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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7호] 2021.07.19

‘제국의 무덤’ 아프가니스탄, 다음 희생양은 중국?

▲ 카불 미국대사관 앞에서 반미 시위를 벌이는 아프가니스탄인들. photo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8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임무는 8월 31일 종료된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은 흔히 ‘제국의 무덤’이라 불린다. 역사적으로 알렉산더 대왕, 몽골제국에 이어 근대의 대영제국, 냉전 시기의 소련 등이 이 나라에 침공했다가 수많은 병사들이 모래 위에 피를 뿌렸다. 다수의 분석가들은 미국이 철군한 후 공백이 된 ‘제국의 무덤’ 아프가니스탄에 중국이 개입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은 지난 7월 8일 “아프간에서 미국의 목표는 달성되었으며, 아프간 국가를 재건하는 것은 미국의 목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7월 2일 미군은 아프간 주둔 미군의 핵심 기지였던 바그람 공군기지에 전력공급을 중단한 뒤 서둘러 철수했다. 이 때문에 기지에 있던 각종 장비나 식량 등 350만점의 물품들이 탈레반과 약탈꾼들의 손아귀에 넘어갔다.
   
   
   20년 지속된 미국의 가장 긴 전쟁
   
   아프간전쟁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시작되었다. 이후 20년간 지속되면서 미국의 가장 긴 전쟁이 되었다. 이 전쟁에서 미군은 2448명이 전사했으며, 2만1000여명이 부상했다. 이 전쟁에 무려 1조달러의 전비(戰費)도 지출했다. 바이든은 “미국은 9·11테러를 교사한 오사마 빈 라덴을 처벌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 철수 이후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일축하며 “아프간 정부의 군사력이 탈레반보다 훨씬 강하고 기술적으로도 우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아프간이 하나의 ‘통일(unified)’ 정부에 의해 통치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highly unlikely)’고 전망했다.
   
   미군의 아프간 철군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먼저 추진했기 때문에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일부도 지지한다. 지난 5월 여론조사에서도 미국민 62%가 아프간 철군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철군 속도와 시점에 대해서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바이든의 조급한 철군으로 아프간에는 다시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 같은 테러조직들이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미군이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철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탈레반이 공세에 나서 이란,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인접국으로 통하는 국경지대를 장악해 나가고 있다. 현재 수니파인 탈레반은 정부군, 시아파 이슬람, 북부동맹군 등 여러 세력과 전투를 벌이고 있다. 외신들은 정부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탈레반이 각종 미군 무기와 장비들을 인계받고 있으며, 북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피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파키스탄의 이슬람학사 등에 있던 젊은 탈레반 지원자들이 대거 아프가니스탄으로 진입했다”고 미국의 마이클 맥콜 하원의원이 지난 7월 8일 전했다. 그는 “6개월 이내에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사활적 이익은 IS나 알카에다 같은 테러조직을 방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프간을 탈레반이 장악하면 테러조직에 안전한 피난처(safe haven)를 제공하게 된다. 테러범들이 공백을 채우게 될 것이다. 나는 미군이 다시 아프간에 진입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미국은 철군 이후에도 아프간의 평화와 재건을 위한 지원을 다짐하고 있지만, 아프간에 대한 관심은 급감할 것이라고 러시아 국제문제연구소 안드레이 코르투노프 연구원은 전망했다. 그는 “아프간의 미래는 이란, 파키스탄, 중국, 러시아, 인도, 중앙아시아 국가 등 인접국들에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요 지역 국가들 사이에 아프간에 대한 어떤 합의도 없다. 각국은 아프간과 개별적으로 좋거나 나쁜 관계를 가졌던 역사가 있다. 각국은 아프간 정부나 탈레반은 물론 다양한 반군 세력들과 소통하고 있다.
   
   
▲ 지난 6월 4일 중국 구이양에서 열린 제4차 중국-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외무장관 회의에서 왕이 중국 외무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중국은 필연적으로 갈등에 끼어들 것”
   
   코르투노프 연구원은 주변 국가들에는 두 가지 근본적인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아프간이 이슬람국가가 되어 테러조직인 IS나 알카에다 등에 활동할 공간을 제공하고, 주변국에서 전복활동을 벌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아프간이 더 이상 마약의 주요 생산 및 수출국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주변국들은 아프간이 안정된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만 이는 단기간에 성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시점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중국이다. ‘위구르인을 상대로 한 전쟁’을 저술한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의 션 로버츠 교수는 유럽과 중동으로 향하는 육로를 긴급하게 개척하려는 중국은 필연적으로 아프간의 국내 갈등에 끼어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는 “중국이 실질적인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진 지역에서 정치 및 안보 문제에 끼어들지 않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완벽한 사례가 아프간”이라고 말했다. 미국·중국 등의 분석가들 의견을 종합하면 중국이 아프간을 외면할 수 없는 이해관계는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아프간은 인접한 중국 서부의 신장웨이우얼자치구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신장웨이우얼자치구는 아프간과 47마일(75㎞)의 국경선을 접하고 있다. 신장에 100만 위구르인과 소수민족들을 강제수용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 정권은 이들이 아프간에 피난처를 갖게 될까 우려한다. 특히 중국은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이 신장에서 여러 차례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ETIM은 3500명가량으로 추산되는데 아프간에 일부 근거지를 두고 있다. 유엔과 미국은 2002년 ETIM을 테러단체로 지정했지만, 미국은 지난해 제외시켰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올해 5월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외무장관들과 만나 “ETIM을 포함하여 극단주의, 테러, 분리주의라는 3대악(惡)의 세력을 단호히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중국은 아프간의 천연자원을 노리고 있다. 오랫동안 아프간 지배를 노려온 중국은 아프간의 천연자원, 특히 구리를 탐내고 있다. 중국은 메스 아이나클 광산을 30년간 리스하기도 했다. 중국은 금광, 우라늄광, 리튬광도 탐내고 있다.
   
   
photo 뉴시스

   아프간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핵심
   
   셋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서 아프간은 빠뜨릴 수 없는 나라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으로 아시아를 아프리카·유럽과 육로와 해로로 연결하려 한다. 60개국에 4조달러의 투자가 필요한 이 전략은 성공할 경우 중국의 영향력을 높이게 된다. 아프간은 중동, 중앙아시아, 유럽을 잇는 전략적 거점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7월 6일 자에서 중국이 파키스탄에서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보호하면서 미래의 아프간에 대한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소의 치안 펭 국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아프간의 일대일로를 위한 상호협력 확대를 강조하며 아프간에 안정이 유지된다면 “중국과 유라시아의 화물수송이 편리해진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의 미디어 ‘데일리비스트’는 지난 7월 4일 ‘중국은 미군이 철수한 아프간에 큰 계획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나갈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 성사를 위해 현재 아프간 정부와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미디어는 “중국은 전쟁으로 분열된 아프간에 급격히 개입하여 미군이 남긴 공백을 채우려 한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을 가지고 아프간에 배타적으로 들어가려 한다”고 말했다.
   
   아프간 정부는 중국이 추진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CPEC)’을 아프간에 연결하는 것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620억달러가 투자될 것으로 예상되는 CPEC 건설은 일대일로의 주력 프로젝트로 고속도로, 철도, 송유관 건설 등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 중국과 아프간 정부가 협상 중인 프로젝트는 아프간과 파키스탄 북서부의 페샤와르를 잇는 도로 건설을 중국이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CPEC와 연결된다. 아프간 정부 당국자는 “아프간 정부와 중국 사이에 페샤와르~카불 고속도로 건설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카불~페샤와르 도로 건설은 아프간이 CPEC에 참여하는 것을 공식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아프간의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 정부에 지난 5년간 일대일로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아프간 정부는 미국의 반발을 우려해 참여하지 않았다. 데일리비스트는 아프간 외무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 “중국과 아프간 정부는 지난 수년간 대화를 해왔다. 이 때문에 미국은 가니 대통령에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미군 철수 이후 현재 대화는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가니 대통령은 군사적 지원을 해줄 자원과 역량을 가진 동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이 철군을 발표한 직후 중국 외교부의 자오리지안 대변인은 중국이 아프간을 포함한 제3국들과 CPEC 확장 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미국이 나갔기 때문에 중국은 아프간을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만드는 데 한결 유리한 입장이다. 특히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면 더욱 유리하다. 지난해 2월 트럼프 행정부가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을 타결한 이후 중국은 탈레반과의 접촉을 늘려왔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지난 7월 6일 중국·탈레반의 협상 내용은 비밀이지만, 미국과 주변국 외교관들은 광범위한 전략에서 중요한 내용은 타협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지도

   “중국은 탈레반 지지하게 될 것”
   
   인도 정부 관리는 중국은 동맹국인 파키스탄을 통해 탈레반과 협력하여 아프간의 인프라를 재건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의 한 외교관은 “중국이 파키스탄의 지갑”이라며 “중국은 파키스탄의 요구에 따라 탈레반을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지지의 대가로 탈레반에 위구르 운동가들과의 접촉을 제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아프간 전략의 일환으로 아프간과 접경인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북서부에 있는 파미르고원에 타스쿠얼간(Taxkorgan) 공항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은 또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주의 과다르(Gwadar)에 항구를 건설하고 있다. 둘 다 CPEC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중국의 아프간 개입에 중국의 분석가들은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장지아동 중국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교수는 지난 7월 6일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중국은 아프간 함정(Afghan trap)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군이 철수하면서 아프간은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이 나라가 다시 전쟁으로 빠져들어 국제적 안보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 중국이 이를 외면할 수 없다. 미국, 소련과 비교하면 중국은 아프간에 발목 잡히지 않으면서 개입할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에 아프간은 지리학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그리 중요한 장소는 아니며, 미국이나 소련과 달리 자신들의 이념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중국 외교는 불간섭주의 원칙이기 때문에 아프간 문제에 실용적이고 유연한 접근을 할 수 있으며, 아프간 국내 문제에 얽혀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또 중국이 아프간 문제에 참여하지 않으면, 중국은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 자리 잡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아프간 내부가 혼돈에 빠져들 경우 발생하게 될 테러와 마약거래와 같은 비전통적인 안보 문제는 중국에 최대의 위협이라는 이유에서다. 비전통적인 안보 문제를 다루는 데는 군(軍)이 효율적인 수단은 아니다. 중국이 군을 동원해 아프간 국내 문제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중국 학자들 중에는 아프간 출병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상하이 국제관계대학의 중동연구소장인 판 홍다 교수는 “중국이 해외 파병에는 극도로 신중했지만, 유엔이 지지한다면 평화유지군으로 아프간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은 쉽게 이슬람 극단주의의 온상이 되어 신장웨이우얼의 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아프간에 야심을 가진 것은 분명하지만 장애요소도 많다. 미국 워싱턴DC 윌슨센터의 마이클 쿠겔만 연구원은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가 중국에는 전략적 기회다.… 분명히 공백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그 공백을 채울 수 있다고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아프간의 안보 상황이 통제불능 상태로 빠져드는 게 확실하다면 중국이 깊게 개입할 여지는 줄어든다”고 말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성공에 가장 필수적인 것은 평화다. 중국은 지금까지 탈레반과 오랜 우호관계를 유지하며 평화의 대가로 인프라와 석유 등으로 수십억달러를 제공했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집권기간 동안에는 무기를 공급했다. 쿠겔만은 “탈레반만 극복하면 되는 게 아니라 아프간에는 친정부, 반정부를 표방하는 많은 전투조직이 있다. 중국은 탈레반의 지지를 확보하더라도 극단적으로 불안정한 환경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탈레반과 한편이 되는 것은 중국으로 하여금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국제 무대에서 성가는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중국 지도자들이 워낙 야심 찬 그룹이기 때문에 아프간을 내버려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 미국과 중국 대부분 분석가들의 전망이 일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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