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photo 뉴시스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photo 뉴시스

지구 전체를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연결하려는 일론 머스크(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의 야심찬 계획이 출발 신호를 알렸다. 지난 2월 22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팰콘9 로켓에 실려 발사된 2대의 소형 위성이 그것. 이는 지구촌의 인터넷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한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인터넷 사각지대 해소 프로젝트

이번 팰콘9 로켓 발사는 스페인 정부의 의뢰를 받은 정찰위성 파즈(Paz·평화)를 궤도에 올려놓는 게 당초 목표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임무가 있다. 파즈 위성과 함께 로켓에 실려 올라간 인터넷 인공위성의 통신 능력 테스트가 그것이다. 스페이스X가 개발한 소형 위성 마이크로샛-2a(Microsat-2a)와 마이크로샛-2b(Microsat-2b)가 테스트 대상 인터넷 인공위성. 파즈 위성의 무게는 1360㎏이지만, 두 위성은 각각 400㎏ 정도에 불과하다. 현재 궤도 진입에 성공한 소형 위성은 20개월간 지구 저궤도에서 지상과 통신하며 능력을 검증받을 예정이다.

스페이스X는 2015년 새로운 개념의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팰콘9 로켓을 이용해 지구 궤도에 무려 1만2000대의 소형 위성을 띄워 전 세계에 무선통신망을 구축하겠다는 것. 지구 전체를 근거리 통신망(LAN)처럼 연결해 인터넷 연결이 어려운 지역에 저렴한 가격으로 초고속 광대역 인터넷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전 세계 인구 74억명 중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인구는 30억명 정도다. 지구촌 거의 절반이 인터넷 사각지대인 셈이다. ‘스타링크’는 인터넷 회선이 깔리지 않은 저개발국가나 오지에서도 100%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총 100억달러(약 11조76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거대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스페이스X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지구로부터 340~1280㎞ 떨어진 저궤도 대역에 소형 위성들을 잇달아 배치할 계획이다. 로켓 한 대에 최대 50개의 위성을 실어 먼저 1000~1280㎞ 궤도에 4425대를 발사하고, 이와 별도로 340㎞ 궤도에 7518대를 발사해 인터넷 서비스망을 완성한다는 것. 일차적으로는 미국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800대의 위성을 먼저 띄워 미국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후 5~7년에 걸쳐 나머지 위성을 궤도에 올릴 예정이다. 본격적인 서비스는 2025년부터 시작된다.

보통 일반 통신위성은 지상 3만5000㎞ 상공의 높은 궤도에 위치해 있다. 궤도가 높으면 그만큼 위성이 맡을 수 있는 지역이 넓어진다. 단점은 높은 궤도에 위성을 배치하다 보니 지상과의 거리가 멀어 데이터 전송시간이 느리다는 것. 정보가 손실될 우려도 있다. 정보 손실은 위성이 지구에서 떨어진 거리에 제곱으로 비례해 커지고, 그만큼 데이터 송수신 속도도 느려진다. 지구에서는 통신이 중간에 끊길 일이 별로 없다. 혹 끊기더라도 조금 기다렸다가 다시 보내면 그만이다. 우주에서는 다르다. 항성과 행성들이 움직이며 종종 정보 전달을 방해한다. 결국 실시간 데이터 교환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기존 통신위성은 고도가 높아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생기는 지연시간이 0.5초나 된다. 스페이스X가 일반 통신위성보다 낮은 궤도에 위성을 띄우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페이스X는 소형 위성들을 지구에서 가까운 저궤도에 배치해 지연시간을 0.02초까지 줄일 생각이다.

문제는 낮은 궤도에 위성이 자리 잡을 경우 위성이 맡을 수 있는 지역이 좁아진다는 것. 이를 해결할 방법이 바로 ‘궤도를 낮춘 대신 소형 위성 수를 대폭 늘려 넓은 범위를 다루자’는 ‘스타링크’ 아이디어다. 소형 위성 인터넷은 사용자들이 위성에 1 대 1로 접속할 수 있어 대용량의 데이터나 동영상도 병목현상 없이 안정적으로 전송할 수 있다. 위성 사이는 레이저로 소통하는 새로운 기술을 사용한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지구 전역에 1Gbps(기가비피에스)급 속도의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된다. 340㎞와 1280㎞ 두 궤도에 소형 위성들이 죽 배치될 경우, 지구촌 어디서나 시간 지연 없이 초고속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이번에 쏘아 올린 2대의 실험 위성이 성공적으로 작동된다면 내년부터 실제 위성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지난 2월 22일 스페이스X의 소형 통신위성을 싣고 발사된 팰콘9 로켓.
지난 2월 22일 스페이스X의 소형 통신위성을 싣고 발사된 팰콘9 로켓.

페어링 회수로 로켓 발사비 절약

이번 팰콘9 로켓 발사에서 또 하나의 관심거리는 위성 보호용 덮개인 ‘페어링(fairing)’을 회수하여 재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페어링 회수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 페어링은 위성이 발사돼 대기권 상층부(우주권)에 올라가면 2개로 분리되어 대기로 재돌입하는데, 지금까지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장치에 불과했다. 하지만 페어링 가격이 만만찮아 로켓 발사 비용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회수 기술을 도입했다. 이번 팰콘9 로켓에 사용된 원추형 페어링 가격은 총 발사 비용의 10분의 1인 600만달러나 된다.

스페이스X는 페어링을 회수하기 위해 대형 그물망을 갖춘 선박 ‘미스터 스티븐(Mr. Steven)’을 태평양 추락 예상 지점에 미리 배치해 놓았다. 예상과 달리 페어링은 선박에서 수백m 거리의 바닷물 위에 떨어졌지만, 반동추진기와 유도장치 덕분에 안전하게 떨어져 손상된 부분이 없었다. 머스크의 페어링 재사용 아이디어가 그럭저럭 맞아떨어진 것이다.

머스크의 위성 인터넷 사업은 앞으로 아마존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아마존의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 회장이 이끄는 우주 관광회사 ‘블루 오리진’ 역시 최근 신생 벤처기업 원웹(OneWeb)과 제휴를 맺고 저궤도 위성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 원웹은 이미 수백 대의 저궤도 광대역 위성 발사 승인을 받은 상태이고, 올해 안에 첫 번째 시험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원웹과 버진갤럭틱,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투자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 프로젝트에 성공할 경우 2025년쯤엔 위성 인터넷 서비스로 300억달러(약 32조원)의 수익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머스크는 스타링크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화성 탐사에 사용하고, 화성과도 무선통신 인터넷을 연결하겠다는 대담한 구상도 밝히고 있다. 과연 인류가 화성을 여행하면서 인터넷을 사용할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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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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