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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계
[2664호] 2021.06.28

프랑스 합참의장 돌연 사임, 마크롱에 반기 든 군부 반란?

우태영  자유기고가 wootaiyoung@hanmail.net 2021-07-01 오후 3:33:26

▲ 지난해 7월 14일 프랑스혁명 기념일에 군대를 사열하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오른쪽)과 르코앵트르 합참의장. 르코앵트르는 지난 6월 12일 합참의장직 사임을 발표했다.
프랑스군의 프랑수아 르코앵트르(59) 합참의장이 지난 6월 12일 돌연 사임을 발표했다. 지난 4월 군 일부 인사들이 에마뉘엘 마크롱(45) 대통령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이후 드러난 마크롱과 군 일각의 정치적 갈등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군 일각의 마크롱 대통령 비판 성명은 지난 4월 ‘발뢰(Valeurs)’라는 잡지를 통해 공개됐다. 퇴역장군 20여명이 마크롱 대통령이 이슬람주의에 느슨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퇴역장군 20명 마크롱 비판 성명
   
   ‘대통령, 정부 공직자들, 의회 의원들’에게 보내는 서한 형식의 성명서에서 이들은 “지금은 심각한 국면이다. 프랑스는 위기에 빠져 있다.… 전역 후에도 프랑스의 군인인 우리는 아름다운 조국의 운명에 무관심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이들이 지적하는 위기의 원인은 이슬람 테러이다. “위험과 폭력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대학교수가 참수당하는 일을 10년 전에는 상상이나 할 수 있었는가? 우리는 수동적인 관객으로 머무를 수 없다. 국가의 충복인 우리는 국가를 위해 몸 바칠 준비가 되어 있다.… 국가 지도자들이 위협을 제거할 용기를 빨리 찾아야 한다. 현행법을 강력하게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절대다수의 시민이 당신들의 죄로 가득 찬 침묵에 압도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이들은 내전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며 강력한 법 집행을 요구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사회가 폭발하여, 문명가치를 보호하고 동포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현역에 종사하는 전우들이 개입하는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그러지 않으면 미래에는 내전이 발생하여 수천 명이 사망하게 될 것이다.” 성명서가 발표된 직후 100여명의 고위 장교들을 포함한 수천 명의 현역 장병이 익명으로 이를 지지했다.
   
   하지만 마크롱을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장관들은 “한 줌도 안 되는 장성들이 반란을 부추긴다”고 군인들을 비판했다. 반면 마크롱의 경쟁자인 극우파 마린 르 펜은 서명한 군인들과 “슬픔을 공유”한다며 프랑스를 위한 자신의 싸움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그녀는 서명자들이 지적한 문제에는 동의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정치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군의 ‘무책임한’ 정치화”라며 현역에 대한 처벌 방침을 밝혔다.
   
   
▲ 마크롱 정권 첫 번째 합참의장인 피에르 드 빌리에르 장군. 마크롱과의 심각한 갈등 끝에 사임했다. photo 뉴시스

   군에 대한 문민통제 명문화
   
   프랑스는 헌법상 군에 대한 문민통제가 명문화된 나라이다. 르코앵트르 합참의장은 그동안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프랑스가 이슬람 테러와 민족주의, 그리고 러시아 등 국내외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해왔지만 군 내부 상황은 언급하지 않아왔다. 하지만 그 역시 서한 사건 이후 침묵을 깨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군을 향해 정치에 개입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현역 서명자들을 처벌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군을 도구화하고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시도를 목도하고 있는 시기에 상식과 특별한 명확함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이어 신념이 서약과 모순된다면 “자신의 생각을 완전히 자유롭게 출판하기 위해 군을 떠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서명자인 크리스티앙 피크말(82) 장군은 르코앵트르를 ‘마크롱의 아첨꾼’ ‘반역자’ 등으로 몰아세우며 명예의식이 없다고 비판했다. 서명한 군인들이 실제로 처벌을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르코앵트르 합참의장의 돌연한 사임은 현역 군인들에 대한 처벌 문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 그는 지난 6월 12일 “내 임무는 끝났다”며 사임을 발표해버렸다. 그는 당시 기자들이 “마크롱 대통령의 합참의장”이라고 칭하자 “나는 에마뉘엘 마크롱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공화국의 대통령에게 복무한다”며 정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임 소식에 마크롱은 르코앵트르를 “위대한 군인이며 공직자”라고 치켜세웠다. 마크롱은 르코앵트르에게 자리를 지키도록 최후까지 권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르코앵트르의 사임은 마크롱이 현역 처벌을 압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마크롱에 대한 비판 성명에 서명한 군 관계자들을 극우파와 등치시키고 있다. 프랑스 ‘리베라시옹’은 서명한 군인들 중 상당수가 르 펜의 국민전선 등 극우정당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명한 장성 중 3명은 의원직 출마도 계획 중이라는 것이다. 이 신문은 전통적으로 군의 상당수는 장 마리 르 펜이 창당한 ‘국민전선’과 그의 딸인 마린 르 펜을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 지난해 10월 무슬림 소년에게 참수당한 중학교 교사 사무엘 파티를 애도하는 꽃다발. 프랑스군 일각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이 이슬람 테러에 대해 더 강경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슬람 테러 벌어지면 군이 나서야
   
   그러나 독일 등 유럽 언론들은 색다른 분석을 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지난 6월 14일 “르코앵트르 합참의장이 사임한 이유는 내년 대선에서 극우파인 르 펜이 당선될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며 “르 펜의 집권을 우려한 때문이라는 것 말고는 그의 사임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프랑스에서 군이 지도하는 권위주의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은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다”며 “최근 여론조사기관 오독사(Odoxa)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이 이슬람 테러가 다시 일어나면 군을 수반으로 하는 체제에 동의한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르코앵트르는 지난 6월 15일 LCI TV 인터뷰에서 “군의 중립은 모든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수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합참의장은 군 지도자이다. 나는 정치인과 연합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합참의장이 정치적인 견해 때문에 선택된다는 생각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르코앵트르의 사임을 마크롱과 군과의 갈등 연장선상에서 파악하는 분석도 있다. 르코앵트르는 마크롱 정권의 두 번째 합참의장이다. 첫 번째 합참의장인 피에르 드 빌리에르(65) 장군은 마크롱과 심각한 갈등을 벌인 끝에 사임했다. 마크롱은 2017년 7월 10일 군 예산 14억유로를 삭감한다고 발표했는데 이에 반발한 드 빌리에르는 소셜미디어에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며 “얻어맞는 개나 노예의 정신을 거부하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마크롱은 즉각 “공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토론을 알릴 가치가 없다. 내가 책임지며 내가 여러분의 지도자이다. 나는 시민들과 군 앞에서 책임을 약속했다. 나는 약속을 지킨다. 이 점에 대해 압력이나 평가는 필요 없다”고 대응했다. 당시 마크롱은 군에 “사명감을 가지고 복무하라”고 요구했다. 마크롱의 메시지는 군이 자리를 보전하려면 온순해지라는 것이었다고 언론들은 평가했다.
   
   마크롱은 2017년 7월 1000여명의 군 고위장교들과 국방산업 종사자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내가 보스”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드 빌리에르는 마크롱이 특별히 미국 장군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자신을 모욕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닷새 뒤에 “군이 프랑스와 프랑스 국민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드 빌리에르는 나중에 ‘보스란 무엇인가?’ 등의 책에서 군복무 경험이 없는 마크롱의 지도력을 비판했다고 한다. 그의 후임인 르코앵트르도 마크롱 세대가 군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당초 마크롱은 구시대적인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히지 않은 젊은 군 지도자를 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대로 교육받은 테크노크라트적인 군 지도자를 물색했는데, 그가 바로 르코앵트르였다는 것이다. 그는 보스니아전쟁 당시인 1995년 5월 27일 보병 중대장으로 백병전에 앞장섰던 용감한 군인이다. 그러나 르코앵트르가 최선의 후보는 아니었다고 리베라시옹은 최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는 전쟁에서의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지휘한 전투에서 전사한 병사들에 대해 말할 때 감정이 깊이 묻어난다. 그는 군은 명령에 따라 사람을 죽이는 조직이라는 특이성(military singularity)을 엄숙하게 강조한다”고 소개했다.
   
   
   장군들의 입 틀어막는 마크롱
   
   러시아 ‘코메르산트’는 마크롱은 여전히 장군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마크롱은 지난 6월 10일 아프리카 말리에서 8년 만에 철군한다고 발표했는데 르코앵트르가 이를 지지했는지도 알 수 없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2014년 이후 프랑스군 5100명이 사하라사막 이남의 부르키나파소, 차드, 말리, 모리타니아, 니제르 등 5개국에 영토 방어와 이슬람 테러리스트 저지 목적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르코앵트르는 말리에서의 작전을 지휘했었다. 2019년 5월에는 부르키나파소 여행 중 납치된 40대 한국인 여성을 구출하다가 프랑스군 2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코메르산트’는 르코앵트르가 프랑스 대통령의 ‘침묵의 동반자’ 역할에 싫증이 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르코앵트르는 이임하면서 아프리카에서 전사한 50여 장병의 부인들과 오찬을 계획하면서 “이들의 고통이 우리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롱은 전 육군 총참모장인 티에리 부르카르(56) 장군을 후임자로 임명했다.
   
   한편 합참의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이 유럽 언론의 주목을 받고는 있지만 내년 4월 대선을 앞둔 프랑스에서 주요 관심사는 아니라고 프랑스 언론들은 보도했다. ‘주르날 디망시’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들은 건강(85%), 코로나19 팬데믹(80%), 교육(72%), 테러와의 전쟁(72%), 범죄(70%), 실업(68%), 빈곤(62%), 생활수준(61%) 등의 순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
   
   프랑스에서 그동안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은 없었다. 마크롱의 지지율은 현재 38% 수준이지만 이는 지난 30년 동안 임기 말 대통령 지지율치고는 최고 수준이다. 마린 르 펜도 최근 조사에서 지지율이 48%까지 나왔다. 2017년 대선 당시 결선 득표율 34%보다 훨씬 높다. 올여름 이후 마크롱의 지지율이 급락하여 르 펜의 당선이 유력시된다면 마크롱 대신 인기 높은 에두아르 필립 전 총리가 경쟁자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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