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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1호]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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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의 과학자들]김성식 국가핵융합연구소 다중스케일난류 연구팀장

수퍼컴퓨터로 야생마 플라스마 길들인다

최준석  선임기자 

photo 최준석
대전 국가핵융합연구소의 김성식 박사는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연구소 본관 지하의 수퍼컴퓨터 제2호기를 사용한다. 지난 8월 2일 김 박사를 따라 지하에 내려가 보니 영화 속에서 본 검은색 수퍼컴퓨터들이 책장처럼 놓여 있었다. 초당 80조번의 계산을 하는 컴퓨터다. 40도 폭염 속에 취재하러 가는 길은 힘들었으나 수퍼컴퓨터실은 에어컨 소리로 요란했다.
   
   김 박사는 국가핵융합연구소의 다중스케일난류 연구팀장이다. 여기서 ‘난류’는 따뜻한 물의 난류(暖流)가 아니고, 소용돌이와 같이 유체의 운동이 예측하기 어려운 난류(亂流)를 말한다. 점성이 있는 유체의 운동량 변화를 표현하는 수식이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인데 그는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은 손으로 풀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수퍼컴퓨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KSTAR라는 핵융합실험로를 운영한다. 핵융합발전 가능성을 연구하는 시설이다. KSTAR의 크기는 지름 10m, 높이 6m. KSTAR의 핵심 장비는 도너츠 모양의 진공용기다. 이 진공용기 혹은 핵융합실험로 안에는 1억도로 달궈진 플라스마가 들어 있다. 때문에 인공태양이라고도 불린다.
   
   “1억도가 되어야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이를 위해 핵융합 플라스마가 꺼지지 않고 오래 지속되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현재는 플라스마를 지속적으로 켜놓는 게 힘들다.” KSTAR도 불과 몇 초밖에 가동을 하지 못하다가 2016년 1분 이상 가동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세계적인 기록이다. 플라스마 가동을 연구소 측은 ‘캠페인’이라고 부른다.
   
   궁극적으로는 플라스마를 안정화시키는 게 김성식 박사가 기여하려는 일이다. 좁혀서 말하면 난류가 일어나는 플라스마의 불안정성을 이해하고 플라스마를 진공용기 내 자기장으로 잘 가둬놓는 걸 김 박사 팀이 하려고 한다. 국가핵융합연구소 사람들은 핵융합실험로 안에서 날뛰는 플라스마를 ‘야생마’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야생마를 길들이는 것이 김 박사의 일인 셈이다.
   
   “플라스마의 불안정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진공용기 안 플라스마는 1억도이고, 용기 밖은 상온(常溫)이다. 온도 기울기가 크다 보니 열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이동하려고 한다. 하지만 열이나 하전입자가 자기장 안에 갇혀 있어야 플라스마가 고온으로 유지된다. 플라스마의 에너지가 10~20%만 빠져나가도 진공용기나 플라스마 대면체에 손상이 간다. 플라스마 길들이기가 핵융합발전을 실용화하는 길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다.”
   
   플라스마의 불안정성은 미시 규모와 거시 규모로 일어나는데 두 가지는 서로 영향을 주며 발생한다. 이 중 미세난류 현상이 김 박사의 연구 분야다. 그는 플라스마 이론 물리학자로 분류될 수 있는데 미세난류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연구한다. 모델을 만들고 시뮬레이션을 돌려 실험치와 시뮬레이션 결과를 비교해 플라스마 유체역학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그의 연구과제다.
   
   “물이 흐르는 걸 보면 작은 소용돌이가 생긴다. 소용돌이는 대개 없어지나 커질 수도 있다. 플라스마 유체역학에서도 난류의 운동을 예측할 수 없는 비선형 작용이 일어난다. 난류현상이 일어나면 플라스마를 이루는 전자나 하전입자(중수소 이온)가 난류를 따라서 움직인다. 그렇게 되면 진공용기 밖에서 걸어주는 자기장의 통제를 벗어난다. 한 점에 갇혀 있어야 하는데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자기장 밖으로 빠져나간다. 미시적인 불안정성이 일어나면 플라스마의 온도와 밀도가 어느 정도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거시적인 불안정성의 경우는 아예 플라스마가 꺼져버린다.”
   
   
   플라스마 온도 1억도가 목표
   
   플라스마는 물질의 네 번째 상태라고 불린다. 원자와 분자가 떨어져 돌아다니는 상태가 기체라고 하면, 플라스마는 그 원자를 깨서 원자를 이루는 두 구성 요소인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어 있는 상태다. 전자는 음의 전기를, 원자핵은 양의 전기를 띠고 있다. 전하를 띠고 있기에 자기장을 걸어주면 잡아당기거나 밀어내는 방식으로 통제할 수 있다. 자기장을 걸면 플라스마가 특정한 운동 반경을 가지고 자기장 주위를 뱅글뱅글 도는데 이 상태가 플라스마를 가둔 것이다. 이 상태에서 진공용기 밖에서 진공용기 안으로 에너지를 집어넣으면 플라스마의 온도가 올라간다. 1억도까지 올리는 게 목표다.
   
   “일본의 토카막(진공용기)을 보러 간 적이 있다. 진공용기 내부에 에너지를 주입하는 NBI(Neutral Beam Injection)가 진공용기보다 훨씬 컸던 게 기억난다.”
   
   핵융합 플라스마에서 일어나는 거시적 불안정은 밖에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제어한다. 특정영역을 가열하거나 자기장을 걸어주거나 한다. 하지만 미시적 불안정성은 제어하기기 좀 어렵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김 박사는 서울 청량리에 있는 청량고 출신. 카이스트 물리학과 89학번이다. 대학원 석사 때 플라스마 물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1999년 박사 논문은 반도체 공정용 플라스마 시뮬레이션 코드 개발을 주제로 썼다. “국가핵융합연구소가 생기기 전이었다. 핵융합을 공부하면 해외로 나가거나 반도체 회사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 기업이 플라스마를 반도체 공정에 사용한다는 건 처음 알았다.
   
   김 박사는 반도체 회로기판에 회로를 정확하게, 빨리 깎을 수 있는 방법으로 플라스마를 사용한다고 했다. 아주 오래전에는 화학 식각(蝕刻)이라고 화학물질에 회로기판을 집어넣었다가 꺼내는 방법으로 웨이퍼에 회로를 깎아 넣었지만 지금은 플라스마를 이용해 회로를 깎는다고 했다.
   
   다행히도 그가 학위를 마쳤을 때 한국에서도 핵융합 연구를 할 수 있는 곳이 생겼다. 정부가 핵융합발전 연구를 위한 연구소를 기초과학지원연구원 안에 만들었다. 국가핵융합기술연구소는 이후 2005년에 기초과학지원연구원 내 본부에서 부설기관으로 지위가 바뀌었다.
   
   김 박사는 2000년 3월 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핵융합연구개발사업단에 입사했다. 입사 직후 일본 교토대에 가서 박사후연구원으로서 연구를 한 뒤 2001년 말에 돌아왔다. 이때부터 핵융합 플라스마 연구에 본격적으로 매달렸다. 핵융합 플라스마 연구자들은 실험하는 사람과, 김 박사처럼 이론을 만들고 그걸 토대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하는 연구자로 나뉘어 있다. “나는 이론을 하지만 이론에 기울었다기보다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코드를 만든다”고 김 박사는 말했다.
   
   KSTAR가 2007년 완성되기 전에도 연구는 해야 했다. 그래서 미국에서 낡은 장비를 무상으로 들여왔다. 긴 원통 모양의 ‘자기거울 플라스마’ 장치라는 것이었다. 양쪽 끝에 코일로 강한 자기장을 만들어 플라스마를 그 안에 가두는 장치였다. 플라스마가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움직여가면 그 끝의 강한 자기장 때문에 다시 반대방향으로 반사된다. 양쪽 끝의 거울과 같은 자기장 안을 오가며 플라스마는 갇혀 있게 된다. 최초의 원자로를 만든 이탈리아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가 개념을 제시했다.
   
   자기거울 플라스마는 KSTAR와 같은 토카막 이전 세대에서 핵융합 기술 연구를 위한 장치였다. 하지만 플라스마가 완전히 가둬지지 않고 원통 양쪽 끝으로 빠져나오는 게 취약점이다. “처음에는 자기거울 장치의 플라스마 안정화를 연구했다. 안정화 장치가 미국에서 가져올 때 고장 나 있었는데 내가 참여한 팀이 이 장치를 전자기파로 안정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시뮬레이션도 잘 나왔다. 실험도 시뮬레이션한 것처럼 나왔다. 전자기파를 이용해 자기거울 장치를 안정화시킨 것은 처음이었다.”
   
   2005년에 유명한 물리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논문이 실렸다. 논문의 주 연구자는 장호건 박사. 장 박사는 현재 김 박사의 보스다. 김 박사가 이끄는 다중스케일난류 연구팀은 선행물리연구부를 구성하는 두 개의 팀 중 하나인데 장호건 박사가 선행물리연구부장이다.
   
   김 박사가 ‘난류’ 연구를 시작한 건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WCI(World Class Institute)라는 프로그램 덕분이다.(2010~2014) 세계적인 석학을 초빙해 그로부터 배우자는 게 WCI의 취지. 국가핵융합연구소에 WCI핵융합이론센터가 생겼고, 미국 샌디에이고-캘리포니아대학의 미세난류 연구자 패트릭 다이아몬드 교수가 왔다. 그는 플라스마 물리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 김 박사가 현재 속해 있는 선행기술연구부(부장 장호건)가 2010~2014년 당시 WCI핵융합이론센터가 연구했던 일을 이어가는 중이다.
   
   
▲ 자기거울 플라스마 장치 개념도

   유체 난류 시뮬레이션 코드 개발 눈앞
   
   김 박사에 따르면 진공용기 속의 플라스마를 제어할 때 신경 써야 할 것은 플라스마가 진공용기 벽을 치지 않게 하는 일이라고 한다. 자기장으로 공중에 뜨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도 빠져나가는 플라스마 입자가 있다. 이 빠져나온 고에너지 입자를 모아 밖으로 내보내는 장치가 디버터. 디버터는 플라스마의 열을 올리는 데도 중요하다. 독일에서 디버터 타입의 토카막을 개발했는데 이를 사용하면 플라스마 효율이 급격하게 좋아졌다. 감금 효율이 2배 이상 올라갔다.
   
   “이 디버터 타입 토카막 내의 플라스마를 들여다보니 특이한 현상이 있는 걸 알았다. 열 가둠이 좋은 H-모드(High confinement)다. 진공용기 내 플라스마 겉면인 ‘분리 자력선’ 안쪽 수㎝ 위치에 둑처럼 에너지 흐름을 가로막아 플라스마가 밖으로 못 빠져나가게 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플라스마에 에너지를 부으면 온도와 밀도가 천천히 올라가는 L-모드와는 달랐다. 급격하게 올라간다. 문제는 L-모드에서 H-모드로 바뀌는 메커니즘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김 박사에 따르면 L-모드에서 H-모드로 가는 원인이 뭘까에 대해 얘기는 많았지만 정확하게 시뮬레이션으로 알아낸 곳은 없었다. H-모드는 열 배출을 막는 일종의 ‘수송장벽’이다. 이 수송장벽이 플라스마 겉면 아니라 플라스마 내부에도 생긴다. 이 ‘경계 수송장벽’과 ‘내부 수송장벽’이 생기는 원리를 알아내는 데 김 박사는 2013년부터 힘을 쏟아왔다. 이걸 알아내면 플라스마 길들이기에 새로운 페이지를 쓰게 된다.
   
   “수치 해(numerical solution)가 불안정하게 나와 몇 년 동안 그걸 잡느라고 힘들었다. 몇 달 전 코드 완성으로 가는 길을 찾았다. 이제 토카막의 전 영역을 보는 유체 난류 시뮬레이션 코드 개발을 코앞에 두고 있다. 1~2년 작업만 하면 소프트웨어를 완성하게 된다. 고세훈 박사의 도움을 받아 이뤄낸 성과다.”
   
   김 박사는 그동안 여러 조건을 단 상태에서 수송장벽이 생기는 걸 알아냈다. 하지만 이제는 일반적인 조건에서 수송장벽이 생기는 걸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되면 열 수송장벽이 안정적으로 오래 유지되고 플라스마 길들이기에 상당한 향상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 세계적으로 수송장벽이 생기는 걸 완벽하게 보인 연구자는 없다.
   
   “핵융합연구장치인 하드웨어로서 KSTAR는 세계적인 시설이다. 최첨단장치다. 유체 난류 시뮬레이션 코드를 우리가 곧 내놓으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핵융합연구소가 세계적인 연구 역량을 갖추게 된다.”
   
   김 박사의 연구는 핵융합발전이라는 미래에너지 개발로 가는 디딤돌을 놓는 작업이다. 밖에서 알아주지 않아도 수퍼컴퓨터를 돌려가며 ‘해답’을 찾으려는 연구자가 귀한 시간을 길게 내준 것만 해도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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