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하는 베트남 당국의 이중적 태도를 두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베트남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자 한국에 백신 지원 등을 요청하며 대외적으론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6일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의 국내 삼성전자 휴대전화 공장 방문이 대표적인 일례다. 이날 팜 민 찐 총리는 공장을 돌며 한국 정부에 부품·장비 조달 확대와 함께 백신 지원을 요청했다. 베트남 현지에선 코로나19로 삼성전자 공장 가동에까지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팜 민 찐 총리의 삼성전자 공장 방문은 삼성과의 투자 협력을 다시 한번 강화해 자국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됐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베트남 당국이 도움이 필요할 때뿐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인 단체 등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9월 2일 하노이로 이동 중이던 한국인 입국자 14명이 베트남 공안에게 과도한 제재를 당해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까지 발이 묶이기도 했다. 당시 한국인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뒤 2주간의 격리를 모두 마친 상황이었다. 공안은 이들이 탑승한 버스의 이동을 막아섰고, 허가증 제출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해당 버스는 새벽 2시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경찰 영사가 현장에 도착한 뒤에야 이동할 수 있었는데, 그 사이 이들은 간이 화장실 이용만 가능했고 저녁 식사 등은 불가했다고 한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처음 발발하던 당시엔 국내 항공기를 급작스레 회항시키는 일도 있었다. 당시 베트남 정부는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기에 꽝닌성 번동공항 착륙을 지시했고, 활주로 정보가 없던 항공기는 국내로 돌아가야만 했다. 해당 조치는 사전 통지 없이 이뤄졌다.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베트남 항공당국에 보낸 항의서한을 통해 "비행기가 이미 가고 있는데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생소한 지역의 공항으로 가라고 하는 것은 심각한 안전상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최근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 정부의 ‘백신 기금 펀드’ 참여 요청으로도 골머리를 앓는 분위기다. 펀드 참여는 사실상 코로나19 백신 구매 비용을 함께 부담하자는 이야기다. 기업체들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국과 배트남은 내년 수교 30주년을 맞이하지만 베트남의 태도는 갈수록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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