진다.
   
   -코끼리 그룹간의 영토의식이나 싸움이 있는가.
   “개나 늑대처럼 강한 영토의식이 없다. 그러나 주된 서식지 영역은 존재한다. 영역이 겹치는 경우도 있지만, 코끼리 가족간의 싸움이나 불화는 거의 없다. 물을 마실 수 있는 곳에서 서로 마주칠 경우 충돌을 피하면서 각자 물을 마시고 목적지로 떠난다.”
   
   -코끼리는 1부1처제인가. 한번 결혼하면 끝까지 가는가.
   “그렇지 않다. 수컷은 번식기에 다른 그룹으로 갈 수도 있다. 암컷은 비교적 같은 그룹안에서 살아간다. 따라서 다른 그룹에서 온 수컷과 교미를 할 수 있다. 코끼리는 임신기간이 2년 가까이 된다. 출산후 1년간은 새끼를 돌봐야만 한다. 따라서 3년, 많으면 6년 동안 수컷을 멀리하게 된다. 수컷은 그렇게 긴 기간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발정기가 되면 다른 암컷을 찾기 위해 잠시 그룹을 떠날 수도 있다. 따라서 1부1처나, 한번만 결혼하는 식의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근본적인 의문이지만 왜 지금 중국에서 이런 코끼리 대이동이 일어났다고 보는가.
   “거주지가 줄어들면서 코끼리들이 인간과 불화를 겪고 있다는 것은 코끼리 뉴스 단골 메뉴 중 하나다. 문제는 ‘왜 지금 중국에서 일어났는가’라는 점이다. 오직 신만이 답할 수 있는 질문일 듯 하다. 스리랑카 현지의 경험이지만, 관광객들이 코끼리에게 던지는 음식이 단서가 될지 모르겠다. 판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음식을 주던 관광객도 한순간 사라졌다. 판데믹 기간 중 현지 주민들과 코끼리와의 불화도 급증하고 있다. 코끼리 이동을 판데믹과 연결시킬 수 있을지, 그 자체에 대해 뭐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판데믹 하의 중국 코끼리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결론을 내기 어렵다.”
   
   -코끼리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가 있는가.
   “없다. 다른 바이러스는 있지만 아직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는 없다.”
   
   -다른 동물과 비교할 때 코끼리는 어떤 점에서 특별하고 다른가.
   “내가 코끼리를 연구테마로 잡은 이유이기도 하지만, 집단 차원의 의사소통이나 사회 활동 능력이 탁월하다. 따라서 코끼리의 남다른 인지능력에 대한 꾸준한 연구가 필요하다. 코끼리는 아주 명상적인 동물이다. 아주 천천히 움직이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동물이다. 코끼리는 인간이 보호해주지 않을 경우 멸종되기 쉬운 ‘큰’ 동물이다. 인간이 보호해야할 가치가 있고, 보호해야만 하는 동물이다.”
   
   당연하지만, 실바 박사는 기후 변화가 자연과 야생동물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준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여름 자신의 뒷 마당에 엄청난 양의 모기가 등장했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모기 활동권도 북상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모기떼가 출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기만이 아니라 여러 생태계에 영향을 주고, 결국에는 코끼리도 기후 변화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간이 코끼리에서 배울 점은?
   “리더와 리더십에 관한 문제를 보자. 동물을 상대로 한 여러가지 연구가 있지만, 코끼리에 초점을 맞추면 분명한 답이 하나 나온다. 환경이나 자원이 만족할 상태인 경우 누가 리더일지, 리더십이 어떤지에 대한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 서로 자유롭게, 각자의 길을 갈 뿐이다. 그러나 환경과 자원이 열악해질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인도나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처럼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사는 코끼리 그룹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문제를 해결해 줄 리더나 리더십이 필요하게 된다. 경험이 많은 나이든 코끼리가 등장할 수 있지만, 반대로 힘을 기반으로 한 무경험의 젊은 코끼리가 리더로 나타날 수 있다. 미경험의 리더가 나타나 자원을 독점하고 다른 코끼리들을 죽음으로 몰아세울 수도 있다. 코끼리 세계는 인간 사회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중국 야생동물 보호 당국에 전하고 싶은 말은?
   “중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에 알리고 싶은 것은 ‘동물의 관점’이라는 부분이다. 개발이나 건설에 나설 때 동물의 관점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를 생각해야만 한다. 돈이 든다는 점에서 모두가 이 문제를 피하기 쉽다. 스리랑카에서 자주 보지만, 개발에 따른 이익을 사람들에게만 국한할 경우 나중에 동물이나 환경에게 문제가 생기게 된다. 문제가 생긴 뒤가 아니라, 개발 계획 초기단계부터 동물의 관점을 통한 시행이 절실하다.”
   
   IT세계는 인간만이 아닌 동물세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마지막 질문으로 이번 15 마리 코끼리 가족의 일거수 일투족을 전부 촬영하고 있는 드론에 대해 물어봤다. “코끼리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드론을 개처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양 염소를 모는 개처럼, 드론을 날려서 코끼리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식이다. 단기적으로는 좋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이다. 코끼리에게 스트레스를 줄 것이고,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모른다. 모니터링이나 멀리서 관찰하는 수준의 드론 활용에는 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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