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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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조 오너셰프는 1958년 경북 안동의 농가에서 태어났다. 넉넉지 않던 여건 탓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곧바로 돈벌이에 뛰어 들었다.

“6남매의 맏이다 보니 집안에 대한 책임감으로 닥치는 대로 일했습니다. 세탁소, 철공소, 우체국, 빵집, 빵공장 등 이루 셀 수 없었죠. 제대 후 농협에 근무한 게 유일한 제대로 된 직장이었는데 그러면서도 집에서는 부업을 했습니다.”

식용달팽이 양식으로 작은 성공을 이룬 그는 붕어빵에서 착안, 조각피자 사업을 시작했다. 점포에서뿐만 아니라 경트럭에다 제조기를 싣고 다니며 구워서 싸게 파는 조각피자는 큰 인기를 얻었고 전국적 체인사업이 되었다.

“IMF 외환위기 때라서 자본이 적게 드는 손쉬운 창업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죠. 하지만 사업경험 미숙으로 사기와 횡령을 당해 접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식당을 작게 겸업하고 있던 것으로 생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었어요. 아직 사회적 관심이 덜하던 ‘웰빙식당’을 목표로 전국을 다니며 좋다는 재료와 음식들을 경험하며 응용했습니다. 반응이 좋았지만 술을 팔지 않는다는 이유로 손님이 줄더니 결국 망하게 되더군요. 빚이 6억원으로 늘어났는데, 연이어 실패한 저에게 누가 또 돈을 빌려주겠습니까.”

안 되겠다 싶어 아이들을 고향에 보낸 후 아내와 함께 빈방에 누워 이틀을 굶던 그는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길을 나섰다. 그러다 예전에 알던 사람이 내놓은 점포를 발견하고는 임대를 간청했다. 돈 대신 그가 손에 쥐고 있던 것은 식당 사업계획서뿐이었다.

“오랜 연구노력으로 얻은 비법육수로 만드는 굴국밥 전문점을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눈물로 호소하는 저에게 두 달간의 유예기간을 줘서 식당을 열 수 있게 되었죠.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하던 저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한 그릇에 4000원인데 첫 달에만 1000만원이 남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습니다. 소문이 나서 대구에만 30여개의 협력점포를 뒀죠. 다만 굴은 계절성이 강하기에 전복에 관심을 갖고 완도에 가서 조사를 해봤습니다. 작은 것을 쓰면 가격 경쟁력이 생긴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렇게 해서 ‘착한전복’ 1호점을 2007년 수원에 열었다. ‘전복 음식의 대중화’를 내걸고 시작한 식당이다. 개업 때부터 꾸준히 잘나가는 메뉴는 전복칼국수다. 완도산 활전복 2마리를 넣어 9000원이다. 연구노력 끝에 얻은 비법으로 국물을 만든다더니 꽤나 개운하다. 매생이가 들어 푸른빛 나는 면발도 인상적이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해물전복샤브샤브(1인분 2만3000원)다. 전복칼국수 재료에다 새우, 산낙지, 홍합, 바지락 등의 해산물과 유기농 채소를 넉넉히 넣고 끓여 먹다가 칼국수면과 곤드레전복만두로 마무리한다. 육류를 즐기는 이들을 위해서는 전복쇠고기샤브샤브도 있다. 다양한 전복요리 구성의 코스메뉴도 있다. 단품식사로는 매생이전복갈비탕을 권할 만하다. 진한 국물의 갈비탕에 개운한 전복과 향긋한 매생이의 궁합이 잘 맞는다. 이밖에 전복을 이용한 오골계탕, 삼계탕, 해물뚝배기 등의 여러 음식들이 있다.

“2009년 도봉구 창동역에 1호점보다 룸이 많고 분위기가 좋은 3층 독립건물의 2호점을 열었습니다. 외관 때문에 비싼 음식점인 줄 아는 분들이 적잖은데 ‘대중적인 전복 음식’이란 목표를 유지하고 있으니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가격대는 낮게 잡았지만 재료는 좋은 것만 선별해서 쓴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1층 카페에서는 직접 만든 대추차와 칡차의 진한 맛과 오디, 복분자, 블루베리 등의 천연발효음료를 즐길 수 있다. 유기농 채소에 관심이 깊어져서 최근에 3층을 유기농 채소를 쓴 쌈밥 전문점으로 바꿔 운영 중이다.

그는 성공을 위한 기본 조건으로 ‘개척가 정신’을 꼽는다. 흔한 종류보다는 새로운 것을 직접 개발해 나가는 게 유리하며, 실패하더라도 값진 경험으로 삼아 개선하면 결국 성공할 것이라 말한다. ‘일이 취미’라는 그에게는 ‘길이 아닌 곳’을 통로로 개척하는 것이 즐거움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전복 음식을 먹고픈 이들에게 권할 만한 곳이다. 대신 고급음식점 수준의 솜씨를 기대하지는 않는 게 좋다. 주차 가능. 와인반입료 1만원.

착한전복 서울시 도봉구 노해로 65길 7-20 (02)903-4455

박태순

2003년부터 각종 포털과 매체에 독특한 관점의 음식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 우리나라 음식 분야 정상급 파워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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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순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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