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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8호] 2021.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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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2020 도쿄올림픽… 블루 올림픽, 스가의 도박

김회권  기자 khg@chosun.com 2021-07-24 오후 12:51:19

▲ 2020 도쿄올림픽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에게는 기회이자 위기인 양날의 검이다. photo 뉴시스
‘가이아츠(外圧)’. ‘외압’을 뜻하는 이 단어는 종종 일본 정치인들이 정치적 결정의 이유를 뚜렷하게 설명하지 못할 때 등장하는 마법의 단어다. ‘가이아츠 때문’이라면 차마 밝히기 곤란한 이유라도 해명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그간 일본 내에서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답답하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있었다. 올림픽을 왜 강행하는지 똑 부러지게 설명하지 않아서다. 지난 7월 20일 월스트리트저널이 공개한 인터뷰를 보자. 스가 총리는 자신을 도전자로 상정했다. 그는 “가장 단순하고 쉬운 일은 올림픽을 그만두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도전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고개를 끄덕이고 이해할 만한 답변이 됐을 리가 없다. 그간 기자들이나 동료 의원들 앞에서도 매번 동문서답하며 두루뭉술하게 빠져나갔던 스가 총리의 행동을 두고 일부는 ‘가이아츠’ 탓으로 해석했다.
   
   
   “분명히 역사책에 쓸 수 있는 대회”
   
   올림픽 개최 반대론자들은 줄곧 경고했다. 코로나19가 올림픽을, 그리고 일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되풀이해 말했다. 단순히 정부 반대론자들만의 주장이 아니다. 일본의 대표 경제인인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그룹 회장도 도쿄올림픽을 ‘자살 미션’이라고 말했다. 정부를 자문하는 오미 시게루 정부 코로나19 대책 분과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올림픽이 열리는 이 시점에 일본 도쿄는 이미 긴급사태에 돌입했다. 하루 확진자가 전국 기준 5000명에 육박하면서 최근 60일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장에 관중을 들이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적지 않은 전 세계 감염병 전문가들은 올림픽을 진행하는 일본의 결정을 반대해왔다.
   
   일부 올림픽 파트너는 궤도에서 이탈하길 원했다. 올림픽 개막이 4일 앞으로 다가온 7월 19일, 일본 최대의 자동차기업인 도요타는 “올림픽에 관한 텔레비전 광고를 일본에서 내보내지 않을 것이며 회사 임직원 역시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도요타는 이번 올림픽의 ‘월드와이드 파트너’지만 점점 더 논란이 커지고 있는 올림픽과 거리를 두려 했다.
   
   준비과정도 어수선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설레야 할 기자회견장에는 매일 사과가 빠지지 않는다. 개막 3일 전인 7월 20일 기자회견장에서 하시모토 세이코 조직위원회장과 무토 도시로 사무총장은 무관중 결정이 지연된 점, 선수촌에 냉장고나 TV가 없는 점 등을 두고 사과를 연발했다. 개막식 음악감독을 맡은 일본 뮤지션 오야마다 게이고가 학창 시절 장애학우에게 가혹행위를 한 사실로 사임한 사건을 두고도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장애학우를 괴롭힌 그는 패럴림픽에서도 음악감독을 맡고 있었다. 야후에는 “올림픽 개막 3일 전인데, 축제가 아니라 장례식 분위기”라는 댓글이 달렸다.
   
   홀수 해에 열리는 것도, 팬들의 함성이 사라진 것도, 팬데믹 상황에서 벌어진다는 것도, 이 모든 게 낯선 상황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언론사들이 준비한 ‘2020 도쿄올림픽 섹션’에는 메달 전망이나 선수 동정 대신 코로나19 소식이 헤드라인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7월 20일 AP통신의 특별 섹션 가장 윗머리에 걸린 기사 제목은 이랬다. ‘도쿄올림픽 코로나19 확진자수가 71건으로 증가했다.’
   
   여기에는 도쿄 근교 지바현의 훈련 캠프에 있던 미국 체조선수 카라 이커의 확진 소식이 포함됐다. 그녀는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2번이나 우승했던 선수다. 약 30년간 올림픽을 취재했던 스티브 윌슨 전 올림픽 기자협회장은 이런 혼란의 도쿄올림픽을 ‘미지의 영역’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가 기대했던 카니발 분위기의 게임이 아닐 것이다. 분명히 역사책에 쓸 수 있는 대회다”라고 말했는데 결과적으로 그의 예상은 점점 적중하고 있다.
   
   

   ‘취소 권한은 오직 IOC만 쥔다’
   
   올림픽을 취소하라는 안팎의 압력을 받고 있는 스가 총리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자신에게 매우 유리한 계약 조건을 정할 수 있는 지렛대를 갖고 있다. IOC와 올림픽 개최 도시인 ‘호스트 시티’가 맺는 계약의 핵심은 ‘취소 권한을 오직 IOC만 쥔다’는 조항이다. 일본 정부가 먼저 나서서 취소한다면 IOC는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추정치로만 IOC가 입을 수 있을 손실액이 약 30억~40억달러 규모로 수조원대다. 방송 수입과 스폰서는 IOC 수입의 91%를 차지한다. IOC는 미국 방송사 NBC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는데 IOC 총수입의 40%를 중계권료로 지불한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NBC는 미국 내 방송시간을 역대 최장 시간인 7000시간으로 편성했다. 여기에 붙는 예상 광고수입은 12억5000만달러(1조4431억원)로 사상 최고액이다. 도쿄올림픽을 포기한다는 건 이 모든 외부 관계자들과의 분쟁을 각오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런 비대칭적인 계약을 맺었지만 그래도 스가 총리 관저 내부에서는 개최의 타당성을 두고 지난 6월 말까지 논쟁이 펼쳐진 것으로 전해진다. 6월 25일 아사히신문이 전한 한 대목은 이랬다. “몇몇 장관이 ‘이런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한다면 올림픽을 중단하더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런 목소리를 스가 총리가 모두 묵살했다.” 아사히신문의 기사 제목은 ‘장관은 올림픽 중지, 거부한 총리’였다.
   
   스가 총리의 올림픽을 향한 집념은 정치적이다. 스포츠 정치 권위자인 조나단 그릭스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학 교수는 스포츠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IOC식의 당위론과는 달리 스포츠와 정치의 밀접함을 지적해왔다. 그는 2013년 ‘스포츠 정치와 올림픽’이라는 논문에서 올림픽을 가장 정치적인 메가스포츠 이벤트로 규정했다.
   
   두 번의 도쿄올림픽은 그런 점에서 매우 정치적인 이벤트다. 1964년 첫 번째 도쿄올림픽이 전후 일본의 부흥을 과시하기 위해서였다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추진했던, 원래라면 2020년에 열렸어야 할 두 번째 도쿄올림픽은 경제 침체와 대지진 이후의 회복을 증명하는 또 다른 부흥 이벤트였다.
   
   올림픽을 정치적인 이벤트로 규정한 일본 정부는 올림픽을 자신의 통제 아래 두길 원했다. 2014년 1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회장으로 모리 요시로 전 총리가 취임한 것부터 그랬다. 그의 취임 이면에는 총리관저와 도쿄도, 일본올림픽위원회 간의 알력 다툼이 있었다. 원래 올림픽 개최는 도시와 IOC가 당사자다. 정부가 아닌 이유는 도시와 계약을 맺는 게 올림픽의 정치중립적이라는 당위론을 뒷받침해 줄 수 있어서다.
   
   반면 모리는 아베 전 총리와 정치적으로 근접한 인물이다. 도쿄도와 일본 올림픽위원회는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도, 그리고 재원 확보를 위해서라도 정치인이 아니라 경제계 인사가 회장을 맡길 원했다. 하지만 회장 인사를 두고 총리관저가 등장한 이상 경제계 쪽에서 하나둘 발을 빼게 됐고 결국 모리가 회장 자리를 맡았다. 올해 2월 모리가 ‘여성 멸시 발언’으로 사임한 뒤 뒤를 이은 하시모토 세이코 회장은 스가 내각에서 올림픽담당 장관을 맡던 인물이다. 그의 취임 역시 스가 총리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
   
   
▲ 도쿄올림픽 강행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높다. 여전히 일본인 10명 중 4명 이상은 도쿄올림픽을 취소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photo 뉴시스

   서민형 총리의 생존 시나리오
   
   올림픽을 앞둔 스가의 머릿속은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9월 30일, 그리고 중의원 임기가 끝나는 10월 21일 전에 정치적 전환점을 반드시 만들고 말 거라는 계산으로 가득 차 있다. 스가 총리와 그 주변은 올림픽 종목의 메달 하나하나를 간절히 기다릴지 모른다. 정치 전문매체인 도쿄인사이드라인의 다카오 도시카와 편집장은 “스가와 측근들은 경기가 시작되면 올림픽 열풍이 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만약 일본 선수들의 메달 소식이 연일 들린다면 그들은 가능한 한 빨리 선거를 소집하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나미 아키 쓰쿠바대 교수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 역시 “정치인들은 그들이 감수하고 있는 위험을 잘 알고 있지만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일본 대중들이 일본의 이익을 위해 모든 걸 잊어버리기를 바란다”고 설명한다.
   
   스가는 차기에도 자민당 대표로, 그리고 총리로 살아남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선전하는 게 필요조건이다. 그는 21세기 일본 정치의 중심이었던 세습 정치인이 아니다. 서민형 정치인 중 하나다. 일본 정치는 출신 환경이 강하게 작동한다. 기반이 탄탄한 정치명문가 출신들은 탄탄한 지역 기반이나 조상을 발판 삼아 실패해도 그다음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서민형 정치가인 스가 총리에게는 그런 여유가 없다.
   
   게다가 그는 무(無)계파 총리다. 계파에 속하지 않는 자민당 의원이 총재로 선출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지만 지난해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 니카이 도시히로 당시 자민당 사무총장 등은 유력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모두 아베 정권의 관방장관을 지낸 스가를 지지했다. 이 말을 거꾸로 풀면 각 파벌들이 스가가 자민당을 이끌 수 없다고 느낀다면 그를 끌어내릴 수 있다.
   
   올림픽을 포기한 인물로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정치적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다. 개최하기로 한 이상 ‘올림픽을 제대로 치러내지 못한, 혹은 실패한 스가’가 돼서도 곤란하다. 나카노 고이치 소피아대 교수는 그를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은 ‘도박꾼’과 닮았다고 비유한다. “여기서 그가 올림픽에서 손을 떼는 것은 엄청난 손실만 확인해 줄 뿐이다. 올림픽을 통해 큰 승리를 거두어 잃은 것을 모두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 매달릴 수 있다. 총리가 막판에 취소를 결정해도 여론이 호의적일 가능성은 낮다. 적어도 올림픽 경기만 무사히 진행해도 성공이라고 주장할 수 있고, 언론을 통해 자부심과 영광을 가득 채우면 부정적인 여론을 뒤집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베 정권에서 관방장관을 지낼 때 스가 총리는 기자들 앞에 직접 서서 일본 정부가 올림픽 유치에 나서는 배경으로 경제적 효과를 거론한 적이 있다. “2020년 이후 약 2년간 일본의 경기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그의 말은 아베 정권이 올림픽을 경기부양책의 수단으로 생각했다는 걸 뜻한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올림픽 폐막식에서 슈퍼마리오로 활동했던 아베 전 총리는 도쿄올림픽 개막식조차 참석하지 않는다. 정치적 부채와 책임 모두 스가 총리의 몫이 됐다. 게다가 불과 반년 뒤면 2022년 동계올림픽이 베이징에서 열린다. 동아시아의 역내 경쟁국과 비교 대상이 될 올림픽이라는 점도 골칫거리다.
   
   
▲ 지난 7월 19일 한 스태프가 도쿄올림픽 탁구 경기장에서 경기에 사용될 탁구대를 살균소독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스가 정권의 불확실성이 일본 경제 리스크”
   
   그런 스가 총리 자신은 지금 일본 경제의 리스크로 지목받는다. 무관중 게임으로 생기는 손해 혹은 올림픽의 지지부진한 성과로 사라질지 모를 경기부양 효과는 사실 일본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정도도 아니다. 미야지마 다카유키 소니금융지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림픽으로 생기는 최대 경기부양 효과는 약 1조9000억엔(19조9215억원) 정도인데 일본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0.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일 해외 투자자들이 신경 쓰는 건 올림픽이 가져올 후과(後果)다. 하나는 일본 정치의 예측불가능성이다. 아베 전 총리는 그의 임기 동안 치러진 6번의 전국 선거에서 전승하며 정권 장악력을 유지했다. 그의 지지율은 출렁여도 자민당은 승리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예측 가능한 미래를 좋아한다. 반면 스가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지난 4월 중·참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모두 패배(부전패 포함)했고 도쿄올림픽 개최 및 관중 수용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됐던 7월 5일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도 사실상 졌다. 올림픽이 끝나고 난 뒤 적어도 11월 28일까지는 중의원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당한 연패였다. 후지토 노리히로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최고투자전략가는 “스가 정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아베 정권 때는 거의 겪어보지 못한 것이다. 일본의 정치적 리스크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경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이 아니라, 올림픽으로 생길지 모를 ‘코로나 웨이브’는 일본 경제에 더 큰 위험으로 상존한다. 그간 일본 닛케이지수는 백신의 느린 공급, 델타 변이의 발생, 그리고 이런 긴급사태 와중에 개최되는 올림픽의 위험 때문에 실적이 저조했다. 최근 6개월 새 다우존스지수가 11.53%, 코스피지수가 2.4% 오르는 동안 닛케이지수는 3.78% 떨어졌다. 미야지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림픽 개최 여부는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코로나19 감염 기간이 길어질 경우 경제에는 분명히 부정적이다”라고 동의한다.
   
   해외 선수단들이 속속 입국하고 있는 시점에도 여전히 일본 국민의 40% 정도가 ‘올림픽이 완전히 취소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스가 총리의 올림픽을 향한 호소는 부정당하고 있다. 올림픽 직전에 열린 여론조사들은 그가 전임자와 비교해 얼마나 인기가 없는지만 증명한다. 교도통신(35.9%), ANN(29.6%), 아사히신문(31%), 마이니치신문(30%) 등 모든 조사에서 스가 정권이 출범한 뒤 지지율 최저치를 기록했다.
   
   스가 총리의 올림픽 베팅은 성공할까. 도쿄올림픽에 관한 저서를 쓴 논픽션 작가 혼마 류는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해 대재앙이 된다면 책임을 질 쪽은 IOC가 아니라 일본 정부다”라고 말했다. 올림픽 개막 이틀 전인 7월 21일, 올림픽의 도시 도쿄는 1832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림픽은 스가 한 사람뿐만 아니라 일본이라는 국가 입장에서도 막대한 판돈이 걸린 도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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