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선주호·한소영·형나윤씨.
왼쪽부터 선주호·한소영·형나윤씨.

‘현망진창/ 덕질과 같은 취미생활로 인해 현실인생 엉망진창 가즈아~ 적당한 덕질은 현생을 윤택하게 하지만 과한 덕질은 현생을 망칩니다. 뭐든 적당히!’

‘무민세대/ 없을 무(無)+mean+세대의 합성어로 무의미한 가치 없는 것들에 대해 눈길을 돌리기 시작함을 의미한다. 끝없는 경쟁 속에 지친 그들이 의미가 없어도 상관없으니 홀가분해지고 싶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안쓰러워 보이나 어떻게 보면 굉장히 부럽기도 하다.’

10~20대를 위한 온라인 사전 플랫폼 ‘미닛’(http://meanit.me)에 올라와 있는 단어 풀이다. 미닛은 위키백과처럼 유저들이 궁금한 단어를 올리고, 단어의 설명도 유저들이 한다. 즉 ‘우리’들이 만든 시사사전인 셈이다. 하나의 키워드에 여러 개의 설명이 올라오면, 그중 ‘ㅋ’를 가장 많이 받은 설명이 맨 위로 올라온다. ‘ㅋ’는 페이스북의 ‘좋아요’에 해당한다. 미닛에 올라온 키워드를 보면 10~20대가 어떤 뉴스를 소비하는지, 그들이 뉴스를 어떤 관점에서 보는지를 알 수 있다. 단어에 대한 설명 밑에는 관련 뉴스를 링크할 수 있다. 누군가 ‘이것 좀 알려줘’ 코너에 ‘떡락’이란 키워드를 올린다. 다른 유저가 ‘밑도 끝도 없이 떨어지는 비트코인과 그걸 바라보는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의 모양새’라는 설명과 함께 비트코인 관련 뉴스를 연결해놓는 식이다.

플랫폼 ‘미닛’을 만든 이들은 형나윤(21)·선주호(23)·한소영(26)씨다. 이들은 지난해 뉴미디어 개발대회인 제1회 ‘서울에디터스랩’에서 국내 메이저 언론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서울에디터스랩은 구글코리아와 세계 메이저 언론이 소속된 GEN(GLOBAL EDITORS NETWORK)이 주최한 것으로, 글로벌 해커톤(해킹+마라톤)의 예선 대회였다. 기획자·개발자·디자이너의 3인 1조가 정해진 시간 안에 선거 관련 미디어 서비스 제품을 만들었다. 이들에게 우승을 안겨준 것이 ‘정알못(정치를 알지 못하는) 20대를 위한 뉴스사전 딥셔너리(deep_tionary)’였다. 우승이 결국 미디어 스타트업으로 이어졌다.

미닛의 아이디어는 ‘필요’에서 탄생했다. “뉴스를 보려고 해도 맥락이 이해가 안 되는 겁니다. 어려운 용어들을 설명하는 툴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죠. 뉴스를 읽고 싶은 10대뿐만 아니라 뉴스를 안 읽는 사람까지 새로운 정보를 재미있고 가볍게 소비할 수 있게 확장시켰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필요한 서비스라는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형나윤씨의 말이다. 미닛은 지난 2월 1일 론칭했다. 유저들의 활동을 분석해 언론사의 뉴스를 유통해주거나 브랜드 광고와 연결하는 쪽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영상 콘텐츠도 붙일 계획이다. 타깃층인 밀레니얼 세대에 맞추기 위해 로그인 때 나이를 입력하게 하고, 폰트 크기를 작게 하는 등 미닛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장치도 고민하고 있다.

3인방은 구글 뉴스랩에서 만났다. 기획자 형나윤씨는 홍콩에서 대학을 다니다 휴학 상태, 개발자 선주호씨는 카이스트 출신으로 혼자 플랫폼을 구축했다. 한소영씨는 앱디자인(UX UI 디자인)을 맡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뉴스 소비 문화 창출’을 내걸고 만든 플랫폼이 어디까지 성장할지는 알 수 없다. 이들의 목표는 ‘미닛’이 세대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요즘 이거 알아? 했을 때 찾는 곳, 미닛 하나면 세상을 꿰뚫어볼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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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순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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