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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3호] 202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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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2021년에 벌어진 ‘유로2020’에 숨은 경제학

김회권  기자 khg@chosun.com 2021-06-20 오후 2:51:15

▲ 지난 6월 12일 이탈리아 로마의 스타디움 올림피코에서는 팬데믹으로 1년 연기된 ‘유로2020’의 개막을 알리는 행사가 열렸다. photo 뉴시스
전설적인 오페라가수 안드레아 보첼리가 6월 12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로마의 상징인 스타디움 올림피코 무대에 오르자 유럽축구연맹(UEFA)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020년 여름에 열렸어야 할 대회는 코로나19라는 변수 탓에 1년 미뤄졌다. 팬데믹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유럽의 미니월드컵인 유로2020은 취소되지 않고 보첼리의 무대를 신호로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보통 유로는 한 국가 내에서, 혹은 이웃한 두 국가에 걸쳐서 개최돼 왔다. 이번 유로2020은 3개국 이상에서 벌어지는 첫 국제스포츠 이벤트다. 영국 런던, 독일 뮌헨, 스페인 세비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아제르바이잔 바쿠 등 11개국 도시에서 경기를 진행하며 유럽 전역을 관통해 열린다.
   
   이 대회가 위기를 맞았을 때 알렉산더 세페린 UEFA 회장은 머릿속으로 손실액이 얼마일지 계산하느라 머리가 아팠을 거다. 축구는 필연적으로 돈을 끌고 다닌다. AP통신은 “UEFA는 이미 3억유로(4065억원) 손해를 보고 있고 만약 유로2020이 취소될 경우 20억유로(2조7100억원)의 추가 손실을 보게 된다”고 전했다. 일단 그 악몽 같은 상황은 피했다.
   
   

   
   호날두의 손짓 하나로 날아간 5조8000억원
   
   대회 손실이 크다는 건 유로2020이 갖는 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말과 같다. 대회의 가치는 이 무대에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데서 온다. 기업들이 매기는 경제적 가치도 그만큼 높다. 상업적으로 말하면 유로2020은 알리페이·부킹닷컴·코카콜라·페덱스·하이네켄·비보·폭스바겐 등 세계 곳곳에서 후원을 끌어모았다. 1년 연기된 탓에 지난 2월 글로벌 파트너가 된 틱톡과 카타르항공도 스폰서에 합류했다.
   
   2021년에 열리는 대회를 유로2020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들 스폰서 때문이다. UEFA의 고객들은 이미 ‘유로2020’이란 타이틀을 활용해 수많은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유로 2021’로 명칭이 바뀌면 모든 것을 다 갈아엎어야 한다. UEFA가 그 뒷감당까지 할 순 없다. 그래서 이번만 예외적으로 개최연도와 타이틀 연도가 다르다.
   
   직전 대회인 유로2016의 결산은 유럽 국가 대항전이 얼마나 큰 가치를 갖는지 보여준다. 기업들은 당시 스폰서가 되기 위해 4억8000만유로(6504억원)를 지불했다. 대회가 개최될 때마다 이 액수가 커져온 걸 고려해 보면 유로2020의 스폰서 금액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만큼의 가치를 지불하는 건 그만큼의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보여준 역설적 사례는 그런 기대를 증명하고도 남았다.
   
   지난 6월 15일(한국시각) 이번 대회가 자신에게 마지막 대회가 될지도 모를 36세의 호날두가 첫 경기를 앞두고 포르투갈 대표팀 주장 자격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왔다. 그가 앉은 테이블에는 유로2020의 공식 스폰서인 코카콜라가 놓여 있었다. 평소 몸 관리가 철저하기로 유명한 그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콜라를 구석으로 치워버렸다. 그리고는 기자들을 향해 물병을 들어 올리며 “물”이라고 말했다. 콜라 대신 물을 마시라는 메시지인 셈인데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호날두의 기자회견 직후 코카콜라의 주식은 기자회견 전보다 1.6% 하락했다”고 전했다. 약 52억달러, 우리 돈 5조8000억원의 가치가 유로2020 기자회견장에서 호날두가 치운 콜라 때문에 사라졌다.
   
   개최 도시들도 유로2020이 갖는 경제적 활력을 기대한다. 11개 국가에 배정된 개최도시들은 저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에 축구가 선물을 줄 거라고 믿고 있다. 프랑스에 위치한 스포츠법경제센터(CDES)는 유로2016 개최로 프랑스가 얻은 경제효과를 12억유로(1조6260억원)로 추정했다.
   
   이번에는 경기가 분산됐고 팬데믹 탓에 관광객 규모가 작지만 그래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거라고 개최도시들은 희망을 품는다. 스페인 세비야는 4경기를 배정받았는데, 최소 2억1500만유로(2913억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거라 믿고 있다. 입장권 수익은 예상보다 적지만 매 경기 1만6000명의 관중이 평균 3일 동안 세비야에 머물며 하루 380유로(51만5000원)를 지출해서 생기는 경제효과, 그리고 약 50억명의 사람들이 TV로 경기를 볼 것을 예상해 분배될 중계권료 등을 포함한 수치다.
   
   
▲ 지난 6월 16일(한국시각) 독일 뮌헨에 위치한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독일과 프랑스의 유로2020 조별리그 경기에서 후반 39분 프랑스의 카림 벤제마가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비디오판독 끝에 이 골은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photo 뉴시스

   
   11개국 개최? 전임 회장의 초현실적 아이디어
   
   이 대회는 유럽 최강을 가리는 대회다. 그러니 축구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유럽의 스포츠는 도박사들이 가장 잘 맞힌다. 베팅업체 윌리엄힐(William Hill plc)은 유로2020 우승 배당률을 프랑스(9/2), 잉글랜드(5/1), 벨기에(6/1),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이상 8/1) 순으로 높게 봤다. 반면 베팅엑스퍼트(Betting Expert)는 잉글랜드의 우승 배당률을 4/1로 전망하면서 프랑스(5/1), 벨기에(13/2), 스페인(7/1), 이탈리아(8/1), 독일(8/1), 포르투갈(10/1), 네덜란드(12/1), 덴마크(25/1), 크로아티아(30/1)를 뒤로 배치했다. 낮은 배당률은 그만큼 우승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정리해 보면 프랑스와 잉글랜드가 가장 유력하고 그 뒤를 벨기에,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뒤쫓는 모양새다. 가끔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스포츠 이벤트에 자신들의 통계 분석을 활용해 예상을 내놓을 때가 있는데 이번이 그랬다. 골드만삭스는 1980년 이후 6000여개의 게임 데이터시트와 현재 상황, 홈 어드밴티지 등을 취합해 자신들의 통계모델 분석을 시도했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벨기에의 우승’이었다. 프랑스는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고 잉글랜드는 8강에서 떨어질 걸로 내다봤다. 스포츠베팅업체와 골드만삭스의 데이터 해석이 단두대 매치에 오른 셈이다.
   
   요즘 같은 전염병 시대에는 선수들을 한곳에 모아 격리시킨 뒤 스포츠 이벤트를 진행하는 게 미덕이다. 유로2020은 그런 미덕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전임 UEFA 회장이었던 미셸 플라티니가 2020년 12월 내놓은 11개국 11개 도시 분산 개최 아이디어는 ‘로맨틱하다’ ‘초현실적이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에는 코로나19도, PCR 검사도, 백신도 없었고 상상하지 못했을 때였다.
   
   플라티니가 내세운 명분은 팬, 그리고 경제였다. 이전에 유로를 개최해 본 적이 없는 축구 약소국에 경기를 나눠서 배정하면 팬들도 좋아할 거고 비용을 분담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 이면에는 차기 선거가 있었다. 플라티니는 UEFA 회장 연임을 노리고 있었다. 유로의 경기를 일부 나눠주는 건 축구 약소국들의 지지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전임 회장의 결정 때문에 10년 뒤 주최국들은 진땀을 빼고 있다. 대회가 열리는 나라들은 지금 엄청난 변수들과 씨름하고 있다. 일단 11개 도시 각각에 버블(대형격리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선수나 코치들이 감염됐을 경우의 프로토콜도 필요하다. 혹은 버블 밖으로 감염이 확산될 경우도 대처해야 한다. 일단 선수들은 버블 안에서 격리된다고 치자. 이제는 팬들이 문제다.
   
   감염병이 기승을 부려도 쫓아다니며 응원하는 팬들은 있기 마련이다. 스위스 대표팀은 엄청난 이동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조별리그 3게임만 치르고 탈락해도 이동거리가 1만㎞가 넘는다. 첫 번째 게임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치른 뒤 두 번째 게임을 이탈리아 로마에서 갖는다. 그리고 세 번째 게임을 위해 다시 바쿠로 이동해야 한다. 이를 쫓는 팬들의 고생길은 이미 훤해 보인다.
   
   동선을 짜는 것도 어려운 일정이지만 스위스 팬들은 국가마다 다른 방역 정책 탓에 입국은 가능한지, 가져갈 수 있는 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는 정원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경기장마다 수용인원은 천차만별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푸스카스 경기장은 제한 없이 관중을 받는다.
   
   6월 16일(한국시각) 열린 헝가리와 포르투갈의 경기는 만원경기로 치러졌다. 반면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는 수용 인원의 22%만 받기로 했다. 백신여권의 테스트베드 역할도 유로2020이 수행하는데 준결승전과 결승전이 열리는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 입장하려면 백신여권이 필요하다. 11세 이상의 모든 관중은 2차 접종을 한 지 적어도 2주가 지났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푸스카스 아레나는 관객수를 제한하지 않는다. 지난 6월 16일(한국시각) 이곳에서 열린 헝가리와 포르투갈의 유로2020 조별리그 경기는 모처럼 관중석이 만원인 채 진행됐다. photo 뉴시스

   
   “에르도안, 터키대표팀 뒤로 숨지 마라”
   
   축구는 때론 정치적 도구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보여준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가 일본과 외교 전쟁으로 비화한 건 우리 기억에 강렬하게 남아 있다. 유럽은 더하다. 우크라이나는 유로2020에 입을 유니폼에 러시아에 뺏긴 크림반도를 그려 넣었다. 대회 출전 선수들을 위해 안드리 파벨코 우크라이나 축구협회 회장은 이런 말을 남겼다. “우크라이나 이미지가 싸우는 선수들에게 힘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러시아가 가만있을 리 없다. 당장 교체를 요구했다. 모스크바에서도 지원 사격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새 유니폼을 두고 “축구 대표팀이 ‘불가능한 환상’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티셔츠에는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는 슬로건이 박혀 있는데 이를 두고도 “나치 구호를 연상시킨다”고 비난했다. 이 슬로건은 2014년 친(親)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실각시킨 우크라이나 시위대가 집회에서 외쳤던 구호다.
   
   터키에서도 유로2020이 정치권에서 소비된다. 이 나라는 축구에 죽고 축구에 사는 나라다. 터키리그는 서포터들 간의 충돌이 가장 거친 곳 중 하나다. 이런 축구의 영광을 정치지도자가 활용하기에 좋다. 터키 내에서는 이미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야권 성향의 매체 ‘줌후리옛(Cumhuriyet)’은 “아무도 터키 대표팀 뒤에 숨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터키는 유로2020의 첫 경기를 이탈리아와 로마에서 가졌다. 0 대 3, 무기력하게 완패했다. 하지만 2~3차전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치른다. 지난해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서 터키는 완벽하게 아제르바이잔을 지원했다. 지난 5월 터키와 아제르바이잔 대표팀은 친선경기를 가졌는데 터키 외무장관은 “두 국가, 한 나라”라는 촌평을 남겼다.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이미 터키대표팀의 경기를 ‘홈경기’라고 부른다. 아제르바이잔 축구협회장은 “터키가 이겼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지난 4월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자신을 ‘독재자’라고 부른 탓에 1차전 로마 경기를 TV로 본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차전이 열리기 전 아제르바이잔으로 날아가 양국 간 전략적 동맹을 발표했고, 2만여명의 터키 응원단과 함께 축구를 관람하기로 했다. 터키 내에서 대표팀의 승리를 가장 바라는 사람이 에르도안이라고 말한다.
   
   축구에 정치가 개입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논쟁은 또 다른 논쟁거리가 됐다. 일부 잉글랜드 팬들은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자국 대표팀이 무릎을 꿇자 야유를 보냈다. 정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무릎 꿇기는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를 지지하는 제스처다. 야유에 대항해 일부 팬들은 환호를 보냈다.
   
   반면 크로아티아는 무릎을 꿇지 않았다. 체코나 러시아 대표팀도 무릎을 꿇지 않는다. 반면 웨일스와 벨기에 등은 무릎을 꿇는다. 무릎을 꿇거나 꿇지 않는 행위는 찬반으로 갈렸다. 무릎을 꿇는 팀은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무릎을 꿇지 않는 팀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하다며 비판을 듣는다. 스티브 클라크 스코틀랜드 감독은 “선수들을 향한 비판이 계속되면서 제스처의 목적이 희석되고 훼손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문화전쟁’이라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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