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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7호] 2021.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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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헝다가 29조 쏟아 부은 세계 최대 인공섬의 운명

▲ 헝다그룹이 중국 하이난다오 서북부 해안에 조성한 세계 최대 인공섬 하이화다오. 1호섬(가운데)을 중심으로 2호섬(오른쪽), 3호섬(왼쪽)이 모란꽃 모양으로 배치돼 있다. photo 헝다
중국 최대 부동산기업인 헝다(恒大)가 파산위기에 몰리면서 세계 최대 인공섬 하이화다오(海花島)의 운명이 관심이다. 하이화다오는 헝다가 중국 최대 휴양지인 하이난다오(海南島) 서북부 해안에 조성한 인공섬이다. 헝다는 베트남과 마주한 하이난다오 서북부 해안에 막대한 토사를 쏟아부어 축구장 1096개에 달하는 7.83㎢의 인공섬을 조성했다. 여기에 고층아파트와 독립식 별장을 비롯 특급호텔, 국제회의장, 공연장, 영화관, 박물관, 식물원, 워터파크, 영화촬영 스튜디오 등의 시설을 조성해 하이난다오 최대 관광명소로 만들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규모만 놓고 보면 야자수 모양의 두바이 인공섬 ‘팜주메이라(5.72㎢)’의 1.4배 규모다.
   
   지난 2009년 사업에 첫 착수한 지 12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모란꽃 모양의 인공섬은 구글 위성사진으로도 뚜렷이 보일 정도로 이미 형태를 갖췄다. 하이난다오 본섬과 다리로 연결된 3개의 인공섬 위에는 고층아파트와 호텔, 별장 등이 빼곡히 들어선 상태다. 하지만 하이화다오의 가장 중심이 되는 ‘1호섬’에 들어선 특급호텔과 테마파크 등 상업시설의 본격 운영을 앞두고 터진 헝다의 유동성 위기로 투자자들은 인공섬의 운명을 놓고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 하이화다오 캐슬호텔 photo 헝다

   두바이 팜주메이라의 1.4배
   
   헝다는 인공섬 지반매립이 끝난 직후인 2015년부터 중국 전역의 투자자들을 상대로 아파트와 별장을 선분양해 인공섬 조성에 따른 막대한 투자금을 조달해왔다. 하이화다오에 아파트 2채를 구매한 상하이의 한 투자자는 “이미 아파트 건설을 완료하고 등기까지 끝낸 관계로 당장 재산상 피해는 없겠지만, 헝다가 파산하면 나중에 되팔 때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본사가 있는 광둥성 선전을 비롯해 중국 전역에서 활발하게 부동산 개발사업을 벌인 헝다가 파산위기에 몰린 이유 중 하나도 하이화다오다. 지난 12년간 헝다가 하이화다오에 쏟아부은 돈은 자그마치 1600억위안(약 29조원)에 달한다. 최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헝다 파산으로 인한 금융권 충격을 막기 위해 제공한 긴급 유동성 지원자금이 1100억위안(약 20조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하이화다오에 쏟아부은 돈만큼의 지원을 중앙은행으로부터 받아간 셈이다.
   
   헝다로서는 상업시설 운영을 통해 자금을 돌려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이마저 여의치 않다. 헝다는 지난 1월 1일 새해 첫날부터 하이화다오 내 호텔과 워터파크 등 일부 상업시설의 시범운영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하이난다오의 여행경기 자체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하이난다오 입도객은 8314만명에 달했으나, 지난해 6455만명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하이난다오 최대 국제행사인 ‘보아오(博鰲)포럼’이 코로나19로 취소되기도 했다. 지금도 하이난다오에 들어가려면 중국 내 이동임에도 불구하고 고위험지역의 경우 최대 14일간의 자가격리와 격리 전후 2차례 PCR검사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입도 조건이 까다롭다.
   
   대외 여건도 그다지 좋지 않다. 당초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2018년 4월 하이난다오 ‘보아오포럼’에서 하이난 경제특구 설립 30주년을 맞아 하이난다오를 홍콩을 대체하는 자유무역항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이난다오는 덩샤오핑(鄧小平)이 지정한 4개 경제특구(선전·주하이·산터우·샤먼)에 이어 1988년 성(省)으로 승격되며 경제특구로 추가 지정됐다. 헝다 역시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하이난다오에서 ‘보아오 헝다국제병원’을 비롯해 10여건이 넘는 부동산 개발사업을 벌여왔다.
   
   하지만 2018년부터 본격화된 미·중 무역전쟁과 2020년 초 터진 코로나19로 인해 하이난다오 자유무역항 계획은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19 와중인 지난 1월, 헝다와 비슷하게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하던 하이난다오 최대 기업인 하이난항공(HNA그룹)이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등 하이화다오의 운명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하이화다오가 속한 하이난성 단저우(儋州)시에는 하이난다오 제3공항인 단저우공항 건설이 추진 중인데, 지역 최대 항공사인 하이난항공이 흔들리면서 사업 자체가 어려워진 상태다.
   
   하이난항공은 본섬과 하이화다오가 연결된 입구에 들어선 힐튼호텔의 대주주이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 하이난항공이 힐튼호텔의 지분을 모조리 정리하면서, 405개 객실을 갖춘 하이화다오 힐튼호텔은 오래전에 쌍둥이 빌딩을 완공했지만 아직 개관 일정조차 못 잡고 있다. 당초 지난 5월 1일 노동절 연휴를 맞이해 개관하려고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접은 것으로 알려진다. 힐튼호텔 측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 하반기 이후부터 예약을 받고 있다.
   
   현재 하이화다오에는 단일 호텔로 중국 최대 규모인 5121개 객실을 갖춘 ‘캐슬호텔’만 일단 문을 연 상태지만, 이마저 운영 원가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염가에 객실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3월 개관 직후에는 5성급 캐슬호텔 객실을 모텔보다 저렴한 100위안(약 1만8000원)에 내놓아 중국 전역에서 화제가 됐다. 코로나19에 이은 헝다의 유동성 위기로 인해 하이화다오에 들어선 시설들이 정상운영을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지난 1월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했다고 하지만 하이화다오에 현재 문을 연 상업시설은 일부에 그친다.
   
   
   비핵심사업 매각, 국유화 수순
   
   결국 헝다의 자금난 해소를 위한 매각대상 1순위에는 하이화다오 1호섬에 집중된 상업용 건물들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헝다는 현재 부동산 개발 외에 비(非)핵심 사업들을 줄줄이 매물로 내놓고 있는 상태다. 생수사업인 ‘헝다빙촨(恒大冰泉)’을 비롯, 전기차 붐에 편승해 진출했던 헝다자동차 역시 매각대상에 올린 상태다. 영화 및 드라마 제작·유통을 담당하던 ‘헝텅인터넷’은 이미 지난 8월 지분 일부를 합작파트너인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텅쉰(텐센트) 측에 넘겼다. 상업은행인 성징(盛京)은행의 지분 20%도 매각하기로 했다. 헝다의 일부 부동산 프로젝트도 매각대상으로 거론된다. 현재 완커(万科), 진마오(金茂) 등은 몇몇 부동산 기업들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데, 헝다의 규모가 워낙 커서 입장표명은 자제 중이다.
   
   자연히 헝다는 인민은행의 긴급 자금지원에 이은 국유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헝다가 자사 축구단인 ‘광저우헝다(광저우FC)’를 위해 광저우에 120억위안(약 2조2000억원)을 투자해 건설 중인 10만명 규모의 신(新)축구장 건설사업은 광저우시 국유투자기업이 넘겨받았다. 헝다그룹 창업주인 쉬자인(許家印) 회장은 헝다의 유동성 위기설이 돌던 지난 8월 이미 회장직에서 사임하고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하이화다오에 투자한 한 관계자는 “헝다가 정식 파산하면 당장 악영향을 받겠지만, 국유화되면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더 좋아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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