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을 기념하는 국경절 천안문 열병식에  함께 참석한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가운데)과  전임자인 후진타오(왼쪽), 전 전임자인 장쩌민(오른쪽). ⓒphoto AP·뉴시스
2019년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을 기념하는 국경절 천안문 열병식에 함께 참석한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가운데)과 전임자인 후진타오(왼쪽), 전 전임자인 장쩌민(오른쪽). ⓒphoto AP·뉴시스

오는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초미의 관심사는 내년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3연임 여부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지난 2018년 현행 헌법인 1982년 수정헌법을 일부 개정하면서 제2절 제79조에 있던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관련 조항에서 연임제한 문구를 삭제했다.

시진핑 집권 2기 때인 2018년 수정된 중국 헌법은 “만 45세 이상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진 중화인민공화국 공민(公民)은 국가주석과 부주석으로 선출될 수 있고, 임기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임기와 동일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총서기 겸 국가주석 재임 중인 2004년 일부 개정된 수정헌법 제79조는 해당 조항에 ‘2기를 초과해 연임할 수 없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다. 1기가 매 5년인 만큼 2기는 10년이다. 개정 전 헌법에 따르면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총서기에 선임돼 이듬해인 2013년 3월 국가주석에 취임한 시진핑은 오는 2023년에는 국가주석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2기 초과 연임 불가’ 문구가 삭제되면서, 3연임은 물론 그 이상도 가능해진 상태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해당 조항이 ‘국가주석’ 관련 조항이라는 점이다. 오는 2022년 11월경 치러질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전당대회)를 통해 선출하는 것은 중국공산당을 대표하는 당 총서기로, 엄밀히 말해 국가주석이 아니다. ‘당이 정부를 영도한다’는 ‘이당영정(以黨領政)’ 원칙에 따라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국가주석보다 우위에 있다. 시진핑의 공식호칭도 ‘당 총서기-국가주석’ 순이다.

국가주석은 마오쩌둥, 덩샤오핑 집권 때만 해도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얼굴마담’에 불과했다. 마오쩌둥 집권 때 국가주석을 맡았던 류샤오치(劉少奇)는 문화대혁명 때 홍위병에게 맞아죽었고, 덩샤오핑은 국가주석을 맡아본 적도 없다.

대신 덩샤오핑은 자신의 수족과 같은 리셴녠(李先念), 양상쿤(楊尙昆)에게 국가주석을 맡겼다.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을 겸직한 것은 1993년 장쩌민 전 총서기 겸 국가주석 때부터다. 이마저 장쩌민이 천안문사태 때 유약한 대응으로 가택연금된 자오쯔양(趙紫陽)으로부터 1989년 당 총서기직을 넘겨받은 4년 뒤인 1993년부터다.

당 총서기 연임 규정은 없어

반면 헌법보다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중국공산당 당장(黨章·당헌)은 총서기의 연임과 관련해 별도 규정이 없다. ‘총서기’에 관해 규정한 당장 ‘제3장 제23조’는 “당의 중앙정치국,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 총서기는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로 선출한다. 중앙위원회 총서기는 중앙정치국 회의와 중앙정치국 상무위 회의 소집을 책임지고, 중앙서기처의 업무를 주재한다”는 내용이 전부다. 또 “매기 중앙위원회가 만든 중앙영도기구와 중앙영도인은 다음 번 전국대표대회 개회기간까지 당의 일상업무를 주재하고, 차기 중앙위원회가 중앙영도기구와 중앙영도인을 선출하면 종료한다”고 적고 있다.

다만 ‘당의 간부’와 관련된 규정을 다룬 당장 제6장 제38조는 ‘종신(終身)집권’에 관해서는 명확한 제한규정을 담고 있다. “당의 각급 영도간부는 민주적으로 선출됐든 영도기구에 의해 임명됐든 간에, 그들의 직무는 종신적이지 않고 변동하거나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연령과 건강상황이 업무를 계속하는 데 적합하지 않은 간부는 국가규정에 따라서 퇴직 또는 휴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시진핑 연임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당장 제38조를 근거로 시진핑의 3연임 저지에 나설 수 있는 셈이다.

자연히 시진핑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2018년 개정된 헌법을 근거로 3연임을 강행하려고 해도 총서기 3연임 여부를 두고서는 당 안팎에서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만약 오는 2022년 11월경 20차 당대회 전에 시진핑의 당 장악력이 약화될 경우, 개정된 헌법을 바탕으로 국가주석직 연임은 허용하되 ‘당장’에 따라 총서기직에서는 물러나는 정치적 타협이 이뤄질 수도 있다. 과거 장쩌민이 2002년 후진타오로 당 총서기가 교체된 이후에도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붙들고 있었던 것처럼, 시진핑 역시 ‘국가주석’직을 붙들고 있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시진핑의 전례 없는 1인 지배체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보여주는 몇몇 장면들이 있었다. 2017년 19차 당대회 때 시진핑은 보시라이(薄熙來), 저우융캉(周永康), 쉬차이허우(徐才厚),링지화(令計劃) 등 소위 ‘신(新)사인방’을 숙청할 때 잘 드는 칼로 썼던 왕치산(王岐山) 전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를 ‘칠상팔하(七上八下)’ 불문율을 어겨가며 정치국 상무위에 유임시키기를 원했다. 하지만 1948년생으로 2017년 당시 만 69세이던 왕치산은 결국 상무위 유임에 실패했고, 실권이 미약한 ‘국가부주석’에 머무는 데 그쳤다.

10년 가까운 임기 동안 ‘당 주석’직을 끝내 부활시키지 못한 것도 한계로 여겨진다. 시진핑은 2012년 18차 당대회를 통해 집권하며 정치국 상무위를 기존 9인에서 7인으로 축소하고, 2017년 19차당대회 때는 자신의 이름을 딴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사상’을 지도이념으로 당장(당헌)에 삽입하는 데 성공했다. 당장의 지도이념에는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이름은 들어있지만,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이름은 없다. 하지만 1989년 천안문사태를 촉발한 ‘비운의 황태자’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가 마지막으로 가졌다가 덩샤오핑의 지시로 폐지된 ‘당 주석’직을 부활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 이원화?

자연히 오는 2022년 20차 당대회 때는 당을 이끄는 당 총서기와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주석 간의 권력 이원화 대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시진핑의 후임 당 총서기는 당의 주요 사무를 책임지는 서기 중의 대표, 말 그대로 ‘총서기’로 격하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 덩샤오핑 아래서 허울뿐인 총서기로 있었던 후야오방, 자오쯔양과 같은 전철을 밟는 것이다. 대신 중국을 이끄는 실질적 지도자는 2018년 헌법 개정에 따라 3연임이 가능해진 국가주석이 맡게 되는 시나리오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당-국가 체제’에서 ‘국가 체제’로의 정상화라고도 볼 수 있다.

‘중국공산당 100년사’를 쓴 김정계 창원대 명예교수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변칙적으로 집권을 이어가고 있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나이가 80세에 가까운데, 아직 70세도 안 된 시진핑이 스스로 내려오려 하겠느냐”며 “내년 여름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를 전후로 정확한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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