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 황투 고원 샹첸 유적지에서 발견된 210만년 전 석기. ⓒphoto SCi-news.com
중국 남부 황투 고원 샹첸 유적지에서 발견된 210만년 전 석기. ⓒphoto SCi-news.com

중국에서 약 210만년 전 석기들이 발견돼 화제다. 지금까지는 인류가 아시아 지역에 처음 출현한 시점이 185만년 전쯤이라는 게 정설이었다. 그런데 이번 발견은 인류가 그보다 훨씬 전에 아시아에 살았음을 반영하고 있다. 아프리카 밖에서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이 석기들은 과연 기존의 정설을 바꿀 수 있을까.

아프리카 떠나 이주한 시점 조정해야

지난 7월 11일(현지시각), 과학저널 네이처(Nature)는 중국과학원 광저우지구화학연구소 소속 주자오위 교수와 영국 엑세터대 로빈 데넬 교수 공동연구팀의 석기 발굴 소식을 전했다. 108점의 석기가 발견된 곳은 중국 남부 지역 황투(黃土) 고원 샹첸(Shangchen) 유적지의 17개 퇴적층이다. 석기들은 동물의 뼈를 다듬는 긁개나, 충격을 가하고 육류를 해체하는 데 쓰는 망치 등으로 이 중 88점은 큰 돌에서 인위적으로 떼어낸 얇은 돌조각이고 20점은 자연석이었다.

공동연구팀은 여기서 96점(돌조각 82개, 자연석 14개)의 석기가 발굴된 17개 퇴적층의 퇴적물 생성 연대를 측정했다. ‘지자기 변동(지구 자기장의 장기 및 단기적인 시간적 변동)’이라는 방법을 통해서다. 그 결과 가장 오래된 퇴적층의 석기는 212만년 전, 가장 최근 것은 126만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연구팀을 긴장시켰다. 그동안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발굴된 가장 오래된 인류의 흔적은 185만년 전이었기 때문이다. 212만년 전의 석기는 이보다 27만년 이상 더 오래된 것이다. 고고학적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처음 등장한 인류(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는 어떤 이유에선지 아프리카를 떠나 다른 대륙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수십만 년 동안 아프리카의 열대우림에서만 살았으나,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과 아시아 여러 지역으로 흩어져 독자적으로 진화해 나간 것이다.

현재 학계에선 현생인류의 조상인 고생인류가 약 600만년 전 아프리카 대륙에서 출현해 200만년 전쯤부터 유라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 집단 이주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발견된 인류 화석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약 280만년 전 살았던 초기 인류의 턱뼈로, 2015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나왔다.

아시아의 경우 그동안 가장 오래된 고생인류의 흔적은 조지아의 드마나시(Dmanisi) 지역에서 발굴된 185만년 전의 호모 에렉투스 두개골 화석과 석기였다. 조지아는 아시아 흑해 연안에 위치한 나라. ‘조지아 로미스츠-제르마니스체스 중앙 박물관’ 소속 독일 고고학자들과 미국·프랑스·스페인 고고학자들이 1991년부터 2010년까지 합동 연구를 통해 5개의 왜소한 인골 화석을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동연구팀의 중국 석기 발견은 드마나시보다 앞선 시기에 이미 아시아 일대에 고생인류가 존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샹첸은 가장 가까운 동아프리카에서 1만4000㎞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에 수렵채취인들이 식량을 찾아 먼 길 떠나기를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버드대학의 진화생태학자 비벡 벵카타라만은 말한다.

이번의 중국 석기는 아프리카 밖에 살았던 인류(또는 그들의 오랜 친척)의 존재를 드러내는 최고(最古)의 증거다.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세계 여러 지역을 향해 이주를 시작한 시점이 최소 212만년 이전은 된다는 것. 만약 이 시기가 맞다면 아프리카를 벗어난 인류의 역사는 개편이 불가피하다. 이에 대해 로빈 데넬 교수는 “우리의 발견이 초기 인류가 아프리카를 떠난 시점을 다시 검토해야 할 상황을 발생시켰다”고 말한다.

물론 한계점도 있다. 공동연구팀의 발굴 지점에선 석기와 함께 소나 사슴 등의 동물 뼈는 나왔지만, 해당 석기를 사용했을 인류의 화석은 출토되지 않았다. 인골이 전혀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누가 이 석기들을 만들었는지 제작자가 불확실한 셈이다. 또한 석기들의 쓰임새에 대한 흔적도 없다. 이를테면 망치로 동물의 뼈를 부숴 골수를 먹었다면 발견된 동물 뼈에 그런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칼자국이나 망치로 두드린 흔적이 전혀 없다.

어느 고고학 유적지에서든 당시 인류의 존재를 증명하려면 도구가 진품이어야 하고, 그 지질학적 맥락과 연대가 확고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번에 발견한 석기는 인류가 만든 게 아니라 자연적으로 깨지고 깎인 돌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데넬 교수는 “샹첸 지역에는 고대의 강물이 존재하지 않아 자연적 과정들, 즉 암석을 석기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는 강물의 소용돌이 현상이 없어 암석이 파쇄(破碎)된 형태가 아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현재 존재하는 커다란 돌은 석기로 추정되는 암석들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호모 에렉투스 상상도 ⓒphoto thinklink
호모 에렉투스 상상도 ⓒphoto thinklink

아프리카 밖 처음 진출한 인류는?

약 210만년 전 석기가 발견됨으로써 아프리카를 떠난 최초의 인류에 대한 해석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존의 정설은 드마나시 지역에서 발굴된 185만년 전의 호모 에렉투스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아시아에 진출한 첫 인류였다는 것이었다. 호모 에렉투스는 ‘곧선 사람’이라는 뜻으로, 걸어다니며 키와 두뇌 등의 크기가 현대인과 거의 비슷한 인류다.

반면 240만년 전부터 140만년 전 사이에는 호모 에렉투스보다 앞선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가 아프리카에 틀어박혀 살았다. 호모 하빌리스는 호모 에렉투스보다 비교적 뇌가 작고 왜소한 체구의 초기 호모 속 인류다.

공동연구팀은 212만년 된 지질층은 그 지역을 점유했던 최초의 인류를 대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 시기로 추정해 볼 때, 호모 에렉투스가 아닌 그 이전의 호모 하빌리스나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가 아프리카 밖으로 처음 진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팀은 주장한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유인원과 인류의 중간 형태를 가진 멸종된 화석인류로, 모든 화석이 아프리카에서 발견되었다.

물론 호모 에렉투스가 중국에서 발견된 석기 제작자일 가능성도 높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호모 에렉투스가 아프리카에서 이주한 것이 아니라 이미 아시아 지역에서 살고 있었다는 추정도 가능해진다. 더구나 데넬 교수는 호모속(屬) 인류가 아프리카가 아닌 아시아에서 기원했다는 ‘아시아 기원설’의 주창자다. 이번의 석기 발견은 그의 아시아 기원설을 뒷받침하는 매우 흥미진진한 결과다.

공동연구팀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앞으로의 추가 발굴을 통해 구체적인 당시 상황과 석기를 만든 주인공을 발견할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만약 손에 석기를 든 고생인류를 만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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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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