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8일 실시한 대만 국민투표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 ⓒphoto 대만 민진당
지난 12월 18일 실시한 대만 국민투표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 ⓒphoto 대만 민진당

지난 12월 18일 실시된 대만 국민투표에서 ‘탈핵(脫核)’을 주장해온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압승했다. 이날 실시한 국민투표에서는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비롯 제4원전 건설재개 등 4개항을 놓고 대만 국민들의 의견을 물었는데, 4개항 모두 부결을 주장해온 민진당의 입장이 모조리 관철됐다. 특히 한국에서도 관심을 모은 제4원전 건설재개를 결정하는 국민투표에서는 반대가 426만여표로 찬성(380만여표)을 압도했다.(현지시각 오후 8시 현재) 이로써 각각 98%와 91%에 공정률에서 공사가 중단된 대만 제4원전(룽먼원전) 1,2호기는 사실상 마지막 회생의 불씨조차 꺼졌다는 평가다.

지난 2016년 첫 집권때부터 탈원전 정책을 고수해온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정부는 이날 국민투표에서 압승하면서 최소 2024년까지 탈원전 정책을 강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결과적으로 당초 8월로 예정됐던 탈원전 국민투표를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약 4개월간 늦춘 차이잉원 정부의 도박은 성공한 셈이 됐다. 사실 한여름인 지난 8월까지만해도 전력망 이상으로 인한 예고없는 순환정전이 실시되면서 탈원전 정책 폐기에 힘이 실렸었다.

이날 국민투표에서 민진당이 압승한 주 요인으로는 상대적으로 적은 코로나19 피해로 민진당 주석을 겸하는 차이잉원 총통이 50% 내외의 견고한 지지율을 유지한 것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내년 3연임을 앞두고 무리하게 대만을 상대로 무력시위를 벌이며 압박한 것도 오히려 차이잉원 총통에게 힘을 실었다. 차이잉원 총통은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성장촉진제인 락토파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줄곧 강조해 왔다.

반면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반대와 제4원전 건설재개 등을 요구하며 차이잉원 정부를 압박해온 야당인 국민당은 4개항 모두 완패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2024년 정권교체 가능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다만, 이번 국민투표로 민진당의 탈원전 정책이 탄력을 받으면서 대만 산업계는 적지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파운드리 반도체 등 IT산업이 비중이 높은 대만 산업계는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을 얻기 위해 탈원전 정책 재검토를 내심 선호해 왔다.

한편,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이날 저녁 7시30분(현지시각) 사실상 승리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에 동의했든 동의하지 않았든 모두 국민들 의지의 표현”이라며 “누가 지고 이긴 것도 없고 오로지 국가의 미래만 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동훈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